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인권 #조효제

[주말에 뭐 읽지]  2021-06-10 #60

책, 책방, 사람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주말의 책꽂이

photo by pixabay
   
탄소와 인권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조효제 지음/21세기북스 펴냄

정보와 수치를 봐도 현실감이 들지 않았다. 어떤 관점에서 기후위기를 봐야 할지 모르겠고, 무엇보다 개인이 해봤자 뭐하나 하는 무력감에 사로잡혔다. 나 같은 사람이 읽기 좋은 기후위기 입문서다. 인권사회학자인 저자는 스스로 납득하기 위해 기후위기를 하나의 서사로 정리했다고 밝힌다. ‘어떤 성격의 위기인지’ ‘누구의 책임인지’ ‘왜 인권 문제로 봐야 하는지’ ‘사회적 차원에서 무엇이 필요’하며 ‘어떻게 할 것인지’를 5부에 걸쳐 설명했다.

책은 탄소 배출의 무시무시한 결과, 가령 북극곰의 멸종이나 지구의 기온 상승 등에 대한  ‘공분’을 불러일으키며 ‘계몽’하려 유도하지 않는다. 거대하고 복잡한 기후위기 문제를 다양한 맥락에서 파악하는데, 저자는 이를 ‘인권’으로 접근하여 돌파구를 찾는다. 사람들 대부분은 과학적 해석이 아니라 각자 삶에서 기후위기를 경험한다. 이상기후로 망친 과수 농사, 미세먼지로 건강을 잃은 어린이, 열대야로 잠 못 이루는 옥탑방 살이, 그리고 살인적인 날씨에서 일하는 노동자. 

더 넓게 보면 이상기후로 농업에 종사하는 개발도상국 여성 노동인구의 3분의 2가 식량과 소득에 타격을 입고 섬나라 국민은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를 잃는다. 동일한 기근 상황에서도 여성이 남성보다 영양부족을 더 심하게 겪는다.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는 전 지구적으로 사회적 약자에게 향한다.

책은 ‘지구 온도 1.5℃ 줄이기’ 같은 관료주의적 목표 달성을 넘어 시민의 참여를 통한 전환을 제시한다. 탄소 배출이 생명권·생계권·건강권·주거권을 침해하는 인권유린 행위라는 점을 짚는다. 그에 앞서 환경운동과 인권운동이 더 가깝게 만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후위기가 불러온 피해를 고스란히 입는 자연환경과, 가장 취약한 자리에 있는 인간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기 때문이다. 60쪽에 이르는 참고문헌과 35쪽에 이르는 미주를 보면 저자의 성실한 연구에 탄성이 나온다.

송지혜 기자
시사IN 기자들이 주목한 책
팬데믹 이후 중국의 길을 묻다
하남석 외 지음, 이종임 외 옮김, 백영서 엮음, 책과함께 펴냄

“중국의 ‘최종 통제 성공’을 과장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서방국가들은 중국의 방역이 (적어도 외견상으로는) 성공했다는 사실에 경악한다. 급격한 경제발전 과정에서 제기됐던 불편한 질문이 또다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의 성공은 권위주의 체제 덕인가?’ 중국 전문가 12명이 이 같은 질문에 답변한다.
박우 한성대 교수는 역병의 통제가 권위주의의 덕이라면 역병의 초기 확산 또한 권위주의의 산물이라고 강조한다. 조영남 서울대 교수는 중국의 ‘통제 성공’을 과장해 이 같은 방역 방식이 세계적인 성공 모델이라고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경계한다. 반면 셰마오쑹 연구원은 ‘중국식 방역’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서방의 ‘적자생존형 방역’과 달리 ‘혁명’의 경험에 의존해 방역에 성공했다고 자부한 것이다.
 
내일은 못 먹을지도 몰라
시어도어 C. 듀머스 지음, 정미진 옮김, 
롤러코스터 펴냄

“입이 있었으면 분명 도와달라고 비명을 질렀을 먹거리들.”

초콜릿, 커피, 사과, 바나나, 맥주, 꿀, 땅콩, 감자…. 이 음식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기후변화로 위기에 빠진 먹거리다. 예컨대 사과나무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연간 500시간 이상의 추위가 필요하지만, 추운 날씨가 줄면서 위기에 처했다. 바나나의 경우 온난화로 생산량이 늘겠지만, 2050년 이후의 미래까지 장담하지는 못한다. 온난화가 바나나에 치명적인 병을 부르기 때문이다.
저자는 기후변화로 위기에 빠진 먹거리에 대해 경고한다. 암울한 디스토피아적 미래만 말하는 것은 아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극복할 수 있는 긍정적인 면도 제시한다. 미래의 후손들이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맥주와 과카몰리를 먹을 수 있도록 개인이 해야 할 노력도 빠뜨리지 않는다.
 
정의 중독
나카노 노부코 지음, 김현정 옮김, 
시크릿하우스 펴냄

“자신의 집단을 지키기 위해 다른 집단을 공격하는 행위를 정의라 생각한다.”

