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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 세상이 우리를 공주 취급해』, 타라-루이제 비트베어 (프런트페이지)
  • 『판도라의 딸들, 여성 혐오의 역사』, 잭 홀런드 (ㅁ(미음))
  • 『여성 선택』, 마이케 슈토베로크 (에코리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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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세상이 우리를 공주 취급해』  (프런트페이지)
타라-루이제 비트베어 지음, 김지유 옮김

   '문화비평'은 1990년대 이후 익숙한 장르가 되었습니다. 각종 매체와 지면에서 자신을 문화비평가라고 소개하는 사람이 늘었고, 대중 역시 그들의 작업을 '직업'으로 인정하기 시작했죠. 문화비평가들은 '비평'을 일종의 정치적 수행이라 여기며 전체적인 관점에서 개별적인 문화 현상을 바라보는 시도를 이어오고 있는데요. 다만 문화비평이 부흥하기 시작하던 1990년대와 지금은 그 방식에서 차이가 나는 것 같습니다. 과거의 문화비평이 주로 글을 통해 텍스트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작업이었다면, 현대의 문화비평은 영상, 그림 등을 넘나들며 기존의 고정된 형태를 허물고 있으니까요. 또, 지금의 문화비평가들은 대중시장 안으로 뛰어들며 적극적으로 동화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론을 공부하고, 방법론을 연구한 엘리트들만이 해내던 작업에서 벗어나 새롭게 연루되는 비평으로 나아가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특히 괄목할 만한 변화는 '숏폼'을 통한 대중문화 비평입니다. 글이 아닌 영상이 세상을 읽는 주요 매체로 자리 잡은 지금, 숏폼을 통해 대중에게 사회문화 전반을 이해하고 정치적 메시지를 던지는 일은 낯설지만 중요한 변화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오늘은 최근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독일 콘텐츠 크리에이터, 타라-루이제 비트베어와 그의 책에 관해 이야기하며, '지금-여기'를 살고 있는 우리가 바라보는 이 시대의 여성혐오와 이에 대한 인플루언서 페미니스트의 관점을 살피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사진: 타라-루이제 비트베어의 틱톡 계정(@wastarasagt)
   《온 세상이 우리를 공주 취급해》의 저자 타라-루이제 비트베어는 1990년생 페미니스트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현재 인스타그램과 틱톡을 합쳐 60만이 넘는 팔로워를 보유한 글로벌 인플루언서입니다. 자신의 전공인 문화학을 대중문화와 미디어 분석에 접목시켜 비평하고, 이를 통해 페미니즘 대중화에 힘쓰고 있죠. 

   그가 하는 작업은 요즘 말로 '인포테인먼트'라고 부릅니다. 인포테인먼트란, 정보(information)와 오락(entertainment)이 합쳐진 말로, "어떤 정보나 사회적, 교육적 내용을 짧고 재미있게 전달하는 것"을 의미해요. 리사 이오띠의 책 《8초 인류》에 따르면, 사람들이 소셜 미디어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8초 정도에 불과하다고 하는데요. 그래서 효과적인 인포테인먼트를 위해서는 사람들의 집중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는 시간, 8초만에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짧고, 재밌게 만드는 게 중요하게 여겨집니다. 당연히 8초라는 시간 동안 많은 정보를 담을 수는 없겠죠. 그래서 저자는 냉소적이고 비꼬는 방식으로 시선을 끌거나 아무 행동도 하지 않은 채 정면을 응시하는 형태로 8초를 채우기도 해요. 어떤 사람들은 이런 영상에 무슨 정보값이 있냐고 투덜댈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세로 영상을 꽉 채운 그의 얼굴에 드리운 여러 감정과 짧게 지나가는 자막들을 합쳐보며 우리는 '무언가 잘못되었구나'라는 예감을 느끼게 되고, 이대로 가만히 있어서는 안되겠다는 작은 결심을 품게 됩니다. 

