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여 기억할 아름다운 사람들✨

2022.12.14. 25호ㅣ구독하기

반갑습니다! 쭈쭈예요🐶

12월 10일이 무슨 날일까요? 세계 인권의 날(Human Rights Day)입니다. 1948년 12월 10일 유엔 총회가 '세계인권선언(Universal Declaration of Human Rights)'을 채택하면서 매년 이 날을 기리고 있어요. 지난 9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주최한 '2022년 인권의날 기념식'이 열렸는데요, 이날 예정됐던 세계인권선언 낭독이 갑자기 취소되는 일이 벌어졌어요. 낭독을 거부한 사람은 다름 아닌, 지난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파업 당시 '0.3평 철장 투쟁'에 나섰던 유최안 노동자였습니다. 그는 왜? 🤔 갑자기 낭독을 취소한 걸까요.

🗯️“인권은 가장 평범하고 가장 보편적인 가치여야 합니다. 지금 한국 사회에서 가장 많이 인권을 유린하는 사람이 주는 상을 이 자리에서 시상하고 있는 이 어이없는 상황이 현재 한국 사회 어디에도 인권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

어깨에 '노조법 2조·3조 개정 촉구 단식농성 10일차' 몸자보를 걸치고 있던 그는 행사 직전 인권상에 대통령 표창이 포함된 것을 알게 됐고 노동인권 현실과 거리가 먼 윤석열 정부의 이중적 행태를 비판하며 인권선언 낭독을 보이콧 했던 거죠. 오늘의 참견레터는 이처럼 불의에 저항하며 공익과 정의를 위해 헌신하는, 평범하지만 아주 특별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준비했어요. 함께 참견하러 가볼까용 👀

✉️ 이번 주 참견레터는요...

✔️ 전지적 참見 시점 2022 올해의 공익제보자상 수상자들

✔️ 참견Pick 돈 없으면 공익소송도 못하나요?

✔️ P.S. 추신 뮤지컬 '영웅' 넘버 <누가 죄인인가>

#2022 올해의 공익제보자상 시상식

올해의 공익제보자는 누구?🏆

연기대상, 가요대상, 연예대상…연말 하면 시상식을 빼놓을 수 없겠죠?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도 2010년부터 매년 연말 공익제보자들의 용기와 헌신을 사회적으로 기리기 위해 '올해의 공익제보자상'을 시상하고 있어요. 올해도 지난 12월 9일 열린 2022 올해의 공익제보자상 시상식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그 어떤 시상식보다 값지고 영예로웠던 '2022 올해의 공익제보자상' 빛나는 주인공과 보석같은 공익제보 이야기를 만나보시죠 🙌

'2022 올해의 공익제보자상' 수상자들

우촌초등학교 스마트스쿨 사업 비리 등 신고 🏆 최은석, 이양기, 김찬회, 유현주, 박선유, 조형진 님

교장 선생님부터 행정실 직원까지… 우촌초등학교(학교법인 일광학원) 교직원 6인은 2019년 학교법인 일광학원 전 이사장이 스마트스쿨 사업비 등을 부풀려 책정하고 학교 예산을 낭비한 의혹을 신고했습니다. 처음 문제를 제기한 사람, 그에 동조한 사람, 또 그를 조력하는 사람 여럿이 함께 제보한 것은 큰 의미를 갖습니다. 교육청 감사와 경찰 수사로 제보 대부분이 사실임이 밝혀졌으나, 일광학원은 공익제보자 6인을 해임하는 등 불이익조치를 했습니다. 현재 이들 중 단 한 명만 우촌초등학교에 복직해 근무 중입니다.

장애인시설 성락원 거주인들의 인권침해 제보 🏆 남민철 님

성락원은 장애인 154명, 종사자 100여 명에 달하는 초대형 장애인요양시설입니다. 2021년, 당시 근무한 지 한 달밖에 안된 남민철 사회복지사는 거주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가 발생한 것을 알아차리고 녹음, 동영상 촬영 등 증거를 수집해 경북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제보했습니다. 장애인시설은 격리와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아 장애인 스스로 피해 증언이나 저항이 어렵다는 점에서 내부자 신고가 매우 중요합니다. 자신의 안위보다 거주장애인의 인권 보호를 우선하며 용기있게 나선 공익제보자 덕분에 장애인 피해자들은 긴급분리되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게 됐습니다.

월성원전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의 방사성 물질 누출 사실 등 제보 🏆 이희택 님

이희택 님은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 30년 넘게 원전의 안전규정 준수 여부를 감독해 온 전문가로서, 2018년부터 월성 원전에서 기준치 이상의 삼중수소 검출 사실과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 누수 등의 문제를 지속적으로 내부에 보고해왔으나 방사능 누출에 대한 대응이 이뤄지지 않자, 2022년 10월, 결국 본인의 실명과 얼굴을 공개하고 본격적으로 이 문제를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직무정지 당하고 있을 때 같이 하셨던 선생님들이 너무 많은 힘을 주셨습니다. 그래서 그 힘으로 버틸 수 있었습니다. (…) 제가 착하고 공부 잘하고 그렇게 생기진 않았어요. 학교 다닐 때 농땡이도 많이 부렸고요. 그럴 때 저희 아버지께서 이런 말씀을 해주셨어요. 공부는 필요 없다, 하지만 사람이 되고, 인간이 되고, 인정받는 사람이 되라. 제게 신앙적 양심을 심어주고 교육해주신 아버님께 감사드립니다."

