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임팩트 비즈니스를 고민하며
도현명
처음 임팩트 비즈니스를 접할 당시, 다수의 사례들은 미국의 기업가들이 중남미를 무대로, 유럽의 기업가들이 아프리카로 무대로 큰 변화를 일으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인접한 개발도상국의 상황을 가까이서 파악하고 자원을 연결하기에 유리했을 것이라는 점, 그리고 인접한 지역을 무대로 했을 때 좋은 솔루션이 일으킨 임팩트를 체감하기에 더욱 수월했을 것이라는 점에서 기업가들에게는 꽤나 중요하고 직관적인 도전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비슷한 관점에서 '그렇다면 아시아에서는 누가 그 역할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본 적이 있습니다. 중국은 아직 임팩트 비즈니스가 활성화되지 않았고, 인도는 내부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여 외부 확장을 논하기에는 아직 이릅니다. 일본으로 눈을 돌려보아도 일본은 '창업'이라는 개념 자체가 상대적으로 활성화 되어 있지 않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결국 한국이 아시아의 임팩트 비즈니스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창업 초기부터 해왔습니다.
임팩트스퀘어는 지난 2년 전부터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에서 사업 기회를 탐색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적합한 기회가 있다면 작게라도 현지에 진출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들은 단지 역할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임팩트스퀘어를 포함한 국내의 임팩트 스타트업에게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에 점차 활성화되고 있는 흐름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한 편으로 보자면,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인 우리나라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미 정부, 비영리 조직, 기업 사회공헌 등 다양한 주체가 해결하고 남은 잔여 문제들은 해결이 어려운 문제들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이는 지금 당장,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은 이미 특정 모멘텀을 넘어갔고, 남은 문제들은 그만큼 복잡하고, 해결이 어려운 문제들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물론 그럼에도 우리는 혁신을 이어가야 하겠지만, 기존에 만들어진 솔루션들의 임팩트 창출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솔루션을 문화적·지리적으로 인접한 국가들에 적절하게 적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정 사회문제가 이미 해결되었다는 생각에 후순위로 밀린 솔루션들이 여전히 어딘가에서는 혁신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서의 가능성을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글로벌에서도 그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해외를 돌아다니며 상대적으로 경제 성장률과 인구 밀도가 높고, 이 밖에도 여러 의미를 가진 아시아 지역에 전 세계적인 관심과 도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여실히 체감하고 있습니다. 이번 호는 임팩트스퀘어가 그렇게 고민하고 경험하고 있는 아시아, 그 중에서도 동남아시아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우선 다뤄보려고 합니다. 아직 생각해보지 않은 주제이더라도, 혹은 이제 준비하고 있다면 함께 논의하며 각자의 솔루션을 기반으로 함께 더 넓은 지역에서 더 큰 임팩트를 만들어 갈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