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라니_가해자인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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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일의 경찰 대응, 그 전과 후에 관한 112개의 증언

#경찰이라니_가해자인줄



11월 2일의 경찰 대응, 그 전과 후에 관한 112개의 증언

<#경찰이라니_가해자인줄>을 내며

안타깝게도 가정폭력 가해자가 피해자를 좇는 일은 으레 일어나는 일이다. 2017년 11월 2일 저녁 8시 무렵, 한국여성의전화 부설 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쉼터)에도 가해자가 침입했다. 그러나 112와 지구대 신고 후, 소위‘전문적’이라고 하는 여성청소년 수사팀이 도착하면서 문제는 또 다른 국면을 맞게 되었다. 경찰들은 가해자를 격리하기는커녕, 활동가들이 피해자를 모두 피신시킬 때까지 세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가해자의 입장을 대변하고, 활동가들을 비난하는 일 말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한국여성의전화는 2017년 11월 10일“#경찰이라니_가해자 인줄”이라는 해시태그 캠페인을 시작했다. 삼일 만에 20만 건이 넘는 트윗 언급이 있었다. 대부분은 가정폭력, 성폭력, 데이트폭력, 스토킹 등의 범죄를 신고한 후 겪은 경찰의 잘못된 대응, 즉‘경찰에 의한 2차 피해’에 대한 증언이었다. 2016년 전국가정폭력실태조사에 의하면 가정폭력 발생 시 경찰에 도움을 요청한 비율은 1.7%이며, 같은 해 실시된 전국 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른 같은 항목의 비율 역시 1.9%에 그쳤다. 이 낮은 비율이 의미하는 바는 자명하다. 알다시피 경찰에 의한 2차 피해가 문제가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해시태그 캠페인 아카이빙은 공권력에 대한‘신뢰’를 회복하고자 하는 간절한 바람으로 기획되었다.


이 자료집에 실린 증언들은 2017년 11월 10일부터 13일까지 해시태그 캠페인에 참여한 글 중, 작성자와 연락이 닿아 게 재 허락을 받은 것들을 112라는 숫자에 맞춰 다시 추린 것이 다.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변화’를 선언하며‘종합대책’을 내 놓았던 경찰. 이제 더 이상 말뿐인‘변화’가 아닌, 피해자가 체감할 수 있는 온전한‘변화’가 경찰 내부에서부터 시작되 기를 바란다. 그 시작에 이 아카이빙 자료가 뼈아픈 자기 성 찰의 토대가 되길 바란다.

2017년 11월 30일 한국여성의전화



“#경찰이라니_가해자인줄”캠페인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11 월 2 일의 경찰 대응, 그 전과 후에 관한 112 개의 증언

