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9 호
(통권 69호) 2022. 11. 27
열린 세미나

세월호 참사와 10.29 이태원 참사



세월호 참사는 비록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리 사회에 중요한 개혁 과제를 제시했고 촛불혁명의 성공을 가져오는 동인으로 작용했습니다. 10월 29일 헬러윈 축제에서 발생한 대규모 압사 사건은 수많은 인명 피해를 가져왔다는 점에서 세월호와 유사한 사회적 참사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참사의 원인은 무엇일까요? 
📌 국가는 무엇을 했을까요?
📌 '국민의 힘'은 왜 유가족 명단의 공개를 범죄로 다루기 시작했을까요?
📌 세월호가족대책위원회와 같은 주체구성은 가능할까요?
📌 시민단체들은 이 문제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요?
📌 이번 참사는 우리 사회에 과연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요?

등의 문제에 대해 생각하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을 조금이라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고자 합니다.

열린 세미나는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토론회입니다.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 일정: 12월 1일 목요일 저녁 7시 30분
  • 장소: 카카오톡 <열린 세미나> 오픈채팅방

  • 참고자료
👇  지난 세미나 갈무리  👇 
 

이란의 히잡 시위

 11월 17일 (목) 저녁 7시 30분

 

  소주제
  1. 이란 반정부 시위의 양상; 요구, 주체, 그에 대한 대응 등

  2. 시위의 특이성; 역사적 조건, 역사적 의미 등에서

1. 이란 반정부 시위의 양상; 요구, 주체, 그에 대한 대응 등

ㅂ) 먼저 이란 반정부 시위의 양상에 대해 논의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관련 영상들에서 "독재자에 죽음을"이라는 구호를 외치는 것을 자주 보았습니다. 여기서 독재자는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둘째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라고 합니다.


ㅅ) (시위의 목적은) 히잡을 벗을 자유이기도 하지만 체제전복을 목표로 두고 있는 것 같습니다.

[세계일보] “히잡 벗을 자유 달라”… 이란인 분노에 지구촌 연대 시위

구 교수는 “(이란)이슬람공화국의 상징이자 정체성 자체인 히잡을 양보하는 건 곧 체제가 무너지는 것을 뜻한다”며 “국가 입장에서는 히잡이 이념의 근본이기 때문에 타협할 수 없다”고 했다. 1979년 이슬람혁명 후 왕정이 붕괴한 뒤 국명에도 포함된 이슬람공화국은 이란의 국체(國體)를 의미한다. 이슬람율법에 의해 나라를 통치한다는 의미로, 이란 특유의 신정(神政) 통치 기반이 되고 있다. 히잡 강제는 바로 현 정권이 이슬람공화국의 정체성을 과시하려고 선택한 수단이다.

-> 구 교수는 히잡 의문사 사건이 촉발한 이번 시위에 대해 “히잡으로 시작했지만 히잡에 결코 국한될 수 없는 ‘자유에 대한 거대한 열망’”이라고 정의했다. 핵심은 히잡을 쓰든 벗든 ‘여성에게 자율적인 선택권이 있느냐, 없느냐’이며, 국가에 완전히 종속된 국민의 자유를 되찾는 것이라는 의미다.

[세계일보] “히잡착용 의무 폐지 넘어 정권붕괴 목표”

위 기사에서는 반정부 시위의 구성원들이 저항의 경험이 있는 세대라고 설명하기도 합니다. 특히 부정선거 항의 녹색 운동(2009년)과 경제정책을 규탄한 두 번의 시위(2017, 2019년) 등 과거 실패가 현재 세대, 성별, 지역, 계급을 초월하는 항쟁을 일으키는 자양분이 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ㅈ) 이슬람공화국이 히잡을 강제하는 동기는 무엇인가요?

위의 기사에서는 히잡이 "이슬람공화국의 상징이자 정체성"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는데요.


ㅅ) 방금 올린 기사에서는 히잡이 바로 이슬람 공화국의 정체성을 과시하는 수단이라고 나옵니다.


