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올해 연구실에서 상주하며 공부하는 삶을 살아보고 있는 민주입니다. 지난 9개월을을 돌아보니 연구실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고 읽고 쓰면서 참 많은 것들을 배웠습니다. 지금에 와서야 삶의 기초 근력을 기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짧은 시간 안에 여러 권의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저의 전제를 돌아볼 수 있었죠. 제가 어떤 태도로 세상을 바라 보고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를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정말 감사한 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내년에도 공동체에 남아서 공부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는 머뭇거리게 된다는 겁니다. 공부는 계속, 평생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읽고 쓰고 배우면서 삶이 충만해지기 때문이죠. 그런데 제 밥벌이를 위해 일을 시작해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공부와 일을 어떻게 병행해야할지, 병행을 할 수는 있을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연구실에서 공부하는 다른 청년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고영주샘께 SOS를 요청했습니다~! 영주샘은 청년이시고 회사를 다니며 일상을 꾸리는데 꾸준히 공부를 해오고 계시기 때문이죠.  샘께서 저희의 고민에 공감하실 것 같았습니다. ㅎㅎ 샘께 고민을 털어 놓으면 조언을 구할 수 있겠다 싶었죠. 그럼 영주샘과 어떤 이야기를 주고 받았는지 함께 보러 가실래요?

민주 )
한 해가 마무리가 되어가고 있는 시점에서 연구실 청년들은 내년에 어떻게 살아갈지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요. 저도 공부가 참 재밌고 계속 하고 싶은데요. 한편으로는 공부로 밥벌이를 할 게 아니라면 나가서 커리어를 쌓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막상 밖에 나가서 일을 시작하면 공부에 집중하기가 어렵잖아요. 저도 그렇고 많은 친구들이 이 문제로 고민 중인 것 같습니다. 

민주)

청년들이 나가서 일을 하고 싶은 이유 중에 하나가 글의 소재 때문이기도 한데요. 지금 연구실에 있는 친구들만 봐도 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오는 경우가 많아요. 저도 대학을 졸업하고 임용고시 준비만 하다가 왔거든요. 인생의 경험이 없어서 그런지 글을 쓰는데 같은 이야기만 반복하는 느낌이 드는거에요. 그래서 ‘책에서 읽은 걸 적용하고 관찰할 수 있는 현장이나 경험이 없어서일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한 편으로 생각해보면 지금 제가 있는 이곳이 바로 현장이잖아요.  

영주샘)
회사에서의 관계들이 많은 질문을 주는 건 맞아요. 청년들의 글이 비슷비슷하고 그래서 현장이 생기면 글감이 더 풍부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충분히 들것 같아요.
그런데 문제는 현장이 있고 없고의 차이가 아니라 자기가 세상을 보는 시선, 그에 대한 질문이 뚜렷하느냐인 것 같아요. ‘내가 필드를 뛴다고 해서 시선이 넓어질까? 과연 그럴까?’ 라는 질문을 해봐야하고, 굳이 필드에 나가지 않아도 이 자리에서 우리 시대가 어떻게 사는지를 볼 수 있다면 거기에 대해서 질문이 많이 생길 것 같아요.

민주)
샘께서 변곡점을 계기로 공부로 무게중심이 쏠렸다고 하셨는데요. 그 변곡점이 뭐였나요? 

영주샘)
『청년, 천 개의 고원을 만나다』를 썼던 게 변곡점이 됐어요. 그 전에는 강의와 세미나를 들었는데, 그때는 공부와 크게 감응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후에 대중지성에서 3년 동안 공부를 했어요. 그러면서 이 책을 썼고요. 그때가 변곡점을 겪는 기간이었던 것 같네요.
이전에는 질문이 없이 살았어요. 이 정도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면서 막연하게 살았던 거죠. 그런데 『천 개의 고원』을 만났고, 삶에 대한 질문을 갖게 해주었죠.  『청년, 천 개의 고원을 만나다』가 나오고 나서는 유치한 질문, 사소한 질문까지도 계속 묻고 싶어졌어요. 

민주)

선생님은 공부에 진심인 게 느껴져요! 제가 들은 정보에 의하면 휴가 중에도 온라인으로 접속하셨다고 하던데요, 공부하면서 샘이 느끼는 재미는 뭔가요? 

