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빅테크의 위기대처 2.명품 전시회 탐방기
 2023.01.25 23-004호   |   웹에서 보기   |   지난호 보기  

  01 애플의 고용안정, 우연은 단 한 줄도 없었어
  02 명품 브랜드가 무료로 전시회를 여는 이유
  03 뉴스 TOP5 - '뉴진스의 성공 요인: 공식 깨기'

   

애플의 고용안정, 우연은 단 한 줄도 없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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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중 유일합니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들려오는 소식들이 심상치 않습니다. 직원 복지 및 혜택 축소, 채용 동결은 기본이고요. 심지어 이른바 빅테크 기업들이 연이어 정리해고 소식을 발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이러한 '감원 열풍'에 동참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애플은 빅테크 기업 중 유일하게, 그 어떤 감원 방침도 발표하지 않은 채, 독야청청하고 있어 오히려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나 애플의 마지막 구조조정이 바로 그 스티브 잡스가 복귀한 직후 진행했던 1997년의 일이라 하니, 더욱 놀라울 따름입니다.

얼마 전 월스트리트 저널에선 이렇듯 유별난 애플의 고용안정 비결을 3가지로 정리하기도 했는데요. 다른 경쟁 테크 기업들에 비해 팬데믹 기간 동안 보수적으로 채용을 진행하였고, 수익화가 어려운 사업에 과도한 투자를 집행하지 않았으며, 흔히 공짜 점심으로 칭해지는 실리콘밸리 특유의 복지 경쟁에서도 한발 비켜나 있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러한 보수적인 운영 기조에 더해, 애플이 영위하는 사업 구조의 특성도 경기 침체를 견디기에 더 유리한 측면이 있었는데요. 일단 광고가 아닌 제품 판매가 주력이라는 점에서 직접적인 타격이 덜했고, 생산 인프라는 대부분 아웃소싱한 데다가, 애플 스토어를 직접 운영 중이긴 하나 전체 사업 규모 대비 수가 적어서 큰 부담이 아니었습니다.
 
빨라야 살아남습니다

이처럼 애플은 특유의 안정적이고 보수적인 경영 기조와 비즈니스 구조 덕분에 위기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었는데요. 하지만 모든 기업이 애플이 될 수는 없습니다. 특히 성장하는 기업이라면, 때론 다소 불안정하더라도 과감하게 판돈을 걸어야 하는 순간을 맞이할 때가 많습니다. 더욱이 아예 산업군 자체가 아예 경기를 심하게 타는 경우도 있고요. 그렇다면 이러한 기업들은 어떻게 해야 위기를 이겨낼 수 있을까요?

최근 미국뿐 아니라, 국내 테크 기업들도 많이들 부침을 겪고 있습니다. 커머스 부문만 하더라도, 작년 오늘회의 갑작스러운 운영 중단에 이어, 올해 초 전해진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보고 플레이의 파산 위기 소식까지 많은 기업들이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작은 업체들뿐 아니라, 컬리, 11번가 등은 이러한 엄혹한 분위기를 이겨내지 못해 상장 철회를 선언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분명 위기 속에서 오히려 기회를 만들고 있는 곳들도 존재합니다. 작년 비록 분기 기준이긴 하지만, 첫 흑자를 기록한 쿠팡이나, 어려운 상황 속에서 결국 상장을 해내고 손익 분기점마저 돌파한 쏘카가 대표적입니다.

이 둘의 공통점은 위기가 가시화되기 전부터 미리 준비했다는 겁니다. 즉 시장의 변화를 빨리 읽고, 빠르게 준비하면, 불안정한 사업 구조를 가졌더라도 경기 침체로 인한 위기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건데요. 우선 쏘카의 경우, 박재욱 대표의 22년 회고에 따르면 22년 3-4월부터 시장의 이상 신호를 감지하고 빠르게 사업계획을 큰 폭으로 수정했다고 합니다. 갑자기 성장 기조에서 수익 기조를 기업의 방향을 바꾼다는 것에 내부의 혼란이 당연히 뒤따랐지만, 이처럼 과감하게 방향을 튼 덕분에 쏘카는 어려움 속에서도 상장이라는 결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아직 연간 실적이 나오진 않았지만, 3분기 기준으로 영업이익이 7배나 성장하였고, 이를 바탕으로 연간 흑자까지 노리고 있기도 하고요.


