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원 기자 #퀴어 #박경미

[주말에 뭐 읽지]  2020-10-30 #31

책, 책방, 사람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주말의 책꽂이

photo by pixabay

성서는 정말 동성애를 금했나  

박경미 지음/한티재 펴냄

전광훈 목사의 종교 정치세력에 동조하는 이들은 예상보다 적다. 그보다 훨씬 더 많은 개신교인은 예상보다 관념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다. 동성애 반대가 대표적이다. ‘성경에 적혀 있다’는 이유로 동성애를 옹호하는 듯한 교회 내 인물을 이단으로 몰기도 한다.

〈성서, 퀴어를 옹호하다〉는 ‘신실한 개신교인이기 때문에 동성애를 혐오하는 사람’이 보면 좋을 책이다. 성경을 바탕으로 사상을 정립한 이들에게는 “예수님은 사랑이다”라는 식의 말이 잘 통하지 않는다. 성서신학 박사인 저자는 성경에 정말 ‘동성애 금지 조항’이 적혀 있는지, 그게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를 파고든다. 동성애를 금하는 대표적 성경 구절은 레위기의 ‘성결법전’이다. 저자는 개신교 반동성애 진영이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바와 달리 이 구절은 ‘삽입 성교’의 경우에만 해당하며 여성 동성애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썼다. 학계에 축적된 연구를 바탕으로 그는 이 구절이 “공동체의 존속”을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썼다.

저자는 보수 교단에서 신봉하는 ‘축자영감설’을 경계해야 한다고 본다. 축자영감설은 성경의 일점일획이 하느님의 계시로 쓰여 바꿀 수 없다는 입장인데, 이 입장을 채택하면 필자의 가치관이나 기록된 때의 시대상을 이해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 점을 고려하지 않으면 “사실 성서를 가지고 무슨 소리든지 할 수 있게 된다”라고 저자는 썼다.

“동성애 금지는 무시간적이고 보편타당한 진리가 아니라, 성서 시대는 물론이고 오늘날에도 바뀌어야 하는 편견”이라는 게 이 책의 논지다. 개신교인이 아니라면 이를 입증하는 데에 350쪽 이상의 논거들이 필요한지 이해가 안 갈 수도 있다. 스스로 진보적이라고 여기지만 동성애 문제에서만은 타협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개신교인에게 이 정도 학구적 설득은 필요하다.

이상원 기자 

시사IN 기자들이 추천하는 책


인간의 내밀한 역사   
시어도어 젤딘 지음, 김태우 옮김, 
어크로스 펴냄  

“기독교는 세계사가 배출한, 가장 강력한 패권적 문화 체제다.” 

목차만 보면 역사가가 쓴 책이라고는 거의 생각하기 어렵다. ‘섹스보다 조리법이 더 발달한 이유’‘일부 사람들이 고독에 대해 면역력을 갖게 된 경위’와 ‘부모 자식 간에 서로에 대한 기대가 변해가는 이유’를 설명하는 역사책이다.
〈인간의 내밀한 역사〉는 27개국에 번역된 화제작이다. 한국어판은 15년 만에 재출간됐다. 저자인 시어도어 젤딘은 ‘현대의 발자크’로 불리는 영국의 역사가다. 생동하는 개인의 삶을 조명하고 고독, 공포, 호기심, 사랑 등 인간의 삶을 결정하는 감정의 역사를 쓴다. 현실에 적용할 수 있도록 인류의 경험을 요약해 들려준다. “역사가 대체 나랑 무슨 상관이지?”라는 질문에 독특하고 근사한 답을 내놓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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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지음, 김은령 옮김, 김영사 펴냄  

“덜 소비하고 더 많이 나누는 것은 우리 세대에게 던져진 가장 커다란 과제다.” 

이 책은 세상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다. 인류는 유례없이 풍족한 시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 50년간 곡류 생산량은 세 배 늘었고, 30년 전에 비해 해산물 생산량은 두 배가 됐다. 그런데 농지 면적은 불과 10% 늘어났을 뿐이고, 바다에서 잡은 물고기 양도 별 차이가 없다. 인위적인 비결이 있다. 농업에는 관개 능력 향상과 비료 사용량 증대, 유전자변형농산물(GMO) 기술이 투입됐다. 어업 혁명은 양식이 불러왔다. 연어 1㎏을 얻기 위해서 작은 물고기 15㎏을 갈아서 먹이로 쓰며, 마취제와 항생제, 기생충 퇴치제를 투여한다. 이런 변화는 미래 세대와 지구, 심지어 우리 자신의 몸에도 대가를 치르게 만든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나라하게 환경문제를 드러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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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이 정신질환을 앓고 있을 때  
리베카 울리스 지음, 강병철 옮김, 
서울의학서적 펴냄  

“환자와 가족들은 당연히 이렇게 존중받아야 한다.”  

