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안녕하세요? 어린이날 아침입니다. 오늘은 미래 세대가 마주할 걱정스러운 현실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세계 2등 한국 어린이의 기막힌 현실

어린이집에서 뛰노는 어린이들. [연합뉴스]
  최근 발표된 세계보건기구(WHO)ㆍ유니세프ㆍ랜싯 공동 연구 보고서를 보면 한국의 어린이 ‘번영 지수’가 조사 대상국 180개국 중 2등입니다. 1등은 노르웨이, 3등은 네덜란드입니다. 일본 7위, 미국 39위, 북한 112위입니다. 

 이 지수는 유아와 청소년의 사망률, 영양 상태, 교육에 대한 투자 등을 평가한 것입니다. 의료ㆍ양육ㆍ교육 면에서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뜻입니다. 노르웨이를 제외한 유럽 선진국들 위에 선 것은 가정의 교육비 지출 규모 때문인 것으로 추정됩니다. 

 불과 두 세대 전만 해도 배를 곯고, 학교에 갈 수 없는 어린이가 도처에 있던 나라가 눈부신 발전을 이뤘습니다. 정말 기적 같은 일입니다. 물론 지금도 돌봄의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이 있지만 아동 복지 시스템은 그 어떤 선진국 못지않게 잘 갖춰져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요, 이 평가는 단면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각 나라 어린이의 삶의 질을 제대로 측정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교육비 투입은 어린이의 삶에 바람직하겠지만 한국에서도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지 않을까요? 그리고 이 보고서는 현재 상황에 대한 평가일 뿐 각 나라의 어린이가 살아가야 할 미래에 대한 고려는 담고 있지 않습니다. 그래서 세계에서 2등이라는 성적표를 보면서도 도저히 기뻐할 수가 없습니다. 

 한국 통계청 인구 추이 분석에 따르면 2067년이 되면 생산인구 대비 노인 인구가 102%입니다. 근로자 한 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현재는 근로자 다섯 명이 노인 한 명을 부양하는 수준입니다. 수명은 늘어나고 신생아 수는 줄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초저출산(지난해 합계 출산율 0.84명) 국가를 향해 암울한 미래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습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한국 미션단장은 지난달에 한국 정부의 부채비율이 지나치게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고령화와 저출산 때문에 한국이 머지않아 재정과 부채의 부담을 감당하기 어렵게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지금 우리는 미래 세대에게 폭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어린이들은 전 지구적 문제도 마주해야 합니다. 기후 변화, 환경 오염, 자원 고갈, 핵전쟁 위험에 코로나19 같은 신종 전염병까지. 로봇과 경쟁을 해야 하고, 인공지능(AI)의 위협에 맞서야만 할 수도 있습니다. 공상과학(SF) 영화 장면처럼 파괴된 지구 위에서 생존을 위해 몸부림쳐야 할지도 모릅니다. 

 밝고 즐거운 표정으로 어린이를 대해야 하는 날 아침에 어둡고 무거운 이야기를 해 죄송합니다. 오늘 하루라도 어른의 책임에 대해 함께 생각해 보자는 뜻입니다. 누가 나와야 누구를 이기고, 누가 누구의 손을 잡아야 한다는 이야기로 세월을 보내다가는 자식ㆍ손자 세대에게 당신들 그때 무엇을 했느냐는 원망을 들을 것 같습니다. 

 어려운 숙제들이 얽히고설켜 있어 막막합니다. 하지만 인류가, 한국인이 숱한 위기를 건너왔습니다. 여기에서 희망을 접을 수는 없습니다. 영화 ‘인터스텔라’의 포스터에 쓰여 있었습니다. ‘우린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소녀 환경 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2년 전 다보스 포럼에서 현재의 실패를 인정해야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찬찬히 한 번 읽어 보세요. 느낌을 고스란히 전하기 위해 원문 그대로 옮깁니다. 

 “Yes, we are failing, but there is still time to turn everything around. We can still fix this. We still have everything in our own hands. But unless we recognize the overall failures of our current systems, we most probably don’t stand a chance.”

 
 어린이가 급격히 줄어든 한국 사회에는 이미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산업의 지형도 바뀌고 있습니다. 자세한 내용을 담은 기사를 보시죠. 
더 모닝's Pick
1. ‘백신 부자’ 나라들의 여유
 미국은 화이자 백신 접종 최소 연령을 16세에서 12세로 낮추기로 했습니다. 화이자 백신의 예방 효과가 확실하게 입증됐고 부작용 걱정도 크지 않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유럽연합(EU)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사전 예약 없이도 백신을 맞을 수 있다고 하네요.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도 곧 동날 지경에 이른 우리의 현실이 더욱 한심하게 느껴집니다. 😔
2. 사라져가는 미래 일자리들 
  한국이 자동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1위 자리를 중국에 넘겨줬습니다. 5G 통신 기술과 파운드리 반도체 생산도 국제 경쟁에서 점점 어려운 방향으로 갑니다. 미래 세대의 먹거리, 일자리가 이렇게 줄어들고 있습니다. 20년 집권 계획은 있지만 20년 산업 계획은 없습니다. 장정훈 산업1팀장이 청년들에게 공공 일자리와 국가 채무만 넘겨줄 것이냐고 묻습니다. 😨 
3. 올해 종부세 총 6조원, 2년 새 6.4배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올해 종부세 총 세수가 6조530억원이 됩니다. 2019년에는 9524억원이었고, 지난해에는 1조5224억원이었습니다. 올해 종부세와 재산세를 합한 부동산 보유세는 최대 12조원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2019년에는 6조원이었습니다. 징벌적 과세 논란이 벌어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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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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