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가 사라진 시대, 대화를 시도하는 실험
지금을 읽고 싶은 사람들의 미디어 이야기, 어거스트
안녕하세요! 오늘의 에디터 식스틴입니다.

막장 드라마의 묘미는 상상 속에만 있던 장면을 실제 방송 전파로 내보낼 때에 있습니다. 입에 머금고 있던 오렌지 주스를 도로 뱉어내고, 김장 김치로 냅다 싸대기를 때리며, 복근에 빨래를 하기도 하죠. 심지어 개그 프로그램을 보던 아주머니는 웃다 죽어버립니다. 우리는 왜 이 말도 안 되는 것을 비웃으면서도 열광적으로 좋아할까요?


어처구니없는 장면을 실현시켜버리는 감독과 작가 그리고 그걸 해내버리는 배우의 무모함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걸 정말 방송에 내보낸다고?"라고 놀라면서도 "그래. 막장 드라마니까"라고 치부하며 생각을 정리합니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진정 드라마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막장의 무모함과 무한한 상상력에 감탄했던 것은 아닐까요? 

👋  오늘의 에디터 : 식스틴
꾸준할 수 있는 인간이 되길 바랍니다.
오늘의 이야기
1. 인터뷰어가 표지를 장식한 매거진
2. 비즈니스맨보다는 크래프트맨
3. 아이브매거진, 돈은 어떻게 버는거죠?
4. 창간호와 요조
5. 개인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 인터뷰어가 표지를 장식한 매거진

아이브매거진 작년 창간호를 발간한 신생 인터뷰 잡지입니다. 디지털 퍼스트를 외치는 시대에 페이퍼 잡지를 창간했다는 사실에 놀랐고, 인터뷰 전문 잡지라는 사실에 의아함이 생겼습니다. 

 

장 루슈 감독이 연출한 <어느 여름의 이야기>에서 감독은 파리의 시민들에게 '당신은 행복하십니까?'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이를 통해 감독, 화면 속 시민들 그리고 관객들은 행복이라는 단어를 추적하죠. <어느 여름의 이야기>는 대표적인 시네마 베리떼 다큐멘터리 작품입니다.


1930년대 젊은 예술가들 사이에서 탄생한 시네마 베리떼라는 용어는 감독의 개입 없이 현장을 기록하는 다이렉트 시네마와는 반대로 감독의 개입을 통해 상호작용을 만들어내는 다큐멘터리입니다. 카메라 앞에 서는 인터뷰이들 혹은 감독 스스로가 질문의 대상 혹은 문제를 풀어야 하는 주인공이 되기도 하죠. 시네마 베리떼든 다이렉트 시네마이든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 사실을 바탕으로 진실을 추적하고 발굴하는 노력을 합니다. 그것이 다큐멘터리니까요.

© 아이브매거진

아이브매거진은 인터뷰를 통해 진실을 찾고자 합니다. 인터뷰어 ‘요조가 표지를 장식한 창간호에서 요조는 총 세 사람을 만나 긴 대화를 나눕니다. 아이브매거진은 요조와 함께 '개인의 시대'라는 물음의 답을 찾고자, 그 진실에 조금은 가닿고자 노력합니다. 창간호 이전 발간된 창간준비호에서는 윤여준 장관이 표지를 장식했죠. 

 

"'개인의 시대'에 '여성'과 'XYZ세대'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면밀히 탐구해 보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우리와 동일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개인'과 '여성' 그리고 'XYZ 세대'의 교집합에 해당하는 인물을 찾았고 다행스럽게도 그와 함께 이번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브매거진 창간호에 대한 송주환 편집장의 설명입니다. 개인의 공간, 개인의 취향, 개인의 행복까지 개인이라는 단어는 사회적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로 잡았습니다. 각자의 영역을 존중하고 이해하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것이죠.


하지만 개인의 시대라니? 시대란 다수의 대중들이 함께 인지하고 의식하는 한 시기를 두고 이야기하는데, 개인과 시대라니 굉장히 역설적이게 들립니다. 더군다나 여성과 XYZ세대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탐구를 한다니요. 오히려 그는 지금 이 시대에서 개인들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탐구하고자 하는 것 같습니다. 시대에서 개인, 그가 인트로에서 밝히듯 '개인의 시대'는 '시대의 개인'들의 다양한 노력들이 축적의 시간을 거쳐 별안간 찾아오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아이브매거진 창간호의 공동 편집장 송주환은 현대카드, 네이버를 거친 후 브랜드 컨설팅 회사를 운영하다 별안간 아이브매거진을 창간했습니다. 2021년 12 18일 아이브매거진 북콘서트가 끝난 뒤 그를 만나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 아이브매거진
🪡 비즈니스맨보다는 크래프트맨

식스틴 : 저는 지금까지 6년 정도 사람 만나서 인터뷰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일을 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지금 우리는 대화라는 것이 삭제된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대화보다는 호명하거나, 주장하거나, 자랑을 하죠. 그런 세상에서 인터뷰를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은 굉장히 감사한 일인데요. 이런 생각이 정리될 때쯤 아이브매거진을 발견했어요. 윤여준 장관이 표지를 장식했고요.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거 만든 사람들 쉽지 않았겠다'였어요.

