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부실공사 불러온 `바닷모래 채취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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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모래 채취가 중단된 지 1년을 넘어서고 있다. 그사이 건설현장은 피멍이 들고 있다. 바닷모래의 빈자리를 저질 불량 골재가 메꾸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건물의 품질 저하로 이어지고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게 된다.

어민들은 바닷모래 채취가 중지돼도 아파트는 쭉쭉 올라간다고 항변한다. 그런데 부산·경남지역을 가보면 경북이나 충북, 전라도 등지에서 수백 ㎞를 운반해 모래를 공급받는 사례가 많다. 심지어 강원도에서 컨테이너로 모래를 실어오기도 한다. 흙인지 모래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불량 골재나 폐콘크리트. 심지어 채취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골재도 암암리에 유통된다고 한다. 모래 품귀가 지속되면서 가격은 3배 가까이 상승했다. 이제는 수도권까지 바닷모래 채취 허가가 지연되면서, 이러한 상황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면 부실공사와 맞바꿀 정도로 바닷모래 채취가 해양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한가. 전남대에서 2013년부터 2년 이상 조사한 결과를 보면, 바닷모래 채취로 인한 어업 피해는 미미한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2017년 해양환경관리공단의 연구결과도 최근의 어획량 감소가 골재 채취보다는 기후변화나 중국의 불법 조업, 치어 남획 등 여러 요인에 기인한 것으로 결론짓고 있다.

외국의 연구 결과도 대동소이하다. 영국의 경우 연안에 수십 개의 골재채취구역이 있는데, 2011년 조사보고서를 보면 골재 채취와 어획량 감소는 무관한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일본의 후쿠오카현에서 약 25년 동안 바닷모래 채취 해역과 미채취 해역을 비교한 결과, 어류의 생식 환경은 거의 동등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또한 채취 후 움푹 파인 정도가 10m 이내라면 어업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한다.

연안 침식이 바닷모래 채취에 기인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약하다. 만약 그렇다면 바닷모래가 채취되지 않는 동해안에서 해안 침식이 훨씬 심각한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외국에서는 바닷모래를 법적으로 규제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 유럽이나 일본에서 바닷모래가 감소한 이유는 일부 채취 규제도 있으나, 그보다는 건설활동이 축소되면서 굳이 바닷모래를 사용할 필요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건설활동이 활발하고, 철근콘크리트조 아파트가 대부분이다. 이 때문에 1인당 골재 소비량이 연간 8t 정도로, 일본이나 유럽의 5배에 달한다. 연간 모래 수요는 2억t 정도인데, 이는 15t 덤프트럭 1300만대 규모로, 하루 4만여 대에 달한다. 따라서 대량의 골재 공급원을 마련하지 않는 이상 부실공사가 불가피해진다.

어민이나 환경단체에서는 대체 골재원을 주장한다. 그러나 하천모래는 고갈됐고, 산림골재는 바닷모래 이상으로 민원이 많아 공급을 확대하기가 쉽지 않다. 더구나 인허가 등을 고려할 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폐콘크리트를 활용한 재생 골재는 품질에 한계가 있다. 수입도 거론되나 채산성이 부족하고, 중국이나 베트남 등 대부분 국가에서 모래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근본적으로 하천이나 석산, 바다 등 모든 골재 채취원은 어느 정도 환경 훼손이 불가피하다. 이 가운데 가장 환경 영향이 작은 것으로 평가받는 것이 바닷모래다.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더구나 배타적경제수역(EEZ)은 연안에서 50㎞가량 떨어진 곳이다. 또한 바닷모래 채취 과정에서 수차례 환경영향평가가 이루어지며, 해양환경개선부담금이나 공유수면 점·사용료 등을 통하여 매년 수백억 원의 지원금이 어민들에게 전달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바닷모래와 관련된 민원만을 중시하고, 공급 대책을 간과한 측면이 있다. 그 결과는 눈에 보이지 않는 부실공사로 귀결되고 있다. 정부는 바닷모래 공급을 조속히 정상화시켜야 한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최민수 건설산업硏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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