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무원법 일부개정 법률안에 대한 성명서 
지난 825일 국회 법사위에서 교육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되었다. 개정안 중 가장 핵심이 되는 것은 현행 교육공무원법 제24조 제32호에서 총장선출방식과 관련하여 "해당 대학 교원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 의한 선정"을 규정하고 있는 것을 "해당 대학 교원, 직원, 학생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 의한 선정"으로 개정하는 내용이다.
 
이에 대하여 국교련에서는 이미 2020년 국회 교육위원회에 위 개정안에 반대하는 의견서를 전달하는 등 수 차례 개정 반대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국회에서 개정법률안을 굳이 밀어붙이는데 대하여 우리 국교련과 국교조, 전국 국공립대학 교수 일동은 학문연구와 교육이라는 국립대학의 본질이 심히 훼손되는 것으로 판단하여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교육공무원법 일부개정안은 대학에 대하여 대한민국 헌법이 정하는 학문연구와 교육이라는 본질적인 특수성과 대학의 자율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대학 구성원들에게 일반 정치영역에 적용되는 형식적 민주주의를 강제함으로써 대학을 더욱 갈등과 반목의 상황으로 몰아가는 개악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국립대학 교수들은 학문연구와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국립대학의 교육여건과 연구여건을 개선하여 경쟁력을 높이게 해달라고 설립운영자인 국가에 대하여 지속적인 제안을 하고 또한 정부에 대해서도 책임있는 자세를 보일 것을 요구하여 왔다. 이러한 노력을 반영하여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정부는 국립대학법을 제정하고 국립대학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키우겠다고 약속까지 한 바 있다. 그러나 현 정부에서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임기 말에 이른 지금 국립대학법안은 아직도 국회 계류 중이고 국립대학에 대한 정부투자는 갈수록 저하되고 있으며 각종 재정지원사업에서 많은 국립대학이 소외되고 있다.
 
그 결과 학생 1인당 교육비를 비교하더라도, 거점국립대학을 포함한 전국 국공립대학은 국립서울대학법인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서울소재 사립대학에도 훨씬 못미치는 수준으로 악화되고 있으며 서울·수도권 집중과 서울 중심의 대학서열 체제가 갈수록 공고화되고 있다.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유럽의 여러 국가들이 국립대학에 대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하고 심지어 사립대학에 대한 국가지원을 제한하는 규정까지 둠으로써 국가경쟁력의 초석을 만들어가고 있는 것과는 너무나도 비교되는 처사라고 하지 아니할 수 없다. 이는 국립대학의 설립운영자인 국가가 마치 자기 아이를 학대하는 부모가 되어가고 있는 듯하여 분노의 마음만 커지고 있다.
 
이런 참담한 상황에서 이번에는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국립대학에 대한 학문연구와 교육여건을 개선하는 노력을 해달라는 기대와는 정반대로, 오히려 교육공무원법 개정을 통하여 학문연구와 교육의 주체인 교원들에 의한 총장선거에 관한 방식에서 교원의 합의를 문제삼아 법개정에 앞장서고 있다. 이런 식의 개악이 잇따르게 되면, 도대체 국립대학은 언제 제대로 경쟁력을 갖추게 되며 언제나 대학의 자율성을 가지게 될 것인지 통탄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은 학문연구와 교육을 본질로 하는 기관이며 이를 책임지는 주체는 교수이다. ·박사과정을 거쳐 나이 마흔이 다되어 겨우 정규직이 되는 교수는 평생을 교육과 연구에 헌신하여야만 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다. 간혹 교수들의 과오가 더러 있었을 수 있지만 교수들이야말로 교육, 연구, 사회봉사를 통하여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인재들이라는 점이 너무나도 소홀히 되고 있는 현실에 좌절할 뿐이다.
그 동안 국립대 교수들은 좋지 않은 여건에도 불구하고 대학민주화를 위하여 지속적으로 투쟁해왔다. 대학의 민주화는 대학이 학문연구와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전제로서 투쟁의 중요한 목표였다. 그러나 대학의 민주화는 대학의 본질에 보다 충실하고자 하는 목적을 위한 수단일 뿐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다. 대학민주화는 총장직선제와 총장에 독점된 권한을 축소하고 그에 대한 견제와 균형장치를 마련하여 대학이 본질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러한 대학에 형식적 민주주의를 단편적으로 적용하여 총장선거 방식과 절차를 정하는데 대학교원들이 직원, 학생들과 합의까지 하도록 강제하는 것은 대학의 본질에 대한 몰이해의 극치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설령 대학 구성원 전체의 합의에 따라 총장을 선출하도록 강요한다 하더라도 각자가 자신들의 신분상 이해관계를 관철시키려고 하게 된다면 결국은 구성원간 합의가 불가능하게 되고 총장선출을 둘러싼 갈등은 더욱 증폭될 수밖에 없게 된다.
총장 선출방식에 합의하는 방식이 아니라도 대학평의원회 구성에 교수가 절반이상을 차지하지 못하도록 현행 고등교육법이 금지하고 있고 총장임용추천위원회를 통하여 이미 직원과 학생의 참여가 보장되어 있습니다이를 통해서 의사결정에 참여하게 되어 있어 직원과 학생이 전혀 배제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번 개정안과 같이 교원과 직원, 학생이 합의까지 하도록 법에 규정하게 되면 총장후보자들은 교육과 학문연구차원에서 선거에 집중하기 보다는 각 구성원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느라 눈치를 보게 되어 대학의 본질과 동떨어진 사안에 집중하거나, 직원이나 교육부 파견직원 등에 의해서 총장선거가 왜곡될 가능성마저 있게 될 것이다
 
학문연구기관으로서의 대학의 본질과 특성을 고려할 때 대학구성원들의 대등한 지위를 전제로 합의하도록 강요하는 것은 학문연구와 사회봉사, 사회를 향한 비판 등 책임있는 역할을 하는 교수들이 여러 구성 단위들 중 하나의 단위로 전락하여 대학 내에서 3분의 1 또는 4분의 1의 지위만을 가지게 되는 것을 의미하게 되며, 총장을 선출하여 대학을 학문연구와 교육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원래 의도와 달리 학문연구와 교육이라는 대학의 본질은 뒷전으로 밀려나게 되고 말 것이다. 이는 대학의 목적과 기능, 대학의 자율성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러한 문제인식 때문에 현행 교육공무원법으로 개정될 당시에 해당대학 교원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 따라 총장을 선출하도록 한 것이 그 당시 대학의 본질을 고려한 입법자의 의도였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교육공무원법 일부개정 법률안은 국립대 교수들이 그동안 대학민주화를 통하여 학문연구와 교육이라는 대학의 본질을 지키기 위하여 끊임없이 투쟁을 하고 또한 부산대 고현철 교수까지 스스로 목숨을 내려 놓으면서까지  저항했던 숭고한 정신을 하루아침에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는 법안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의 역사는 그 당시 같은 대학의 구성원이면서도 오히려 교육부와 대학본부의 입장에서 교수들의 대학민주화 투쟁을 저지하고 방해함으로써 대학의 본질을 훼손해 왔었던 사실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이에 우리 국교련과 국교조, 전국 국공립대학 교수들은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요구사항>
 
-첫째, 이번에 본회의에 상정되는 총장선출방식과 관련된 교육공무원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당장 폐기하라
-둘째, 날로 악화되고 있는 국립대학의 교육여건과 연구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아라
 
 
 
2021827
 
전국국공립대학교수회연합회
전국국공립대학교수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