 

송주환 : 저희가 당시 무슨 생각을 했냐면 준비호라는 건, 우리가 앞으로 창간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가늠해야 하는 일종의 테스트잖아요. 그래서 제일 어려운 주제로 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식스틴 : 섭외는 어떻게 했나 싶었어요.

 

송주환 : 2011년도에 TEDxSeoul이라는 이벤트에 운영진으로 활동을 했었어요. 여준 선생님은 그때 제가 섭외한 연사 중에 한 명이었어요. 섭외 뿐만 아니라 발표 내용과 장표 제작까지 모두 제가 직접 진행을 했어요. 그걸 계기로 인연이 시작됐습니다. 당시 제가 현대카드를 다녔었는데 낮에 시간이 내기 어려우니깐 윤선생님이 회의를 하러 현대카드로 직접 와주시곤 하셨어요. 로비에 있는 1층 카페에서 만나 회의를 했었는데 그때 제가 상당히 많은 감화를 받았어요. 우리가 보통 유명인을 알고 싶을 때는 그 사람이 쓴 책을 보잖아요. 근데 실제로 만나고 보면 그 책보다는 못한 경우가 많아요. 왜냐하면 책에는 꾸밈이 들어가잖아요. 어떻게 보면 그 사람에 대해 표현할 수 있는 최상치가 바로 책이 될 수 있는 것이거든요.

© 아이브매거진

식스틴 : 저도 그런 것을 포착할 때면 놀랄 때가 있습니다. 엄청난 스타일링의 기술이라고나 해야 할까요. 그 자체로 대단한 능력이지만 기대를 가지고 만났을 때 실망하는 경우가 종종 있죠.

 

송주환 : 그런데 반대로 책이 그 사람을 다 못 담아내는 경우도 있어요. 만났는데 내가 읽은 속에 그보다 좋은 사람인 경우가 있거든요. 정말 진국인 사람인거죠. 그리고 그 경험은 정말 매력적인 것입니다. 그런 사람과 같이 일을 하게 되면 정말 얻는게 너무 많아요. 100권을 읽는 것보다 더 소중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저는 이 경험에 좀 빠져들게 된 것 같아요. 사실 제 전공이나 커리어는 전부 브랜딩, 디자인, 커뮤니케이션 이쪽이거든요. 그런데 괜찮은 사람들의 생각이나 이야기를 일반인들에게 전달하는게 정말 매력 있는 일이구나 하는 생각을 TEDxSeoul를 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지금 제가 하는 일은 2011년에 이미 정해졌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요새 가끔 합니다.

 

식스틴 : 어떻게 보면 지금은 영상의 시대라고들 하잖아요. 그런데 잡지를 창간하셨어요.

 

송주환 : 사실 되게 어려운 부분인데요. 지금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도전이 많아요. 제가 어디 가서 아이브매거진을 이야기하면 요즘 같은 세상에 왜 잡지를 내셨어요. 단행본이나 영상만 만들어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시면 될 것 같은데…”같은 이야기를 꼭 들어요.


저는 브랜딩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컨셉이나 포맷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물성으로 표현될 수 있어야 더 의미가 커지고 영속적인 것이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아이브매거진이 실물 잡지로 나오게 된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일인 것이죠. 어떻게 보면 저 역시 영국의모노클같은 매거진의 영향력 아래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죠.   

 

잡지라는 것은 독자가 있고 광고주가 있고 그리고 열성적으로 좋아하는 팬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잖아요. 그 모습 자체를 우리의 미래로 원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누군가는 이런 접근을 체계적으로 해서 이 분야를 발전시켜야 한다는 일말의 사명감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지금의 컨텐츠 비즈니스는 소비자들에게 선호의 대상보다는 소비의 대상에 가까운 것 같거든요. 점점 인스턴트화 되고 있다는 생각도 많이 하고 우리는 조금 다르게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관점에서 잡지를 선택한 것이고요. 아이브매거진은 비즈니스맨보다는 크래프트맨의 마음으로 일을 하는 분들에게 좀 더 관심이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 역시 그런 구성원들로 이뤄진 회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평소에도 많이 합니다.