#경찰이라니_가해자인줄



아빠는 경찰이다. 지역 내에서 굉장히 성실하고 일처리를 잘 하는 최우수 경찰관으로 성적이 좋은 사람이다. 그래서 25년 동안 엄마는 가정폭력을 신고를 해 본 적이 없다. 그 뒤가 더 시끄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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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건으로 경찰에 신고해 여성아동과인가 거기 왔다 갔다 했었다. 그 과에 대장 같은 50대 중후반 남자 경찰이 나보고 “교육을 하다 보면 때릴 수도 있는 거고. 저도 아이가 있어서 잘 알아요.” …네? 이렇게 때리셨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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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에게 주먹으로 얼굴과 배를 한 30분 정도를 계속 구타당하다가 얼굴이 기어코 피범벅이 되었을 때 경찰서로 겨우 도망쳐서 실제로 들은 말 “그러게 왜 아빠한테 반항했어. 나도 네 나이 때 맞고 자랐어.” 내가 피해자가 아니라 범죄자인 줄 알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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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에 술을 마신 아빠는 엄마에게 손찌검을 시도하며 위협을 가했고 방에서 떨고 있던 나와 엄마는 경찰서로 도망쳤지만 들은 말은 “아, 일단 아저씨가 취했으니 부르지는 말고 일단 집에 돌아가세요.”였다. 저 더러운 발언은 우리가 좀 낡고 오래된 아파트에 산다고 말한 뒤다. 그때 우리 집이 지금처럼 좋은 집이었다면, 지금처럼 잘 살았더라면 경찰의 태도가 어땠을지 싶다. 저 말이 과연 늦은 밤 10살 딸과 함께 남편을 피해 도망 온 여성에게 할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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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동안 익명으로 나를 쫓아다니며 몰래 사진 찍어 일베에 올리고 성폭행 협박과 살해 협박, 신상을 인터넷에 공개하는 등의 스토킹을 저지른 사람을 고소하러 갔는데, 조사 중에 실실대며 하는 말. “예뻐서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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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경에 대한 신뢰를 완전히 잃은 건 중학생 때, 부친이 엄마에게 폭력을 휘둘러 나는 112에 신고를 했고 상담원은 지구대에 출동 요청을 했으니 안심하라고 했다. 내 휴대전화로 지구대 남경에게 전화가 온 건 약 십 분 뒤. 나는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면서 울고 있었는데 전화를 해서 한다는 소리가 “거기가 어디죠~” 이미 상담원한테 주소 다 불렀지만 나는 다시 주소를 말해줬고 그 남경은 그 아파트가 어디 있는지 모르니 가는 길을 설명해달라 했다. 동네 지구대에서 우리 아파트는 도보로 5분 거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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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아래층에서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리고 쿵쿵 소리가 수도 없이 나기에 가정폭력 신고를 했다. 잠시 후 온 경찰 매우 귀찮다는 표정을 지으며 “저 사람 원래 자주 그러는 사람” 이라고 했다. "여자도 드세서 자꾸 대들어서”그런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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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집어던지고 쿵쾅거리는 소리, 여자 흐느끼는 소리에 경찰 신고했지만 소리가 난 그 집을 방문한 경찰은 “남의 집 가정사는 건드리는 게 아니” 란 말만 했다. 누가 죽어야만 경찰 일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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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 아빠라는 이름의 사람에게 맞고 그 사람이 칼을 빼든 극단적 상황이 와서 엄마가 경찰에 신고를 했다. 경찰은 일단 나 와 가해자를 분리시키고 대화를 나눴다. 근데 경찰이 하는 말 “아버지가 술 많이 드셔서 순간적으로 그런 거다. 그래도 아버지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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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쯤 카페 알바를 했을 당시, 가게로 하루 종일 전화를 해서 폭언을 퍼붓고, 가게 창고 안에 있던 내 소지품에도 손을 댄 남자가 있어서 경찰에 신고를 하러 갔을 때 들었던 말 “그 사람이 ○○씨 좋아해서 그런 거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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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진 전 남자친구가 쓸모없는 서류를 당장 달라며 밤 11시에 찾아왔다. 날이 밝으면 주겠다 안 열겠다 하니까 “문을 부수겠다.” “창문을 깨버리겠다.” 위협하며 문을 발로 찼다. 경찰을 부르니 “미련 남아서 일부러 그러는 거예요. 그냥 문 열고 주면 되잖아요. 이런 걸로 무슨 신고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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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무슨 성폭력이에요. 성추행도 안 되겠다.” 난 9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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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신고하러 커다란 경찰서 갔더니 경찰이 말도 안되는 난리를 떨어서 울면서 경찰이랑 싸운 적 있음. 말하는 거 들어보면 2차 성희롱. 수준하고는. 남자 경찰이랑은 역겨워서 대화 못하겠다고 여경 붙여달라고 했다. 이게 벌써 2년 넘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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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인 불명 심장병을 앓고 있는 엄마가 새벽까지 연락이 두절된 채로 집에 들어오지 않아 걱정이 되어서 경찰에 신고를 했다. 그런데 돌아오는 말이 “아 이런 일은 대개 불륜인데, 학생 어머니 우리가 막 찾았다가 불륜 현장이면 어쩔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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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자친구가 자꾸 담 넘어서 집을 들어 오길래 비번 바꿨는데 술 먹고 찾아와서 전화했길래 헤어지자고 했다. 다음 날 들어갔더니 문 앞에 놔둔 최소 16켤레 신발이 사라져서 경찰에 신고했더니 “남자친구가 가져간 거 같은데 좋게 이야기해서 끝내자”던 경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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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예전에 엄마한테 가정폭력 당했을 때 경찰이 “그래도 가족인데 가족이 제일이야.” 소리 듣고 뒷목 잡을 뻔했는데. 그것도 내가 경찰차 안에 숨어있고 밖에서 엄마가 소리란 소리를 다 지르면서 나 찾을 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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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친구가 20살 넘는 남자에게 억지로 끌려 가서 감금, 성폭력과 살해 협박 그리고 조건만남을 강요받다 버스로 40분 거리를 맨발로 도망쳐 집에 왔었다. 친구와 친구의 엄마를 데리고 경찰서에 가서 신고를 했다. 경찰은 이야기만 듣다가 친구와 그 남자가 사귀었단 얘기를 듣고 “이건 사랑 도피 아닌가?” 하더니 가출로 인한 친구 잘못이라고 했고 (친구는 가출을 한 게 아니라 남자에게 협박 받아서 끌려간 거다) 친구의 엄마가 화를 내니 “조사‘는’해보겠다.” 고 했다. 그런데 그 경찰과 그 남자의 아빠가 친한 사이였고, 친구만 혼자 불러놓고 그 남자와 그 남자 아빠와 같이 와서 “신고를 취소해라.” “일을 크게 만들지 말라.” 고 했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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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한테 맞고 가족들은 그냥 방관하는 상황에서 경찰에 신고했는데 두 명의 경찰이 왔었다. 가족들은 애가 예민해서 그렇다는 말도 안 되는 변명만 했고, 경찰은 나에게 와서 “너 보호조치해주냐” 고 물어서 그렇게 해달라고 했다. 얼마 있다가 같이 왔던 다른 경찰이 그 보호조치해주겠다는 뜻이 “네가 정신적으로 문제 있으니까 경찰 쪽에서 예의주시하겠다.” 이런 뜻이라고 알려줘서 그 말 듣고 정말 그냥 충격이고 상처였다. 그 뒤로 경찰 아예 안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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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남자가 발신번호표시제한으로 1년간 계속 전화와서 받으면“○○이지?”