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새롭게 배정된 사업 팀에서 신뢰하는 본부장님과 함께 하는 첫 미팅 때 당돌하게 말씀드렸습니다. 저는 이 팀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필요하다고 생각하신다면 제 위의 상관을 뽑아달라고요. 지금 생각하면 정말 겁을 상실한 발언 같지만 나름 이유가 있어 진심으로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팀이 없어져야 하는 이유는 이 팀의 성장이 몇몇 부서와의 업무적으로 부딪힐 수 있어 불가피한 갈등이 예상되었던 측면이 가장 컸었습니다. 다만, 성장성과 수익성은 어느 정도 담보된 신사업이었기 때문에 사업적으로 필요한 사업으로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본부장님이 감사하게도 웃으시며 몇 번 정도 거절하시더니 그렇다면 본인이 생각했을 때 필요한 것들과 인력들에 대한 의견을 가감 없이 말해달라고 하시며 자연스럽게 제 결심은 없었던 일처럼 되어가는 듯했습니다. 그렇게 2년 반 동안 팀으로서 9명을 채용하며 팀적인 체계와 운영 매뉴얼을 정립해 나가며 늘어난 팀원들로 인해 부담감과 함께 실무자로서의 역량과 팀장으로서의 역량은 정말 다르구나를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가장 크게 느꼈던 포인트는 아래 3가지였습니다.
1. 팀적인 운영 역량에서 중요한 지점 중 하나는 실무자에 대한 적절한 공감
-> 저에게 가장 힘들었던 포인트는 적절한 공감이었습니다. 지금은 사회화된 T의 모습을 띄고 있지만 실무진으로서 저는 숫자, 논리, 대안 제시 등 공감보단 방법론과 해결책이 우선인 사람이었거든요. (*물론, 모든 T들이 그렇지는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와 일하는 사람들은 딱딱한 인상을 받아왔겠지만 운이 좋게도 그동안 대부분 사내에선 팀으로 움직이기보단 혼자 하는 업무들을 해왔기 때문에 딱히 큰 문제가 되었던 적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팀장의 포지션이 되면서 몇몇 사건들로 인해 해결책이나 방법론이 때로는 크게 중요하지 않구나를 많이 느끼고 시각을 바꾸려고 노력하게 됩니다. 물론, 지금도 부족하다 싶지만요...그리고 제가 생각해왔던 해결책과 방법론이 다가 아닐 수 있다는 큰 교훈도 함께요.
2. 인내를 기반으로 꾸준한 업무 모니터링과 구성원에 대한 적당한 관심
-> 꾸준한 모니터링과 적당한 관심은 앞서 언급한 1번보단 수월히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대신 적당한 관심이라는 포인트가 중요했던 것 같은데, 마이크로 매니징과 적당한 관심은 한 끗 차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차이점을 만드는 것은 타이밍이었습니다. 어떻게 일하고 있는지는 파악하되 문제가 생길 것 같은 조짐이 들기 전까지는 함구하는 인내가 주요한 포인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급자가 '이렇게 하는게 어때요?'라고 말하는 순간 실무자는 그렇게 할 수 밖에 없고 모든 것을 지시해야 하는 상황까지 오더라고요. 업무를 함께 효율적으로 하기 위함으로 협업 및 분업화하는 것인데 오히려 일이 늘어나며 실무자와 팀장인 저 모두 불만족한 상황까지 가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내하고 또 인내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모두가 처음부터 잘 할 수 없으니까요. 게다가 문제가 생길 것 같은 포인트에서도 '이런 것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라는 포인트로 간접적으로 물어야 압박을 조금 덜 받으면서 보고를 해주셨던 것 같습니다. 물론, 이러나저러나 압박이 되는 것은 매한가지였다는 분도 계셨지만요.
3. 마지막으로 1:1 미팅을 통한 꾸준한 팀 방향성에 대한 소통과 업무적인 적당한 긴장감 부여
-> 개인적으로 업무적인 긴장감을 주는 것에는 크게 어려움은 없었기에 초기 여러 지인들이 강조하던 1:1 미팅을 통한 팀원들과 소통 필요성에 대해 크게 공감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1:1을 하면서 팀의 방향성에 대한 싱크를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팀 규모가 커지고 깨닫게 됩니다. 커진 조직에서 언제까지나 1부터 10까지 이야기해가며 일하기 어렵고 그 시간을 사전에 1:1을 통해 맞춰두지 않으면 일을 불필요하게 두 번하게 되거나 큰 사고가 터질 위험이 있더라고요.
그렇기 때문에 시간이 나실 때면 또는 시간을 내서라도 팀원들과의 1:1은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저는 2주에 한번 모든 구성원들과 각자 시간을 내서 했었는데 쉽지는 않았죠. 물론, 중간 관리자를 배정하는 것도 방법이었지만 아쉽게도 회사 사정상 어렵게 되어 실행하지는 못했습니다. 가정은 의미 없지만 만약 배정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 궁금하기도 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