© 아이브매거진
🤔 아이브매거진, 돈은 어떻게 버는거죠?

식스틴 : 사실 아이브매거진 등장했을 때, 이들의 정체가 뭘까 싶었어요. 

 

송주환 : 지금 아직 과정 중인데요. 그 과정을 거치면서 멤버들이 계속 늘어났죠. 처음 인터뷰어 중심 매거진을 생각한 것은 2016가을 정도였던 것 같아요. 전까지는 꿈은 계속 꾸었지만 용기가 없어 브랜드 컨설팅 사업만 했었거든요.


그런데 브랜드 컨설팅을 진행하다보면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는 디자이너나 포그래퍼들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되잖아요. 그들 중에 제가 눈여겨 본 분들께는 직접 내가 지금까지 이런 생각을 쭉 해왔고 앞으로 이런 미디어를 만들고 싶다라는 고백을 하면서 참여 설득을 했었어요. 그렇게 지금 아이브매거진의 멤버들이 탄생하게 된거죠.

 

식스틴 : 시작부터 매거진을 만든다는 걸 전제 하에 브랜드 컨설팅을 병행하신 건가요?

 

송주환 : 브랜드 컨설팅은 조금 진부한 표현이지만 우리에게는 돈을 벌어주는 캐시카우와 같아요. 나중에는 아이브매거진이 중심이 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죠. 사실 브랜드 컨설팅과 매거진 비즈니스는 많은 영역에서 연결됩니다. 인력 구성도 대동소이하고요. 그래서 이걸 같이 해보자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알고 보니 국내외에 이미 그런 사례들이 꽤 있더라구요. 모노클과 윈크리에이티브의 관계, JOH와 매거진B의 관계가 바로 그런 것이죠.   

 

저는 미디어 특히 잡지의 경우에는 기존의 시장 구조 안에서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생각을 합니다. 지금은 1차 고객인 독자보다 2차 고객인 광고주를 위한 미디어가 훨씬 많거든요. 실제 매출도 그렇고요. 이런 구조 속에서는 결국 모든 미디어가 나중에는 거의 서로 비슷해질 수 밖에 없다고 봅니다. 우리는 1차 고객인 독자아니면 그보다 앞선 제작 과정을 함께하는 사람들과의 협력 단계에서 좀 더 혁신적이고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IVE CORP.
📖 창간호와 요조

식스틴 : 창간 준비호와 창간호 사이에 공백이 있었잖아요. 

 

송주환 : 그렇죠. 창간 준비호랑 창간호 사이에 2년공백이 있었어요. 우선 저희가 창간 준비호를 만들면서 완전히 지쳤었구요. 그 사이에 대형 브랜드 컨설팅 건이 들어오면서 그것 때문에 정신이 좀 없었습니다.


사실 창간 준비호 이후 진짜 고민은 앞으로 우리가 이것을 영속적으로 키워나갈 수 을까 하는 것이었어요. 제가 윤여준 선생님을 정말로 좋아하거든요. 존경도 하지만 이것은 좋아하는 마음이라고 표현하고 싶어요. 창간 준비호 후 저희의 가장 큰 걱정은 윤여준 같은 인터뷰어가 과연 한국에 얼마나 있을까 하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이번 창간호 인터뷰어로 요조를 섭외하고 나서는 그 걱정이 사라졌어요. 아이브매거진 창간호가 나올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인터뷰어이자 공동편집장인 요조의 역할이 정말로 컸습니다. 우리에게 새로운 동력이 된거죠. 실제로 제가 요조에게 책이 나온 후에 우리가 이 매거진을 낼 수 있었던 것은 오롯이 당신 덕분인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 적도 있습니다.


식스틴 : 요조 님과의 시작도 궁금하네요.

 

송주환 : 우선 메일로 내용을 보냈고요. 아직 섭외가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요조가 우리 미디어에 대해서 좀 궁금해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제가 만나자고 전화를 했었고 함께 만나서 한 3, 4시간 정도를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일에 대한 설명을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길게 할 생각이 아니었는데 끝나고 나니 시간이 그렇게 됐더라고요. 우리는 개인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아이브매거진이라는 인터뷰어 중심 인터뷰매거진을 만들고 있다. 우리는 당신이 우리가 정의하는 바람직한 개인의 원형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당신이 우리 창간호에 인터뷰어이자 공동편집장이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이런 메세지를 요조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식스틴 : 이렇게 들으니 요조 님을 설득한 과정도 궁금해지네요.