   '숏폼'이라는 방식으로 대중과 동기화되는 작업을 해온 타라의 방식이 여전히 아쉬운 사람들에게는 그의 책 《온 세상이 우리를 공주 취급해》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타라가 그간 해온 작업들뿐만 아니라 자신의 사적인 경험과 대중문화 전반에 깊숙이 스며든 여성혐오를 낱낱이 해체하는 작업을 거치는 이 책은 현 세대의 '페미니즘 운동'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가장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작품이거든요. 저는 이 책을 '어깨 힘 빼게 만드는 책'이라고 부르며 주변에 추천을 하고 있는데요. 진지하고 엄격한 태도로만 페미니즘을 이야기해야한다고 믿는 저와 동료들에게 유쾌한 언어로 뻔하지 않게 던질 수 있는 방식이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위안이 됐던 것 같아요. 사회운동이 방법의 측면에서 하나의 정론을 가지고 있다는 고정관념을 벗어던질 수 있는 좋은 계기이기도 했고요. 또, 그럼에도 여전히 틱톡보다는 텍스트가 익숙한 제게는 그가 이러한 작업을 하게 된 경위나 작업들에 담긴 고충, 여성들의 관계나 그들을 향한 호칭 등에 대한 그의 관점 등을 엿볼 수 있어 정말 유용한 작품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온 세상이 우리를 공주 취급해》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트위터(현 X)', '틱톡'이 자주 등장합니다. 타라가 그의 메시지를 위 두 플랫폼을 통해 적극적으로 발신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재미있는 점은 타라가 세상을 바라보고 분석하는 방식입니다. 그는 주로 '댓글'을 통해 여성혐오적 세계를 분석합니다. 자신의 틱톡 영상에 달린 댓글이나 엠버 허드에게 달린 악플을 보여주고, 아직 출간되지 않은 자신의 책에 달리게 될 예상 별점과 리뷰를 가정해보며 작금의 세계가 처한 여성혐오의 현실을 까발리죠. 또,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모욕성 메시지를 남기는 남성들을 '레온과 루카스'*로 통칭하며 하나의 현상으로서 우리가 존재하는 모든 곳에 넘쳐나는 '개소리'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그는 여성혐오를 일삼는 자들의 반응에 주눅들거나 그 사실을 숨기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을 향한 공격과 비난을 완전히 드러내고, 그 문제점을 명확하게 짚어내죠. 가령, 기차에서 타라가 차지한 자리에 대해 한 남성이 불편해했던 상황(두번째 이미지)을 그는 남성이 한 집단 안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에 대해 겪는 인지적 편향에 관한 틱톡 자료를 통해 설명합니다. 그가 발견한 콘텐츠에 따르면, 남성은 여성이 한 집단의 17퍼센트를 차지하면 마치 50퍼센트를 차지하는 것으로 인식한다고 합니다. 만약 여성의 비율이 33퍼센트까지 늘어난다면, 남성들은 그 집단에서 여성이 압도적 다수를 구성한다고 느낀다고 하고요. 이 자료를 소개하며 타라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런데 나는 무려 정확히 50퍼센트를 차지하려 들었으니 그 불쌍한 남성이 느꼈을 고통은 차마 헤아리기도 어렵다."(p.130)


* 타라는 자신의 계정에 들어와 악성 댓글을 다는 남성과 소년들의 이름 중에 레온과 루카스가 정말 많다고 이야기하며, 악성 댓글을 달며 남성에게 선택받는 일만이 여성에게 최우선 목표인 것처럼 취급하는 남자들의 태도를 '레온과 루카스'라는 현상으로 통칭합니다.
사진: 드라마 〈킬링 이브〉 시즌 1의 포스터(왓챠 제공)
   또, 타라가 자신을 대변하는 인물로 드라마 〈킬링 이브〉의 '빌라넬'을 꼽는 파트 역시 재밌는 부분입니다. 타라는 이 시대가 원하는 여성상(윤리적이고, 사회의 기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분열되어 있지 않은 가정적이고 유능한 여성)에서 완전히 벗어난 사이코패스이자 소시오패스인 러시아 킬러 '빌라넬'이 자신과 닮았다고 고백합니다. 빌라넬은 "불안정하고, 시끄럽고, 막말하고, 오만하고, 비호감에, 공감 능력이 없고, 사람을 짜증나게 만드는" 인물인데요. 빌라넬의 면면을 모두 가진 타라는 그를 보며 공감성 수치를 느낍니다. 선 또는 악으로 매끄럽게 정의내릴 수 없는 복잡한 존재,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사려고 애쓰지 않지만 바로 그런 점에서 타인의 마음을 사기도 하는 매력적인 존재, 사랑을 두려워하고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길 원하지만 한편으론 상처를 두려워하는 존재. 빌라넬이 가진 복합성은 타라가 살아온 삶을 통째로 대변할만큼 엄청난 것이었고, 타라는 그간 느껴온 답답함에서 해방되는 기분을 느낍니다. 사실 타라는 '네 자신의 삶을 살라'는 새로운 트렌드를 계속 막막하게 느껴왔거든요. 도대체 내가 어떤 사람인데? 나다운게 도대체 뭔데? 하는 기분에 휩싸인 거죠. 그러나 그는 빌라넬을 보며,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진부한 표현에서 벗어나 '나'를 새로운 언어로 설명할 필요성을 느낍니다. 
   타라의 책 뿐만 아니라 외국 저자의 책을 읽다보면, 한국의 상황은 어떠한가 생각해보게 되는데요. 타라를 지칭하는 '페미니스트 틱톡커' 또는 '페미니스트 인플루언서'라는 타이틀이 한국에서 얼마나 어색하고 낯선 것인지 생각해보면 조금 씁쓸해지기도 해요. 타라가 독일에서 많은 악플에 시달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면 막막한 기분이 들기도 하고요. 여성혐오가 사라진 세상이 가능할까?라는 질문에 도달할 때면 '다음 생에는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는 슬픔 섞인 농담을 떠올리게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할 것은, 무수히 많은 가정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는 '지금 여기'에 놓여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타라처럼 자신의 필드에서 자기 역할을 다해내며 분열된 스스로를 받아들이기로 결심한 여성의 모습을 보며, 나도 나이기를 받아 들이고 여성인 채로 존재하는 나 자신을 이해해주기로 노력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어쩌면 페미니즘 운동의 첫 걸음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말이죠.

