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0년대에 미요는 연극/영화 제작을 위한 작품을 썼어요. 또한, 나중에는 재료 중 일부를 콘서트에서 다시 사용하기도 하였죠. 이 작품은 1937년에 파리의 스카라무슈 극장으로부터 의뢰를 받았어요. 스카라무슈는 고대 이탈리아 희극에서 나온 등장인물로 검은 옷을 입고 무대에 서서 허황한 말로 익살을 부리는 어릿광대를 의미해요. 두 대를 위한 피아노곡은 총 3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있죠. 제1곡은 두 대의 피아노가 서로 멜로디를 주고받으며 이야기를 하죠. 그런데 개인적으로 제1곡을 계속 들으면 ‘빅맥송’이 떠오르네요. 제2곡은 하나의 피아노가 멜로디를 그리면 나머지 피아노는 반주를 만들고 후에 같은 선율을 주고받으며 음악이 전개돼요. 마지막으로 오늘 소개하는 제3곡 <브라질리아>는 브라질 삼바 춤을 연상시키는 곡이죠. 제1차 세계대전 중에 미요가 브라질 주재 프랑스 대사이면서 시인 클로델의 비서로 있었어요. 아마도 이 시기에 브라질 민족음악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예전에 작곡가 에릭 사티에 대한 페이퍼를 기억하시나요? 사티의 음악이 간결하고 단순함을 지향한다고 했던 점에서 말이에요. 흥미롭지만 다리우스 미요도 드뷔시 인상주의에 반발을 느꼈던 프랑스 6인조 중 한 사람이에요. 미요의 작품 세계관을 보면 사티와 크게 다를 게 없어요. 일상을 위한 단순한 음악을 쓰려고 노력했죠. 오케스트라와 같은 큰 편성을 선호하기보다는 소규모의 편성을 많이 썼어요. 그리고 복잡한 것은 지양하도록 노력했죠. 물론 이러한 점은 사티와 함께 프랑스 6인조 작곡가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이기도 해요.

  더욱 흥미로운 사실을 이야기할게요. 이 작품이 쓰인 시기가 20세기랍니다. 그런데 작품을 감상했을 때 어떤가요?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선율이 흘러가고, 듣는 것에도 큰 낯섦이 없죠? 미요는 고전주의 시대 음악의 모토를 굉장히 중요시해요. 흔히 말하는 단순함과 간결함, 명확함과 구조적인 형식을 가져가면서 작품을 쓰죠. 그러면서 20세기 음악의 리듬과 선율 혹은 재즈 멜로디를 차용하기도 하고 여러 가지 조성을 사용하면서 2가지 시대의 음악적 특징을 섞어버리죠. 이러면서 자신만의 음악적 색채를 만들어가요. 진짜 놀라운 것은 불협화음을 주된 선율에 적절하게 융합하여 음악을 전개했다는 점이에요. 이것을 통해 그의 음악적 센스를 볼 수 있기도 하죠. 자칫하면 단순히 짜깁기로 끝날 수도 있었는데 그의 다양한 경험들이(브라질에서 활동, 미국에서 재즈 경험 등) 미요만의 하나의 독특한 음악적 어법을 만드는 데 일조한 것 같네요.

  불협화음에 주된 선율을 융합하는 걸 쉽게 표현하자면 이렇게 설명할 수 있겠네요. 도화지에 검은색을 제외한 여러 가지 색깔로 그리거나 낙서를 했다고 생각해보세요. 아니면 벽화에 다양한 색으로 낙서되어있는 것을 종종 본 적이 있죠? 그걸 상상해보세요. 그리고 그 위에 검은색이나 흰색으로 ‘루바토’라고 적었다고 상상해봅시다. 어떤가요? 도화지 위에 적힌 루바토가 아주 임팩트 있게 보이면서 뒤에 섞인 색깔들도 같이 빛나 보이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