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존엄한 죽음’ 뒷받침할 인프라 구축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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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월 존엄사법(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이후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유보하거나 중단한 환자가 2만 명을 넘어섰다. 올해 전체 사망인구의 10% 정도가 ‘존엄한 죽음’을 선택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모의 죽음을 불효로 보는 한국 사회에서 존엄사법은 시행까지 20년이 걸렸으나 점차 임종문화를 바꿔나가고 있다.

그럼에도 존엄사법이 가야 할 길은 멀다. 연명의료를 중단한 2만 명 중 건강한 상태에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환자는 0.7%에 불과했다. 병이 중해진 다음에야 연명의료계획서를 작성하거나(33%) 의사를 표현하기 어려워 가족 합의로 연명의료를 중단한 경우(66.3%)가 대부분이었다.

어렵게 연명의료 중단을 선택했더라도 품위 있는 죽음을 뒷받침할 인프라가 부족하다. 지난해 호스피스 병상은 전국 81개 기관 1321개로 연명의료 중단을 선택한 2만 명조차 수용할 수 없다. 환자가 삶을 마무리하는 과정을 도울 인프라가 없다면 연명의료 중단을 곧 존엄한 죽음이라 부를 수는 없다. 정부는 의료기관에 인센티브를 제공해서라도 호스피스 및 완화의료센터의 확충을 서둘러야 한다.

연명의료 중단을 승인하는 의료기관 윤리위원회 설치도 더디다. 병원 규모가 작아질수록 인력·비용 문제로 윤리위 설치를 외면했는데 말기 환자들이 주로 찾는 요양병원은 1.4%만 설치됐다. 연명의료를 중단하고 싶어도 할 수 없어 환자가 생전에 작성한 사전의향서가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단 얘기다. 100세 시대를 맞아 정부가 복잡한 연명의료 중단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관련 인프라도 늘려 ‘웰다잉’ 문화를 확산시켜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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