ㄱ) 주이집트대사관의 설명입니다

[외교부] 이집트문화/문화협력

히잡의 유래
  • 히잡(حجاب)은 넓은 의미로 ‘가리다’라는 뜻의 아랍어로 이슬람 여성들이 교리에 따라 입거나 머리에 쓰는 의복을 지칭함.
  • 히잡은 아라비아반도 기후 특성상 뜨거운 태양과 모래 바람을 막는 의복의 역할로 이슬람 이전에도 존재했음.
  • 또한 이슬람 이전의 7C경 빈번한 부족간 전쟁이라는 아라비아반도 상황에 따라 히잡은 남성들의 강간, 약탈로부터 여성을 보호하는 수단으로 인식됨.
  • 이슬람 도래 이후 꾸란과 하디스에 히잡에 관한 것이 언급됨.
- 밖으로 나타내는 것 이외에는 유혹하는 어떤 것도 보여서는 아니되느니라. 즉, 가슴을 가리는 수건을 써서 남편과 그의 부모, 자기 부모, 자기 자식, 자기의 형제, 형제의 자식, 소유하고 있는 하녀, 성욕을 갖지 못하는 하인, 그리고 성에 대해 부끄러움을 알지 못하는 어린이 이외의 자에게는 아름다운 곳을 드러내지 않도록 해야하니라 (24장 31절)
  • 자신의 몸을 노출 시킬 수 있는 상대가 제한되면서 처음에 여성의 보호 목적으로 언급되었던 히잡이 시대가 지나며 변질되어 현재 논란을 만들었음.
  • 아프가니스탄, 사우디 등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는 온 몸을 가리고 다니지만 막상 꾸란에는 어디를 가려야 하는지 그 신체 부위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되어 있지 않음.

[Hands off the people of Iran] Statement on the death of Mahsa Amini and protests in Iran

(위 링크 글에)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3- 이란 이슬람 공화국은 여성의 권리 문제에 관해서는, 비록 실제로 시행이 완전한 성공을 거둔 적은 없지만, 항상 젠더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을 구상해왔다.

이 시스템의 기둥 중 하나는 이 나라의 최고 종교 지도자인 아야톨라 하메네이 발리 알 파치로, 그는 남성에 비해 여성은 불완전한 지적 존재이며, 그들의 주요 기능은 아이를 낳는 것이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3- When it comes to the issue of women’s rights, the Islamic Republic of Iran has always envisaged a regime of gender apartheid, although its imposition in practice has never been a complete success.

One of the pillars of this system is the country’s supreme religious leader Ayatollah Khamenei Vali al-Faqih, who has consistently emphasised that women, relative to men, are imperfect intellectual beings, and that their main function should be to bear children.


ㅅ) 좀 다른 이야기지만 저에게는 현재 한국의 종교들이 동성애를 반대하는 형상과 겹치기도 합니다.


ㅈ)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 현대적 페미니즘 의미로서 히잡은 이란에서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음.

- 1979년 이란의 이슬람 혁명은 부패한 샤 왕조를 몰아내며 이슬람 근본주의를 기치로 내세움. 이들이 최고로 생각하는 이념이 이슬람 문화의 정체성과 정통성이었음.

- 이들은 무슬림 여성을 이슬람 문화의 가치와 전통의 상징으로 받아들임. 즉, 이슬람 여성 자체가 이슬람적 가치의 상징.

- 이것이 페미니즘 운동을 촉발, 이슬람 가치에 근거하여 여성의 지위와 정체성을 보호했으며 이 페미니즘 운동의 상징이 히잡 착용이었음.

히잡을 반여성적인 것이 아니라 여성적 가치의 상징이며 "여성의 지위와 정체성을 보호한다"는 논리인데요. 그것과 페미니즘을 연결짓는 좀 기묘한 논리입니다만 어쨌건 흥미로운 쟁점인 것 같습니다.

