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종 드 릴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기차로 20여 분 떨어진 곳에 위치한 호반 도시, 니옹에서 개최되는 다큐멘터리영화제다. 1969년 니옹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로 시작, 1995년 비종 드 릴로 이름을 바꾸었다. 이 유서 깊은 영화제는 레만 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소도시를 (언덕 마을이라 불러도 무방하리라) 약 열흘의 기간 동안 차분하게 북적대는 축제의 공간으로 바꾸는 노하우로 가득하다. 아기자기한 유럽 소도시의 특성을 고스란히 살려, 모든 상영관과 행사장을 걸어서 이동할 수 있도록 배치하고, (플레이스 드 릴이라는 이름의) 마을의 작은 광장 정도의 공간을 그 중심에 놓아 모든 참가자의 동선이 자연스럽게 교차하도록 설계한다. 인더스트리 프로그램에서 운영하는 별도의 미팅 라운지가 있지만, 그 외의 공간에서 창작자와 업계 관계자들의 가벼운 만남이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플레이스 드 릴은 매일 밤 파티 공간으로 바뀐다. (그리고 이곳과 가장 먼 호텔을 연결하는 셔틀버스는 새벽 3시까지 운행된다.) 유럽, 특히 서유럽에 거주하는 다큐멘터리계 종사자 혹은 다큐멘터리 애호가라면 가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스위스 최대의 국제영화제이자, 유럽 다큐멘터리영화제들의 연대체인 닥 얼라이언스(Doc Alliance) 일원답게 네 개의 경쟁 부문(국제경쟁, 버닝 라이츠, 스위스 경쟁, 중단편 경쟁)에서는 올해의 신작을 대거 만날 수 있다. (참고로 올해 국제경쟁의 심사위원 특별상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작업하는 김현경 감독의 신작 <Defectors>가 수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