근데 쿠팡은 쏘카보다도 더 빨랐습니다. 이미 재작년, 아니 그 이전부터 비용을 줄이고 경영을 효율화하기 위해 노력해 왔고요. 올해부턴 신사업 투자도 과감하게 줄이면서 더 적극적인 수익화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이를 잘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가, 쿠팡의 고용 인원수인데요. 혁신의숲이 제공한 데이터에 따르면, 끝을 모르고 올라가던 고용 인원은 작년 1월을 정점으로 오히려 서서히 줄기 시작합니다. 작년 12월부턴 배송 인력인 쿠친을 자회사로 이관하는 등 인력 운영 효율화에도 나서고 있고요. 물론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이 여러 잡음을 만들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쿠팡이 이러한 노력 끝에 손실을 줄이고, 결국 흑자까지 만들어낸 걸 간과할 순 없습니다. 이처럼 이들은 애플처럼 안정적인 비즈니스 구조는 가지지 못했지만, 남들보다 빠르게 대처한 덕분에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한 겁니다.

긴 호흡으로 바라봐야 합니다

결국 이처럼 경영진이 어떻게 의사결정을 내리는지에 따라, 같은 위기라도 기업이 체감하는 정도는 달라지게 됩니다. 애플은 처음부터 보수적으로 접근하였습니다. 그래서 다른 비교 기업 대비 성장 속도 자체는 느렸지만, 대신에 구조조정은 피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경영 전략이 항상 옳진 않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좋은 기회를 놓칠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쿠팡과 쏘카의 의사결정에도 분명 어느 정도는 내부 반발이 있었을 겁니다. 2022년 초까지만 해도 여전히 시장의 미래에 대해 많은 이들이 핑크빛 전망을 하고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결국 전략적인 일보 후퇴가, 위기가 왔을 때는 더 큰 격차를 벌릴 수 있는 기회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실제 쿠팡은 다른 이커머스 기업들이 주춤하는 동안에도 여전히 거래액을 늘려가고 있고요, 쏘카는 새로운 신사업 비전을 밝히며 다시 도약을 준비 중에 있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위기를 이겨내기 위한 대책들을 연일 발표 중입니다. 대부분은 채용을 비롯한 투자를 줄이고, 복지를 축소하는 등 비용을 무조건 줄이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혹시 성장기에 내렸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가 스스로 점검해봐야 하지 않을까요? 트렌드를 쫓아 무조건적인 비용 절감에 나서기보단 지킬 건 지키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명품 브랜드가 무료로 전시회를 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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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은 전시에 푹 빠졌습니다

혹시 성황리에 진행 중인, '사랑의 다리에서 마주하는 시간의 서사시'라는 이름의 전시를 보신 분이 계실까요? 이 전시회는 명품 주얼리 브랜드로 유명한, 반클리프 아펠에서 주최한 것으로 무려 DDP에서 열릴 정도로 상당한 규모였는데요. 직접 방문하여 관람하면서 평소 접하던 일반적인 전시들과는 상당한 차이를 가진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었습니다. 먼저 완전 무료로 입장 가능했지만, 사전 예약을 해야 볼 수 있을 정도로 관람 인원은 철저히 통제를 하고 있었고요. 동시에 전시 기간은 1월 8일부터 20일까지로, 통상 수개월 진행되는 다른 전시와 달리 약 3주 정도에 불과하였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러한 특징들은 그간 명품 브랜드들이 반복해 왔던 일종의 공식에 가까웠습니다. 브랜딩 차원에서 전시를 기획하였기에 당연히 무료로 오픈했지만요. 관람 인원은 제한하여 희소성이라는 가치를 더한 겁니다. 하지만 동시에 사진 촬영 등은 모두 자유롭게 오픈하여 바이럴을 통한 홍보 효과를 노렸고요.

그렇다면 왜 굳이 명품 브랜드는 플래그십 스토어 같은 매장이 아니라, 전시라는 형태를 택한 걸까요? 사실 최근 체험형 매장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리테일이 예술 전시의 아이디어를 빌려오는 건 매우 일상적인 일이 되었습니다. 아예 매장을 전시 공간처럼 꾸미는 사례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고요. 하지만 그렇다고 진짜 전시를 개최하는 건 또 다른 차원의 일입니다. 제대로 된 전시를 하나 만드는 데는 엄청난 투자가 필요한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클리프 아펠 이전부터 샤넬, 에르메스, 루이뷔통 등이 연이어 전시를 개최한 건, 그만한 이유가 다 있었기 때문입니다.