 

ㅅ) 순결과 처녀성이 전통적 페미니즘 관점과 연결되는 부분이 저도 눈에 들어옵니다.
  • 히잡은 18C 이후 경제와 사회 지위를 표현하며 순결과 처녀성의 상징이 됨. 따라서 전통적 페미니즘 관점에서 히잡이 여성의 처녀성을 보장하고 그에 따라 가문의 명예를 지키는 방어 조치로 봄.
  • 무슬림 중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종교적 신념에 따라 자유 의지로 몸을 감추며 이들은 히잡은 종교적 신념의 상징일 뿐 그 자체가 본인을 구속하지 않는 다고 보고 있음.
이때는 히잡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히잡을 못 쓰게 하는 프랑스와의 관계로 보아도 좋을 것 같았어요. 유럽의 시각에서 이슬람을 타자화 시키는 것에 대한 반발로 히잡이 무기로 사용된 것 같았습니다.


ㅂ) 이런 기사도 있네요.

[프레시안] '무슬림 페미니스트'의 일갈 "왜 히잡 쓰냐고?"

히잡에 대한 여러 관점과 이야기들이 있는 것 같고, 그래서 문제는 히잡을 쓰냐 안 쓰냐가 아니라 어느 쪽이든 '강제'하는 것이 문제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ㅈ) ㅅ)님 생각과 연결되는 것인데 여기서도 "이란과 터키 같은 개발독재형 우파국가들에서도, 수카르노의 인도네시아나 나세르의 이집트 같은 좌파 독재국가에서도, 히잡 착용은 '여성 해방'의 상징으로 금지되어 있었다. 국가가 국책으로 히잡을 벗겨냈던 것이다. 그 독재 권력에 맞서서 민주화 운동에 투신한 열혈 여성들부터 히잡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억압은커녕 저항의 상징이었던 것이다. 의상을 통한 인정투쟁은 민주주의가 착근하면서 남성 지도자들까지도 영향을 미쳤다. 20세기에는 좌/우파를 막론하고 양복을 입거나 군복을 입었다. 지금은 드물다. 갈수록 전통적 복장으로 갈아입고 있다."는 구절이 주목됩니다.

1979년 이란 혁명을 주도한 호메이니는 팔레비 왕조의 근대화 드라이브가 낳은 모순을 타파하고자 했는데, 만약 히잡이 저항의 수단이고 여성 정체성의 상징으로 여성들에 의해 옹호되었다면 현재의 이슬람공화국은 여성의 요구와 주장을 권력에 흡수한 것이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요?


ㅅ) 권력에 흡수된 후 소멸된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지난 1979년 이란 이슬람 혁명으로 이슬람 페미니즘이 확산된 것도 베일 착용의 한 이유다. 독일 포쿠스지 안드리아 호프만 기자는 “이슬람 혁명 이전 이란 여성은 베일을 쓰지 않아도 됐다”며 “혁명 이후 베일 착용이 법적으로 의무가 됐다”고 말했다.

스위스에서는 부르카 금지법 시행을 앞두고 있다는 기사도 있는데요. 제가 보는 기사에서는 핵심으로 “베일을 쓰지 말라고, 혹은 쓰라고 명령하는 자들은 누구인가. 이것을 먼저 물어야 한다.” 라고 설명합니다.


ㅈ) 히잡을 정치와 법률의 지형에서 문화로 이동시키는 것은 하나의 방법일 수 있을 것인데 이슬람공화국이 히잡을 정치의 골간으로 가져온 이상 그 정체의 변혁과 문화로의 이동은 불가피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이고 히잡 정체성에 근거한 여성운동의 변화도 불가피해 보입니다. 지금도 이란에서 히잡에 기초한 여성운동이 지속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ㅂ) 관련 전문가 인터뷰에서 이란의 여성 인권은 다른 이슬람 국가들에 비해 낮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것도 들었습니다. 비교적 여성 정치인도 많은 편이라고 하고요, (좀 더 정확한 정보가 필요하겠습니다만,) 그렇다면 (법의 테두리 내에서) 히잡에 기초한 여성운동을 지속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여성 정치인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ㅈ)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요약하면 “여성운동의 요구를 법적 장치로 만들었고 그 법적 장치가 여성에 대한 통제수단이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68혁명이 서구에서는 신자유주의 반혁명으로 귀결되었는데 이란의 호메이니 혁명은 신보수주의 반혁명으로 귀결된 것 같습니다.