이러길래 “누구세요?”라 했더니 끊음. 반복. 경찰서에 가서 전화번호 알 수 있냐 했더니 “너에게 직접적인 위험을 가한 게 아니라 함부로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바쁘니까 그런 일로는 찾아오지 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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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나이 지나면 귀찮아진다고, 아빠가 혼내는 거 가지고 괜히 오버하는 거 아니냐고 하길래, 내가 맞고 멍든 거 보여줬더니 “이런 상처는 작아서 고소할 수 없는데 아파 죽을 것 같을 때 오지 그랬어.” 하더라. 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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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찰이라는 집단은 소수를 제외하고 폭력이나 범죄에 굉장히 불감하다고 느낀다. 처음 보는 남학생에게 도촬을 당한 친구 A는 “그러게 왜 옷을 그렇게 입고 다녀?” 라는 소리를 들었고,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당한 친구 B는 “(가해자가) 상태가 별로 안 좋아 보이던데, 그냥 합의하고 끝내 학생” 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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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아빠(라고 부르기도 싫다, 쓰레기)가 엄마 주먹으로 때리고 발로 차고 성폭행 하려 하다가 갑자기 식칼 들고 난리 쳤던 적이 있어서 신고했었음. “때릴 일을 했나.” “바람이라도 피웠나.” 경찰 두 명이 뒤에서 이렇게 소곤댔음. 진짜 경찰들도 결국은 남자라서 남자 편이구나를 느낌. 오히려 아빠를 신고한 나한테 너무한 거 아니냐고까지 했음. 그리고 어떻게 됐냐면 아빠한테 “다음에는 이러지 마세요.” 한 마디 띡 날리고 그냥 가버림. 진짜 죽여버리고 싶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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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살 때 아빠라는 인간한테 폭행당해서 목에서 피가 나고 엄마도 많이 다쳤다. 그때 내가 겨우 신고해 출동한 경찰 두 명은 현관 문밖에서 아빠와만 대화하며 “집안일이 그럴 수도 있다. 잘 처리해라.” 라는 말을 남기고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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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집에 혼자 있을 때, 누가 자꾸 문 열어보려 시도하고 복도 창 열어보려 해서 수상한 사람이 며칠 동안 근처에 있다고 신고했다. 그런데 경찰이 아직 피해 사실 없고 아파트 단지라 도둑도 아닌 거 같고 아줌만데 무슨 걱정이냐고 빈정거렸음. “그래도 한 번 와달라. ”하니까 와보고선 경찰이 엄마 얼굴을 보고는 “아주머니가 미인이라 누가 관심 가질 수도 있겠네요.” “그래도 사람도 많이 다니고 아파트라 괜찮을 거다. 다음부턴 경비 아저씨한테 말해서 순찰하게 하라” 는 말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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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커에게 시달려서 경찰서에 가서 좀 도와 달라고 했더니 “우편함에 들어있던 몰카 정도는 증거가 안되니까 큰 피해 없으니 그냥 내버려 두라”고, “널 좋아하는 남자애 장난 아니겠냐” 는 말 들었는데. 내가 왜 좋아하지도 않는 스토커 마음을 이해해야 하는지 하나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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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삼촌에게 뺨을 맞고 목을 졸렸다. 병원 가고 싶단 말에 바닥에 꿇려져서 발길질 당했다. 겨우 집을 나올 일이 생겨 경찰서에 들러 살려 달라 이야기했다. 경찰이 한 말 “그걸 왜 여기까지 끌고 와요. 가족끼리 해결해요, 아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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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범 신고했더니 파출소 경찰이 아빠랑 분리도 안 해놓고 피멍 든 내 앞에서 폭력 정당화하며 “본인이 아버지라면 자식이 이럴 때 어떻게 하겠어요?” 라고 함. 경찰서 여성청소년과 수사계장은 “아빠니까 이해하세요” 라고 함. 하나도 안 믿음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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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건으로 신고받아 온 경찰이 엄마 조금 다친 거 보더니 “겨우 이런 걸로 불렀냐” 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최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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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아비가 엄마를 때리고 목을 졸랐을 때 신고받고 온 경찰은 나에게 “남자의 자존심을 건드려서 일이 이렇게 된 거다.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조심하라” 고 말했다. 어이가 가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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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아빠한테 얼굴을 밟히는 걸 보고 경찰에 신고해버렸는데 아빠가 “가정사입니다 신경 끄십쇼” 하는 거 듣고 “아, 예” 하고 돌아간 거? 그 날 코뼈 부러지도록 맞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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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가정폭력으로 신고했더니 온 경찰관이 갑자기 자기 어머니와 자신도 과거에 아버지에 게 가정폭력을 겪었다며 “엄마가,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하시더라고요” 라는 말을 했었다. 그걸 가정폭력 못 견뎌 신고한 사람 앞에서 할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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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노트북, 책, 가방 다 던져서 머리에 처맞아 가지고 머리 터져서 피를 흘렸었다. 그런데 경찰이 하는 말 “네가 무슨 잘못을 했겠지. 부모들이 다 그래. 나도 내 아들한테 그런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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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집이 아이를 방치하고 가정폭력을 하는 것 같아서 신고를 했는데 경찰이 하는 말이 “요즘 애들은 하여튼 예민해 가지고… 남의 집에 관심 가지지 말고 공부나 해라” 였음. 그리고 몇 번 더 신고했더니 또 너냐는 식으로 쳐다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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잦은 신고로 경찰이 집에 자주 왔었는데 나한테는 무의미했다. 자기들끼리는 “또 이 집이다, 신고 자주 들어온다” 고 속닥거렸다. 그런데 그 말을 내가 들었고 그 후부터 신고 자체를 안 했다. 그리고 몇 달 후에 쓰러질 때까지 맞고 새벽에 쫓겨나서 아파트 복도에서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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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얼굴, 전신 폭행으로 그때 얼굴이 멍들고 피투성이였는데 경찰이 와서 하는 말이 “그냥 자기들끼리 해결하게 내버려 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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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속적인 가정폭력 피해자인데 경찰에 수차례 신고해도 경찰이 하는 말은 “어머님 아버님 진정하세요” 였고, 내게 돌아오는 것은 가해자의 처벌 또는 격리가 아닌 “희망을 가지고 살아야지 힘내렴” 이었다. 너무 비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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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엄마를 의자로 때려서 엄마도 아빠를 주먹으로 때렸다. 아빠는 키가 180이고 엄마는 150임. 나는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둘이 같이 때렸고 가정에서 일어난 일이니 알아서 해결하라”고 했다. 