이 책을 번역한 강병철씨도 의사다. 그러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소아과 전문의라 할지라도 막상 자신의 자녀가 정신장애를 앓기 시작하자 무력감에 빠진다. 안 가본 병원이 없고 안 해본 치료가 없지만 아이의 상태가 갈수록 악화될 때, ‘그때 가장 간절히 원했던 것은 양질의 정보였다’고 담담하게 적는다. 그때 어렵게 구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정신장애를 겪는 사람과 그 가족들을 함께 돌봐온 가족치료 전문가 리베카 울리스는 당사자도 자신의 변화에 공포를 느낀다는 사실을 제일 먼저 강조한다. ‘그들은 최소한 우리가 그들의 행동 때문에 공포를 느끼는 것만큼 스스로의 행동을 두려워한다.’ 
마지막 희망을 붙들고 이 책을 펼친 가족들은 이 한 문장으로도 마음이 편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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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틀리프 두트바일러   
구르트 리스 지음, 김용한 옮김, 
북바이북 펴냄 

“괴팍하리만치 강한 열정을 가진 그는 사회혁신가이자 사회적기업가이다.”  

2009년 1월, 스위스의 한 언론사가 ‘스위스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인물’을 묻는 여론조사를 했다. 1위는 아인슈타인. 3, 4, 5위도 알 만한 이름들이다. 로저 페더러, 페스탈로치, 앙리 뒤낭이었다. 2위는 고틀리프 두트바일러. 우리에게 생소한 이 인물은 스위스 소비자협동조합 ‘미그로’의 설립자다.
두트바일러는 트럭 다섯 대를 이용해 생필품을 판매했다. 유통마진을 줄여 저렴한 가격에 판매했고 사업은 대성공했다. 그런 그가 개인 소유였던 미그로를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기업을 사회에 기부한 셈이다. 대기업 등 기득권 세력과 싸우고 자신이 세운 기업을 소비자에게 기부하고 정당을 만들어 주 44시간 노동제를 관철하려 했던 ‘불꽃같은’ 사회혁신가의 삶이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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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독앤독
시사IN×동네책방 콜라보 프로젝트. '독'립언론과 '독'립서점이 만났습니다
  동네책×기클럽📚 

전국의 동네책방 18곳종로문화재단과 공동으로 랜선 읽기모임을 진행한다는군요. 혼자서는 결코 읽어내기 쉽지 않다는 바로 그 책 <열하일기>박수밀 교수와 12주 동안 줌으로 완독하는 북클럽이라는데요.

언택트 시대를 함께 살아내려는 
동네책방들의 야심찬 공동기획! 
11월1일이 신청 마감이라니 명단 확인 후 가까운 동네책방으로 신청하세요.
 
  동네책방×문학상💬

전주 동네책방 7곳이 '제1회 동네책방 문학상'을 시작한다네요. 주제도, 포스터도, 발상도 참 멋지지 않나요?

시, 소설, 수필, 사진에세이 4개 부문으로 나눠 12월10일까지 원고를 받는다니 동네책방을 사랑하는 독자들은 응모해 보시길요. 
전주에 살지 않아도 
응모 가능하다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한 분은 전주의 시사IN 친구책방인 잘 익는 언어들 문의하세요.
이번 주는 동네책방들이 연대해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두 개 잇달아 소개해 드립니다.
 
하나는 전국 동네책방 18곳이 함께 준비한 <열하일기 완독클럽>이고요, 다른 하나는 전북 전주 동네책방 7곳이 ‘국내 최초’로 만들어보았다는 <제1회 동네책방 문학상>입니다. 코로나19와 도서정가제 이중고로 휘청이는 와중에 이런 기획이 이뤄졌다는 게 안타깝기도 하고 감탄스럽기도 한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제1회 동네책방 문학상 주제입니다) 독자와 만나려 분투하는 책방지기들의 노력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내주시길요! 혹시나 싶어 미리 밝혀드리자면 뒷광고 기사는 전혀 아니랍니다😁 

💌<시사IN>이 전국의 동네책방🏡 35곳과 함께 진행중인 책 읽는 독앤독🐶(독립언론×독립서점) 콜라보 프로젝트 페이지를 클릭해보세요. 다양한 책과 책방 소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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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책을 소개해줘 저의 독서 영역이 넓어지네요."
지난주 독자들이 남겨주신 피드백에 매니저 기분도 업됐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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