ㅅ) [한국일보] 이슬람 페미니즘의 대모를 아십니까

서구 사회가 지닌 무슬림 신화와 이슬람 근본주의의 뿌리를 파괴하기 위해서는 무슬림 세계 스스로 민주주의를 복원하고 제 가치와 전망을 내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핵심이 물론 여성 인권의 복원이었다

이러한 기사를 보면 무슬림에 대한 탄압에 대한 저항이 중요하게 다루어지는데요. (그래서 본문에서는 ‘히잡을 안 쓴다고 해서, 저항자는 아니다.’ 와 비슷한 문장들도 있습니다.)

[UPI뉴스] 히잡 벗어 던졌다…이슬람권에 부는 '페미니즘' 바람

이러한 기사들에서는 점차 히잡을 벗는 것을 여성 저항의 흐름으로 가져가는 것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ㅈ) 68혁명의 탈노동 요구가 정리해고의 자유로 귀결되었는데 1979년 이란혁명의 히잡화 탈근대화, 탈서구화 요구는 모성주의적 페미니즘 권력의 사법화로서의 히잡 강제 착용법으로 귀결된 것일까요?


ㅅ) 모성적 페미니즘의 권력 사법화는 잘 모르겠으나…. 말씀하신 탈근대화, 탈서구화로 민족적?, 보수적, 전통적으로 돌아서며 정체성을 지키는 히잡 강제 착용법으로 귀결된 것 같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여성의 신체를 국가가 점유한다는 느낌도 듭니다. 여성의 신체(머리카락 등)로 정체성을 지키는 것으로 보여서요.

오늘 시위에 참여한 이들에게 사형선고를 내렸다는 기사를 보았습니다.

[경향신문] 히잡 시위 참가자에 “신의 이름으로…사형”


ㅈ) 이슬람신정국가가 히잡을 의무로 강제할 수 있는 조건은 신정국가를 모성 지키미로 내세우는 것에 의해 창출되어왔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을 통해 이란혁명 이전의 근대화 드라이브에 저항한 여성운동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여성의 동의를 얻을 수 있었을 터이니까요.


ㄱ) [시사저널] 이슬람의 가치는 왜 ‘히잡’이어야 하는 걸까

근대화와 서구화를 지향했던 팔레비 왕조(1925~1979)는 여성들이 히잡을 착용하는 것은 근대화에 장애가 된다고 믿었다. 심지어 1934년에는 히잡 착용을 법으로 금지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정책은 이슬람 전통주의자들의 반발을 샀다. 급기야 1979년 아야툴라 호메이니는 이슬람 혁명을 일으켰다. 이슬람 회귀를 주장하며 권력을 잡은 정권이기 때문에 이슬람을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고 그들의 정치 이념과 성과를 효과적으로 선전해줄 수 있는 도구가 필요했는데 그 최고의 수단은 히잡이었다.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기 이전에는 중동의 어느 나라보다도 자유롭고 서구화된 삶을 누리던 이란 여성들은 모두 이슬람 혁명 이후 강제적으로 검은 차도르 안으로 몸을 감춰야 했다. 골목마다 이른바 ‘도덕경찰’이라 불리는 종교경찰이 지키고 있다가 히잡 밖으로 나온 머리카락을 가위로 자르는 등 일제히 단속에 나섰다.


ㅈ) 히잡의 힘에 대한 긍정과 히잡의 의무화는 거대한 차이를 가져온 종이 한 장 차이였습니다. 그런데 히잡 착용을 선택할 자유를 위한 투쟁이 목숨을 건 히잡 착용 거부로 나타나고 있는 현실에서 히잡 착용 거부와 (팔레비 시기의) 히잡 착용 금지가 종이 한 장 차이일 수 있음을 주목하게 됩니다.


