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0일은 난민의 날
누군가 당신의 자격을 물을 때
6.20 난민의 날
내용 요약
#1 0.4퍼센트만 살 수 있는 사회
#2 "당신은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까?"
#3 연결의 힘을 키우는 이야기
#4 6월 20일에 무언가를 해본다면

한국의 연도별 난민인정률 (단위: %, 난민인권센터 행정정보공개청구 결과, 작성: 고은지)
 
#1 0.4%만 살 수 있는 사회
인간이 생존하는데 특정한 이유가 필요하다고 믿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살아왔던 터전에서 강제로 쫓겨나거나 생존을 위해 탈출해야만 하는 일이 생겼을 때, 다른 터전을 찾고 다시 삶을 꾸리기 위해 애쓰는 건 누구에게나 자연스러운 일이죠. 난민들이 본국을 떠나온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좀 더 안전하고 평화로운 삶을 찾아 나선 점만은 같습니다. 그런 삶을 위해서는 어디서든 경제생활도 해야 하고 머물 곳도 찾아야 하며 자녀가 있다면 양육도 해야 하죠.

그런데 우리는 난민이 본국의 경계를 넘어 이 땅에 왔을 때 여기에 살만한 사람인지, 여기서 돈을 벌어도 되는지 아주 복잡한 심사를 거치는 사회에 살고 있습니다. 난민신청자들은 자신이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정을 긴 시간에 걸쳐 증명해야만 하고요. 물론 모든 난민신청자를 기준 없이 수용할 수 없으니 일정한 심사는 합당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2019년 한국에서 심사를 통해 '난민'으로 인정받은 사람은 단 42명. 전체 난민심사 종료자 9,286명 가운데 0.4%에 불과합니다. 유럽연합 평균치 23.1%에는 비교할 수도 없이 낮은 수준이죠. 그럼 왜 한국에서는 단 0.4%만이 난민으로 살 자격을 얻는 것일까요? 한국에는 소위 '가짜' 난민이 유난히 많아서일까요? 저 위에, 시간이 흐를수록 0으로 수렴하며 아래로 아래로 고꾸라지는 난민 보호 성적표를 보면, 실은 난민신청자가 아니나 한국의 난민심사 기준과 난민을 보호하려는 의지에 강한 의심이 들게 됩니다.👇

#2 "당신은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까?"

난민 보호 정책이 아닌 "난민 거부 정책"
한국은 아시아 최초의 난민법 제정 국가이자 국제사회에 난민 보호 책임을 약속한 '난민협약' 당사국이지만, 난민인권단체들은 한국 정부가 사실상 난민거부정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난민신청자들에게 고액의 체류비와 소송비를 물게 하는 방법으로 자진 출국을 유도하고, 예멘에서 난민들이 왔을 때 일부의 난민 혐오 정서에 기대어 난민법을 더 엄격하게 개정하려 했던 시도가 그것이죠.  

'심사'일까요 '차별'일까요
난민신청자는 본국에서 얼마나 보호받지 못하며 얼마나 심각한 박해를 받고 있는지 그 진정성을 각종 증빙서류와 함께 입증해야만 합니다. 떠밀리듯 한국에 당도한 이에게는 시작부터 불리한 조건이지요. 여기에 더해 난민 신청/재신청 절차도 안내되지 않거나, 한국어로 작성된 신청서를 요구받거나, 진술의 내용이 불리하게 조작되기도 하고, 심지어 심사관의 종교적 편견이 개입되기도 합니다. 이렇게 해서 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면 난민 심사는 애초에 넘지 못하는 허들, 즉 그 자체로 난민을 차별하는 장치는 아닐까요?

"당신은 자격이 있는 사람입니까?"
난민이 겪는 고통을 누구의 고통과 비교할 수 없지만, 잠시 난민이 아닌 다른 이유로 '심사'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사람을 생각해봅니다. 예를 들어 트랜스젠더가 법적인 성별정정을 요청할 때는 성별의 진정성을, 양심적 병역거부자는 양심의 진정성을 검증받아야 하지만 마찬가지로 판사의 편견과 자의적인 기준이 크게 작용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시대, 당신도 어느 순간 보호받을 자격이 있는 국민인지 아닌지를 판단당할 때가 있지는 않나요? 그리고 그 기준이 인권이 아닌 차별과 배제에 기반한 것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3, 4의 이야기들이 길잡이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3 연결의 힘을 키우는 이야기
 
갑작스러운 취업 연기를 통보받고 일자리를 찾는 오마르, 독립 영화에 캐스팅이 되어 한국 아역 배우와 친밀한 연기를 연습하는 아드난, 비자가 없지만 한국에서 킥복서의 꿈을 키우는 아스카. 제주 예맨 난민 신청자 3명이 한국에서 어떤 미래를 꿈꿀 수 있을지, 어떻게 잘 살아갈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언제든지 ‘가짜'로 낙인찍히고 의심받아야 하는 사람들, 언제든지 일상에서 추방될 수 있는 사람들. 그러나 이 영화는 말합니다. 함께 한다면 서로에게 용기가 되어 돌아올 수 있다고.   
 
 “밀라는 파울라의 이야기를 듣고 세상에서 중요한 부분들이 갑자기 그녀 앞에 한 번도 들어 보지 못했던 현실로 드러나 버린 것만 같았다." 최고의 휴양지로 꼽히는 지중해, 그러나 그곳은 ‘난민들의 무덤’이기도 합니다. 누군가에게 낭만적인 곳이 누군가에게는 목숨을 건 경계선입니다. 주인공들의 삶은 같은 시대 같은 또래가 겪는 일이라고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판이합니다. 두 주인공의 시선을 교차하며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을 일깨워 주는 책.   

#4 6월 20일에 무언가를 해본다면
팔레스타인, 시리아, 예멘, 미얀마 등 고향을 떠나와 한국의 오늘을 살아가는 열두 명의 난민이 각각 한 권의 책이 되어 여러분을 맞이합니다. 난민이 당신에게 전하는 삶의 한 챕터를 읽어보세요. 
트랜스젠더 난민 샤, HIV 감염인 난민 엠마, 그리고 또다른 소수자 난민들과 한국에서 함께 살기 위한 모금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모금에 참여하시면 성소수자 난민 심사 과정에서의 인권을 다룬 '무지개는 국경을 넘는다' 책과 티셔츠를 받아볼 수 있어요. 

지난 5월 병역거부자의 날을 기념해 '전쟁없는희망세상소수자난민인권센터' 활동가들이 함께만든 방송. 영상의 약 5분부터 꽁트도 있어요😆 (유튜브 채널 연분홍TV 퀴어라이브)

재단법인 인권재단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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