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음식으로도 업사이클링이 가능함을 증명해낸 이것
 
Newsletter Issue 75

11 June, 2021  1187 Subscribers
 
 
 

예고 없이 닥쳐도 나쁘지 않을 때가 있다. 오늘 비가 그렇다. 올해 처음으로 집 에어컨을 켰다. 그 정도로 무더운 하루였다. 늦은 오후 갑자기 비가 내리자 더위가 가라앉았다. 소낙비인 줄 알았는데 계속 비였다.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여니 시원한 밤바람이 훅 들어왔다.

예고 없이 닥치면 여간 좋지 않은 일도 있다. 이별이다. 사람도 그렇고 사물도 그렇다. 2013년형 맥북에어 11인치가 내 곁을 떠나려 한다. 오래 충전해도 케이블만 뽑으면 곧 정신을 잃는다. 부팅 시 화면에 잠시 무지개가 피어올랐다가 사라지는 현상은 이제 익숙해져서 그러려니 한다. 신형 맥북에서는 더이상 볼 수 없는 영롱한 백라이트 애플로고, 구매 직후 한 번도 키보드 스킨을 벗긴 적이 없어 여전히 선명한 자판 글자. 해롱대는 내면과 번듯한 허우대가 주는 괴리에 더 맘이 아프다.

저녁 식사로 프라이팬에 돼지 목심을 굽다가 기름이 튀어 올라 오른 눈 밑에 맞았다. 이거야말로 예고 없이 닥친 아주 따끔한 일이었다. 시원한 밤바람이 아니었다면 프라이팬에 욕을 해댔을지 모른다. 불쾌한 하루 마무리가 될 뻔했다. 오늘 비가 고맙다.

+여러분의 피드백을 읽고 <단편극장>, <단편서점>을 월요일 별도 발송이 아닌 지금처럼 금요일에 함께 보내드리기로 결정했습니다. 
+하루에 50번씩 피드백을 확인합니다. 동물은 음식을 먹고 살지만 저는 피드백을 먹고 삽니다. 그렇습니다. (피드백은 뉴스레터 하단에 위치)

도큐 season & work
 
 
 

1. Food by ClubComb
음식으로도 업사이클링이 가능함을 증명해낸 이것 [Sweden/Stockholm]
2. Music by 을지로 도시음악
雨 (비) by 黒ケイ
3. Movie by 단편극장
Curve
4. Novel by 단편서점
카페, 커피그림  (2/8회)
5. Event by season & work
[LIVE] season & interview '일하는 사람은 무엇을 어떻게 먹을까' 시즌2
 
 
 

음식으로도 업사이클링이 가능함을 증명해낸 이것 [Sweden/Stockholm]
바로 comber
수도 스톡홀름에서 남쪽 250km 떨어진 섬 고틀랜드(Gotland)는 스웨덴 섬 중에서는 가장 큰 섬으로 알려져 있다. 인구가 약 6만 명이라고 한다. 섬의 제1도시 비스비(Visby)시의 슈퍼마켓 <스토라 쿱 비스비(Stora Coop Visby)>가 현지 업체와 협력한 ‘푸드판 업사이클링’이 화제다.

지역 증류소인 <고틀랜드 스피리츠(Gotland Spirits)>가 유통기한 경과 등으로 팔다 남은 빵, 파스타 등 탄수화물류, 패키지가 손상돼 공기가 들어가 버린 원두커피 등을 이용해 증류주와 리큐어를 만든다. 상품이름도 재미있게 ‘Spill(*쓸데없는)’이다. 최근에는 55㎏의 잉여 레몬으로 200개의 리몬첼로(Limoncello)를 만들었다. 2021년 2월부터 스웨덴 국영 주류 판매소 시스템 볼라겟(Systembolaget)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 외에도 현지 고틀랜드 섬의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즐길 수 있다.

이 밖에도 <스토라 쿱 비스비>에서는 야채와 어류, 닭고기 등을 하루에 100kg까지 퇴비로 만들 수 있는 콤포스트 기계를 도입했다. 24시간 이내에 원예용 흙으로 만들어 판매하는 등 2018년 시점에서 120톤에 달했던 식품폐기물을 2020년에는 40톤, 2021년 3월 시점에서 200 kg까지 아주 빠른 속도로 줄이는 데 성공했다. 목표인 ‘제로 상태’도 머지않아 실현될 듯하다.
콤버노트
‘먹어 없어지는 것’에 대해 철학하게 하는 이야기였다. 일반적으로 업사이클링이라 하면 쓰레기를 활용해 무언가 새로운 가치의 물건을 만들어 내는 일이지만, 이렇게 탄생한 물건이 또 다시 ‘쓰레기’가 된다는 문제가 있다고 들었다. 실제로 업사이클링 업계에서 종사하는 분들은 ‘오래 쓰이는 것’을 만드는 일에 많은 자원을 투자한다고 한다. 하지만 음식이나 토양이라면 먹어 없어지거나 생화학적으로 해소된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술’은 다른 음식보다도 훨씬 더 많은 가능성을 품고 있을 것이다.