ㄱ) (히잡 시위를) 이란 페미니스트 혁명으로 부르는 목소리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Listen to the Voices of a Feminist Revolution in Iran

테러와 탄압 앞에서 우리는 마싸(지나) 아미니 살해에 대한 분노로 불붙은 이란의 페미니스트 혁명을 목격하고 있다. 쿠르드족의 운동에 영감을 받아, 시위자들은 “여성, 삶, 자유”를 외치고 있다. 사람들의 봉기, 히잡을 쓰지 않은 채 춤추는 몸, 히잡 상징을 태우는 시위자들은 국가가 지원하는 트롤 군대, 인터넷 정전, 최루 가스, 집단 체포, 잔인한 살인에 의해 폭력적으로 진압되었다.


ㅂ) “자유”와 “서구화”가 동일선상에서 서술이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것이 현재 이란의 상황을 단편적으로 보게 만드는 원인 중 하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ㅈ) 근대화의 모순들에 대한 반근대적 대응이 “보호”의 관념에 기초한 이란식의 신보수주의(가족, 모성, 종교, 신)와 여성통제로 나타나듯이, “자유” 관념도 맹목적으로 추구되면 신자유주의에 기름을 부을 위험이 크다고 생각됩니다.

호메이니 혁명도 일종의 "페미니즘 혁명"이라고 정의하는 것을 이미 우리가 봤기 때문에 현재의 반정부시위가 페미니즘 혁명이라면 “어떤 페미니즘이 정말 혁명적인 것인가?”가 질문되어야 할 시점인 것 같습니다.

2. 시위의 특이성; 역사적 조건, 역사적 의미 등에서

ㅈ) 이란 이슬람 정권을 서구 사회와 비교해 특별히 여성에 "더" 억압적인 정권으로 보는 것보다 서구와는 "다른 방식으로" 여성에 억압적인 정권으로 보는 것이 어떨까요?


ㅂ) 네, 필요한 시각이라고 생각합니다.

 

ㅅ) 네 동의합니다.

저는 "어떤 페미니즘이 정말 혁명적인 것인가?" 이 질문이 중요하다고 느껴졌습니다. 저항과 포섭(?)의 과정들이 연속적으로 이어질 때, 잊지 말아야 하는 혁명의 방향성이 필요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ㅈ) 여성을 가외 일자리에서 가내 일자리로 끌어들이려는 것(이란), 여성을 가외 일자리로 끌어내 저임금을 주는 (그리고 필요한 때에는 다시 가내로 추방하는) 것(서구)은 형태가 다를 뿐이지 동일하게 여성 차별적인 것 같습니다. "히잡 강제 착용"이 기이하다면 제도화된 "저임금"도 기이하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팔레비 왕조 하의 근대화 과정에서 소외되고 차별되는 여성들이 가족과 같은 전통적 공동체에 대한 향수를 갖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신보수주의(이란은 호메이니, 미국은 레이건)는 이 자연스러운 반응을 반동적 방향에서 체제화하여 그것을 국가권력의 세포이자 도구로 활용했습니다. 여기에서 근대화와 자유화의 경계 지점에서 공통화의 요구가 등장하는데 가장 손쉬운 방식이 근대 이전의 전통으로, 익숙한 것으로 복귀하려는 경향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바로 굴레임이 확인된 순간 다시 "자유지상"으로 복귀하는 것은 그 역시도 "손쉬운 방식", "근대적 전통"으로 다시 복귀하는 것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공통화의 새로운 방식을 발명하는 것이 필요한 순간에 이전의 혹은 기존의 방식에 호소하고 의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의미입니다.


ㅂ) 이슬람 혁명 이전에(히잡 착용 이전에) 여성의 삶이 더 자유로웠다는 식의 환상은 위험한 착시인 것 같습니다.


