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웨이브 뉴 라이브러리 새로운 소식

뉴웨이브 뉴라이브러리 뉴스레터 5호
#오늘 만난 예비사서

이성영 (느티나무도서관) 
atneuti@neutinamu.org 
지난 8월, 책을 보는 눈이 밝아지고, 사회를 보는 눈이 깊어지기를 기대하며 '느티나무도서관 예비사서' 과정을 시작했습니다. 느티나무 업무를 배우기 바빴던 8월을 보내고 9월에는 함께 일하는 스태프들을 인터뷰했습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예비사서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습니다. 예비사서가 느티나무도서관에서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질문을 준비했어요. 차곡차곡 쌓은 한 달 동안의 이야기를 공유합니다. 
예비사서 윤소희, 함지현 님의 소개글
Q. ‘느티나무도서관 예비사서’를 하기로 하고 1년을 휴학했잖아요. 짧지 않은 시간인데 어떻게 그런 결심을 했는지 궁금해요.
소희 많이 고민하지는 않았어요. 아르바이트나 자원활동 말고는 도서관을 경험할 기회가 없잖아요. 예비사서를 통해 도서관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어서 신청하게 됐어요.
지현 두 군데 도서관에서 아르바이트했어요. 그곳 사서들이 겪는 어려움을 보고 아르바이트로는 즐겁지만, 직업은 생각과 다를 수 있다는 고민이 들었어요. 졸업 후에 사서를 해도 후회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요. 여기서는 졸업하기 전에 도서관 업무와 철학을 배울 수 있잖아요. 그래서 마음이 끌렸어요. 이 길이 맞는지 스스로 확신할  기회가 될 것 같아서 왔어요.
Q. 예비사서 근무한 지 한 달이 되었어요. 한 달 동안 어땠어요?
소희 제가 알던 사서와 많이 다른 모습이었어요. 책에 대해 하나하나 꼼꼼히 살펴보고 공간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하는 게 인상 깊었어요. 한 달 정도 하다 보니 “사서, 만만치 않구나…” 싶더라고요.
지현 설명해주셔도 다시 물어보는 게 많아서 죄송했어요. 그렇지만 다들 친절하게 알려주셔서 곤란한 상황이 와도 도움받으면서 잘하고 있어요. 뜰아래에서 근무하는데 생각보다 아이들이 벽을 허물고 친근하게 다가와요. "선생님!" 하면서 다가오는 게 좋아요. 저보다 도서관을 오래 이용한 아이들이 이것저것 알려주기도 하고요. 함께 배우고 성장하는 느낌이 좋아요.

Q.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과 현장에서 일하면서 배우는 건 느낌이 다를 것 같아요. 한 달 동안 어떤 걸 가장 많이 배운 것 같아요?
지현 사람을 만나는 법이요. 학교에서는 ‘도서관에서 이용자들과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 가르쳐주지 않잖아요. 느티나무 현장에 뛰어들면서 사람과 만나고 대화하는 법을 가장 크게 배운 것 같아요.

Q. 소희 님이 매일 쓰는 ‘오늘 만난 느티나무’ 일지 살펴보는데 언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시더라고요. 금지라는 단어를 경계하고, 습관적인 존댓말과 높임법을 줄이려 노력하는 모습을 봤어요.
소희 말을 잘 못하는 것 같아요. 특히 전화할 때는 대본을 적어두고 과도한 높임말이 있는지 미리 살펴봐요. 이용자가 앞에 있으면 더 어렵지만 노력하는 중이에요.
Q. 이용자와 상호작용 하는 것이 예비사서 업무 중 하나인데, 이제 눈에 익는 단골 이용자가 있을 것 같아요.  인상 깊었던 만남이나 당황스러웠던 경험이 있나요?
소희 네, 계세요. 아직은 좀 서먹한 사이입니다. (웃음) 자료 검색대에서 인쇄물을 수정하고 프린트하느라 오래 걸리는 분이 계세요. 그분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그분과 2층에서 가장 대화를 많이 해서요. 도서관 규정을 몰라서 당황스러울 때, 이런 경우 어떻게 하면 좋을지 여기저기 SOS도 많이 했었어요. 이용자가 화나 있는 상태라서 겁먹고 아무 말도 못 했던 경험도 있고요.
지현 매주 도서관에 오는 자매가 있는데 정말 단골이에요. 책을 빌리는 게 아니더라도 카운터에 와서 놀아달라고 할 때도 있어요. 도서관에 책과 관련된 게 많으면 좋다고 생각했는데 만나는 아이들이 책보다 도서관 사물에 관심 가지는 것을 보고 도서관이 꼭 책으로만 이루어져야 하는 건 아니라는 것을 느꼈어요.