그리고 폭력은 내가 부엌에서 식칼로 나를 찌를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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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신고했다. 아빠가 망치를 휘두른 날이었다. 경찰서에 직접 찾아가 도와달라고 했더니 하시던 말. “왜 휘두를 때 전화 안 했어요?” 내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데 그때 어떻게 전화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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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한테 목을 졸린 후 도망가다가 경찰에 신고했는데 가해자가 좋은 사람으로 보인다고 함. 그래서 “가해자 말 듣고 한 번 보고 그런 거잖아요. 저는 태어날 때부터 봐왔는데.” 라고 하니까 한 번에 보면 알 수 있대. 그리고 “우리들도 이 나이 때는 맞고 자라왔다”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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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맞고 있을 때 신고한 적이 있는데, 경찰관이 와서 현관문 밖에서 집안을 흘끗 보더니 “가족끼리 싸우신 것 같은데 잘 푸시고 저희는 이만 갈게요” 이러고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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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웃겼던 말은 “시간 지나면 아빠도 괜찮아지셔.” 엄마는 아빠 때문에 머리를 다치셨고 집을 나가셨다. 나는 아직까지도 술만 마시면 욕을 하고 나를 괴롭히는 아빠가 너무 무섭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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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으로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서 경찰에 살려 달라고 울며 전화했다. 경찰은 “꼬마야 주위에 어른 없니? 보니까 어른들 싸우시는 소리도 안 들리는데 나중에 전화하렴. 그리고 다시는 거짓말 하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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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생이 부엌 칼을 들고 방문 앞으로 와서 죽은 듯이 살라는 등의 협박성 말을 하기에 너무 무서워서 신고했더니 “이 나이까지 시집도 안 가고 집에서 살고 있는 너도 문제” 라는 말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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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때 집에서 온갖 폭언과 무시와 학대를 숨 쉬듯이 당했었다. 어느 날 새벽, 뭘 잘못했는지 모르겠지만 제발 용서해달라는 나를 보고 엄마는 큰 소리로 웃었고, 맞기 직전 집을 도망쳐 온 나에게 경찰이 한 말은 “학생 때문에 우리가 퇴근을 못하니 빨리 집으로 돌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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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랑 난 울어서 눈이 퉁퉁 붓고 내 옷에는 남동생 피가 묻어있는데도 출동한 경찰은 아버지를 안방에 분리해놓고 위로랍시고 “다른 집들은 더 심하고 자살하는 경우도 많다. 이 정도는 양호한 편”이라며, “술 드시면 그러나 본데 잘 맞춰드려가며 지내라”고 하고 그냥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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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고 가출했는데 상담 가능한 여성 경찰관한테 가자고 데려가 놓고 개념 없는 경찰이 “너 하나 때문에 밤늦게 이 많은 사람들이 무슨 고생이냐” 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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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엄마와 할아버지를 때려죽이려고 할 때, 경찰이 도착했다. 경찰은 아빠를‘선생님’이라고 부르면서 정중히 모셔갔다. 내가 그동안 당했던 폭력의 녹취록, 상처 자국 등을 증거로 제출하려 했을 때, 정말 귀찮다는 표정으로 알겠으니 집어넣으라고 했다. 그리고 무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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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몹쓸 선택을 하려고 했을 때 나를 집안일도 안 하고 일만 떠맡기는 못된 딸, 애교를 피워야 하는 존재로 말하는 경찰이 미웠다. 나는 엄마 대신 집안일을 하며 최대한 엄마를 보듬었었는데. 그렇게 나는 내가 부족한 줄 알고 자신을 자책했다. 아빠가 엄마랑 언니를 패고 엄마는 바지에 실례를 할 만큼 공포에 떨었던 시간, 경찰은 “집안일이기 때문에” 라면서 웃는 얼굴로 아빠를 달래고 엄마와 언니에게는 어떠한 조치도 해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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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우리 집은 아빠의 폭력이 잦았고 당연하게 신고 횟수도 많았다. 신고를 했음에도 경찰은 출동하지 않았고, 그날 난 뺨을 맞았고, 엄마는 핏줄이 터져 응급실에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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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폭력 때문에 경찰 종종 불러봤는데 소용이 없었고 이제는 내 손에 나를 방어할만한 무언가(스팀청소기라도)를 들기 시작했다. 그래봐야 쪼그만 여자가 체급 차이나는 놈들한테 할 수 있는 건 없었고, 결국 난 울면서 방바닥 기다가 새벽에 응급실 다녀온 적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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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모는 경찰인 고모부랑 결혼하고 잘 사는 줄만 알았는데 알고 보니까 계속 가정폭력에 시달렸던 거였음. 베란다에 가두고 나오지 못하게 하고, 칼 들고 협박하고, 멍이 들고 머리카락이 한 뭉텅이가 빠질 정도로 딸 머리를 잡아뜯고. 덧붙여서 우리 할아버지도 경찰이심. 그리고 할아버지도 가정폭력을 하셨음. 우리 아빠랑 할머니는 뚜드려 맞으면서 살다가 할아버지랑 이혼하고 아빠랑 삶. 우리나라 진짜 가망 없다. 경찰이 이래도 되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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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통해 이웃집에서 가정폭력이 일어나는 현장을 보고 신고했다. 출동한 남경찰 2명은 그 집에 가서 문을 두드렸는데 아무 응답이 없어서 자기들도 어찌할 수 없다 했다. 여자가 남자에게 두드려맞는 걸 봤는데 어떻게 대응을 안 하냐고, 나와 여동생이 항의했더니 그들이 대꾸했던 말을 평생 잊지 못한다. “여성이라서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시는 거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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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하기도 싫지만 많은 사람들의 피해 사실에 너무 화가 나서 나도 꺼내본다. 초등학교 때부터 부모에겐 무조건 순종해야 한다는 아빠의 강요로 나는 매번 맞아야 했다. 방안에 나를 끌고 들어가서 미친 듯이 내 머리를 때리고 물건들을 집어던졌는데 그때 아빠의 눈을 아직도 기억한다. 사람의 눈이 아니라 악마에 씐 눈이었다. 이성을 잃고 내게 쌍욕을 쓰며 한쪽 구석으로 밀어넣고 몇 시간 동안 때렸는데 맞고 나면 미친 듯이 억울하고 괴롭고 수치스러웠다. 자신의 부모에게 맞는다는 것이 얼마나 큰 수치인지 느꼈다. 엄마는 말리다가 아빠가 더 심하게 하니까 말리기를 포기했다. 집이 너무 무섭고 아빠가 있는 집에 들어가기 싫어서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해도“그럴 사람이 아니다.” 내지는“네가 어리니까 참아.” 이따위의 말들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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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에 들어가서도 멈추지 않는 아빠의 폭력 때문에 나중엔 몸 곳곳에 상처와 피가 났다. 그래서 나는 참다 참다 경찰에 전화해서 가정폭력으로 신고를 했다. 부모가 있는 그 앞에서. 그러고 나서 5분 뒤인가 경찰이 왔고 경찰은 내게 “아빠인데 어쩌겠어. 좋게좋게 다시 풀어봐야지” 라고만 말했다. 나는 초등학생 때 겪었던 아빠의 폭력까지도 낱낱이 다 이야기했지만 하나도 먹히지 않았다. 그리고 아빠에게는 “그러지 마세요. 말로 하셔야죠” 라고만 말하고 아무런 조치도 취해주지 않은 채 갔다. 나는 부모한테 경찰에 부모 신고한 미친 년, 나쁜 년, 또라이, 정신병자라는 욕만 들었고 부모는 나를 정신병자로 몰아갔다. 그 뒤로 나는 몇 년 더 가정폭력을 당했다. 매번 듣는 소 리는“네가 어리니까 이해해야지 뭐 어쩌겠어”였다. 내 삶은 폭력과 부모의 많은 요구, 기대들로 망가지고 불행해졌다.