ㅈ) 페미니즘에 적용하면; 이란형 "모성주의적 페미니즘"(이런 개념이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히잡이 출산능력에 대한 보호, 특권화의 상징이라는 의미에서 사용해 보는 말입니다.)이 근대 이전의 공동체에 호소하는 것과는 달리 "자유주의적 페미니즘"은 우리가 익숙한 자유주의적 개인을 해방적 행위자로 내세우는 점에서 차이가 있지만 모두 한계를 노정했다고 생각됩니다.


ㄱ) 트위터에는 이란 시위 목표가 Regime Change라는 밈도 많이 보이는데 어떤 체제로의 변화인지가 궁금합니다.


ㅂ) 이란은 '왕의 나라'(팔레비 왕조)에서 '신의 나라'(이슬람 공화군)로 갔다는 표현이 있는데요, 그렇다면 한국은 '왕의 나라'에서 무엇의 나라로 같다고 이름 붙일 수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ㅈ) 시위대오 내의 개혁파들은 레짐체인지에 반대한다는 기사입니다.

[ALARABY news] ‘We don’t want regime change’: Iran’s reformists reaffirm allegiance to regime


ㅂ) 나바비는 정권을 건물에 비유하며 "우리는 건물을 폭파하고 싶지 않다. 오히려, 우리는 같은 건물을 고치고 결함을 고치고 싶어하는데, 우리는 이것이 매우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드는 작업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나바비가 이끄는 개혁전선은 27개 개혁파 단체로 구성된 이란의 대표적인 개혁파 연합이다.

이란의 개혁주의자들은 이슬람 공화국의 전복에 반대하며 체제 내부로부터의 점진적인 개혁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위 기사 일부를 파파고 번역 한 것입니다.


ㅈ) 개혁파와 혁명파 사이의 균열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히잡 시위(문화투쟁)에서 폭발한 분노가 알리 하메니에 최고지도자(83), 에브라힘 라이시 대통령(62)을 대상으로 한 퇴진 요구로 발전하면서(정치투쟁) regime change 주장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ㅂ) 젊은 세대들은 '이슬람 공화국'에서 일단 '이슬람'(종교, 최고 지도자)을 떼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BBC NEWS] 이란 Z세대가 바라는 '다른 삶'


ㅈ) 신보수주의 정권하에서도 신자유주의 정권들에서와 다를 바 없는 극심한 양극화가 전개되었고 이슬람 혁명의 주도 세력이 부와 권력을 독점하고 있으므로 젊은 세대의 탈종교적 경향은 바로 이 이슬람 신정 세력의 독재, 독점에 대한 거부와 저항으로서의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레짐 체인지란 결국 신정독재를 다른 것으로 교체하는 것일 텐데, 그것이 "돈정독재"로 교체된다면 게걸음을 걷는 것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ㅈㄱ) 이란의 다수라는 젊은층은 전의를 다지고 있는 것일까요? 국가적 정체를 상실하고 방황하는 것일까요? 뉴스로만 보니 비전이나 희망도 깜깜해 보입니다.

[위키백과] 이란의 인구


ㄱ) 사우디와의 전쟁으로 번질 가능성에 관한 기사들도 있었는데 전쟁이 날 수도 있을까요?

[한겨레] 이란 외교부 “우리가 사우디 침공? 근거 없는 비난일 뿐”


ㅈ) 글쎄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보이듯 오늘날 전쟁이 갈등의 배출구이자 기존 질서를 바꿀 수단으로 등장하는 예가 많아서 전쟁이 없을 것이다라고 단언할 수 있는 어떤 조건도 없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전쟁은 그것을 시작하는 행위자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기 때문에 아무 때나 나타날 수 있는 것은 또한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란은 북한과 유사하게 핵개발을 이유로 미국 주도의 국제적 경제제재를 20년 동안이나 받고 있는 상태이므로 미국과는 사실상의 전쟁 상태에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입니다.


ㅂ) [경향신문] 히잡 시위 두고 미국·이란 ‘으르렁’…“미국이 배후” “평화 시위 탄압 우려”

한 달 전 기사입니다. 정부가 시위대를 무력 탄압하는 명분으로 미국을 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쿠르드 족 배후설도 종종 눈에 띄는 것 같고요.


