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Q. 요즘 가장 힙!한 스포츠는? 🏄‍♂️ <파도를 걷는 소년>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10 〈파도를 걷는 소년〉 🏄‍♂️

오늘의 큐 💡

Q. 요즘 가장 힙!한 스포츠는? 🏄‍♂️

요즘 가장 힙하고 핫한 스포츠, 바로 '서핑!' 국내에서 서핑하기 좋은 바다들은 이미 '힙플레이스'라죠. 근육질의 서퍼들이 바다를 가르는 멋진 헐리우드 영화 속 장면들도 생각나고요. 그런데 여기, 조금 다르게 서핑을 그려낸 한국영화가 등장했습니다. 육지 사람들이 낭만적으로만 생각하는 제주도, 그곳에서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이주노동자 2세 '김수'는 부러진 서핑보드를 청테이프로 칭칭 감고 바다로 나갑니다.

영화 <파도를 걷는 소년> 속 수의 모습은 상상하던 멋진 서퍼의 모습과는 다를 수 있지만, 있는 그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이에요. '해나' 역의 김해나 배우는 영화를 통해 서핑을 하면서 조금 더 너그러운 사람이 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고, 뒤집어져도 다시 파도를 타는 과정을 통해 일상 속에서도 보다 많은 걸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요. <파도를 걷는 소년>은 서핑의 그런 면모를 담아낸 영화입니다. 단지 멋있는 스포츠가 아닌, 파도를 읽으며 다시 한 번 일어서는 수많은 실패와 즐거움. 그 속에서 주인공 수도 조금은 다른 사람이 되어가요.

청년 노동의 사회상을 그려내는 최창환 감독의 전작 <내가 사는 세상>도 꼭! 함께 만나보세요. 두 작품을 모두 보신다면 조금 더 많은 걸 느끼게 되실 거예요. 수와 민규,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서요. 그럼 오늘 하루, 우리의 일상 속에서 한 번 더 일어서는 서퍼가 되어볼까요😎

〈파도를 걷는 소년〉 리뷰:

손을 마주잡고 다시, 파도를 걷는 일

영화는 '이주노동자 2세'라는 단어를 힘주어 말하며 시작한다. 주인공 김수는 외국인 불법 취업 브로커 일을 하는 이주노동자 2세다. 하지만 영화는 단순히 우리 사회의 ‘소외된 이웃’을 비추는 영화일 것이라는 기대를 보기 좋게 빗겨나간다. <파도를 걷는 소년>은 사람에 대한, 청춘에 대한, 그리고 좋아하는 것을 계속 좋아할 수 있는 힘에 대한 영화다.

"여기가 당신들 바다예요?"

수는 자기 멋대로 흘러가는 삶을 어찌할 수 없다. 어쩌면 이미 '노오력'해도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상태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서핑을, 서핑하는 사람들을 동경했던 것일까. 서핑은 파도를 받아들이며 시작한다. 거대한 바다 앞에서 인간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뒤에야 파도를 잡을 수 있다. 파도를 멈추게 하는 게 아니라 파도의 힘을 사용해 앞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무식하게 하지말고 임마, 배에 힘주고, 시선 정면, 한 팔씩, 한 팔씩.”

우리는 늘 미숙한 태도로 삶을 마주한다. 그래서 무식하게 들이받고, 좌절하고, 포기하곤 한다. 서핑샵 사장 준식은 그렇게 살아온 수의 삶에 브레이크를 건다. 한숨 돌리고, 우리 천천히 가자. 다정하게 말을 걸어준다. 준식의 여유의 동력은 서핑 그 자체에 있지 않을까. 거대한 바다에서 작은 보드에 의지해 몸을 일으키고, 넘어지고, 다시 일으키는 과정은 어떤 일이든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게 했을 것이다. 그리고 결국 파도를 잡는 순간이 왔을 때 그럼에도 여기 이렇게 살아있음을 느꼈을 것이다.

“파도 잡겠다고 안간힘을 쓰면서 타는데 가만히 보니까 길이 보이더라. 옆에 보니까 나랑 같이 보고 있는 사람들도 보이고. 잘 모르겠어. 서핑이 좋은 건지. 그게 좋은 건지.”