엄마는 이혼하기 전 아빠에게 수시로 심각한 폭행을 당했었는데 내가 경찰에 신고하려 하면 엄마는 가정이 파괴되는 것을 원치 않아 항상 날 말렸었다. 아빠는 조금만 기분이 언짢아도 죽기 직전까지 엄마와 나, 동생을 때리곤 했는데 하루는 내가 도저히 참지 못해서 경찰에 신고를 했다. 다행히 지구대가 집 근처에 있어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이 달려왔다. 하지만 엄마는 이번에도 역시 ‘일이 커지길 원하지 않는다.’며 경찰들을 돌려보냈다. 그러자 경찰은 “그럴 거면 신고는 왜 했냐”며 화를 냈고, 경찰이 돌아간 뒤 전 아빠는 엄마와 우리들을 또다시 죽을만큼 폭행한 뒤 맨발로 쫓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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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내 성화에 못 이겨 엄마는 이혼을 결심하고 곧바로 경찰서를 찾았으나 경찰은 아빠를 체포하긴커녕 “방금도 신고하다 말았으면서 왜 뒷북치냐. 맞을 짓을 해서 맞았겠지” 라며 신고를 받아주지 않았다.


“오빠가 화가 많이 나서 그런 거야. 나도 저 나이대에 그랬어. 동생이 이해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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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성인이 신뢰관계인이야. 말 못해요? 어디 아파? 장애인이야?” (불안한 심리상태로 인해 신뢰관계인 동석을 요청한 30대 여성 피해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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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사이버 폭력 담당 경찰이 학교에 와서 강의를 했다. 사이버 폭력의 예로 성매매 이야기가 나왔고 경찰은 모든 성별의 학생들이 있는 공간에서 “남학생들, 만남 사이트 그거 조심해야 돼. 잘못하면 크게 사기당한다”라고 했다. 하지 말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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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도가 들어서 강간을 하려고 했었다. 출동한 경찰이 놀라서 우는 나를 방으로 데려가서 조용히 물었다. “정말 별일 없었어?” 성폭행 안 당했냐는 질문이었다. “네” “음… 혹시 있었더라도, 없었다고 해야 돼. 내가 학생이 딸 같아서 하는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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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생기면 연락하세요.” 당한 뒤에 뭐 어떻게 해주실 건가요? 없던 일로 해줄 수 있어요? 기억에서 없애줄 수 있어요? 범죄는 벌어지기 전에 예방해야 하는 거지 벌어지고 나서 수습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 벌어지고 나서 수습이라도 제대로 해주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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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타임라인에 올라오는 트윗들을 읽다 보니, 남자인 내 지인은 좀 위험할 것 같은 상황이면 무조건 신고하는데, 그때마다 경찰이 잘 대응해줬다고 얘기했던 게 떠올랐다. 결국 남자가 신고하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여자는 무시한다는 거지.

60


중학생 때 늦은 밤에 집에 가다가 어떤 미친놈이 달려오면서 내 배를 때리고 튄 적이 있었다. 이후 아빠와 경찰서에 방문해서 신고했는데, 아빠와 경찰이 안에서 대화하는 동안 나는 밖에 나갔다. 그런데 밖에 있던 경찰들이 나를 두고 “솔직히 때릴 만하게 생겼다” 라고 말하더라.

61


사전 동의 없이 가해자에게 피해자 번호 넘긴 건 뭐지? (피해자에겐 가해자가) 나중에 잡혀도 그 사람 번호고 전과자인지 누군지 하나도 안 가르쳐준다고, 위험하다고 그 사람 인권때문에 못 알려준다고 했던 건 누구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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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까지 할 시간도 인력도 없습니다.” ‘그런 일’을 하는 게 당신들이 월급을 받는 이유고, 인력이 부족한 건 본인들을 고용한 국가에 호소해야 할 일이지 피해자들에게 2차 가해를 가할 이유가 되지는 못합니다.

63


페이스북에서 댓글로 악플 단 놈들 PDF 떠서 고소장 내러 갔더니 “페이스북, 트위터 이런 데는 외국 기업이고 정보를 안 줘서 잡기 힘들어요.” 그러더니 평면적 의미의 악플들을 다시 읽으며 무슨 뜻이냐 되물었음. 화는 머리 끝까지 나서 너무 힘들었는데 참고 페이스북 삭제 했음. 그날 밤 뉴스에 페이스북 악플 단 여성이 고소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먹던 음식을 내던졌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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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집 앞에 모르는 남성이 문고리를 잡아당기고 툭툭 치며 한 시간을 서성거렸고 경찰에 신고를 하자 “모르는 사람 맞아요? 모르는 사람이 왜 그러고 있어요?” 라는 답변을 받았다. 제가 알면 신고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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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처먹고 나와 내 지인들에게 흡연을 문제 삼아 손찌검을 시도했던 영감탱이를 경찰에 신고했더니 경찰 하나가 눈 부라리면서 위협하더라. “여자들이 어디 감히 어르신한테 싸가지 없이 구냐”고.