"나는 내가 만나는 모든 여성을 곧바로 좋아하고, 대단하게 여기고, 가부장적으로 판단 내리기를 거부한다. 놀랍게도 다른 여성들도 나를 그렇게 대해준다. 이제 나는 다른 여성들과 다른 존재가 되고 싶지 않다. 오히려 그들처럼 되길 원한다.나는 활발하고, 시끄럽고, 분홍색 때로는 파란색을 좋아하고, 다양한 여자 친구 무리에 끼어 어울리고 싶고, 칵테일을 마시고, 쇼핑하고, 여성에 대한 온갖 진부한 편견을 따르거나 혹은 전혀 따르지 않고 싶다. 나는 다른 사람의 생각, 판단, 성 역할에 따른 고정관념 그 너머의 존재다. 여자가 이래도 되냐고? 아니면 내가 여자치고는 제법 시끄럽고, 대담하고, 똑똑하고, 피곤하고, 재밌다고? 아니, 나는 나다. 그리고 나는 여성이다. 그게 전부다." (p.250-251)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판도라의 딸들 여성 혐오의 역사』
잭 홀런드 지음, 김하늘 옮김 (ㅁ(미음))

   타라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차별」에서 잭 홀랜드의 책 《판도라의 딸들》의 "여성 혐오의 역사는 오래된 만큼이나 유일무이한 증오에 관한 이야기며 아리스토텔레스와 잭 더 리퍼, 리어왕과 제임스 본드를 하나로 결속하는 역사다"라는 문장을 인용합니다. 이어 타라는 여성 혐오가 얼마나 오래된 역사인지 성경 속 '아담과 이브' 이야기를 근거로 이야기하는데요.
   《판도라의 딸들》은 북아일랜드의 정치와 테러리즘에 관한 논픽션을 주로 써 온 작가 잭 홀런드의 작품으로, 여성 혐오의 기원을 집요하게 파헤친 책입니다. 저자는 여성 혐오가 기원전 8세기 지중해에서 태어났다고 선언하며, 시인 헤시오도스에 의해 탄생한 '판도라 신화'가 여성을 죄인으로 만든 주범이라고 지적합니다. 또, 어떤 이들에 의해 페미니스트로 칭송 받는 플라톤과 사도 바울이 여성 혐오의 역사에서 얼마나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인지 조명하며, 여성을 향한 마녀 혹은 성녀의 이분법이 이들이 활동하던 시기에 탄생한 것임을 짚습니다. 
마이케 슈토베로크 지음, 이미옥 옮김
(에코리브르)

   타라는 「레온과 루카스는 왜 나를 싫어할까?」에서 생물학자이자 여성학자인 마이케 슈토베로크의 저서 《여성 선택》을 언급합니다. 이 책에 따르면, 짝짓기를 할 때 선택권을 쥐는 쪽은 보통 암컷입니다. 인간 사회의 통념과는 상반되는 현상이죠. 타라는 인간 세계에서도 여성이 누구와 섹스를 할 건지 스스로 결정하는 시기가 있었지만, 가부장제가 도입되면서 그 결정권이 남성에게 이양되었음을 밝히며 안타까워 합니다.
   《여성 선택》의 제목인 '여성 선택'은 자연에서 여자가 섹스를 통제하는, 생명체의 번식 전략을 의미합니다. 그리고 수컷이 선택 받기 위해 경쟁하고 구애하며 암컷은 결정하는 이 원칙이 정착 생활을 하기 전 인간에게도 적용되었음을 밝히죠. 그러나 문명 사회의 등장으로, '여성 선택'이라고 불리는 생물학적 원칙이 부정 당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저자는 남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문명'이라는 게 허물어질 때, 세상의 왜곡을 바로 잡을 수 있다고 이야기해요. 이 책의 결론과 저자의 제안에서 동의가 어려운 지점이 꽤 있습니다만, 가부장제나 여성 억압을 진화생물학의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도록 쓰여진 책인 것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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