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피스윈즈코리아 코디네이터 강소정입니다! 벌써 4번째 인사를 드리게 되었네요. 현장을 다녀오자마자 제가 보고 듣고 느낀 여러 이야기들을 구독자님들과 공유하고 싶어 시작했고, 어느덧 오늘 보내드리는 '난민센터에서의 하루'를 끝으로 현장에 다녀온 후기는 마치려고 합니다. 


어쩐지 아쉬우시다고요? 걱정은 그만~! 앞으로 뉴스레터는 보다 정기적으로 우크라이나 난민센터뿐 아니라 튀르키예 타니슈마 마을 이야기, 또 다른 지역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을 위한 프로젝트까지! 다양하게 소개해 드릴 테니 기대해주세요😉

■ 어쩌다 난민센터에서 하루를?!
   ▲ 센터 보초 공간이자 공용 공간 ©피스윈즈코리아   
   ▲ 센터 한쪽에 마련된 담요, 침구, 수건 등 보관소 ©피스윈즈코리아   

 "센터에서 하루를 지내보는 건 어때?"


4월 3일, 제겐 잊을 수 없는 특별한 하루가 되었습니다. 출장 동안 매일 방문했던 우크라이나 난민센터에서 예상치 못한 하루를 보내게 된 것인데요, 난민 10명과 인터뷰를 진행했음에도 계속 두리번거리던 제게 대표님이 건넨 한마디. "하루를 같이 보내면서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있는지 확인해봐" "네, 그렇게 할래요!" 그렇게 센터 측 허가를 받은 뒤, 출국을 앞둔 몰도바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을 이곳 센터에서 보내게 되었습니다.


저녁을 함께하는 6시 무렵이 되면 아이들은 교육 혹은 일터에 나간 엄마를 기다립니다. 조용하던 오후와 달리 시끌벅적해지는 저녁 시간, 생일을 맞이한 라나(가명)의 생일을 축하하는 작은 파티가 벌어졌습니다. 어느샌가 이곳 파트리아 난민센터의 문화가 된 생일 축하 파티는 모두가 함께합니다. 생일 케이크를 나누고, 손을 맞잡고 춤을 춥니다. 한동안 웃음소리가 들리더니 8시 무렵부터는 잠자리를 준비하기 시작합니다.


새로이 알게 된 사실 하나, 매일 저녁 7시부터 오전 7시까지 난민들은 돌아가며 보초를 섭니다. 2인 1조로 당번을 정하고, 시간대별로 센터 안팎을 확인합니다. 이날, 영어 소통이 가능했던 18세 의대생 소녀가 보초를 섰고, 저는 당차게 보초를 함께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언제부터 보초를 섰냐는 질문에, 지난 1월 우크라이나 난민 체류를 반대하는 몰도바 시민이 센터에 돌을 던지고 고함을 치는 사건이 있었다고 답합니다. 보안 인력 지원이 끊긴 현재, 아이와 여성들이 95%가 넘는 센터는 스스로 지켜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 감정이 교차하던 새벽
▲ 우크라이나 전통 음식 '살로' ©피스윈즈코리아
▲ 실시간 우크라이나 오데사 폭격 소식 ©피스윈즈코리아

 "우크라이나 전통 음식을 소개해줄게!" 


언어적 소통이 가능하자, 끝없이 서로가 살던 지역을 궁금해하고 취향을 공유하며 깊어져 가던 새벽 1시, 첫 번째 졸음의 고비가 찾아왔습니다. 그러자 웃으며 차를 내어주더니 아끼는 우크라이나 전통 음식을 먹어보지 않겠느냐고 권했습니다. 더 많은 우크라이나 음식을 소개해주고 싶다는 그녀는 자신의 소중한 간식 '살로'를 나누어주었습니다


살로는 우크라이나식 하몽으로 이해할 수 있는데, 돼지비계 음식입니다. 생삽겹살과 비슷한 살로에 소금 살짝, 머스타드와 생마늘을 한 입 베어먹으니 더욱 감칠맛이 났습니다. 늘 비슷한 삶을 사는 그들에게 저는 '고마운 손님'이 되었고, 영어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아이와 여성들이 하나둘 모여 각자의 고향 및 가족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러시아가 지금 내 고향을 공격하고 있어" 


평화로울 것만 같았던 새벽 2시 반, 사람들의 목소리가 멈추더니 표정이 어두워집니다. 까닭을 모르던 제가 무슨 일이냐고 묻자, 조용히 핸드폰 화면을 보여줍니다. 실시간 러시아 드론 15대가 오데사(Odesa) 지역을 공격한 사진이었습니다. 핸드폰 알람이 울리더니 각자 아직 우크라이나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은 무사한지, 서로가 공유받은 지역 소식과 사진, 영상을 나누며 피해 정도와 위치에 관한 이야기를 한동안 이어갔습니다.


