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안함을 견디기 어려울 때가 있죠

이따금 불안함을 견디기 어려울 때가 있어요. 어쩔 줄 몰라 가만 두었더니 불안함은 무기력이 되었다가 외로움이 되었다가, 어쩔 땐 우울함으로 변하기도 했어요.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는 마음을 보고 있노라면 감정이 실은 하나의 단어로 재단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빨주노초파남보 우리가 나눈 색깔이 실은 연속된 색상 스펙트럼 위에 있는 것처럼요. 오늘 잉잉레터의 주제는 종종 제 마음을 휘젓고 다니는 '불안함'입니다. 지난 호 질문 '쓸쓸함을 느낄 때가 있나요?'에 대한 다른 잉잉이들의 이야기 나누는 것으로 시작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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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잉이A

자취하는데 아플 때 ··· 혼자 아플때가 제일 서럽더라구요 !

잉잉이B

좋은 사람들과의 술자리, 기분 좋게 취하고 혼자 집에 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쓸쓸함을 느껴요.

잉잉이C

최근에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같이 입사한 동기도 퇴사하고, 오래 쓰고 소중히 여겼던 물건들도 잃어버리면서 여러가지의 이별을 겪었어요. 내가 행복함을 느끼는 순간/사람들이 영원하지는 않을 것을 머릿속으로는 알고 있었지만, 막상 경험하니 힘들고 슬프더라고요.

잉잉이D

추석 때 저는 알바 때문에 집에 혼자 있었어요. 저희 가족은 5명이라 매일 시끌벅적한데 나 혼자 이틀 정도 집에 혼자 있으니 쓸쓸하더라고요. 할 일도 없고. 편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지도 못하는 기분이었어요. 외로움을 잘 느끼지 않는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소중한 존재인 가족이 옆에 없다고 느끼면 쓸쓸해진다는 걸 느꼈어요.

잉잉이E

얼마 전에 친척집 고양이를 며칠 맡아준 적이 있어요. 처음엔 고양이에게 가까이 가면 하악질하고 곁을 안 주더니, 놀아주고 밥 주고 같이 자고 그러다 보니 이튿날 아침부터는 제가 눈을 뜨면 다가와서 얼굴을 비비더라고요. 계속 같이 살 순 없는 고양이인데 정이 들어서인지 고양이가 떠나는 날엔 눈물이 다 났어요. 친척 집으로 보러 가면 되는데 말이에요... 고양이가 지내다가 간 제 방에 남겨진 장난감을 보니 쓸쓸했어요.

잉잉이F

저는 사실 불안장애가 있어서 병원을 다니고 있어요.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데, 가족들에게는 말을 안 하고 다니는 중이라 아무도 모르긴 하지만, 가끔 지인들이나 방송에서 정신과를 다녔다던가 정신적으로 힘들어한다던가 하는 얘기가 나오면 부모님이 걔는 왜 그랬을까, 라던가 생각을 좀 바꾸면 될 텐데, 뭐 그런 남의 얘기라 던질 수 있는 말들을 하실 때면 쓸쓸해지는 거 같아요. 병원에 다닌다는 말을 하고 싶다가도 남들에게만큼은 아니더라도 제가 나약하거나 그래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하실까봐서요. 가족에게도 말할 수 없는 게 늘어날 때마다 쓸쓸함을 느끼게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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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안함을 다루는 방법

하루의 끝은 역시 일기를 쓰는 것으로 마무리합니다. 저는 제 글씨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생산성 툴 노션(notion)에다가 일기를 쓰고 있는데요. 제 일기에는 조금 특별한 점이 있어요. 오늘 하루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복기하면서 '감정 태그'를 달아주거든요. 친구들과 크리스마스 파티를 했던 날에는 '즐거움', 가족이랑 말다툼을 한 날에는 '우울함'을 달아주는 식으로요.

가장 많이 달린 태그가 뭘지 최근에 통계를 내봤는데, 예상대로 '불안함'이 1등을 차지했어요(2등은 예상 외로 즐거움이었어요😮). 저는 불안함이 정말 많아요. 세트로 따라다니는 무기력도 자주 느끼고요. 아마 불안함이 제 행동 패턴의 절반은 설명해줄 거예요. 손톱을 만지작거리거나 입을 우물거리면 불안하다는 뜻이거든요. 일기도 실은 불안함을 잘 다루고 싶어서 써요. 공부를 하거나 책을 열심히 읽는 것도 마찬가지!

요즘은 불안함이 말 그대로 제 몸을 움직여요. 튼튼한 몸에 튼튼한 마음이 깃든다는 생각으로 저녁마다 달리기를 하거든요. 저 원래 땀 내는 걸 정말 싫어했는데, 효과를 좀 보고 나니까 이제는 오히려 뛰지 않으면 불안함이 찾아와요. '앗 어제 비와서 못 뛰었는데 오늘도 못 뛰면 어떡하지'하고요. 많은 시간 저를 괴롭히는 녀석이지만 이쯤되면 불안함만큼 꾸준한 동력이 또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잉잉이님은 불안함을 어떻게 다루고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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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피아 게임을 하지 말라

1. 불안감을 호소하는 환자들에게 자주 드렸던 조언이 있습니다. 바로 ‘마피아 게임을 하지 마세요’입니다.

2. 우리가 시민 역할로 마피아 게임을 할 때에는 마음이 편안합니다. 하지만 마피아 역할에 당첨될 경우, 그때부터 심장이 두근거리고 긴장되기 시작합니다. 불안이라는 감정이 올라오는 것이지요.

3. 시민일 경우 우리는 연기를 할 필요가 없으므로 행동의 겉과 속이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마피아가 되었을 경우엔 끝까지 시민인 척 연기를 해야 합니다. 겉과 속이 다르게 행동해야 하기 때문에, 들키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마음 속에 불안함이 내재되는 겁니다.

4. 이 차이는 우리 삶에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우리는 자신감이 떨어져 있을 경우, 자신의 못난 점을 들키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그 노력이 불안을 더 가중시키고, 불안이 커질수록 자신감이 더 떨어진다는 사실을 모른 채로요.

5.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면 더 이상 불안하지 않습니다. 들킬 게 없으니까요. 겉과 속이 같기 때문에 전전긍긍할 일이 없어집니다.

6. 게다가 있는 그대로를 인정함으로써 거품을 걷어내고 마음속 깊은 심지에서 출발할 때 우리는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습니다. 내가 가진 잠재력만 제대로 발휘하면서 살아도 그리 못난 삶이 되지 않을 겁니다. 굳이 내 옷이 아닌 옷을 입고 평생 불안해하면서 살 필요가 없습니다.

7. 한 번 사는 인생 '마피아 게임'을 하면서 살지는 말자고요. 불안함을 자주 느낀다면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게 있는지, 그게 무엇인지 차분히 생각해 보시기를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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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 싶을 땐 울어요, 잉잉잉💦

잉잉레터는 감정에 대해 다루는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스튜디오 잉〉에서 발행합니다.

스튜디오 잉은 어른들도 마음 편히 울 수 있는 세상을 꿈꿔요.

언제 어디서나 잉잉이님의 감정을 껴안아줄 수 있기를 바라며,

다음 주에 또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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