 

雨 (비)
by 黒ケイ
양의 아주 아주 주관적인 감상
본격적 여름이 시작됐다. 가만히 앉아있으면 찝찝한 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진짜 말 그대로 꿉꿉한 이불로 몸을 두른 기분. 근래에는 그나마 밤은 선선하니 아직 견딜만 하다 생각했는데, 어림도 없지. 이젠 밤에 묘한 열기와 습기에 에어컨을 아니 틀 수 없다. 비라도 와야 기분이 좋아질 것 같다. 아 물론 나는 비오면 밖에 안 나가는 타입이다.

그나마 이 애매모호한 날씨를 시원하게 해줄 곡을 가져왔다. 산뜻하고 통통 튀는 곡 분위기에 조금은 여름 기운이 가신다. 최근에 추천한 곡들이 대부분 신스사운드가 지배적이었다면,  이번 곡은 어쿠스틱 피아노 사운드가 메인으로 자리 잡아 좀 더 클래식한 느낌이 든다. 기타와 베이스 그리고 드럼과 퍼커션이  얌전하게 놀아주니 전체적으로 차분한 느낌.

매력적인 보컬의 음색이 곡을 매력적이게 하고, 간주에 나오는 신스사운드의 즉흥연주부분이 꽤나 큰 포인트를 준다.    
  

양의 아주 아주 짧은 인스턴트 지식
이시구로 케이는 고교 시절 밴드 활동을 한 것을 계기로 음악에 뛰어들었다.  74 년 포크송 대회에서 결승 진출을 계기로 데뷔하게 된다. 유명 재즈 뮤지션들과 협연한 앨범이 많아서 일본에서 대중적인 JAZZ 음악에 앞장서 활동한 아티스트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특히 80년 ‘victor 레코드’에서 발매한  [애드립]과 속편 격인 [언더톤] 은 대중적인 JAZZ음악의 앨범으로 평가도 높다. 

이번에 소개한 <雨>가 수록된 앨범 [요코하마 랙타임]의 <랙타임>도 JAZZ의 전신이라고 알려진 피아노 연주의 한 장르다. 랙(rag)은 엉망이라는 뜻이고, 타임(time)은 악보에서 한 마디를 뜻한다. 다시 말해 엉망진창의 한 마디. 제 멋대로 음을 당기고 밀고 복잡하게 연주하는 것을 뜻한다. 이시구로 케이는 이렇게 JAZZ와 많이 맞닿아 있는 대중가수였다. 

CM 송과 드라마 · 영화의 OST작업도 활발했고, 배우로 활동하기도 하는 등 당시 연예인으로 넓게 활동했다. 89 년에 돌연 은퇴를 하고는 활동이 없다가 2000년대 초반에 라이브앨범과 신보를 몇장 냈으나 이마저 아쉽게도 그만두었다.


season & work

 

Curve
감독 Tim Egan
출연 Laura Jane Turner
개봉 2016
러닝타임 10
스트리밍 서비스 Vimeo
에이비의 감상 노트
한동안 우울증을 앓았다. 눈 뜨고 일어나 화장실 가는 것조차 힘들었다. 하루에 수십 번 심호흡을 하기도 했다. <햇님달님> 동화처럼 하늘에서 내려온 동아줄을 잡고 있는데, 지쳐서 그 줄을 놓아버리고 동아줄 밑 구덩이에 빨려 들어가고 싶은 충동. 그 충동에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었다.

단편영화 <Curve>는 그 느낌을 너무나 잘 표현해서 찝찝할 정도이다. 제목에 충실하게 주인공은 기괴한 커브 모양의 절벽에서 깨어난다. 아슬아슬한 곡면 끝에 누워있는 여자. 왼쪽 다리는 불편하게 접혀 있고 오른손에는 큰 상처가 나있다. 너무나 위험한 상황. 잡을 것 하나 없고 미끄럽기까지 한 벼랑 끝에서 여자는 조심스럽게 일어나 보려고 하지만 쉽지가 않다. 심지어 기괴한 소리가 들리는데 카운트다운처럼 느껴진다. 보기만 해도 너무 불편하고 답답해서 영화를 보다가 중간에 꺼버릴지도 모른다. (이 영화가 단편영화인 것에 감사하다! 장편이었으면 PTSD 왔을 듯..)

