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월 13일_12번째 다카포 페이퍼

2020년 8월 13일 목요일

글: 유니쓰 / 편집: 유니쓰와 루바토

당신의 감성을 찾아 줄 클래식 음악 페이퍼, 다카포입니다.

‘서주와 알레그로(Introduction et allegro)’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1875-1937)

우와~ 이제 내일만 일하면 광복절을 맞이하여 월요일(대체휴일)까지 쉴 수 있네요! 공휴일은 대부분 엄청 중요한 의미가 있는 날인데, 요즘은 다들 일에 치여 살다 보니 “드디어 쉰다!!!!”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합니다. 다들 즐거운 주말을 만끽하시되 광복절의 의미도 한 번씩 생각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나저나 오늘은 무슨 곡을 선곡할지 고민하다가 그동안 잘 안 다뤄진 악기를 해보면 어떨까 하고 가져와 봤어요. 지난번 페이퍼(3번째)에서 거슈인을 소개해드렸을 때, TMI에 살짝 등장했던 작곡가인데 기억하시나요? 익명의 다카포리께서 그걸 보시고, '거쉰이 닮고 싶어했던 ㅇㅇ의 음악도 들어보고 싶어요~ (개인적 최애)'라며 요청도 해주셨어요. 자, 그래서 오늘의 선곡은 모리스 라벨(Maurice Ravel, 1875-1937)의 '서주와 알레그로 (Introduction et allegro)'입니다.

제목이 너무 어려워요😭

아니... 서주는 뭐고, 알레그로는 뭐다냐...

클래식 음악을 즐기려고 할 때, 가장 큰 진입 장벽 중 하나가 용어죠. 특히 제목부터 이래 버리면 뇌가 정지해버리면서 때려치우고 싶은 맘... 이해합니다. 제가 천천히 알려드릴 테니 걱정하지 말고 따라오세요!

일단 서주는 한자어인데 말 그대로 앞에 붙은 음악을 의미해요. 보통은 느린 템포로 음악의 시작을 알리는 역할을 합니다. 듣는 이들에게 마음의 준비를 시켜주는 거예요. 나 시작할 거다? 잘 들어봐라? 하면서요. 그다음 알레그로는 빠르기말로 '빠르게'라는 뜻을 가져요. 그러니까 뭔가 빠른 악곡이 나올 거라는 걸 말해주는 거겠죠? 결국, 이 제목의 곡의 구성에 대해 알려주는 사실은 아주 친절한 정보랍니다.

그러면 이제 우리는 감상하기 전에 이 곡에 대한 두 가지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앞에는 아마도 느린 서주가 있을 거고, 그다음엔 빠른 악곡이 연주될 거라는 거요. 맞는지 한 번 들어 볼까요? (힌트: 연주 링크의 2분쯤 빠르기 변화 느껴보기!)

이 곡은요...

하프를 중심으로 플루트, 클라리넷, 현악 4중주(바이올린 2대, 비올라, 첼로)로 구성된 작품이에요. 7인의 연주자로 구성된 소규모의 실내악 작품이면서도 하프에 유일한 카덴차(연주자의 기량을 펼칠 수 있는 화려하고 자유로운 구간)를 주어서 하프를 위한 협주곡이라고도 하고요.

라벨이 이 곡을 작곡하게 된 이유는 다름 아닌 악기 제작사 간의 경쟁에서 비롯되었는데요. 피아노를 제작하던 회사였던 플레이엘(Pleyed company)에서 새로운 형태의 하프를 만들어요. 그리고 이를 선보이기 위해 클로드 드뷔시(Claude Debussy, 1862-1918)에게 곡을 의뢰합니다. 드뷔시는 여기에 응하여 ‘하프와 현악을 위한 신성한 춤곡과 세속적인 춤곡(Danse sacrée et danse profane)’을 작곡합니다.

