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워킹 데드 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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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안녕하세요.
인간 강혁진입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다시 강화되었고 연말까지는 모임 갖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이런 상황이 되니 마치 드라마 속 등장인물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듭니다.

미국 드라마 그러니까 흔히 말하는 미드 ‘워킹 데드’를 재미있게 봤습니다. 시즌 7인가 8인가를 앞두고 개인적으로 바쁜 일정이 이어져 다 보지는 못했지만 몇 해를 워킹데드를 보며 지냈습니다. 워킹 데드는 알 수 없는 이유로 좀비가 들끓는 현대 사회를 배경으로 합니다.

개인적으로 좀비물을 좋아해서 다양한 좀비 영화와 드라마를 섭렵했습니다. 좀비의 종류에는 여러 종류가 있습니다. 청각이 예민한 좀비, 시각이 예민한 좀비, 후각이 예민한 좀비, 멍청한 좀비, 영리한 좀비, 뛰는 좀비, 걷는 좀비 등 다양합니다.

워킹 데드의 좀비는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 나오는 좀비들에 비해 안전한 편입니다. 워킹 데드의 좀비들은 나타나기 전에 멀리서부터 '크르릉'하는 좀비 특유의 소리를 냅니다. 그래서 극 중의 인물들도 대부분 좀비를 소리로 먼저 파악하고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갖습니다. 게다가 좀비들이 굉장히 힘이 세거나 빠르지 않습니다. 두세 마리의 좀비들은 아주 손쉽게 처리가 가능할 정도입니다. 인간들이 조금만 미리 대처하면 충분히 좀비들을 피해 살거나 도망칠 수 있습니다.

워킹 데드에서 그려내고 있는 이야기는 인간 대 좀비의 대결 구도가 아닙니다. 만약 이런 단순한 대결 구도였다면 인간이 마침내 백신을 개발해 바이러스를 막아내거나, 반대로 좀비가 인간들을 먹어 치우고 세상을 차지하며 이야기는 금세 끝나버렸겠죠. 단순한 이야기 구조로 몇 년씩이나 드라마를 이끌어가기 어려웠을 겁니다.

워킹 데드에서 좀비는 그저 환경적인 요소로 존재합니다. 좀비와 인간의 대결도 자주 등장하긴 하지만 메인은 아닙니다. 그 대신 워킹데드 속 인간들은 좀비와 일정한 거리를 두거나 안전한 거처를 마련해 삶을 이어갑니다. 좀비에게 쫓기는 사람과 사람 간의 갈등과 협력 그리고 사랑을 메인 이야기로 삼고 있습니다. 주인공들은 주거지를 옮겨 다니다가 무장 폭도들을 만나 싸우기도 합니다.

현실에서는 좀비의 역할을 코로나가 대신 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와 싸우는 것 같지만 사실은 코로나는 그저 환경으로서 존재합니다. 코로나 때문에 기존에 가졌던 자유가 줄어들고, 행동반경이 줄어들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코로나와 적당한 거리를 두면서 삶을 이어갑니다. 마치 워킹 데드 속 인간들이 좀비와 거리를 둔 것처럼 말이죠.

우리의 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것에 휘둘리기보다는 적응해 나가야 합니다. 코로나 이후를 가슴에 품은 채, 코로나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코로나도 워킹 데드 속 좀비와 비슷합니다. 우리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피해 나갈 수 있습니다. 누구나 아는 마스크 쓰기와 거리 두기 같은 번거롭지만 너무나도 쉬운 몇 가지 규칙들을 지켜내기만 하면 됩니다.

한편으로는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워킹 데드 속 인물들이 서로 갈등을 빚어내듯이, 현실 속의 우리의 마음에도 점점 보이지 않는 스트레스가 쌓여가고 이유 모를 적대심이 커져가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가족을, 친구를, 보고 싶은 이를 만나기 어렵습니다. 먼저 안부를 건네고 싶은 생각이 들다가도 죄를 짓는 것만 같은 생각에 그만둡니다. 얼굴을 마주하고 살을 맞대며 느낄 수 있는 애틋함과 동질감 그리고 위안 같은 감정들이 점점 더 그리워져 갑니다. 

하지만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드라마와 현실은 다르다는 것을, 드라마 속 좀비는 도대체 해결할 방법이 없지만, 현실 속 코로나는 언젠가 끝이 날 것이라는 것을 말이죠. 그리고 그때를 기다리며 우리는 우리의 삶을 건강히 지켜내야 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내년을 준비하기 위해 12월에는 최대한 외부일정은 진행하지 않으려고 생각합니다. 그간 두서없이 진행했던 일들을, 코로나를 핑계로 돌보지 못했던 일들을 추스르려 합니다. 그와 동시에 내년을 맞이할 제 모습을 여러모로 단장하려 합니다. (인간 강혁진은 계속됩니다 ㅎㅎ)

님의 12월도 예전에 없던 방식으로 차분하게 지내보시면 어떨는지요? 내적으로 그리고 외적으로 조금 더 건강하게 내년을 맞이하는 시간으로서의 연말을 보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날이 많이 춥습니다. 따뜻한 차와 두툼한 외투 잊지 마시길.

다음 주에 또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인간 강혁진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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