영화는 미니멀하지만 끝을 알 수 없을 만큼 깊고, 어둡고, 거대하다. 그래서 불안하다. 장르가 호러로 분류 되어있지만, 두렵고 공포스럽기 보다 엄청난 무력감을 느끼고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누구나 가슴 속 깊은 곳에 꺼내고 싶지 않은 불안하고 두려운 기억 하나쯤은 품고 있을 텐데, 이 영화는 당신의 그 기억을, 그 순간을 상기시킨다이 영화를 보고 난 뒤, 여러분은 선택하면 된다. 사로잡힐 것인가, 나아갈 것인가.

에이비의 영화 포스트잇
<Curve>2016시체스영화제에서 굉장히 센세이션했다. 많은 사람들은 단편영화 <Cargo>, <Light on>가 그랬던 것처럼 장편화나 드라마화를 기대 했지만 아직까지 감독은 아무런 코멘트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감독이 우울증을 앓고 있는 친구의 이야기로부터 영감을 얻었기 때문에 작품 확장에 굉장히 민감할 것이다.

하루 중 가장 기분이 나은 때는 아침에 눈을 뜨고 난 짧은 몇 초 뿐이었어.
그 다음엔 슬픔이 몰려왔지. 현기증하고는 다른 기분이야.
내 발 밑에 지구가 입을 벌리고 날 기다리는 것 같았어.
하루 종일 추락하지 않으려고 발버둥 쳐야 하는 긴장의 연속이었어.”

친구의 이 말에 이 영화를 구상했다는 감독. 그래서 그런지 이 영화는 너무 생생한 두려움과 좌절이 뒤엉켜 있다아직까지 이 영화 뒤로 감독의 작품은 없지만, 앞으로 어떤 이야기를 만들지 기대 중이다.

에이비

 

카페, 커피그림
2/8회

6월 20일 - 상민

여름방학을 앞둔 상민에게 사촌 형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공주에서 작은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형은 방학 동안 그곳에서 알바를 하지 않겠냐고 물었다. 학교 앞 자취방 생활의 권태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상민은 형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하겠다고 대답했다. 

기말고사를 마친 다음 날 아침, 상민은 공주터미널에 도착했다. 버스 트렁크에서 자전거를 꺼내 올라탄 상민은 페달을 밟아 나갔다. 아직 장마가 시작되지 않아서인지 피부에 닿는 여름 아침의 공기가 시원하게 느껴졌다. 자전거는 금강을 건너 제민천으로 들어섰다. 천 주변에 눌러앉은 소박한 건물들 속에서 하나가 눈에 띄었다. 형이 보내준 사진 속 게스트하우스였다. 자전거를 세우고 상민은 형에게 전화했다. 몇 분 지나지 않아 게스트하우스에서 사촌 형이 나왔다.

형은 상민에게 방학 동안 할 일을 일러주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손님이 나간 방을 정리하는 일이었다. 정리에는 이불, 수건 빨래가 포함됐다. 가끔씩 저녁에 손님들의 간단한 요구사항에 대응하는 것도 상민의 일이었다. 보수도 나쁘지 않았고 객실도 많지 않았다. 형은 도와주시는 아주머니가 계시니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거라고 덧붙였다. 일 얘기를 마친 형이 상민에게 졸업까지 몇 학기가 남았냐고 물었다. 상민은 다음 학기가 마지막이라고 답했다. 일은 내일부터 시작이었다. 

그날 저녁, 형은 상민이 머물 방을 보여주었다. 흰색으로 칠해진 방에 1인용 침대가 있었다. 침대 위로 에어컨이 걸려있고 창문 앞에는 책상이 놓여 있었다, 현관에는 신발장과 옷장이 붙어있고 맞은편에 화장실이 있었다. 상민이 방을 구경하는 동안 형은 택배를 가져다주었다. 상민이 자취방에서 보낸 짐이었다. 형은 상민에게 푹 쉬라고 말하며 나갔다. 상민은 택배를 풀고 짐 정리를 시작했다.

상민은 책상 앞에 한참을 앉아 있다가 방을 나섰다. 낯선 거리에서 담배 한 개비를 피웠다. 다시 방으로 돌아온 상민은 침대에 누워 의미 없이 스마트폰을 봤다. 다음 학기가 마지막이라는 말. 상민은 자신이 뱉은 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상민은 자취방을 떠나도 부담감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2회 끝. 3회 계속)

최현승

+작가소개 : 작은 조약돌과 같은 글을 꿈꾸는 최현승입니다.
+글소개 : 29살 정민과 27살의 상민의 여름 날. 그리고 카페 ‘커피그림’의 이야기입니다.
 
 

[LIVE] season & interview
"일하는 사람은 무엇을 어떻게 먹을까"
season02 : 을지로 도심제조업(5명)
#05 오병진 (서울자원 대표)

일시  3월 4일(목),  19:30-21:00
가격  무료
문의  인스타그램DM or 양에게 연락
*010-7164-6749(양)
 
 
 
FEEDBACK : 이번 뉴스레터는
제철과일 season & 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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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중구 을지로 157 대림상가 5층 57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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