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 번째 편지 : 시리얼

예나 지금이나 나의 최애 시리얼은 오레오오즈다. 동년배들이라면 선글라스를 쓴 마시멜로 캐릭터가 우유가 담긴 그릇으로 다이빙하는 티비광고를 모두 기억하겠지! 새끼손톱 사이즈의 작고 동그란 마시멜로는 뽀빠이 과자 속 별사탕처럼 감질나게 들어있었고, 나는 엄마가 가위로 잘라놓은 봉지 틈으로 작고 짧은 팔뚝을 집어넣어서 마시멜로만 쏙쏙 골라먹었던 탓에 포장을 뜯고 난 지 하루 이틀이 지나면 꼭 초코링만 남곤 했다. 

이름도 맛도 틀림없는 미국 출신인 이 녀석이 대한민국에서 유일 생산된다는 사실이 한때 이슈가 되었으나, 작년 6월부터 미국에서도 생산을 재개하면서 그 ‘한국특산품(!)'타이틀을 내려놓게 되었다고 한다 (나무위키에 오레오오즈의 흥미진진한 일대기가 적혀있길래, 여기에 링크를 첨부한다! 오레오오즈 나무위키). 어쨌든 나는 미국인들이 한국 여행을 와서는 기념품으로 오레오오즈를 쟁여간다는 웃픈 기사를 처음 접했을 때, 그 마음을 십분 이해할 수 있었다. 나에게도 오레오오즈는 행복한 맛, 반가운 기억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최근에 마트에서 오레오오즈 ‘레드’를 발견하고는, 오레오오즈 팬으로서 이걸 진작에 먹어보지 않은 것을 애석해하며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쇼핑카트에 던져넣었다. 먹어보니 기존의 오레오오즈에 새콤한 딸기향을 살짝 더한 제품이었다. 오리지널 버전을 워낙 좋아하는 내 입에는 이것도 맛있었다. 기본 맛 딸기맛 한 번씩 번갈아가며 쟁여놔야지. 여러분의 최애 시리얼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냠냠 에피소드 from.동구리

지금으로부터 약 2달 전, 켈로그에서 '첵스 파맛'을 출시했다. 말도 안 되는 맛일 것 같지만, 당도가 있는 '야채크래커'/'양파링' 맛이라는 평을 보면 어느 정도 납득은 가는 상품. 물론 뜬금없이 등장한 제품은 아니다. 16년 전 신제품 '첵스 초코'를 앞두고 '첵스 파맛'과 이벤트성 투표를 진행했으나, 의도치 않게 첵스 파맛이 당선되었던 것이 이제서야 빛을 본 셈. 다만 앞서 언급한 '야채크래커'나 '양파링' 역시 우유에 말아먹는 과자가 아닌 만큼, 켈로그 측에서 주장하는 '우유와 함께 먹으면 우유도 맛있어져요!'라는 말은 좀 아닌 듯하다(Alex피셜). 개인적으로 우유보다는 차라리 유튜버 '허팝'이 선보였던 '첵스 파맛 파전'을 만들어 먹거나, 무난하게(?) 케찹/마요네즈를 뿌려 먹는 게 더 맛있더라.
사실 '파맛'이라 파전, 설렁탕 등의 음식에 곁들이는 레시피가 나오며 화제가 된 것이지만, 이전의 핫했던 디저트 상품들 중에는 시리얼이 들어간 메뉴들이 꽤 있었다. 미국에서 건너와, 현재는 가로수길/이태원/여러 백화점 등에서도 볼 수 있는 Emack&Bolio's 역시 그 중 하나. 

Emack&Bolio's가 직관적으로 아이스크림 콘에 시리얼을 붙여 성공한 브랜드라면, 뉴욕 Milk Bar의 아이스크림은 시리얼을 우유에 말아 먹었을 때의 맛을 재현하여 성공한 메뉴다. 시리얼을 보여주기 식으로 활용하지 않고, '맛'에 중점을 두어 해석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제품.

이러한 아이디어들을 참고했는지 최근 한남동 올드페리도넛에서 낸 아이스크림 브랜드 '솔티밥' 역시 '시리얼밀크' 메뉴를 내놓았다. 기존에 강점을 갖고 있던 도넛을 활용한 도넛샌드에, Fruity Pebbles 시리얼까지 올려 비주얼을 잡은 상품. 빤히 예상가는 맛이지만, 맛이 없을 수가 없는 조합에 SNS에 올리기 좋은 모양새라 꽤나 화제가 되었던 아이템이다. 