그러자 원래 하프를 전문적으로 제작하던 회사 에랄(Érard company)은 위기를 느껴요. 그래서 라벨에게 자기네 회사의 하프로 표현력을 극대화 할 수 있는 곡을 요청합니다. 그리고 라벨은 사흘 밤낮을 새어가며 일주일 만에 이 곡을 작곡해요. 사실 마감일 직전 친구와 크루즈 여행을 즐기느라 이렇게 급히 작업하게 됐대요. 역시 작곡가에게 마감일이 주어져야 일을 하는 건 이때도 어쩔 수 없나 보네요.😅아무튼 급하게 쓴 곡이라 본인은 굉장히 맘에 안 들었나 봐요. 그래서 자서전에도 이 곡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없다고 하네요.

그러나 작곡가의 생각과는 별개로 많은 사람이 이 작품을 그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아요.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하프 연주자들에게 굉장한 사랑을 받으며, 많이 연주되고 있어요.

라벨은 인상주의 작곡가?

라벨 (사진 출처: wikipedia)

드뷔시 (사진 출처: wikipedia)

라벨은 드뷔시와 함께 프랑스 인상주의의 대표적인 작곡가라고 할 수 있어요. 인상주의는 1860년대부터 1880년대 중반에 나타나는 예술 운동 중 하나인데요. 미술에서 먼저 시작됐어요. 이들은 정확한 선과 선명한 색을 특징으로 하는 이전의 회화기법을 거부하고, 빛과 색 자체에 나타나는 자신의 주관적인 느낌을 표현하고자 하죠. 대표적인 화가로 마네, 모네, 르누아르 등이 있는데 미술관에서 한 번쯤은 들어본 이름이죠?

그리고 이러한 움직임은 음악으로 이어져요. 음악에서는 악기 구성, 화성, 조성 등을 새로이 하거나 추상적인 제목을 이용하는 등의 모습을 보여요. 그래서 미술에서와 같이 뚜렷한 선율과 형식보다는 음의 색채감을 표현하는 것에 주력하죠. 그러다 보니 인상주의 음악은 모호하고, 불명확한 느낌을 많이 주는데요. 그중에서도 라벨은 드뷔시보다는 주제의 발전이나 형식적인 면이 뚜렷해서 고전적이라는 말을 자주 해요.

당신이 조금 더 알고 싶은 TMI는요..

이들은 존경으로 이루어진 사이...👏

🎧 감상 포인트 ?

이전에 소개해드렸던 작품들과는 확실히 다른 분위기가 느껴지실 거예요. 이러한 분위기를 사람들은 음악에서 ‘(인상주의) 색채가 느껴진다’라고 표현해요. 그럼 우리도 그 색채를 한 번 느껴봅시다. 그런데 위에서 말했듯이 라벨은 주제를 발전시키는 모습이나 그것을 이루는 형식에 있어서 비교적 명확한 사람이라고 했죠? 그러니 음악에서 나타나는 색채를 느끼면서도 음원의 2분쯤에서부터 나타나는 주제가 어떤 식으로 흘러가는지 들어보시면 라벨의 음악을 더 잘 즐길 수 있답니다.

다시 감상하기 🎧

🙋 유니쓰의 감상평: 라벨의 화성에 플루트와 하프의 음색이 섞이니 오묘한 색채가 더 빛을 발하네요. 보통 인상주의 작곡가들의 음악을 “오묘하면서도 모호하다”라고 표현하는데, 이 음악의 음색은 오묘할지언정 구성에서는 명확한 점이 귀를 더 즐겁게 해주는 것 같아요.

🙋 루바토의 감상평: 템포가 달라지는 곳에서 분위기의 대비를 느낄 수도 있지만, 확실히 알레그로 부분에서 하프의 솔로가 두드러지네요. 인상주의 색채와 형식미도 느낄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하프에서 할 수 있는 연주주법이 명확히 나타나 하프 공부하는 것에도 도움이 많이 되겠네요.

🎼 들어볼 곡: 클로드 드뷔시(Claude Debussy) - 하프와 현악을 위한 신성한 춤곡과 세속적인 춤곡(Danse sacrée et danse profane)

들어볼 곡 감상하기🎧

✏️ 오늘의 음악 이론 : 하프에도 피아노처럼 페달이 달린 거 아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