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을 앞두고 2022년의 다이어리를 준비합니다. 중요한 기념일을 기록하기 위해 일력을 한 장 한 장 넘겨보니 365일이 매우 짧다는 걸 실감합니다. 수십 년을 반복했기에 익히 아는 일인데도 다시금 놀랍니다. 아마도 아무리 겪어도 매번 놀라는 일 중 하나가 되겠지요. 
2020년엔 올해가 되면 나아질 줄 알았고, 지난봄엔 이 겨울이 오면 어수선한 마음은 낮게 가라앉고 우리 원래 그래왔던 것처럼 크든 작든 두런두런 모여앉아 피어나는 웃음방울이 뭉게뭉게 피어날 줄 기대했지요. 지나간 시간은 희미해지는 것으로 알았는데 그리워서 자꾸 꺼내어 보길 거듭하니 눈앞에서 더욱 선명해집니다. 
술잔을 들어 친구와의 아름다웠던 시절을 그리워하는 내용의 노래, <Auld Lang Syne (지난 시절)>이 계속해서 머리에 맴도는 하루였습니다. (우리에겐 <석별의 정>이란 곡으로 알려졌지요.) 이맘때가 되면 앞으로 올 날들을 기대하며 갈비뼈가 뻐근해져라 깊고 큰 들숨을 쉬어보곤 했지만, 올해엔 과거 우리의 소중했던 순간 곁에 잠시 앉아 있다 오는 때가 많아질 것 같습니다. 팩토리도 과거 함께 했던 시간을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여건 안에서 즐겁게 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준비 중입니다.

✉️ 옥션마켓 / 2021 팩토리 밀고 당겨주기 옥션

2022년으로 스무 살을 맞이하는 팩토리를 밀어주고 당겨주기 위해 마련한 이번 옥션! 방역지침과 팬데믹을 고려하여 많은 고심 끝에 올해의 옥션은 오프라인 전시와 그 연장 선상에서 열리는 대면 & 비대면 옥션 마켓인 사일런트 비딩(silent beading)을 진행하기로 하였습니다. 
먼저 옥션 마켓에 함께 하는 스무여 팀의 작가 여러분을 소개합니다! 👏👏👏
김혜정, 로와정, 랜디&카트린, 민덕기, 민정화, 바래, 손정민, 안데스, 여혜진, 이예주, 이재이, 정성규, 정성윤, 정해민, 중간공간연구소, 차승언, 최경주, 최태윤, 텍스처온텍스처, 현정윤, 황동욱(테크캡슐) 
[사일런트 비딩 과정] 
0. 약 열흘 간의 전시 동안 참여 작품을 관람한다. (2021. 12. 21 - 12. 30) 
1. 현장: 작가가 설정한 최소 금액이 적힌 비딩 종이를 전시장 작품 옆에 배치한다. 
2. 온라인: 팩토리2 인스타그램에 작품 소개와 함께 옥션 최소 금액을 포스팅한다. 
3. 구매예정자는 최소 금액보다 높은 금액부터 비딩 금액을 적을 수 있다. (다른 참여자가 작성한 금액 오픈 - 별칭 사용 권장)  
4. 팩토리 스탭에게는 구매자 실명과 정보를 적어 제출한다.  
5. 현장 방문 비딩을 기본으로 하며, 방문이 어려운 분은 팩토리2 인스타그램 댓글로 참여 할 수 있다. 
(1시간 간격으로 온라인/현장 비딩 금액 동기화)  
6. 전시가 종료된 후 최종 낙찰자에게 작품을 판매한다.  

✉️ 프리뷰 / <돌고 돌고 돌고> 크리스티나 킴의 한국 방문
자연과 지역생태계의 일부로서 어떻게 함께 사는 연습을 할 것인지 살펴보고자 하는 팩토리의 퍼블릭아트 프로젝트 <돌고 돌고 돌고>의 참여작가, 크리스티나 킴(Christina Kim)이 최근 약 2주간 본 프로젝트를 위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지난 여름부터 준비해 온 <돌고 돌고 돌고>는 LA에 거주하는 크리스티나 킴을 비롯해, 디자이너, 건축가, 음식문화 연구가, 현대 미술가를 포함한 10여 명의 참여자가 한 팀이 되어 매주 온라인 회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참여자 각자가 생각하고 추진하던 것들이 코로나로 인해 불확실성이 동반하는 만큼 더욱 긴밀한 대화와 협의의 과정이 필요했는데요. 이를 더욱 구체화하기 위해 크리스티나 킴이 미국과 한국의 방역 절차를 지키며 참여자를 직접 만나 다양한 아이디어를 주고받았습니다.

