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과 - 실망하거나 Ver.
n년간 케이팝을 해오면서, 오프라인 공연은 삶의 원동력이었고, 콘서트 현타 따위 느껴본 적 없었습니다. 하지만, 5년만의 구오빠 공연을 보고는 머리가 새하얘지고야 말았습니다. 지독한 현타가 찾아온 것입니다.
제 학창시절의 전부는 구본진입니다. 중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많이 좋아해왔죠. 최근 부쩍 구본진이 보고 싶었던 저는 최애가 개인 공연을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날 바로 예매 버튼을 눌렀습니다. 공연 전날, 오랜만에 보는 구오빠 생각에 설레어 잠을 설쳤습니다. 게스트는 누가 올까 등의 망상을 하다 겨우 세 시간 자고 눈을 떴더래죠.
공연 당일, 저는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고, 솔플**이지만 사진도 야무지게 찍고 공연장으로 들어갔습니다. 늦게 예매한 것 치고 자리는 좋았고, 오페라글라스도 있었기에 시야에 대한 걱정은 없었습니다. 다만 박수 응원법이 걱정되어 핸드폰을 부여잡고 달달 외울 뿐이었습니다.
구최애는 여전히 근사했고, 무대도 잘했습니다. 예전과 달리 MC나 다른 멤버 없이도 혼자 공연을 진행하고 이끌어 나가는 걸 보며 대견하기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전날 밤의 망상이 무안할 정도로 공연은 정적이었습니다.
또한 게스트로 다른 멤버가 나오는 것을 살짝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그가 그룹을 언급한 순간을 제외하고서는 구본진의 모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공연은 그의 솔로 앨범으로만 구성되었고, 그가 멤버들과 간간히 만난다는 말을 한 것으로만 그들의 소식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서운했던 것은 인사할 때 소속 그룹을 언급하지 않고 "OO입니다." 라고 소개하는 최애의 모습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그룹에 속해있는 최애를 사랑했던 것 같습니다.
저와 같이 군백기 후 솔로 활동을 시작하는 멤버를 사랑하는 모든 이들을 위해 말해봅니다. 과거만을 추억하고 최애를 보게 된다면 상실감이 클 수 있습니다.
모든 케이팝 덕후들이 행복한 덕질을 하기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행복합시다.
*군백기: '군대'와 '공백기'의 합성어야. 군대로 인해 발생하는 공백기를 가리켜 '군백기'라 불러.
**솔플: '솔로 플레이'의 줄임말로, 혼자 노는 것을 의미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