66


“젊은 혈기에 욱했다잖아. 남자친구라며? 좀 봐줘. 좋게좋게 타일렀어. 다시 이런 일 없을 거래. 신고하고 그러면 서로 골치 아파.” (데이트폭력을 신고한 20대 여성 피해자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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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 전 남자친구가 계속 찾아와서 신고한 적 있었는데 막말을 하진 않았지만 “받아주지 말라고 학생이 받아주니까 찾아오는 거 아니냐” 고 했던 게 생각났음. 나는 한 번도 받아준 적이 없는데? 아무튼 또 찾아오면 신고하라고는 했지만 어휴.

68


내 사촌동생이 남자친구랑 싸우다가 남자친구가 휘두른 주먹에 코를 맞아서 신고를 한 적이 있다. 그때 경찰이 내 사촌동생 힐끔힐끔 보더니 “못생겨서 성형하려고 일부러 그런 거 아니냐” 라는 발언을 해서 그 말을 들은 이모랑 사촌이 경찰서에서 울었던 거 기억한다.

69


동료가 남자친구에게 헤어지자는 말을 하자 핸드폰을 뺏었고, 그걸 저지하려 하자 얼굴 가격하고 팔목도 세게 붙들어 멍이 들었음. 현장에서 경찰이 신고했으나 “술 드셨죠?” 하고는 별일 아닌 듯이 사라짐. 며칠 동안 퇴근을 동료 강사들이 도와줘서 겨우 할 수 있었다.

70


학교 근처 차 안에서 자위하는 남자 있어서 경찰서에 이야기했더니“밤늦게 다니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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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신고하러 갔더니 “남자가 좋아하면 쫓아다니고 그럴 수도 있지, 꼭 남자애 인생에 빨간 줄을 그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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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이 면식이 있는 20대 남성에게 강간당했다. 담당 경찰은 딸에게 “학생의 행실이 문제이며 20대 남성에게 꼬리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번 자봤으니 합의금 뜯어내려는 목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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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왜 저항을 못해? 보니까 아가씨 당하고만 있지는 않겠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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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친구 의경으로 입대했다가 지휘관(경찰)이 신병들 불러다 몰래카메라 영상을 보게 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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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때 갔던 펜션에서 술 먹고 취한 개자식이 날 목졸라 강간하려고 했다. 악을 쓰고 반항하다 복부와 거기를 찼는데 그걸 가지고 “신고한다 해도 학생도 폭행죄가 붙어. 그냥 젊은 날 취기라 생각해. 재밌게 놀러 온 거잖아” 라고 했던 경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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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같은 반 남자애한 SNS로 성희롱을 당하고, 만나 주지 않으면 성폭행 하겠다는 협박을 받았던 사건이 있었다. 친구는 이걸 점점 견디기 힘들어했고 이후 증거를 만들어 경찰에 신고를 했다. 하지만 경찰에서는 “남자애가 좋아해서 그런 거 같은데 그냥 만나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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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찾아오겠다 협박하고 내가 내리던 역에서 날 기다리며 원조교제하자 지랄하던 놈을 신고하겠다고 간 경찰서에서 “아직 제대로 피해 입은 건 없잖아? 학생이 피해 다녀” 라고 한 경찰. 피해자인 내가 피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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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 미수 사건 초기 수사 때 담당 형사로부터 “걔네 부모님을 생각해봐.” “걔(명문대생인 가해자) 똑똑한 애야.” “네가 예뻐서 그랬나 보지.” “걔 그렇게 나쁜 애 아냐.” 이 모두를 겪어본 나로서는 해시태그가 너무 공감된다. 가해자에게 너무 감정이입을 잘하길래 당시에는 그 형사 무슨 가해자 친척쯤 되는 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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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지하철에서 어떤 언니 뒤에 아재가 바짝 서있길래 그 언니 내 앞에 세운 적이 있었다. 난 교복이었고 그 아재가 잠깐 멈칫하니까 언니가 얼른 경찰에 신고했었고. 아재는 도망갔고 경찰이 왔는데 하는 말이 “도와주는 사람 있었는데 왜 신고한 거예요?” 세상…

80


내 일은 아닌데 교회같이 다니던 친구가 늦게 학원 돌아오고 성추행 당하는 걸 창밖으로 목격함. 나는 급하게 사진 찍고 신고했는데 들리는 말은 “왜 이 시간에 싸돌아다니냐”였다. 나는 그 이후로 경찰의 존재를 믿지 못한다.

81


놀러 나왔다가 헬멧 쓰고 자위하는 바바리맨에게 쫓겼고 바로 가까운 경찰서로 달려가서 신고했더니 “이런 건 못 잡아. 그러게 왜 여자애들이 밤늦게 돌아다녀서.”

82


성추행을 당하고 다음 날 신고를 해서 경찰 3명이 우리 집으로 왔고 그중에 나이가 많은 경찰이 나보고 한 말 “왜 여자 혼자 그 시간에 술을 마시고 돌아다녀요.” “왜 바로 신고 안 했습니까? 차들 다 이동해서 블랙박스 구하지도 못할 거고 그럼 못 잡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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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정말 경찰에 대한 믿음이 사라졌을 때. 모르는 번호로 핸드폰에 문자로 “창녀 새끼, 너한테 박고 싶다.” 이런 게 일주일 동안 꾸준히 왔었다. 나는 문자로 누구냐고 기분 나쁘니 하지 말라고 보냈는데 곧바로 답장와서 신고하라고 하더라. 그래서 신고를 했는데 경찰이 내 이야기 듣고 번호 추적해서 보니까 초등학교 때 얼굴이랑 이름만 알던 남자애였다. 뭐 나한테는 문자 내용을 보내달라 보여달라 그런 거 없었고 그 남자애랑 대화한 후 경찰이 한 말이 “친구한테 친 장난이래.” 난 정말 기분 나빴는데.

