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열매... 부산하게 한 해를 갈무리하며 침묵의 소리도 담아봅니다.
마음살림편지
2020년 11월 22일 소설小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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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음 꽃과 나무 

                          늦가을의 선물, 열매

 
                                                                        저녁노을 (윤선주, 한살림연수원장)

 
 입동을 지나자 아침저녁으로 서늘해진 기운이 점점 찬기를 더해갑니다. 조금 있으면 “아~ 추워”를 입에 달고 다니겠지요? 유난히 맑고 파랗던 하늘과 울긋불긋 다양한 색으로 물들어 온 천지를 그림같이 만들었던 가을을 보내며 아쉬운 마음이 드네요. 메마른 잎이 바람에 서걱이는데도 여전히 꽃을 달고 있는 국화, 수국, 제라늄, 댕강나무, 등골나물 들이 있지만 어쩐지 그 빛이 예전만 못 합니다.
그러나 꽃이 졌다고 할 일을 잊을 리 없는 나무들이 우리 곁에는 참 많이 보이지요. 가로변에 심겨져 작은 폭죽을 닮은 노오란 꽃으로 도심에서는 제일 먼저 봄을 알려주던 산수유의 선명한 빨강 열매가 눈길을 잡아끕니다. 처음엔 통통하고 맑은 빠알간 색이었다가 점점 주름이 잡히며 색은 한층 깊어져 살짝 자줏빛이 스며들기도 합니다. 그렇게 주렁주렁 달린 채로 말라가는데 날이 추워 눈이라도 내려 쌓이면 하얀 고깔을 쓴 듯해 어찌나 귀여운지요! 게다가 눈이 녹으면 저마다 뾰족한 끝에 영롱하게 빛나는 물방울을 달고 있는 모습은 저절로 발길을 멈추게 한답니다.

 남천도 요즘엔 어디서나 볼 수 있는데 단풍이 무척 고와 단풍 구경하러 먼 길 나설 여유가 없을 때 그 서운함을 동네에서 달랠 수 있을 정도랍니다. 짙은 초록과 막 물들어가는 바알간 잎, 불타오르듯 새빨간 색의 윤기 흐르는 잎을 심지어 한 가지에서도 다 본다니까요. 
 잎사귀 만으로도 예쁜데, 5월에 포도송이처럼 풍성하게 흰 꽃을 피운 그 자리에 요즘은 작고 동그란 열매를 가득 달고 있어요. 꽃이 크지 않아 열매 또한 작은데 일단 많이 달리니까 아주 탐스럽고 기특합니다. 
열매도 초록에서 서서히 빨강으로 물들면서 보기에도 단단하고 야무지게 늘어질 정도로 달린 그대로 겨울을 나지요. 눈이 쌓이면 정말 너무 예뻐서 남의 집 울안에 있어도 꺾고 싶은 마음을 달래려 사진을 찍거나 눈에 담느라 한참을 서 있게 됩니다. 
몇 해 전, 아는 분이 주시기에 호랑가시나무처럼 크리스마스 리스를 만들었더니 그 또한 훌륭한 장식이 되어 오랫동안 눈 호강을 누렸답니다. 
 잘 꾸민 공원에서도 보기 힘들기는 하지만 전 사실 마가목을 참 좋아합니다. 고양시에 살 때 주엽역에서 집에 가는 길에 꽤 여러 나무가 있어 봄의 하얗고 귀여운 꽃과 가을의 단풍, 겨울의 빨간 열매를 보며 참 즐거워했거든요. 잎과 가지, 열매에 순백의 눈이 소복하게 쌓이면 '그냥 마가목이 있는 이곳이 크리스마스의 풍경이 되는구나' 하고 여러 번 감탄했었지요. 수형도 단아하고 잎  모양새도 예뻐 언젠가 생길 나의 마당에 첫 번째로 심을 나무라고 정하기도 했고요. 마가목은 한방에서 약재로 취급하는데 심혈관 질환 예방, 기관지와 신경안정,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만들고 염증을 치료해 준다고 알려져 있어요. 게다가 어린 순은 데쳐 나물로도 먹는다니 정말 보기도 좋고 알차기도 한 금상첨화의 나무라 여겨집니다.
  ↑ 서울 강남의 옥상정원에서 만난 마가목
          ↓ 대전 노은동의 좀작살나무 
 빨간 열매들 사이에서 가끔 만나는 좀작살나무의 영롱한 보랏빛 열매는 한 번 보면 잊을 수 없이 예쁘답니다. 나무 열매 중 제일 작다 싶은데 그 빛이 워낙 곱고 눈에 띄어 알아차리기가 쉬워요. 얼핏 보면 개나리인가 싶게 늘어진 가지 잎겨드랑이의 분홍색 꽃이 피었다 진 자리에 여러 개가 모여 맺히지요. 정확히 마주 나는 잎이 작살 같다해서 붙인 이름인데 좀 큰 종류는 그냥 작살나무라고 하고, 열매가 흰 것은 흰작살나무라고 합니다. 보라색의 앙증맞은 열매들이 모여 반짝이는 것을 보는 순간 '보석이구나!' 하는 감탄이 신음처럼 나오는 나무지요.