ㅈ) 홍콩 시위를 중국 정부는 미국의 사주라고 했었지요. 남한의 시위를 한국 정부는 북한의 사주라고 말하곤 하잖아요?


ㅂ) 네, 대외적인 반정부 세력은 늘 내부의 시위를 억압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것 같습니다.

[한겨레] 미국의 제재 남발과 역효과

지난 열린 세미나에서 '포퓰리즘'에 대한 논의를 한 적이 있는데요, 이란의 엘리트 정치 구도에서는 '여성 사회참여 제한'과 '포퓰리즘 경제 개혁'이 한 진영에 놓여 있다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SNUAC] 이란 정치체제와 권력투쟁: 이란 정치 지형의 향방은?


ㄱ) 이란 좌파 조직가의 인터뷰입니다. 이란을 생각할 때 라틴아메리카에서 희망을 본다고 합니다

[JABOCIN] In Iran, Mass Protests Are Chanting “No Mullahs, No Shah, Just Democracy”

우리는 불과 3년 만에 국민들이 봉기하여 볼리비아의 루이스 아르세, 칠레의 가브리엘 보리치, 콜롬비아의 구스타보 페트로를 권력가 잡고 잔인하고 억압적인 지도부를 대체하는 것을 보았다. 나는 중남미와 중동이 우리 둘 다 착취를 당했고, 국민으로서 혁명적이며, 부유층과 농민층 사이에 큰 격차가 있으며, 종교적으로 독실하다는 점에서 비슷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란의 미래를 생각할 때, 나는 종종 라틴 아메리카에 희망과 영감을 기대한다.

미래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이 전망합니다

현실적으로 우리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거의 없다. 이슬람 공화국이 친구들의 작은 도움으로 권력을 계속 유지할 수 있거나, 국민투표를 실시해 국민들이 진정한 민주주의와 대의제를 선택하거나, 국민들이 군주제를 선택하고 레자 샤가 아버지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거나, 군부가 정권을 잡고 이집트처럼 군사 독재를 수립할 수 있다. 이 네 가지 중 가장 이상적인 선택은 국민들이 진정으로 대중을 대표하는 정부를 선택할 것이라는 희망에 달려 있다. 나를 가장 두렵게 하는 선택지는 군사 독재 정권이나 그대로 유지하는 것들이다.

 

ㅈ) 이 글에 "서구의 개입과 미국의 제재가 이란에서 민주주의를 대의를 돕기는커녕 해친다"는 구절에 포함되어 있네요.

 

ㄱ) 네, 위에 말씀해주신 것처럼 미국 제재가 사실상 전쟁과도 같고 정부가 아니라 시민들에게만 고통을 준다는 구절도 있었습니다.

제재를 받고 살아봤거나 제재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제재가 정부가 아닌 국민에게 상처만 준다는 것을 안다. 제재는 전쟁이고, 미국이 이란에 가하는 제재는 절대적으로 사악하다.

Anyone who has lived under sanctions or is familiar with sanctions knows that sanctions only hurt the people, not the government. Sanctions are war, and the sanctions imposed upon Iran by the United States are absolutely evil.


ㅈ) 1)신정 2)대의민주정 3)군주정 4)군부독재 중에서 2)대의민주정을 지지한다는 뜻인데 서구대의민주주의적 전망에 "좌파"가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아래로부터 이란의 저항세력의 공통장을 구축할 전망이 없는지 이란 저항운동의 현황이 궁금해지는데 다음에 기회로 미룰 수밖에 없겠습니다.

 

ㅂ) 네, 꼭 한 번 더 이란 저항운동의 현황에 대해 논의해 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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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일리언 현상학,
혹은 사물의 경험은 어떠한 것인가

강연: 이언 보고스트

12월 3일 (토) 오전 11시
진실연대자가 추천하는 전시

부채를 꼭 쥔 손
Hand holding folding Fan

추유선 개인전

12월 1일 ~ 12월 11일
12:00 ~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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