84


내가 불법촬영 문제로 신고하려고 하니까 어린애인데 벌써 빨간 줄 그이면 특목고인지 영재고 못 간다고 그러고 신고하면 바로 검찰에 넘어간다면서 “걔 인생 네가 망치는 거” 라고 그러더라.

85


근데 경찰들 진짜 무책임한 사람 많아. 나 사이버 성희롱 때문에 벌벌 떨면서 경찰서 찾아갔는데 피자 먹고 하하호호 하다가 나 보고는 그냥 웃으면서 그 사람 내 폰에서 차단하더니 가라 그러더라.

86


고등학교 때 밤에 산책하다가 누가 자전거로 달려오면서 가슴 때리고 도망갔는데 CCTV 있어도 못 잡을 거라고 “조심 좀 하지 그랬냐”함. 심지어 거기는 법원과 검찰청 앞이었음. 가슴 만지고 튄 거 신고하러 가니까 경찰이 뭐 얼마 전에도 어떤 여성분이 누가 엉덩이 만졌다고 경찰서 왔다면서 “우리가 다 해결해주고 싶어도 그런 조그만 건 해 줄 수가 없어요”이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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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추행을 당해서 경찰 부른 가게 아주머니가 처벌 의사는 없고 저 사람 치워달라고만 했을 때 경찰의 말, “아줌마가 정말 성격이 좋으시네, 아가씨들이면 생난리 칠텐데. 여보세요 아저씨. 착한 아줌마 만나서 다행인 줄 아시고 집에 가쇼.” (신원 조회조차 안 하고 보내버림.)

88


저번에 부산 내려갔을 때 버스에서 남자인 친구랑 추행당하는 언니 도와주고 경찰 불렀는데 상황 보러 온 경찰 2명 중 한 명이 언니를 보더니 “치마가 짧네요”라고 해서 어이가 털린 적이 있었음. 치마가 짧음 = 추행해주세요 란 뜻은 아니에요.

89


몰래카메라 현행범 신고했는데 없어질지도 모르니 자기가 출동할 때까지 쫓아가라고 하고, 체포하고 나서는 같은 차에 조수석, 뒷자리 이렇게 앉혀서 서로 이동함.

90


외국인 남자친구에게 맞아서 신고했는데 돌아온 건 “문화 차이인 것 같다”며 대화로 풀라는 대답이었다.

91


성폭행 당해서 경찰 찾아갔더니 여경이 “남자랑 술 마셨네요?” “다섯 시간을 같이 있었네.” “이러면 위에서도 안 해줘요. 본인이 술 마시러 갔고, 귀책사유가 있잖아” 따위의 말만 했다. 죽고 싶었다.

92


성범죄 신고할 때 피해자 학교는 왜 물어 보는 거야. 혹시 수사에 불이익 있을까 봐 바른대로 내 신상 술술 분 게 아까워 죽겠다. 여성 조사관인데도 그렇게 남성 중심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게 놀라운 수준이었고 그분이 여성이라 편했던 점은 내 경험을 성적으로 이용하지는 않을 거란 안도감 하나였다. 내가 왜 가해자의 심경에 대한 정보를 경찰에게서 들어야 하는가. “그분이 ○○씨를 많이 좋아했네요” 는 빠지면 서운하죠?

93


내 친구 경찰이랑 사귈 때 집에 초대받아 놀러 갔고 경찰이 강제로 강간하려 함. 친구 울면서 하지 말라고 집 갈 거라고 하니까 한숨 쉬면서 대신 나 볼 생각하지 말라고 했다고. 그 후로 친구는 도망쳐 나오고 흐지부지 끝났다.

94


내 번호 처음 바꿨을 때 그전에 번호 쓰던 분 친구들이 전화해서 갑자기 쌍욕하고, 채팅에서 이상한 걸 했는지 변태들이 하도 전화 문자로 성희롱 하길래 증거 다 챙겨서 경찰서 갔는데 나한테 “여자가 경찰서에 들락거리는 거 보기 안 좋다” 고 함. 무슨 상관.

95


새벽에 편의점을 다녀오는 길에 하의를 다 내린 놈이 계단을 따라올라왔음. 경찰에 전화를 하니 지역 순찰대 전화번호만 줌. 그쪽으로 전화하니 “여자들이 왜 밤에 나가냐”고 함.

96


저번에 아는 언니가 집 근처 길가에서 성추행 당하고 있어서 경찰에 신고했더니 와서 “겨우 이런 걸로 신고했냐” 고 했었다. 성추행한 아저씨가 계속 다시 찾아서 죽일 거다 시발년아 등등 협박하는데도 제재를 가하지도 않았다.

97


내 사건 남자 경찰들은 하루에 한 번씩 돌아가면서 전화까지 왔었음. “법적 처벌 진짜 할 거냐”고. 죽어도 같은 한국 남자가 가해자니까 가해자라고 부르기도 싫었는지 단 한 번도, “가해자 법적 처벌할 거세요?” 라고 물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음. 전화에 시달리던 내가(피해자) 가해자라고 칭하라고 했더니 “허, 참 가해자라고 불러드려요?” 라고 했던 청주 경찰서 이름도 기억 안 나는 남자 경찰씨 잘 지내나요?

98


친구가 가정폭력에 시달리고 있어서 못 참고 이모네 집으로 가출을 했는데 친구네 부모님이 경찰을 불렀다. 경찰들은 친구를 보호해주고 있던 이모네에게 이거 납치죄가 될 수 있다고 협박을 했고 결국 친구는 지옥으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99


아침 출근시간에 갑자기 위층에서 발가벗은 남자가 뛰어내려왔고 내 쪽을 보더니 다가오려고 해서 도망치듯 출근을 했다. 퇴근해서 신고를 했지만 경찰은 나에게 “무슨 복장을 입고 있었냐”고 물었다. 출근시간이니 당연히 단정한 세미 정장을 입고 있었지만 그것과 별개로 내 복장이 중요한 것인가? 성폭행이나 성희롱 당한 것이 아니니 뭐 신고도 못한단다. 신고할 수 있는 죄목은 공연음란죄 정도? CCTV를 돌려서 붙잡아달라고 하는 게 끝이었고 혼자 사는 나는 무서워서 바로 이사를 결심했었다. 내 복장이 설령 나시 한 장이었어도 그것은 내 탓이 아니다.