 

송주환 : 처음에 요조는 아이브매거진의 컨셉이나 디자인이 너무 강해서 자신이 창작자로 참여할 영역이 별로 없지 않을까 하는 고민을 했었어요. 그래서 제가 명확하게  인터뷰어이지만 동시에 공동편집장이기때문에 대부분의 의사 결정을 함께 논의하고 함께 진행할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이미 그 당시에는 제가 요조에 대한 공부를 어느 정도 한 상태였기 때문에 몇가지 요조 입장에서의 사례를 들면서 기존 미디어들이 그냥 넘어갔던 요조의 능력이나 잠재력을 이번 프로젝트에서 최대한 보여주고 싶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우리 사회의 미디어들은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이미지를 특정인에게서 찾아서 가져다가 맥락이나 이해 없이 일회성으로 쓰고 마는 경우가 참 많잖아요. 희는 요조라는 사람 자체를 온전히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리고 것을 저희가 어느 정도까지 할 수 있는지도 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그런 의지를 요조에게 설명했던 것 같습니다

 

식스틴 : 그렇게 창간호에서 요조 님이 세 명의 인물을 인터뷰했어요. 왜 이 세 명인가를 묻기 이전에 왜 인터뷰였는지를 안 물을 수 없어요.

 

송주환 : 우선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국식 발표는 잘 못해도 둘 사이의 대화는 잘 하잖아요. 그래서 처음부터 저는 프리젠테이션보다는 컨버세이션에 포커스를 맞출 생각이었습니다. TED에 큰 영향을 받았지만 그렇다고 세..시 같은 것을 하고 싶지는 않았어요. 미국 사람들이 잘하는 방식이 아니라 우리는 우리의 것을 기준으로 빌드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인터뷰였던 것이죠.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 인터뷰는 가장 쉽게 진행할 수 있는 도구 정도로 여겨진단 말이죠. 그냥 누구나 할 수 있을 것 같은만나서 얘기하고 편집해서 바로 내보낼 수 있는돈도 많이 안 들고요. 그래서 인터뷰는 누구나 하지만 제대로 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그런 의사 소통의 도구가 되어버렸어요.  

 

'인터뷰라는 포맷이 이렇게 매력적인데 왜 좋은 인터뷰 많이 없을까?' 하는 생각을 평소에 많이 했었는데 제 결론은 좋은 인터뷰어가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좋은 대답은 좋은 질문에서 시작하는 것이고 좋은 질문은 상대에 대한 호감과 이해 그리고 공부를 통해 만들어지는 것인데 아직까지는 인터뷰라는 포맷이 이렇게 고도화되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 아이브매거진
👣 개인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

식스틴 : 김민희, 김소연, 최은영. 이 세 분을 인터뷰하기로 한 이유가 있을까요?

 

송주환 : 우선 첫번째 인터뷰이인 인터뷰 전문 잡지인 톱클래스의 김민희 편집장의 경우 얼마 전 요조의 인터뷰를 진행한 인터뷰어였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600명이 넘는 인터뷰를 진행한 베테랑인 그에게 요조가 거꾸로 인터뷰를 요청하게 된 것입니다. 우선 인터뷰라는 장르에 대한 이야기와 그동안 인터뷰를 진행한 다양한 개개인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김민희 편집장의 관심 사항은 세대 문제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싶었습니다.   

 

두번째 인터뷰이인 김소연 대표는 뉴닉을 운영하는 벤처 스타트업 기업가입니다. 우리는 요조에게 인터뷰이 중 기업가를 꼭 한명 넣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냈고 요조는 고민없이 뉴닉의 김소연 대표를 제일 먼저 추천했습니다. MZ세대를 대표하는 뉴스레터 서비스인 뉴닉의 이야기와 함께 그들이 생각하는 개인의 시대 그리고 기업가의 역할 마지막으로 세대갈등과 젠더갈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었습니다. 특히 김소연 대표 스타트업을 대표하는 기업가로의 특권과 책임감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인터뷰에서 했었는데 공적 개인에 대한 신념을 엿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세번째 인터뷰이인 소설가 최은영 씨는 내게 무해한 사람’, ‘쇼코의 미소’, ‘밝은 밤등의 소설을 쓴 대한민국 여성주의를 대표하는 작가입니다. 우리는 요조의 아이덴티티를 창작자로 정의했고 창작이야말로 개인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것을 주제로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었습니다. 두사람 모두 여성주의, 동물권, 환경 문제 등에 대한 공통 관심사를 가지고 있었고 창작이라는 작업을 대하는 태도가 비슷했기 때문에 좋은 인터뷰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었습니다.

식스틴 : 개인의 시대라는 주제로 긴 대화를 주고받았을 것 같아요. 지향하고자 하는 가치라던지 독자에게 더 전달하고 싶은 부분도 있었을 텐데요.