크리스티나 킴과 함께한 지난 2주는 중간공간연구소가 주축이 된 밀도 있는 건축 회의를 시작으로, 다른 참여자와 길고 풍부한 대화를 나누며 공동의 개념과 언어를 만드는 시간이었습니다. 1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진행되는 <돌고 돌고 돌고>의 시작점이자 중심은 ‘실험실로서의 온실’입니다. 한국에서 태어나 열다섯 살에 미국으로 이주한 그녀의 어린 시절 경험으로부터 온실과 그곳에 심을 식물들의 의미가 생겨났습니다. DMZ에서 자생하는 식물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채소들, 잡초라 불리는 것들, 우리의 엄마와 할머니가 해주신 반찬, 도시에서 맛볼 수 없던 음식들에 대해 이야기에서 시작된 것이지요. 

수십 시간의 회의를 거치며 우리는 온실을 ‘인큐베이터’ 또는 ‘실험실’로 부르기로 했습니다. 회의를 거듭하며 도시 생활에 익숙해진 우리에게 그동안 지나쳐온 것들이 다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우리 삶에서 제외되었던 식물과 향, 잘 살피지 않았던 흙과 씨앗을 우리의 손과 몸을 통해 관계하려고 합니다. 실험과 배움, 예술 경험의 플랫폼으로 기능할 이 온실은 파주 타이포그라피학교 PaTI에 설치 중입니다. 이 안에서 실험할 이야기와 우리가 함께 배우며 만들어 갈 온실을 천천히 지켜봐 주세요. 

✉️ 아트 컨설팅 / 경주 루나엑스(LUNA-X) 공간 아트 컨설팅 

지난 여름, 팩토리2에서 진행했던 ≪Coming Home to Seoul≫ (by Factory Edition) 전시를 통해 헬싱키의 로컬(Lokal) 갤러리와 작가, 작업을 소개하였지요. 이번에는 새로운 공간에서 로컬의 고유한 미감을 보여줄 기회가 생겼습니다. 
로컬과 팩토리가 공동 큐레이팅 한 작품들이 ‘Seamless Flow: 감상과 경험의 경계 없는 교감’을 주제로 경주 루나엑스 클럽하우스에 설치되었습니다. 팩토리의 ‘심리스 플로우’는 2022년 루프트(Luft, 오키나와)와의 전시에서도 계속됩니다.   

✉️ 팩토리 숍 / 수토메 룸스프레이 

<그라데이션(Gradation)>은 수토메 아포테케리와 함께 제작했던 룸스프레이입니다. 수토메 아포케테리는 향을 통해 자연이 가진 치유 에너지를 전하길 꿈꾸며, 팩토리2와 함께 더 많은 사람과 ‘회복을 위한 시간’을 나누고자 향을 제작했습니다. 2020년, 서로의 적절한 거리를 지키며 마음을 나눌 수 있는 향을 제안했던 마음과 생각이 휘발되지 않고 2022년에 닿아 지속되기를 바랍니다.
수토메 아포테케리 sns   @sutomeapothecary 

✉️ Serendipity

2021년 뉴스레터에서는 2018년 말, 갤러리 팩토리 개관 15주년을 기념해 발간한 글로서리 북, 『Serendipity』 중 뉴스레터와 함께 전하면 좋을 키워드를 하나씩 보내드리고 있지요. 이번 키워드는 ‘부엉이(owl)’입니다. 

“동양에서 밤은 죽음과 같은 부정적인 요소로 생각하지만, 서양에서 밤에 활동하는 부엉이는 미네르바를 상징하는 지혜 혹은 철학을 의미한다. 환한 낮이 지나야 날개를 펴는 부엉이처럼, 철학이나 지혜는 미래가 아닌 지나간 일들을 보낸 이후에야 그 명확한 뜻을 알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더 자세한 내용과 팩토리의 관련 프로젝트는 아래 링크로 가시면 읽고 보실 수 있습니다. 

이번 레터의 나가는 인사는 아래 영상으로 대신합니다. 잠시나마 지나간 시절 중 가장 따뜻하고 포근했던 기억과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열두 번째 레터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팩토리2 드림
팩토리2
factory2.seoul@gmail.com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15 02-733-4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