좋아하는 걸 같이 좋아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큰 행운이다. 가끔은 그 사람들 덕분에 그 일이 더 좋아지기도 한다. 나에게는 복싱이 그렇다. 각자의 세계는 좋아하는 일들, 그리고 교류하는 사람들을 통해 형성된다. 그런 것들을 잘 가꾸어나가는 일은 중요하다. <파도를 걷는 소년> 속 서퍼들은 서핑, 그리고 함께 하는 사람들 덕분에 행복하고, 평화로워보였다. 수도 서핑을 만나 자신만의 세계를 형성할 수 있을까. 수의 여정이 궁금하다면 이 영화를 만나보길.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인디즈 14기 최유진

리뷰 전문 보기

"우리는 다른 세계가 가능하고, 또 필요하다고 외쳐야 한다."

곽민규 배우&최창환 감독이라는 찰떡 조합! 괜히 나온 게 아니랍니다. 두 사람은 전작도 함께 했거든요. 최창환 감독은 영화를 통해 지금 우리 사회 속 노동문제를 끌어내는 감독입니다. 전작 <내가 사는 세상>에서는 그러한 지점이 보다 두드러지게 느껴집니다. 내가 사는 세상 속, 내가 하는 일들이 모르는 사이 나를 어떻게 메마르게 했는지 돌아보게 하는 영화예요. 그리고 우리는 지금을 봄으로써 다음을 상상할 수 있겠죠? <내가 사는 세상>에 보내는 인디즈의 응원과 지지를 전해드릴게요💪

최창환 감독의 <내가 사는 세상>에 자꾸만 기시감이 든다. 민규와 시은에게 일어나는 일만큼은 ‘저건 영화다.’라는 거리 두기가 잘 안 된다. 영화를 보다보면 어느새 함께 분노하고 함께 무력해진다. 그 까닭을 영화의 제목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사는 세상. 민규와 시은이 사는 그 세상이 곧 내가 사는 세상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민규(곽민규)는 퀵 알바를 하면서 DJ를 꿈꾼다. 그런 민규의 꿈을 가까이에서 응원하고 있는 시은(김시은)은 학원 새끼 강사를 하고 있다. 그런데 두 주인공은 꿈과 청춘이라는 낭만적인 뉘앙스를 누리기보다는 현실과 자꾸 부딪힌다. 민규과 시은이 맞닥뜨리는 현실은 그들의 노동을 정당하게 대우해주지 않는다. 계약서 한 장 써주지도 않고, 갑작스레 부당한 처우를 통보받는다.

영화 <내가 사는 세상>을 보고 있다 보면 노동과 자본이라는 것이 얼마나 매사에 엮여있는지 실감한다. 거대한 시스템으로 두루뭉술하게만 느껴졌던 것이 형-동생 하던 사이, 연인 사이에도 기어코 끼어드는 것을 본다. 형이 한순간에 남이 되고, 애인의 대문 앞에서 ‘내가 더 잘할게’로도 봉합될 수 없는 그 간극을 보다 보면 한 없이 무력해 지는 것이다.

이 시대의 청춘들의 삶이 ‘출구 없는 삶’으로 명명될 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출구를 발견한다. 퀵 알바를 같이 하는 민규와 용삼(김용삼)이 강변에서 맥주를 마시고 불꽃놀이를 하는 장면이 그러하다. 이 ‘출구 있음’은 영화의 빛나는 순간이다. 결국 권리를 지켜낸 청년 노동자 승리의 자축이다. 이것이 그들에게 또다시 일어나고, 버티고, 싸워낼 힘이 될 것이라고 믿게 한다는 점에서, 영화는 희망을 담아낸다.

노동을 주요하게 다룬다는 큰 범주에서, <내가 사는 세상>은 켄 로치 감독이 떠오르기도 한다. <나, 다니엘 블레이크>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던 켄 로치 감독의 말을 함께 써두는 것으로 이 영화에 대한 응원을 표명하고 싶다.

“우리는 다른 세계가 가능하고, 또 필요하다고 외쳐야 한다.”

-인디즈 14기 이주혜

💡 최창환 감독의 <내가 사는 세상>은 왓챠플레이에서 관람 가능!

다른 영화, 같은 이름 😜

수, 갑보, 똥꼬, 해나... <파도를 걷는 소년> 속 인물들의 이름, 참 독특하지 않나요? 최창환 감독의 영화 속 이름들은 각각 재미있어요. <파도를 걷는 소년>에서는 김해나 배우가 이름을 그대로 썼고, <내가 사는 세상>에선 곽민규 배우와 김시은 배우가 각각 민규와 시은으로 연기했고요.

<파도를 걷는 소년>에서 강길우 배우가 연기한 갑보는 영화의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강렬한 역할인데요. 최창환 감독의 2006년 단편작 <호명인생>에도 갑보가 등장한답니다. '최창환 유니버스' 속 겹치는 이름들을 찾아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