 가을 열매들을 보노라면 마치 신이 열매를 먼저 만드시고 그 모양과 색을 따서 보석을 만드신 것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열매들이 우리에게는 저절로 미소가 떠오르는 볼거리이지만 하늘을 나는 새나 숲의 작은 짐승들에겐 소중한 겨울 식량이 되겠기에 그런 생각이 드는 걸까요?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버려지지 않고 각양의 쓰임새가 있는 나무를 보면 정말 자연의 위대함을 느끼게 됩니다. 누구에게는 목숨을 이어 갈 소중한 식량과 안식처, 누구에게는 따듯한 위로, 또 많은 이에게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아름다움에 감탄할 정도의 여유를 주는 존재가 없었다면 우리 삶이 어땠을까요! 

 결실의 계절, 
가을 끝자락에서 나의 올 한 해 열매는 무엇인지 생각 좀 해봐야 겠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다음에 뵙겠습니다.^^         
이즈음 마음닦기

                                     산길을 걷다

                                                    자상慈祥 (정현숙, 마음살림연구위원장)

 서리가 몇 번 내리고 얼음까지 살짝 얼어 행여 추워질까 두꺼운 겨울옷을 꺼내놓았는데 여전히 햇살이 따스하고 포근한 가을날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흰구름 푸스스 떠 있는 하늘빛이 너무 고와 마음이 절로 밝아지고 황홀해지기도 합니다. 이런 가을날, 마당 한 켠에서 와글거리는 강아지 네 마리와 어미를 데리고 산책을 나섭니다. 내 다리에 엉겨붙던 강아지들은 이내 어미를 따라 저들끼리 몰려가 버리고 드디어 오롯이 혼자가 되었습니다.

 👆겨울이 가까와오는 산길은 이른 봄부터 가을까지의 추억을 담고 있습니다. 멀리서 보면 가지끝부터 푸르스름한 물이 들면서 피어나던 어린 잎의 추억, 순을 뜯어 껍질을 벗기고 씹어먹던 달큰한 찔레순의 추억, 곱게 익어가던 산딸기, 기대앉으면 든든하던 소나무 그늘에 불어오던 시원한 바람의 추억……. 그 모든 기억들을 뒤로 하고 지금 이 길에는 온통 버스럭대는 낙엽들이 쌓여 있습니다. 어디서 다시 뛰어온 강아지들이 온통 낙엽들을 휘감고 뒹굴고 있습니다. 훗날의 기억에는 이 강아지들도 한 자리를 차지하겠지요.

 마른 나뭇잎을 흔드는 가벼운 바람을 맞으며, 걷고 있는 동안 걷고 있는 내가 있음을 느낍니다. 내 존재의 느낌, 산의 느낌, 태양이 이 모두를 비추는 느낌, 발바닥에 닿는 땅의 느낌, 내 중심이 지구의 중심에 꽂히는 느낌, 맑고 푸른 하늘이 내려다보는 것을 느낍니다. 그리고 그때, 나 자신이 있음을 느낍니다.

 모퉁이를 돌아 한 발 한 발 디디면, 온 산의 소리들이 달려옵니다. 바람소리,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 새가 푸드득 날아가는 소리, 우짖는 소리, 멀리 마을의 소리…….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 무수한 소리와 함께 침묵의 소리랄까 침묵의 느낌이 있습니다. 수많은 소리 가운데 있을 자리가 없을 법한데, 그럼에도 침묵의 소리는 그 중심에 굳건히 있습니다. 어쩌면 그 침묵은 ‘소리없음’의 상태가 아니라 몸과 마음을 평화롭게 풀어놓은 명상의 상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느리게 천천히 걸음으로써 몸과 마음의 긴장을 풀고 내면으로 들어가는 소리랄까요? 나무와 풀 사이에서 조금은 이질적인 나의 존재가 그들과 좀 더 비슷해지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일정하게 두 발을 움직여 앞으로 가고 있으면, 자유로운 몸의 느낌, 한없는 자유가 느껴집니다. 나의 두 발이 나를 움직여 가고 있는 것은 거의 기적이지요. 그 기적을 보며 존재의 기쁨을 느끼고 나도 모르게 고마움을 느낍니다.
지금 여기,

푸른 하늘과 나무들을 바라보는 
내 눈에 축복을!