일본의 저명한 뇌과학자가 사람이 타인을 용서하지 못하는 감정을 뇌과학의 관점으로 풀어냈다. 타인에게 ‘정의의 철퇴’를 가하면 뇌의 쾌락중추가 자극을 받아 쾌락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된다. 이 쾌락에 한번 빠지면 쉽게 헤어나지 못하며, 항상 벌할 대상을 찾아 헤매고 타인을 절대 용서하려 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런 상태를 ‘정의 중독’이라고 말한다. 이런 상태가 무서운 것은 누구나 정의 중독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태가 공동체에 번지면 합리적 토론이 불가능한 사회가 되고 만다. 저자는 일단 ‘저 사람은 절대 용서 못해!’라는 감정이 생겼는지를 먼저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일본은 물론 우리 사회의 여러 단면을 되돌아보게 하는 책이다.

 
우리말 어감 사전
안상순 지음, 유유 펴냄

“어감, 뉘앙스, 미묘한 뜻이 다른 비슷한 단어들의 의미를 좀 더 섬세하게 밝히고 싶은 소박한 욕망.”

‘간섭’과 ‘참견’의 사전적 의미 차이를 정확히 설명해낼 수 있는 이는 드물 것이다. 그렇다고 ‘내정 간섭’ 대신 ‘내정 참견’이라고 쓰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세상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과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의 차이는 좀 더 복잡하다. 전자는 막연하고 주관적인 개념이고, 후자는 객관적 데이터가 있어야 맞는 표현이다. 벚꽃이 ‘만발했다’일까, ‘만개했다’일까? 둘 다 쓸 수 있다. 너른 공간을 뒤덮고 있다면 만발이다. 만개는 꽃의 개화 정도가 최고조에 달했다는 의미이다. 국어사전의 역할을 인터넷이 대신한 시대이지만 유의어의 어감은 포털사이트에서 찾기 어렵다. 틀린 줄도 모르고 쓰던 표현을, 사전 제작 경력 30년 이상인 저자가 정확히 꼬집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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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영토

우리는 흔히 '새대가리'라는 말을 씁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착각도 이런 착각이 없습니다.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비둘기를 예로 들어 볼까요? 비둘기는 무려 4000㎞ 떨어진 곳에서도 집을 정확하게 찾아올 수 있다고 합니다. 인간을 아득히 초월하는 감각을 가진 셈이죠. 이 책이 알려주는 새에 관한 놀라운 이야기는 끝이 없습니다.│  박성표(작가)

멍청해서 '새대가리'라고? 큰 착각입니다 전체 글 보기 >>

지구에 늘 폐만 끼치고 사는 제가 그나마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하는 게 자가용🚗을 처분한 일입니다. 몇 년 전 타던 중고차가 수명을 다했기에 ‘새 차로 바꿀 것인가’ 잠시 고민하다 과감히 차를 없애기로 결정했지요. 차 없이 살아보니 좋은 점이 많더군요. 무엇보다 생활비가 굳었고요(기름값 말고도 보험, 세금 등으로 지출하던 비용을 따져보니 이게 만만치 않더라고요😂). 대중교통을 이용하다 보니 다리도, 몸도 튼튼해지더군요. 정신건강 또한 좋아졌습니다. 운전대만 잡으면 주체할 수 없이 폭발하던 화와 짜증이 자연스럽게 사라졌으니까요.
 
그 뒤 저는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차 없는 삶의 장점을 맘껏 자랑하고 다녔습니다. 지방에 사는 한 친구 얘기를 듣기 전까지는요. 환경에 관심이 많은 그 친구는 지방에서 한 달 살기를 하다 이주를 결심한 경우였는데요. 지방에서 산 지 일 년여가 됐을 무렵 자동차도 없애게 됐다고 합니다. 자기 한 몸 편하자고 탄소를 배출하는 삶이 죄스럽게 느껴져서요. 그런데 지방에서 차 없이 산다는 건 보통 일이 아니더군요. 가까운 거리야 두 발이나 자전거로 이동하면 된다지만 먼 곳에 가야 할 때면 사정이 달랐습니다. 두 시간에 한 대 꼴로 있는 버스🚌 시간을 맞춰야 했던 친구는 절로 사회적 활동을 줄이게 되더라고 했습니다.
 
친구 얘길 듣고 깨달았죠. 제가 공기처럼 당연하게 누려왔던 대중교통의 혜택이 어쩌면 서울사람이라 누릴 수 있었던 특권이었다는 사실을요. 오늘의 추천책에서 필자는 기후위기를 인권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데요. 재난이 결코 평등하지 않다는 걸, 팬데믹을 겪어본 우리 모두는 이미 알고 있죠. 재난에 대응할 시스템이 정의롭지 않게 구축돼 있을 때 그 피해는 사회적 약자에게 가장 먼저 집중될 것이라는 점도요. 역대 강수량 기록을 갈아치운 5월을 지나 올 여름에는 또 어떤 기상이변이 찾아오려나 두려워지는 한편으로 우리가 몸담은 사회 전반의 기후정의를 생각하게 되는 장마 전야입니다.         

추천해주시는 책들이 항상 깊이있고 좋습니다! 
다는 못읽어도 한권 씩은 꼭 읽으려고 노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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