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를 걷고 있었지요. 늙은 거지 한 명이 내 발길을 멈추게 했습니다.
눈물 어린 붉은 눈, 파리한 입술, 다 해진 누더기 옷, 더러운 상처… 아아, 가난이란 어쩌면 이다지도 잔인하게 이 불행한 사람을 갉아먹는 것일까요!
그는 벌겋게 부어오른 더러운 손을 나에게 내밀었습니다. 그는 신음하듯 중얼거리듯 동냥을 청했습니다.
나는 호주머니란 호주머니를 모조리 뒤져 보았습니다… 지갑도 없고 시계도 없고 손수건마저 없었습니다. 나는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이 외출을 했던 것입니다. ‘이 일을 어쩌나…’
그러나 거지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손은 힘없이 흔들리며 떨고 있었습니다. 당황한 나머지 어쩔 줄 몰라, 나는 힘없이 떨고 있는 거지의 손을 덥석 움켜잡았습니다.
“미안합니다, 형제, 내 급하게 나오느라 아무것도 가진 게 없구려."
거지는 붉게 충혈된 두 눈으로 물끄러미 나를 올려다보았습니다. 그의 파리한 두 입술에 가느다란 미소가 스쳐 가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기대로 나의 싸늘한 손가락을 꼭 잡아주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혼자 중얼거리듯 말했습니다.
“괜찮습니다, 선생님. 그것만으로도 고맙습니다. 그것도 역시 적선이니까요.”
나는 그때 깨달았습니다. 거꾸로 이 형제에게서 내가 적선을 받았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