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에서 열리는 이양희 개인전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없이 방문했다가 깜짝 놀랐어요. 전혀 기대하지 못한 풍경이 펼쳐졌거든요. 음, 그래서 저랑 비슷한 경험을 하고 싶으신 분은 아래 내용을 안 읽고 전시를 보러 가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칠흑 같은 어둠에 깜짝 놀랄 거예요. 좌우 구분이 잘 안 되는 어둠 속에서 벽을 더듬으며 겨우 가벽을 돌면, 짠 하고 어느새 무대 위에 있을 거예요. 세 면의 벽 전체를 감싸며 영상이 프로젝션 되고, 안무가는 마치 등신대처럼 나와 거의 동일한 크기로 크게 프로젝션 돼요. 게다가 음악까지 쿵짝쿵짝 들리니 무대 혹은 클럽 안에 있는 기분이 들어요. 

안무가 이양희는 어린시절부터 무용을 전공하면서 여러 동작을 '훈련' 받아왔다고 해요. 그런 훈련된 춤에 익숙한 그가 대학시절에 클럽을 처음 갔을 때 완전히 낯설 게 느낀 것은 당연했을 것 같아요.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움직이는 몸은 훈련된 안무와는 완전히 다르니까요. 그는 의자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춤추는 사람들을 한참 보기만 했다고 해요. 그러다가 어느 날 문득, 갑자기 일어나서 함께 춤을 췄다고 합니다. 스스로를 가두던 것에서 갑자기 벗어난 것처럼요. 

이러한 맥락에서 《헤일》은 90년대 클럽을 신세대의 독립적인 문화 가치관이 집적된 공간으로 바라보고, 춤, 음악, 패션 등 그곳의 문화를 재해석합니다. 안무가들이 펼치는 자유롭고 비관습적이며 저항적인 움직임은 보는 사람도 들썩이게 만듭니다. '힙하다'는 말의 진정한 의미는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자유로움을 추구하고, 평화 사랑 화합 존중(PLUR, 90년대 클럽씬의 캐치프레이즈)을 중요시하는 정신이 자연스럽게 옮겨가는 것이요. 그 들썩임의 느낌이 어떤 것인지 직접 전시장에서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회화 작업을 스탠드로 세워서 앞과 뒤를 보여주는 게 흥미로웠습니다. 저는 회화가 평면이면서 입체로 기능하는 모순적 특징에 관심이 있어요. 이 전시에서는 회화를 입체처럼 세워놓거나, 회화 위에 물감을 아주 많이 덧붙여서 입체를 만드는 방식으로 회화의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어떤 이미지는 매우 강하게 원근법적 규칙을 적용하여 환영적 공간을 만들다가도, 소실점 부근에 다른 회화를 배치함으로서 그 환영을 깨버리고 이것이 회화임을 선언하기도 합니다. 환영적인 것과 그 환영을 깨는 것 사이에서 진동하는 회화는 회화라는 개념을 또 다르게 생각해볼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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