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 승자독식 선거구제 시대는 끝났다

선거법 개정안 통과된 2019년 12월 27일 국회 본회의 장면 ⓒ SBS 뉴스
2019년 12월 27일, 의원들 간 몸싸움과 질서유지권 발동 등 진통에 진통을 거듭한 끝에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주요 내용은 비례대표 선출 방식을 바꾸는 것. 이전엔 지역구 253석과 비례대표 47석을 별도로 뽑았습니다. 지역구 의원은 각 선거구별 투표를 통해, 비례대표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배분하는 방식이라 나란히 있다는 뜻의 '병립형' 비례대표라고 불렀습니다. 

새롭게 도입된 건, 지역구 의석수와 정당 득표비율을 연동하는 방식, 그러나 완전히는 아니라 부분적으로만 연동시켰다는 의미에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부릅니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30년이나 지체된 정치개혁의 첫 걸음"이라며 "거대양당 중심, 승자독식 선거구제의 시대는 끝났다"라고 평가했습니다.  
● 소수정당에 유리한 제도... <마부당>은 몇 석이나 가져갈까? 
좀 더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에만 이른바 '연동형 캡(cap)'을 적용하되 연동률은 50%로 합니다. 남은 17석엔 병립형을 적용합니다. 무슨 얘기인지 알쏭달쏭하죠? 지역구 의석이 몇 석이냐에 따라 30석을 각 당이 나눠 갖고 남은 17석은 이전처럼 정당 득표대로 나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볼게요.

이번 총선에 신생 정당인 <마부당>이 후보를 여럿 냈습니다. 개표 결과, 지역구에서는 18명이 당선됐고, 정당 득표율은 8%였습니다. <마부당>의 총 의석은 몇 석일까요? 지난 번 총선이라면 간단합니다. 지역구 18석에 전체 비례대표 47석의 8%에 해당하는 3석을 더하면 21석입니다. <마부당>, 단숨에 교섭단체가 됐네요!

이전 선거법을 적용한 <마부당> 의석수 ⓒ 마부작침 탐정사무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좀 더 복잡합니다. 먼저 기본 할당 의석 수가 있습니다. 전체 300석의 8%(정당득표율)인 24석이 <마부당>의 기본 할당 의석입니다. 

지역구에서 18석을 얻었으니 기본 할당에서 6석이 모자라죠? 그 6석의 50%를 <마부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로 차지합니다. 아직 병립형 17석이 남았죠. 여기서는 다시 8%(정당득표율)만큼, 그러니까 1석을 가져갑니다. <마부당>의 총 의석은 18석(지역구) + 3석(준연동형) + 1석(병립형) = 22석입니다. 이전 제도에서보다 1석이 더 늘었습니다.  

개정된 선거법을 적용한 <마부당> 의석수 ⓒ 마부작침 탐정사무소
별 차이 없어 보이지만, 핵심은 정당득표율이 높으면 어느 정도는 의석 수를 보장받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지역구에선 거대 정당 후보를 이기기 어렵더라도 정당 지지는 높은 소수당이 있을 수 있으니까요. 

만약 <마부당>이 지역구에서 25석 당선됐다면 총 의석 수는 어떻게 달라질까요?(정당득표율은 8%) 기본 할당인 24석을 넘었기 때문에 준연동형 비례대표는 0석입니다. 병립형 1석만 더해서 총 26석입니다. 지역구 10석 당선이었다면 준연동형 비례대표는 (24-10) × 50% = 7석입니다. 10석 + 7석 + 1석 = 18석이 됩니다.
지난 총선 결과는 어떻게 달랐을까
2016년 20대 총선을 떠올려 봅시다. 선거 전 여론조사 상당수는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낙승을 예견했습니다. 하지만 민심은 달랐습니다. 새누리당은 참패했고 더불어민주당이 원내 1당이 됐습니다. 국민의당도 민주당과 같은 수의 비례대표를 가져가는 등 약진했습니다.

지역구 결과를 보면 새누리당 105, 더불어민주당 110, 국민의당 25, 정의당은 2명이 당선됐습니다. 무소속 당선자도 11명 나왔습니다. 당시는 비례대표 47석을 정당득표율에 따라 나눴죠. 새누리당 17, 더불어민주당 13, 국민의당 13, 정의당 4석이었습니다. 합치면 새누리당 122, 더불어민주당 123, 국민의당 38, 정의당 6, 무소속 11석입니다.

지금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해 볼까요. 지역구 결과는 그대로에, 비례대표 의석 수가 달라질 겁니다. 준연동형 30석, 병립형 17석이 나눠 적용됩니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적용해 본 20대 총선 결과 변화 ⓒ 마부작침 탐정사무소
위 차트가 20대 총선 지역구와 정당득표율에 준연동형 비례대표 방식을 적용한 결과입니다. 확실한 차이, 느껴지시나요? 정당 득표율이 높았던 국민의당, 20대 총선에선 비례대표 13석이었지만 당시 준연동형 비례대표가 적용됐다면 27석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납니다. 정의당도 준연동형 8석에 병립형 1석까지 9석을 가져갑니다.

반면 거대양당인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준연동형 비례대표는 1석도 못 가져갑니다. 정당득표율은 높아도 지역구 투표에서 밀렸던 소수정당에 더 많은 의석을 보장해준다는 제도 취지에 부합하는 결과라고 할 수 있겠죠?
거대정당의 꼼수, 비례위성정당은 어떻게?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취지는, 정당득표율이 어느 정도 높은데도 지역구 투표에서는 거대양당에 밀렸던 소수정당에게 더 많은 의석을 보장하자는 것입니다. 이런 취지를 더 살리려면 완전 연동형으로 하거나 비례대표 수를 47석에서 더 늘렸어야 했겠지만 그러지는 못했습니다.

변수는 비례위성정당입니다. 선거법 개정에 이런저런 이유로 반대했던 (구)자유한국당, (현)미래통합당이 비례위성당을 따로 만들면서 선거 구도가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지역구와 별도로, 정당 투표를 이 비례당으로 하도록 하고 실제로 투표가 그렇게 이뤄진다면? 준연동형 비례대표 또한 거대당의 비례위성정당으로 쏠리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2020. 3. 5. 마부작침 탐정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