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F 다이어리 구독자 여러분, 날이 점점 더워지고 있습니다. 잘 지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기 쉬운 주제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바로 탄소중립(carbon neutral’)입니다. 여러분은 탄소중립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 구체적으로 그려본 적 있으십니까?

탄소중립은 기업이나 개인이 발생시킨 이산화탄소 배출량만큼 흡수량도 늘려 실질적인 배출량을 ‘0(zero)’으로 만든다는 개념입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앞서 특별보고서를 통해 "지구평균기온이 1.5도 이상 상승하면 이상기후로 인류와 모든 생명체가 생존의 기로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는데요. 현재 지구의 평균기온은 1도가량 상승한 상태로, 곳곳에서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국제사회는 IPCC의 권고에 따라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순배출량을 ‘0’으로 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온실가스 저감 대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근 열렸던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선 2050년을 단순한 목표 달성 시점이 아닌최후의 마지노선으로 봤습니다. 성명은온실가스 넷 제로(순배출량 0)를 가능한 한 빨리 달성하기 위해 야심찬 노력을 기울이고, 늦어도 2050년에는 넷 제로를 달성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그러면서 “2021년을 지구를 위한 전환점으로 삼아야 하며, 1.5도 목표를 도달 가능한 목표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문제는 고탄소 성장 궤도를 그리며 탄소 배출량을 줄여본 적 없는 한국사회에 남은 시간이 30년뿐이라는 점입니다. 선진국들이 1990년대부터 서서히 진행해 온 탈탄소화를 압축적으로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죠. 산업 구조 전체가 조정, 혁신돼야 하는 일임에도 이에 대한 논의는 늘 몇몇 시민단체와 정부기관에 제한됐습니다. 사람들은 여전히 기후위기를 먼 미래 우리 자손 세대에게 벌어질, SF 소설의 소재 정도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다시같은 질문을 드려보겠습니다.

여러분은 탄소중립 사회가 어떤 모습일지 구체적으로 그려본적 있으신가요?
탄소중립 사회를 위해 무엇을, 얼마나 감당하실 수 있겠습니까?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연구원  2009년부터 한국이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한번도 달성된 적이 없으며, 매번 시행령을 바꿔 목표치를 수정하는 방식으로 버텨왔다고 지적합니다. 이 연구원은 현재 탄소중립 시나리오를 마련하기 위해 출범된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의 일원이기도 합니다. 지난 20, 이유진 연구원과 화상회의를 통해 눈 앞에 닥친 탄소중립 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Q. 스웨덴에선 툰베리처럼 어린 소녀가 등교를 거부하고 기후위기 운동에 나설 정도로 공감대가 만들어져 있는데요. 한국에선 이런 이야기가 덜 심각하고 여유 있는 자들의 담론으로 늘 반복돼 온 것이라는 인상이 강합니다. 막연한 낙관의 분위기도 있는 것 같고요.
인류가 기후위기 문제를 다루기 위해 기후변화협약을 만들고 해결책을 찾기 시작한 지 30여년이 지났어요. 지난 4, 세계기상기구는 지구평균기온은 산업화 이전 대비 1.2도가 올랐다고 경고했습니다. 전세계 곳곳에서 급격한 기상 재난이 현실화되면서, 기후위기에 대응하지 않는 것이 더 큰 위기와 비용을 초래할 것이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유럽연합은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무역, 통상과 연결해 제도로 만들고 있고요, 미국이 가세했습니다. 탄소국경조정[고탄소 수입품에 추가 관세 등의 비용을 부과하는 제도], 탄소발자국제도 [개인·단체가 직간접적으로 발생시킨 이산화탄소의 총량, 혹은 제품의 생산부터 유통·소비·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총량을 산정하는 제도], 탄소세 도입이 대표적이에요. 이제 온실가스 감축은 환경문제를 넘어 통상, 경제, 산업, 일자리 문제로 확산하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여전히 비용이 많이 든다든지, 기후위기에 대응하면 산업에 타격이 오고, 일자리가 줄어든다 정도로 인식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0월 탄소중립을 선언했습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이 선언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를 감각해야 하는 것 같아요. 사전적인 정의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우리가 어떤 변화를 만들어내야 하는지 예상하고, 준비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간입니다. 2030년까지 앞으로 10년 동안 온실가스를 얼마를 줄일지가 중요해요. 지구 평균 기온을 1.5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하려면, 온실가스 배출을 2010년 배출량 대비 45%만큼 줄여야 합니다. 10년 안에 현재 배출하고 있는 온실가스를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는 뜻인데, 아주 심플하게 설명하자면 지금 사용하고 있는 화석에너지의 양을 절반으로 줄여야 해요. 결국 에너지, 산업, 건물, 수송, 농업 먹거리, 폐기물 등 화석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는 모든 영역에서 근본적인 혁신이 이뤄져야 한다는 뜻이에요.
 