난민센터 약 70% 사람들은 집중 폭격 지역 중 하나인 오데사 출신입니다. 어떤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고 그저 걱정스럽게 쳐다만 보던 저를 오히려 다독여주고는 따뜻한 담요를 내어줍니다. 어떠한 위로도 꺼내기 어려웠던 새벽, 이들은 고향에 돌아갈 수 있는 날이 자꾸만 멀어지는 기분이 든다며 쓴웃음을 지어 보였습니다. 오전 6시 30분 아침을 준비하는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었습니다.

■ 필요한 곳에 필요한 지원을: 청소 물품 & 가족사진 촬영
▲ 청소 물품을 구매하는 피스윈즈코리아 긴급구호팀  ©피스윈즈코리아
▲ 가족사진 촬영 지원 현장  ©피스윈즈코리아

공용 식탁 옆 펼친 매트리스에서 잠을 청하고 깬 오전.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이들에게 꼭 필요한 지원을 하기 위해 서둘렀습니다. 센터에 있는 현지 직원들이 요청한 1순위는 바로 '청소용품'이었습니다. 보초 인력도, 청소 지원 인력도 사라진 지금 이들은 센터 내 모든 공간을 관리해야 합니다. 필요한 청소도구와 부족한 물품을 정리한 한 장의 종이를 들고 통역가의 도움을 받아 필요한 물건을 확인한 뒤 대형 창고형 마트 메트로로 달려갔습니다. 


카트 6대를 끌며 세제, 대걸레, 비누, 파이프 청소제, 개인용 쓰레기통 등을 담아 센터에 짐을 옮겼습니다. 센터에 옮기자 직원들은 한 가구 혹은 층별로 나눌 수 있도록 수량을 확인하고 배분합니다. 당장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기뻐하는 직원들과 계속해서 감사 인사를 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보니, 쌓인 청소도구들이 하나도 무겁지 않았습니다. 


다음으로 피스윈즈팀이 현장에서 발견한 필요 지원은 '사진 촬영' 이었습니다. 센터에는 다른 국제NGO들이 방문하면서 남기고 간 아이들의 사진이 벽에 걸려있습니다. 그러나 센터에 없는 아이들이 있는가하면, 자기 얼굴은 벽에 없다며 매일같이 떼를 쓰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의 사진도, 우리들의 사진도 함께 남기기로 했습니다. 한 젊은 엄마는 "나도 사진사가 찍어주는 사진 한 장 남기고 싶었다"고 말하는가 하면 또 다른 아이 엄마는 "이곳에 가족과 함께 있는 지금, 이 순간을 남기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한국으로 돌아가기 3시간 전, 번역어플을 사용하며 다음엔 더 많은 사진을 찍자고 말하는 아이에게 그러자며 고개를 끄덕이고 인사를 했습니다. 저는 이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요?

신입 코디가 들려드리는 난민 지원 현장 시리즈 마지막, 난민센터에서 하루를 보낸 이야기까지 전부 전해드렸습니다. 어떠셨나요? 난민센터와 그 공간 속에 살아가는 이들이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지를 더욱 생생하게 전하고자 했는데, 그 노력이 닿았는지 모르겠습니다.


장기화되는 전쟁에 사람들의 관심은 예전만 못하고 지원 예산도 바닥을 보이면서 지원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여러분의 따뜻한 마음으로 난민센터를 지켜낼 수 있길 간절히 바랍니다. 더 이상 이들이 터전을 잃지 않기를 나아가 전쟁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소원하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다음 현장 이야기와 함께 다시 찾아뵐 때까지 잊지말고 기다려주세요! 제 이야기를 들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다음에 만나요💙


- 강소정 코디네이터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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