요란한 산의 소리와 침묵의 소리를 
함께 듣는 내 귀에 축복을!

마음껏 숨을 쉬는 
내 허파에 축복을!

하늘의 축복을 받아들이는 
내 정수리에도 축복을!

그리고 무엇보다 힘있게 땅을 디디는 
내 발바닥과 발뒤꿈치에 축복을!
 내가 만난 마음살림 이야기
       
                               나는 마음살림 '찐팬~'
                              
                                                                                김인옥, 경인지부 매장활동가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닐 수도 있다
우리는 각자 자신만의 안경을 쓰고 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그렇지 않은 것은 외면하고 아니면 왜곡하고.내가 미처 보지 못하고 지나쳤던 것들이 실은 아주 소중한 것이었을지도 모를 것이었다.

그때문이었다. 하루하루 어떻게 지나는 지  모를 만큼 바쁘게 살고 있었던 내게, 온갖 곳에서 쏟아지는 쪽지 속 컴퓨터 화면의 그 메시지가 강력하게 왔던 것은. 
 시간을 내어 1박2일 참뜻찾기연습 프로그램에 들어갔다.  
그게 시작이었다. 매장활동가로 일하면서 내가 당연한듯 진열하고 판매하고 그 과정에서 파손시키고, 먹고 마시고 입고 쓰던 한살림이 그동안 나를 살렸었구나, 조합원들과 씨름하고 '열받고' 한 그 이유가 내가 가진 안경으로 보고 싶은 것만 봐서 그런 것이구나...
한살림에서 일하면서 한살림에 담긴 뜻이 무엇이고 내가 왜 한살림에 있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한번쯤 생각 해 보게 된 시간이었다. 이후 한살림연수원에서 진행하는 마음살림 과정들을 접하면서 내 몸과 마음을 깊이 돌아볼 수 있게 되었고, 진짜 휴식을 하게 되었고, 많이 털어 버리기도 하였다.

 몸마음돌봄 프로그램을 접하게 되면 시작부터가 재미있다. 우선 전혀 모르는 곳을 찾아가야 한다. 주소 찍어 지도에서 찾아 교통편 예약하고, 대중교통 없는 곳은 택시로 들어가야 한다. 운이 좋으면 비슷한 지역에 출발하는 신청자와 동행 할 수도 있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 통성명을 하고 밥도 먹으며 심심하지 않게 갈 수도 있다. 
 도착해 보면 주변이 정말 휴식하기 딱 좋게 고요하고, 나무 많고 새소리도 들린다.
일단 장소가 너무 훌륭하다. 
식사도 맘에 쏙 든다.(정화식만 빼고…^^;)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나를 그냥 얹기만 하면 만사 오케이다. 그러면 시간이 갈수록 내가 천천히 올라오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다.
 나는 한살림에서 꼭 필요한 곳이 연수원이라고 생각한다. 한살림은 물품으로 말한다고 한다.한살림 물품 안에 한살림 정신, 가치가 모두 담겨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 가치, 정신은 결국 사람에게서 나왔고 한살림의 정신을 잘 다듬어 한살림 사람을 모두 가치있게 해 주는 것이 연수원 프로그램에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우리 지부의 공통교육으로 마음살림대화 프로그램을 사무실 건물에서 진행하였다. 짧았지만 참석했던 모든 활동가가 너무나 만족스러워 했다. 생각보다 시간 내기가 여의치 않은 곳이 매장이다. 내가 그동안 동료 활동가들에게 권하고 또 권했던 프로그램에 선뜻 참여하지 못했던 이유가 바로 그 때문이다. 앞으로 '찾아가는 서비스'-일상, 일터에서의 마음살림 프로그램이 많았으면 좋겠다. 장소가 참 '거시기' 하기는 하지만 매장활동가들의 현실적 한계를 그렇게라도 극복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기대해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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