이 외에도 시리얼을 활용한 사례는 정말 무궁무진하다. 취향껏 토핑을 올려 우유에 말아먹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시리얼을 얹은 요거트, 와플, 팬케이크 등을 판매하는 '시리얼 바(Cereal Bar)'까지 있을 정도니. 국내에선 2016년에 GOD 윤계상님이 오픈하셨던 '미드나잇 인 서울'이 첫 번째 시리얼 바였는데, 현재 사라진 것을 보면 역시 '시리얼만'으로는 흥행하기 어려운 듯하다.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잘 될 듯한 해외 시리얼 관련 상품은 뉴욕 로체스터에 위치한 Morgan's Cereal Bar의 'Fruity Pebbles KeyLime Cheesecake Cake'와 뉴욕 Milk&Cream Bar의 'Fruit Berry Bliss + Teddy Grahams'

대중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치즈케이크' 같은 메뉴를 살짝 비틀어준다던가, '곰돌이' 컨셉으로 통일하여 비주얼을 극대화한 시리얼+젤리 아이스크림이 인상깊었다. 언젠가 국내에서도 이러한 상품들을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괜히 한 번 기대해 보며 글을 마친다.

냠냠 리포트 from.알렉스

01. <패터슨> 짐 자무쉬

영화 <패터슨> 스틸컷 
소박한 일상과 창작의 관계를 사랑스럽게 그린 영화 '패터슨'

영화 패터슨은 뉴저지 주 패터슨에 사는 패터슨이라는 이름을 가진 버스 운전사의 일주일을 보여준다. 패터슨은 매일 아침 615분쯤 일어나, 어젯밤 준비해 놓은 옷을 입고, 시리얼을 먹고 출근한다. 퇴근 후에는 집에서 로라가 차려준 저녁을 먹고 개를 산책시키며 바에서 맥주를 마시고 하루를 끝낸다. 보편적으로 기대하는 영화의 흐름과 달리 이 영화는 서술적인 긴장감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우리의 일상을 돌아보게 한다. 

지루하게 반복되는 나날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러한 일상과 리듬 속에서 패터슨은 주변을 예리하게 관찰하고 엿들으며 시로 자신을 표현한다. 그의 시는 일상의 동일성에서 비롯되는 것 같기도 하고, 그 속에서 얻는 위안을 요약하는 것 같기도 하다. 영화에서 패터슨이 쓰는 시는 영화를 위해 쓰인 시인 론 패짓의 시로, 아담 드라이버의 목소리와 필체로 화면에 나타난다. 그가 망설이면서 써나가는 시를 감상하는 것도 영화를 즐기는 포인트다

단순한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찾는 패터슨은 영화를 보는 우리에게 예술은 어디에나 있고 누구에게나 있다고 말하는 것만 같다. 우리 모두 아침에 일어나 시리얼을 먹고 하루를 시작하면서 우리 안의 예술가를 깨워보는 것은 어떨까?

영화 <패터슨> 포스터 ⓒ 그린나래미디어
02. <Avant Gardener> Courtney Barnett

침대 밖은 아무래도 위험해! 집 안에서 '시리얼'을 먹으며 들으면 좋을 노래를 추천한다.

'보잭 홀스맨' 애청자에게는 시즌 2 엔딩곡으로 유명한 Courtney Barnett의 'Avant Gardener'. 
이 노래의 가사에서 화자는 지루한 월요일 여름날 갑자기 화단에 식물을 심을 계획을 세운다. 잡초를 뽑기 시작한 순간 숨쉬기가 어려워지고 쓰러진다. 정신을 차려보니 구급차에 타고 있고 '오늘도 그냥 침대에 있을걸...' 하며 후회하면서 노래가 끝난다. 
단조로운 일상을 유쾌하게 풀어낸 음악을 감상하면서 오늘 하루 무리하지 말고 건강히 보내시길.

냠냠 큐레이션 from.나나
나나의 추신 :
여러분은 시리얼 '눅눅파'인가요, '바삭파'인가요? 저는 무조건 눅눅파입니다. 시리얼의 단맛이 우유에 우러난 시리얼맛 우유는 너무 맛있으니까요! 시리얼맛 우유를 좋아하신다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셰프의 테이블> 4부 중 1 <크리스티나 토시편을 추천합니다. 알렉스의 글에서 언급된 뉴욕의 밀크바를 약 40분의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행복해지는 맛은 기본이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친숙하고 대중적인 디저트를 만드는 천재 요리사의 철학을 엿보고 싶다면 당장 넷플릭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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