영주샘)
알아가는 재미도 있지만 관계의 힘이 큰 것 같아요. 특히 올해 글공방 나루 선생님들과 밀착해서 공부하고 강의를 준비하고 있는데요. 관계의 힘이 엄청난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선생님들이 말씀하시는 게 뭐 거대한 게 아니거든요. 기본적인 것들이에요. 그런데 그 한 마디가 제 일상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힘을 가진거죠.
저는 ‘샘들이 나에게 말씀해주시는 것도 못 지키면서 밖에 나가서는 뭘 지킬 수 있지?’ 하는 생각이 들어요.연구실 청년들에게도 한 번 묻고 싶어요. 만약 여기서 기본적인 것들을 놓치고 있는데, 밖에 나가서 커리어를 쌓는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말이에요. 한 번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밖에서는 지킬 수 있다는 이야기인가요? 정리하자면 ‘마음’이 같이 가는 거에요. 그러니까 공부와 일상이 같이 간다는 거죠. 두 마음으로는 살 수 없잖아요. 일상을 사는 만큼 공부가 되고 공부를 한 만큼 일상에서 나오는 거죠.

민주) 공부하는 지금의 이 마음과 태도를 바꾸는 게 중요하다는 말씀이시군요.

영주샘)
당연하죠. 아니면 연구실에서든 회사에서든 못 버텨요. 처음에 지녔던 습들을 버려야 해요. 처음에는 잘 안 되기도 하고 억지로 하기도 해요. 그래도 계속해서 하다보면 몸도 생각도 바뀌어요. 어느 지점에 오면 내 삶에서 그걸 억지로 하지 않는 지점까지 오는 거죠. 익숙하고 편안했던 것들이 어느 순간 불편하다는 느낌을 받게 돼요. 그게 공부가 주는 힘 인 것 같아요.
우리가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그리고 스승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으면서 마음과 태도가 바뀌잖아요. 그러면 내가 품었던 질문이 더이상 내 질문이 아니게 돼요. 그것이 더이상 내 삶을 흔들지 못 하는 거에요. 그러니까 내가 던진 질문에서 해방되는 것이 중요해요. 내 삶을 움직이고 있는 게 무엇인지를 잘 보세요. 나를 충만하게 움직이는 힘과 해도해도 목마르게 하는 힘이 무엇인지 말이에요.  

민주)
연구실 친구들이 가끔 회의적으로 혹은 반농담조로 그런 이야기를 할 때가 있어요. 방학 때, 혹은 잠깐 외부에 나가면 깨봉에서 배우는 관계나 삶에 대한 태도와 시선들이 사라지는 것 같다고요. 그런데 연구실에 돌아오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런 감각들이 되살아나는 것 같고요. 그럼 아무리 공부해도 말짱 도루묵 아니야? 라는 식의 생각이 들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영주샘)
저도 느껴요. 그런데 연구실 생활을 안 한다고 해서, 밖에 나갔다고 해서, 여기서 배운 태도와 감각들을 잊으면 안되죠. 주역에 ‘불원복 무지회 원길’이란 게 있어요. 멀리가지 않고 돌아왔을 때 그게 크게 길하다는 뜻이에요. 내가 일상을 살더라도 멀리가지 않고 돌아와야 해요. 밖에 나가면 기존의 습관들이 쉽게 올라오는데, 그래도 배운 것과 그 때의 태도에서 오는 괴리를 계속 좁혀가야 해요.

민주)

바쁘신 일상에서 마음을 하나로 집중하기 위한 루틴 같은 것도 있으신가요? 

영주샘과 인터뷰를 한 덕분에 내년에 어떻게 살고 싶은지 또는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방향성이 명확해지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건 현장이 있고 없고가 아니라 시선과 질문의 명확함이라는 말씀이 기억에 남네요. 바로 이 익숙한 사고의 흐름을 전복할 수 있는 시선!
저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지금 부족한 게 무엇인지, 그래서 더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찾는 사고의 습관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방식으로는 결국 비슷한 일상을 반복한다는 것을 알게 됐죠.
선생님들께서 왜 ‘비전’과 ‘중심’을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는지 이제 이해가 되었습니다. 자신의 중심이 무엇인지에 따라 일상이 그에 맞춰 변주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도 욕심이 많아서인지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싶어하는데요, 그렇게 되니 일상이 산만해졌던 경험이 떠오르네요. 무언가를 선택할 때도 이것 저것을 다 해보고 싶은데 시간은 없어 어떻게 해야될지 발만 동동 구르고 있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중심이 생기면 그것을 기준으로 내게 지금 필요한 게, 중요한 게 뭔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되니 일상이 심플해지는 것 같습니다. 샘이 해주신 말씀에 힘을 받아 저도 제 삶의 중심을 무엇으로 만들어갈지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샘이 말씀하신 관계의 힘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주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얼른 연구실 청년들에게 이 소식을 알려주어야겠어요! 

<카페일지>

바쁘다 바빠

오밀조밀 카페지기들은 요즘 회계로 고생을 하고 있네요. 
복사기 바로 옆에 복사카드함도 만들었다고 합니다.( 카드를 편하게 놓고 다닐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ㅎㅎ)

직접 포도를 갈아서 포도주스도 만들고

고구마라떼도 만들었대요~ (저도 먹어봤는데 강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