100


예전에 경찰서에 가서 가정폭력을 당했다며 방금 전까지 당했던 일들을 털어놓았더니 경찰관에게 돌아온 말이 있다. “그러게 왜 맞을 짓을 해서 그래요.” 심지어 장난치듯이 웃으며 말했다. 나한테는 잊을 수도 없는 상처가 되었다는 걸 그 경찰관은 알까.

101


내가 경찰학과 시절 지구대 실습 나갔을 때 이야기다. 여자 혼자 사는 아파트에 어떤 남자가 계속 문을 두드린다고 신고가 와서, 근처 순찰하던 내가 타고 있던 차가 가게 되었다. 그런데 가는 길에 그 문 두드림이 끝났다는 얘길 듣고 안 감. 오지 말라고 끝났다고 한 게 아닐 텐데.

102


아르바이트 할 때 경찰청에서 회식을 하러 온 적이 있었다. 한 손님이 레드와인을 쏟아 닦아 달라고 해서 대답하고 물티슈를 챙겨가 닦는데 “생리대로 닦아야 되는 거 아니에요?” 라고 함. 처음에 잘못 들은 줄 알고 그냥 넘겼 는데 옆에 계시던 분이 “말 조심해 성희롱이야, 인마”라고 했는데도 괜찮다며 말로 하는 건 성희롱 아니라고 했다. 너무 어이가 없으면서도 화가 났다.

103


성추행이었다. 신고를 하러 갔더니 먼저 만난 남자 경찰관은 아빠랑 대화하며 합의 어쩌고, 남자애의 미래 어쩌고 했다. 후에 만난 여자 경찰관은 내 옷차림을 묻고는, “그 애가 널 좋아했니?” 하고 물었다. 내 옷차림과 그 애의 감정이 뭐가 중요해서. 난 수능 9일 전이었는데.

104


어릴 적부터 경찰을 믿지 못했다. 그래서 가정폭력을 당했어도 참았다. 20대 초반 성추행도 참았다. 참다못해 직장 상사 관련 성추행을 신고하러 갔다. 고의성이 없으면 성추행도 무고가 될 가능성이 있단다. 세상에“오! 내가 이 여자를 추행하고 말 거야” 하는 이가 몇이나 될까. 경찰서에 가보니 알 것 같았다. 난 그들에게 보호받아 마땅한 피해자가 아닌 그냥 20대 어린 여자일 뿐이었다. 그래서 나를 보호하리라 믿었던 경찰들에게도 또 무시당했다.

105


얼마 전 술 취한 남자가 우리 테이블에 와서 욕을 하며 담배를 던진 사건이 있었다. 경찰을 불러 파출소로 데리고 가달라고 요청했지만 “괜찮을 거다” 라고 하며 그냥 풀어주었다. 그리고 그 남자는 우리에게 다시 와서 욕을 하며 살해 협박을 했다. 그때 경찰이 했던 말 “안 죽었으니까 가세요.”

106


학교 등교하려는데 아파트 입구에서 부부가 엄청나게 큰소리로 싸우고 있고 여자분은 간간이 맞고 계셔서 일단 등교는 해야 하니까 경찰에 신고해서 와 달라고 부탁함. 주소는 서너 번 불렀다. 빨리 와 달라고. 금방 온다 했는데 등교 시간 40분까지 안 옴.

107


전에 아버지를 신고한 적이 있는데 경찰들이 하나같이 “그래도 가족인데.” “딸이 아버지를.” “아버지가 별 달면, 딸로서 기분이 좋아요?” 이래서 너네 내가 피해자로 신고한 건데 지금 뭐 하는 거냐고 싸움. 싸워야 내가 사람이 된다.

108


원래 가정폭력범인 아빠가 술 많이 먹고 진짜 미친 새끼가 되어서 엄마 큰일 날 것 같아서 신고했더니 “아빠가 화나서 그럴 수 있지 왜 신고했냐” 는 경찰. 불과 5년 전이다.

109


지하철에서 성추행을 당함. 목격자와 목격자 연락처 확보하고 성추행범한테 가서 너 나 만진 거 아니까 경찰서 가자 말하고 무서운 거 참고 둘이 경찰서 감. 이게 어떻게 가능하냐며 경찰한테 의심받음. 옷이 추행에 영향줬을 수 있다고 사진 찍힘. 범죄자 처리 연락 준다면서 안 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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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신고하러 온 여자를 대기시켜놓고 다른 경관과 통화하며 하는 말. “존나 꼴리게 생기기는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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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라니_가해자인줄 이거 나도 쓸까 고민했는데 다시 그 기억 꺼내서 문자화하는 게 끔찍해서 못하겠다.

112



















11월 2일의 경찰 대응, 그 전과 후에 관한 112개의 증언

#경찰이라니_가해자인줄


한국여성의전화는 폭력 없는 세상, 성평등한 사회를 위해 1983년 첫발을 내디뎠습니다. 가정폭력, 성폭력, 성매매 등 여성에 대한 폭력으로부터 여성인권을 보장하고 지원하는 활동을 합니다.



11월 2일의 경찰 대응, 그 전과 후에 관한 112개의 증언

#경찰이라니_ 가해자인줄 (한여전 2017-12)

발행일. 2017년 11월 30일 기획. 한국여성의전화 채록. 남슬아 편집. 송란희, 정, 총 디자인. 고요한 한국여성의전화 Korea Women's Hotline 03369 서울특별시 은평구 진흥로 16길 8-4 (녹번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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