 

송주환 : 요조가 인터뷰어로 참여를 결정한 후 얼마 뒤 제가 주제 설명을 위해 요조와 아이브매거진 멤버들 앞에서 개인의 시대를 타이틀로 간단한 발표를 한 일이 있었습니다. 프로젝트 시작 전에 주제에 대한 공감대를 함께 가지기 위해서 했던 미팅이었는데 거기에서 개인의 시대에 필요한 세가지 키워드를 창조, 성찰, 협력으로 규정했었거든요. 그리고 그 내용은 매거진 앞부분 리포트에 들어가 있습니다.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것을 만드는 창조와 자기 객관화를 기반으로 한 성찰그리고 수평적 관계를 전제로 하는 협력개인의 시대를 관통하는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그 공감대 안에서 전체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식스틴 : 그런데 이 모든 게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불안하기도 할 것 같고요.

 

송주환 : 불안감이 있지요. 모든 사업이 그렇지만 잘된다는 보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저희들처럼 새로운 문법을 만들겠다고 호기롭게 이야기하는 사람일수록 일이 잘 안 풀릴 때에는 그런 불안감이 증폭되는 경향이 있거든요. 자다가 막 악몽을 꾸기도 하고요. 근데 이제 그거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저는 이것도 하나의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결국 과정이 진보를 만든다고 믿거든요. 그래서 윤여준 선생님이나 요조 같은 사람에게 우리의 꿈을 자꾸 투영시키는 것 같아요. 그들 역시 다 과정주의자이고 끊임없는 작은 실패들을 통해 결과적인 성공을 이룬 사람들이거든요. 그런 부분들이 저를 매료시켰던 것 같고 그래서 제가 인터뷰 제안을 했던 것 같습니다.

 

제가 회사를 다닐 때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회사에서 딱 일어나면 직원들이 보이고 제 상사들도 보이잖아요. 이제 여기서 계속 일하면 저 쪽으로 가겠. 저들의 문화 안으로 들어가겠지.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거든요. 근데 그때는 혈기 왕성한 시기니까 정말 그렇게 되고 싶지 않더라고요.

 

그때가 저에게는 결정의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내가 저기를 가서 불만을 좀 가지더라도 안정적으로 살 것인가 아니면 좀 불안하더라도 생긴 대로 살 것인가 하는 결정의 순간이요. 그때 제가 선택의 기준으로 잡았던 것은 어느 쪽으로 가야 나의 실력이 증진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었어요. 회사를 다니면서 어느 순간부터는 하던대로만 하게 되서 실력이 잘 늘지 않는다 라는 고민을 정말 진지하게 하고 있었거든요. 그리고 선택을 한거죠. 생긴 대로 살면서 실력으로 성공한다면 정말 행복한 것이고 그것 때문에 잘 안된다면 그것도 어쩔 수 없는 나의 인생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죠. 그냥 그렇게 생각하면서 불안감과 친해지려고 하고 있습니다.

 

식스틴 : 자기 인생에 대한 책임감 같은 거군요.

 

송주환 : 그렇죠.

© 아이브매거진

뉴닉의 김소연 대표는 요조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렇게 돈벌이와 자아실현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상황인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되겠어요. 그러니까 그것이 얼마나 행운인지를 저는 자꾸 생각하게 되는거죠"라며 "저는 행운을 누리는 많은 사람들이 조금 더 공동체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그런 의미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고 싶다고 말하고 있고요"라고 덧붙입니다.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대화입니다.


인터뷰가 진행된 당일에는 아이브매거진 북콘서트가 한창이었습니다. 커다란 창문을 배경으로 진행자 요조, 뉴닉의 김소연 대표, 톱클래스의 김민희 편집장이 나란히 앉아있었습니다. 엄지 손가락 만한 눈이 그림 같이 내리는 날이었습니다. 몇 곡의 노래가 공간에 울려 퍼졌고, 인터뷰에 대한 소외를 서로 꺼내놓았죠. 서로에 대한 따스한 존경이 오고 간 자리였습니다. 북콘서트 초대해주고 인터뷰에 응해준 송주환 편집장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오늘의 레터를 정리합니다.

 💭  오늘의 콘텐츠 추천

요조 | Studiolive. 이페메라'

에디터 <식스틴>의 코멘트
요조는 북콘서트 자리에서 몇 곡의 노래를 들려주었습니다. 그 중 기억에 남는 곡을 여러분과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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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ed by  Zoe • 한새벽 • 구현모 • 후니 • 찬비 • Friday • 구운김 • SIX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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