- 2022 올해의 공익제보자 남민철 님 수상소감 中

공익제보자를 응원하는 다채로운 방법

#공익소송 가로막는 패소자부담주의

돈 없으면 공익소송도 못하나요?😥

'공익'제보자들에 이어, 이번엔 '공익'소송에 대해 얘기해보려고 해요. 공익소송이란, 국가권력이나 대기업 등 힘 있는 집단이 침해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권력의 남용을 억제하는 데 도움 되는 소송을 말해요. 참여연대 공익법센터는 2000년부터 다양한 공익소송을 통해 인권과 민주주의 지키는 활동을 해왔어요.

💡세상을 바꾼 참여연대의 공익소송, 어떤 게 있을까? 👀

탄핵 촛불의 길을 열었어요 🕯️<2016.11.05 청와대 앞 촛불행진 금지 취소 소송>
경찰 차벽에 막힌 서울광장도 열었고요 <2011.06.30 서울광장 경찰차벽 통행제지 헌법소원>
온라인에서 후보나 정책을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는 길을 마련하고, 익명으로 댓글을 달 수 있는 자유를 위해 싸웠어요 <2011.12.29 선거법 93조 1항 헌법소원>, <2009.06.03 인터넷실명제 위헌소송>
예정된 폭설 피해에 대한 한국도로공사의 책임을 물었어요 🌨️ <2005.09.28 폭설 속 고속도로 대란 위자료 청구소송>
서울시장의 숨겨짓 쌈짓돈을 시원~하게 공개했답니다 💸 <2004.04.08 서울시장 판공비 내역 정보공개청구 소송>

짧게는 3년, 길게는 10년 넘게 걸리는 공익소송 끝에 참여연대는 시민들의 기본권을 확장할 수 있었어요. 이처럼 우리 사회를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공익소송이지만, 소송에서 지면 상대방의 소송 비용까지 물어야 하는 패소자부담주의가 가장 큰 장벽이 되고 있어요.🤔

💡'패소자부담주의'란?

민사소송법 98조에 따라, 소송을 제기하면 진 쪽이 이긴 쪽의 소송비용까지 부담하는 걸 말해요. 원래는 이길 가능성이 없는 소송을 남발하지 말라는 취지였으나 지금은 경제적 약자인 시민들의 공익소송과 정당한 재판조차 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습니다.

최근에도 한 장애인 청년이 패소자부담주의로 인해 피해 본 사례가 있었어요. 올초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장애인 이동권 투쟁과 전장연 지하철 시위를 기억하시나요? 장애인들에게는🚆지하철뿐 아니라 🚌 지상버스도 일상적 차별을 겪는 공간 중에 하나죠. 평택시에서 대학을 다니던 장애인 청년도 이러한 차별 해소를 위해 2016년 당시 버스업체 3곳과 관리·감독 의무가 있는 평택시에 공익소송을 제기했어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법원은 버스업체 책임만 인정하고 평택시의 책임에 대해서는 기각했는데요, 소송이 끝난 후 무려 826만 원의 청구서가💸 날아오고야 말았습니다. 소송에서 졌으니 소송비용을 전부 부담하라는 평택시의 요구였죠. 이렇게 많은 비용을 내야 한다면, 과연 누가 앞으로 공익소송을 제기하려 들까요?😫

💡다른 나라는 어때

🇺🇸미국은 공익소송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면 패소해도 비용을 내지 않도록 하고 있고, 🇬🇧영국과 🇨🇦캐나다도 공익소송임을 감안해서 법원이 패소비용을 감면할 수 있도록 하고 있어요

그래서 참여연대는 지난 10월 26일, <공익소송 위축시키는 패소자부담주의 개선 및 민사소송법 등 개정안에 대한 의견서>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제출했어요. 소송의 '공익성'이 인정될 경우, '패소자부담주의'에 예외를 두자는 게 주 내용이었죠. 또한 공익소송 제도개선 서명 캠페인에 참여한 시민들의 서명도 국회 법사위에 전달할 예정이랍니다. 국회가 제도를 개선할 수 있도록 함께 참견해주실 거죠?🤗

💡공익소송,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진 것이다

기록하여 기억해야 할 이름들

약 100년 전에도 우리 사회엔 '기록하여 기억해야 할' 사람들이 있었어요. 엄혹했던 일제강점기 시대 활동했던 독립운동가들입니다. 최근 뮤지컬 '영웅'이 영화화 되면서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돌아보게 됐는데요, 안중근 의사에게는 든든한 조력자이자 독립운동가인 어머니 조마리아 여사가 계셨죠. 조 여사가 안중근 의사에게 보낸 편지 속에는 그 시대의 '공익'을 잘 설명해주는 대목이 담겨있어요.

"너의 죽음은 너 한사람 것이 아니라,

조선인 전체의 공분을 짊어진 것이다."

서슬퍼런 시절에도 자신의 안위가 아니라 모두의 안위를 위해 용기를 내고 헌신한 이들이 있었다는 사실에 가슴이 뭉클해지는데요. 비록 인간의 뇌용량은 한정돼 있어서 우리가 모든 역사와 이름들을 전부 기억하긴 어렵지만 조금씩 세상 일에 참견하다보면 어느덧 우리 자신이 '기록'과 '기억'의 일부가 되는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