상황 인식이 첫 번째 과제 같고요, 앞으로 이게 전개된다고 했을 때 실제 우리 삶에 어떤 변화가 생길지 냉정하게 생각해 봐야 합니다. 우리나라는 석탄발전소가 단일 배출원으로 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는데요, 동시에 전력 생산의 4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는 2050년 탄소중립 로드맵에서 선진국의 모든 석탄 발전 폐쇄 시점을 2030년으로 제시했는데요, 우리나라는 현재 폐쇄 시점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예요. 오히려 강릉, 삼척, 삼천포에 신규 석탄발전소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결국 2030~2035년 내에 석탄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게 되면, 전력수요관리와 효율화,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빠르게 추진해야 할 텐데 그 과정에 비용이 들 겁니다.

자동차 산업도 급변하고 있어요. 세계 메이저 자동차 기업들은 이제 내연기관 차량 생산 중단을 선언하고, 전기차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전기차로의 빠른 전환은 내연기관 차량 부품 산업과 관련 일자리에 충격을 줍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나라 전체에 11,300여개가 넘는 주유소는 또 어떻게 될까요?

지금까지 이런 이야기를 제대로 해 본 적 있었나요? 우리가 쌓아온 사회의 토대 전체를 바꾸는 대전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건 아주 철학적인 질문이기도 합니다. 우리 공동체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합의해야 하는 문제거든요. 기존의 생산과 소비, 산업과 에너지 구조, 권력 관계를 완전히 뒤집어야 하는 일입니다

Q. 외국은 어떤 상황인가요?
유럽연합은 그린 딜을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40%에서 55%로 상향했습니다. 전환의 과정에서 아무도 배제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수립했고요. 정의로운 전환 기금을 만들어 산업과 공동체, 노동자의 충격을 최소화하고, 전환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어요. 프랑스 하원에서 통과된 기후법에는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기차로 2시간 30분 거리로 갈 수 있는 단거리 항공노선을 폐지한다는 논의가 들어갔습니다. 스웨덴은 온실가스 감축을 이유로 자국에서 세번째로 큰 공항을 폐쇄하고, 공항 부지에 주택을 건설하는 계획을 수립했어요.
 
반면, 우리나라는 제주 제2공항에 가덕도 신공항 건설 등 전국 곳곳에서 공항을 신규로 건설하는 논의를 하고 있어요. 심지어 무착륙국제관광도 허용하고 있고요. 말로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이야기하면서, 현실은 여전히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토건 개발 정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요.

온실가스 감축은 탄소중립의 핵심입니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30년 전인 1990년에 비해 2배 넘게 증가한 상태 (7 3천만톤, 2019년 기준)입니다. 30년 뒤인 2050년까지 배출량을 거의 ‘0’에 가깝게 줄여야 해요. 유럽을 포함한 주요 선진국은 교토의정서에 의해 이미 1990년대부터 감축을 위해 투자하고 인프라를 갖춰 60여년에 걸쳐 노력하는 것과 대비되죠

지난 422, 바이든 대통령이 주최한 기후정상회의를 계기로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 시점은 2030년으로 당겨졌어요. 기후정상회의에서 미국은 2005년 대비 50~52%, 일본은 2013년 대비 46% 감축을 발표했습니다. 영국은 2035년까지 1990년 대비 78%, 독일은 2030년까지 65%를 감축하기로 했고요. 독일은 이에 더해 탄소중립 목표 연도를 2045년으로 앞당기는 결정을 했어요.

우리나라는 최근에야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가 출범했고,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NDC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 상향 논의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아직도 2030년 감축 목표를 결정하지 못한 상태예요. 올해 10월 초까지 잠정 목표치를 발표하고,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개최되는 유엔 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6)에서 제출할 예정입니다. 넉 달도 남지 않은 거죠

일부에선 미국과 EU가 탄소국경조정, 탄소발자국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한 무역장벽의 일환이라고 주장해요. 하지만 한국은 더 이상 1997년 교토의정서 논의 때처럼 개도국 지위를 주장할 수 없는 위치에 있어요. 우리나라는 현재 전세계 온실가스배출량 11, 누적 배출량은 13위 국가예요.  2009년 이명박 정부 당시 저탄소 녹색성장을 발표하며서 전세계 기후위기 대응을 선도하겠다고 약속했던 나라입니다. 이제는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을 해야 할 때입니다.

여러분, 이번주 이유진 연구원의 인터뷰 어떻게 읽으셨나요? 이 연구원은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실현하는 데 가장 시급하게 필요한 것은 공감과 합의라고 말합니다. 대통령의 선언과 정부 부처의 준비, 국회의 입법, 기업과 시민(노동자와 농어민)의 노력 모두 공감대가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것인데요. 우리 사회가 탄소중립에 대해 학습하고 토론한 역사가 짧은 만큼 이에 대한 노력도 시급한 상황입니다.

다음주도 기후위기와 탄소중립에 대한 이유진 연구원의 인터뷰를 이어가려고 합니다. 다음주 SDF 다이어리도 기대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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