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IN북 뉴스레터

섹스하는 사이만 같이 살 수 있나요? 

  <외롭지 않을 권리>의 저자 황두영은 에필로그에 이렇게 썼습니다.

이 책을 쓰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었다. 
직장에 다니면서 좋은 책을 쓰는 저자도 있지만 내 깜냥으로 어려운 일이었다
기왕에 쓰는 거, 최선을 다해 몰두하고 싶었다그러니 꼭 한 권 사주십사 하고 읍소한다
개인적으로는 기대를 품고 썼다. 생활동반자법이 우리 사회가 가진 깊고 넓은 외로움의 중요한 대안이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리라 생각했다설득할 자신도 있었다. 이 책을 바탕으로 생활동반자 논의가 확장되어 더 아름다워질 나의 미래를 잠깐 꿈꾸었다.

꿈이 불안으로 바뀌는 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안부를 묻는 지인들에게 회사를 그만두고 생활동반자법에 대한 책을 쓰고 있다고 전하자
대부분 생활동반자법이 대체 뭐냐고 반문했다
국회에서 만난 입법 전문가, 나름 진보적인 시민사회 활동가들도 말이다
당황한 나는 마음에 맞는 성인끼리 동거하고 나라에 등록하면 사회복지 혜택을 받는 제도라고 대략 설명한다. 그러면 상대는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그런 책이 얼마나 팔리겠어?”라고 반응한다.
 
, 어떡하지? 회사 괜히 때려치웠나….

  원고를 넘기고 나서도 저자는 고민이 많았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기우였습니다.

  <외롭지 않을 권리> 출간을 앞두고 개설된 텀블벅 펀딩은 하루만에 목표 금액을 넘어섰습니다. 텀블벅 종료를 나흘 앞둔 3월 5일 현재 이 책의 펀딩 목표 초과 달성률은 1200%에 달합니다. 

  저자가 갈파한대로 우리사회의 외로움은 이미 끓어넘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책을 쓰기 전 다양한 1인 가구, 그러니까 ‘법 밖의 가족’ 당사자를 만났다. 

여든인 노인 커플은 자녀들이 장성한 이후에 만나 십수 년을 함께 살았지만 상속과 연관된 가족관계가 복잡해지는 것을 염려해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나와 자립한 커플도 1인 가구로서 복지혜택과 부부로서 복지혜택을 고민하면서 혼인신고를 해야 할지 고민만 하고 있었다.
 사회적 인정을 원하는 동성 커플은 궁극적으로 동성 결혼 합법화지만, 생활동반자법이라도 있으면 대출이나 주택 등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했다. 
데이트 비용을 줄이기 위해 자연스레 동거를 하게 된 생계형 커플, 친구를 돌봐주려고 왔다가 수년째 같이 사는 동성 노인도 있었다. 

‘누구와 사는가’ ‘누구와 살고 싶은가’를 둘러싼 사연은 매우 다양하고 
결코 혼인과 혈연만으로 묶일 수 없다.
 

외로움의 사회적 대안으로 생활동반자라는 관계가 왜 필요한지, 생활동반자법이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는지 담은 책.  

텀블벅 종료까지는 사흘 남았습니다.

  <시사IN> 기자들이 추천하는 새 책
“20세기는 대중의 시대였고, 21세기는 개인의 시대다.”

‘대중(大衆)’은 수많은 사람의 무리라는 뜻이다. 대중이라는 말은 복잡다단한 현대사회의 양식과는 조응하지 않는다. 

이 책은 시대의 중심이 대중에서 개인으로 옮아갔다고 언급하며 대중에 관한 새로운 논의를 펼친다. 대중이라는 개념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주장이다. 2008년 월가 시위부터 아랍의 봄, 서울 ‘촛불시위’, 그리고 2019년 런던과 베를린, 홍콩 등지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시위를 보며 포퓰리즘적 대중과 구분되는 ‘새로운 대중’의 출현이라고 분석한다. “그들은 파괴를 일삼는 대중과 분노하는 폭도가 아니라 항의하고, 열광하고, 즐기는 대중으로 등장한다.” 
흩어진 개인은 어떻게 대중이라는 권력이 되었는가. 철학자들의 이론을 바탕으로 변화된 대중의 정치적 의미를 평가한다.
 

“우리의 손발을 묶고 있는 것은 차이가 아니라 침묵입니다.”

미투 운동부터 탈코르셋 운동, 혜화역 시위, 낙태죄 폐지 등 2015년 이후 한국 사회 여성인권 의제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자극적인 요소가 부각되는 기사와 온라인상의 소모적인 논쟁으로 우리는 ‘더 나은 고민을 할 권리’와 자꾸 멀어지게 되었다. 

몇 년 사이 삶 안팎에 영향을 미치는 이슈가 쏟아졌는데, 제대로 된 공부가 필요하지 않을까. 이 책은 섹스·젠더·섹슈얼리티의 개념에서 시작해 학교의 성평등 교육, 청소년의 성적 자기결정권, 디지털 성폭력, 미디어가 여성을 재현하는 방식 등 한국 사회를 가로지르는 민감한 성평등 의제를 세밀하게 포착한다. 페미니즘을 처음 공부하는 청소년부터 교육 현장의 교사, 일상에서의 성평등을 고민하는 시민들에게 추천한다.


“입 밖으로 나온 말들, 맞이한 새벽들, 지냈던 도시들, 살았던 삶들 모두가 책의 페이지로 만들어져야 한다.”

2015년 6월 아흔의 나이로 제임스 설터가 숨졌을 때 부인 케이 엘드리지 설터는 어마어마한 양의 상자를 발견했다. 이미 출판된 최종 원고뿐 아니라 메모와 초고까지 꼼꼼히 모아둔 것이었다. 

그 가운데 ‘최고’라 생각된 글을 추렸다. 책에 실린 산문 35편마다 저자가 기억하고 기록한 사람, 장소, 시절이 촘촘히 빛난다. 그 안에는 어떻게 해서든 아름답게 살아가려는 삶이 계속되고 있다. 이야기가 있었기 때문에 가난해지지 않았던 마음이 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는 않았지만 ‘책 없이 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서는 미련이 읽힌다. “책도 책이지만 내가 쓴 것들, 반드시 출판할 필요는 없는 그 글들을 두고 갈 수 있을까?” 글은 그가 소유한 것 중 가장 가치가 있었다.


“버틸 것인가, 싸울 것인가.”

1년에 책 한 권씩 내는 게 목표라고 했다. 여행, 글쓰기, 영어. 이번엔 ‘싸움 노하우’라고 한다. 격투기라도 시작한 걸까. 궁금한 마음으로 펼쳤는데 시작부터 고(故) 이용마 기자의 이야기가 나온다. 그 싸움이 아니었다. 엄혹한 시기 “김장겸은 물러나라”를 외치던 그 싸움이다. 

1996년 공채 시험 면접에서 MBC 프로그램을 안 본다고 답했던 김민식 PD는 훗날 〈뉴논스톱〉과 〈내조의 여왕〉 등 히트작을 만든다. 잘나가던 스타 PD가 노조 부위원장을 맡은 후 좌천됐고 7년 동안 연출직을 놓아야 했다. 그 시절에 대한 이야기다. 

술술 읽히지만 마음이 쓰리다. 드라마국에 복귀했지만 높은 자리를 탐내다 괴물이 될까 봐 두려운 그는 그러지 않기 위해 책을 읽고 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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