문턱은 낮추고, 의미는 더하고

물론 뭔가 특별한 감성과 경험을 더하는 건 특화 매장들도 충분히 그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근래 들어, 구찌 가옥, 디올 성수 등이 등장한 것이기도 하고요. 더욱이 어차피 관람 인원을 제한한다면 확장성 측면에선 차이가 없을지 모릅니다. 매장이나 전시나 일종의 오픈런을 해야 입장 가능한 건 매한가지거든요. 하지만 왜 해당 장소를 방문하느냐라는 목적성 측면에선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지게 됩니다. 전시는 조금 더 편하게 고객이 방문할 수 있게 만들 수 있으니까요.

더욱이 최근 명품 매장의 문턱은 매우 높아졌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정말 구매 의향이 있는 고객이 아니라면 방문할 엄두를 내기 힘들어졌습니다. 즉 명품 브랜드가 잠재 고객을 만나기가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거죠. 그래서 역으로 고객을 찾아 나선 노력의 결과물 중 하나가 전시회 개최였던 겁니다. 꼭 해당 브랜드 상품을 구매할 의사가 없더라도, 전시를 즐기기 위해 고객들은 방문합니다. 이렇게 명품 브랜드들은 새로운 고객을 만들 최고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한때 유행처럼 번져 나갔던 명품 브랜드의 메타버스 플랫폼 진출 역시 잠재 고객 확보를 위한 노력 중 하나였는데요. 전시는 메타버스 진출과 비교하여 비용은 더 들 수 있지만, 보다 더 깊은 유대감을 만드는 데 유리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출처 : 반클리프 아펠

특히 전시 경험을 통해 브랜드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장점입니다. 이번 반클리프 아펠 전시가 다른 일반적인 것들과 달랐던 점은 정말 배치된 직원 수가 많았다는 것과 이들이 전문 도슨트처럼 상세한 가이드를 해주었다는 부분이었는데요. 이들에게 개별 작품들이 가지는 의미와, 이를 만든 과정들을 상세히 듣다 보면, 자연스레 브랜드의 팬이 될 것만 같았습니다.

사실 명품 브랜드들이 지금의 위상을 가지게 된 건, 모두 그들이 가진 스토리 덕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이들의 정체성은 옅어지고 오직 가격표 만이 그들의 가치를 대변하고 있는데요. 특히나 패션에 대해 관심이 적은 일반적인 대중들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와 이야기에 대해 접할 기회가 적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전시를 통해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는 건, 브랜드에게 정말 소중한 기회가 아닐까요?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겁니다

그런데 이러한 전시를 활용하는 방법론은 단지 명품 브랜드에게만 해당되는 일은 아닙니다. 형태는 조금씩 다를지 몰라도, 일반적인 매장의 틀을 벗어난 접점에서 고객에게 무언가 가치를 전달하는 건 앞으로 모두에게 중요해질 일이기 때문입니다. 특히나 명품처럼 고가이면서 구매 주기가 긴 일종의 사치재들을 다루는 브랜드들이 이를 가장 먼저 실감하고 있을 거고요.

그리고 이를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곳 중 하나가, 시몬스가 아닐까 싶습니다. 시몬스는 침대 브랜드임에도 불구하고, 침대 없는 매장과 광고를 통해 유명해졌는데요. 이러한 마케팅 캠페인들은 결국 브랜딩을 통해 차별화된 인식을 만들어 내고 잠재 고객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선 명품 브랜드가 전시를 여는 것과 똑같은 접근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앞으로는 이러한 흐름이, 사치재를 넘어 필수재까지, 보다 대중을 타깃으로 하는 일상적인 브랜드들까지 확대되어 나갈 겁니다. 기술의 발달로 점차 기능적인 차별화는 어려워지고 있고요. 그렇다고 가격으로 승부하면, 극소수의 대기업들 만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이제 앞으론 마치 명품 브랜드가 전시라는 수단을 택했듯이, 어떻게 하면 더욱 브랜드 만의 가치를 전달하고 감성적인 유대감을 강화시킬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겁니다.

  
K팝 성공 공식이라는 것을 깨버리고 싶었다고요

산지 가격과 소비자가가 차이나는 원인은 무엇일까요?

과연 애플처럼 시스템의 기반 아래 성장할 수 있을까요?

빅데이터와 AI에 투자한 것이 비결이라 합니다

아쉽게도 실패 인정에 가까운 선택입니다

📣 알려드립니다!
       
      • 얼마 전에 택다이브라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을 하여, 2023 유통/패션 트렌드에 대해 더파크의 정우성님, 패션 칼럼니스트 박세진님과 함께 이야기 나눠 보았는데요.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번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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