Q. 저는 사서로 근무하고 처음 몇 달 동안 제 능력에 대해 오래 고민했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그래서 느티나무도서관에서 근무하면서 사서로서 어떤 능력이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게 있는지 궁금해요. 
소희 책에 관심을 두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사회를 담는 컬렉션’을 공부하며 느꼈는데, 페미니즘 같은 사회 이슈도 정말 많이 알아야 해요. 주제를 가리지 않고 두루두루 관심을 두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Q. 매주 수서회의에 참여하고 있죠. 표지와 책 소개를 꼼꼼히 살피며 장르에 관해 고민하고 저자에 대해 연구하면서 회의에 참여하는데, 긴장되지는 않아요? 본인만의 수서 기준이 있는지도 궁금하고요.
소희 긴장돼요. 진짜 많이 됩니다. 예술 분야를 수서하고 있는데, 일단 '내가 읽고 싶은 책일 것!'이 첫 번째 수서 기준이에요. 또 저자가 논란이 없고, 사람들이 관심을 두고 읽었으면 하는 책을 수서합니다. 수서회의 준비하면서 저자에 대해 검색하다가 새로운 정보를 발견하면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해져요. 이 책이 도서관에 있다면 어떤 화두를 가져올지 궁금해져서 찾아보기도 하고요.
지현 저는 사회과학 분야를 수서하고 있어요. 긴장은 되지만, 주로 문학을 보던 편이라 새로운 분야에 관심을 가지게 되어 좋아요. 수서할 때 도서관에 적게 소장되어있는 주제를 찾아보려고 해요. 책 표지도 어느 정도 보는 것 같아요. 

Q. 동료들에 관해 물어보고 싶어요. 느티나무도서관 스태프와 인터뷰를 진행했잖아요. 그때 이야기를 해주세요. 인상 깊었던 이야기도 좋고, 인터뷰하면서 느꼈던 점도 좋아요.
지현 모든 분의 인터뷰에서 배울 점이 있었어요. 스태프들이 무엇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게 돼서 좋았어요. 느티나무도서관이 긍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잖아요. 잘해야겠다는 부담감이 들었어요. 그런데 모두 그런 부담을 안고 있더라고요. 인터뷰하면서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위로도 받고, 부담감을 많이 내려놓았어요.

Q. 처음 예비사서들을 맞이하면서, 예비사서가 처음을 처음답게 보냈으면 좋겠다고 막연하게 생각했어요. 어때요, 처음을 처음답게 조금 서툴고 느린 속도로 배워나가고 있는 것 같아요?
소희 느티나무도서관이 새로운 프로젝트를 많이 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제가 함께 참여하게 됐을 때는 막막했어요. 컬렉션 공부를 하고 있는데 ‘어떤 마음으로 이 컬렉션을 만들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요. 조금 더 연구하고 공부를 해봐야 할 거 같아요. 여기저기 물어보기도 하고요.
지현 잘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너무 걱정하지 않으려고 해요. 처음이니까 못하는 건 당연한 거고 도움을 받으면서 잘해나가면 되니까요. 

Q. 뒤늦게야 물어보는데 왜 사서가 되고 싶었어요? 그리고 사서 경력을 계속 이어나간다면 느티나무도서관에서 보낸 시간이 어떤 의미일까요?
소희 어렸을 때 도서관을 많이 접했어요. '문헌정보학과에 원서를 넣어볼까?' 해서 넣었고 그렇게 입학하게 되었어요. 경험을 쌓기 위해 도서관 자원활동을 했어요. 활동하면서 사서가 괜찮은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용자에게 책을 찾아주는 것도 즐거웠고 안내를 할 때도 재밌었어요.
느티나무에서 일한 시간은 힘이 될 것 같아요. 굉장히 실제적인 업무를 배우고 있으니까요. 직접 부딪치면서 배워나가잖아요. 이곳이 실험적인 도서관이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지금 배운 것들을 다른 도서관에서 풀어놓을 수 있지 않을까요?

지현 원래 문헌정보학과를 생각하고 간 건 아니었어요. 대학교에서 전공 공부를 하면서 이 길이 맞는지 의문이 들 때도 있었고요. 여러 도서관을 경험하면서 전공 공부보다 현장이 딱딱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론보다 도서관에서 사람들을 만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실전이 좋았어요. 느티나무에서 일한 시간이 나중에 사서로 근무하면서, 방향에 대해 고민할 때 확신을 주는 힘이 되면 좋겠어요.

Q. 예비사서 1기를 끝낼 때 어떤 마음으로 마쳤으면 좋겠어요?
소희 이미 사서가 될 준비를 마쳤다는 마음이요. 머리와 마음속에 많은 것을 담아갔으면 좋겠어요.
지현 휴학한 것을 후회하지 않았으면 해요. 이 경험을 통해서 사서의 꿈을 이어가면 좋겠어요.

Q. 그럼, 내년 초에 예비사서 2기를 신청하는 분들께 한마디!
소희 설레서 방방 뛰는 마음으로 시작하세요. 그러면 일이 술술 잘 풀린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현 도서관은 학교에서 배우는 이론만큼 딱딱하지 않아요. 이용자들을 만나면서 배우는 것도 많고요. 느티나무에서만 배울 수 있는 것들을 많이 배우고 갔으면 좋겠어요.

Q. 뻔하지만 가장 묵직한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도서관에 ‘사람’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소희 각자 할 수 있는 일이 다르고, 한 사람이 모든 도서관 업무를 맡아서 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이용자와 상호작용 하려면 전문성 있게 정보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점에서 도서관에 사람이 필요한 것 같아요.
지현 정보를 담고 있는 건 책이지만 책을 읽는다고 원하는 정보를 다 얻을 수 있는 건 아니잖아요. 사서는 이용자에게 필요한 책을 권해주기도 하지만 책이 줄 수 없는 실마리를 제공하기도 해요. 그래서 사람이 필요한 것 같아요. 

"도서관을 도서관답게 만들려면 사람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들이 도서관의 방식으로 도서관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는 여건이 필요하다. 정책은 캠페인이나 프로그램이 아니라, 그런 여건을 만드는 일이다. (...) 그들이 시대와 소통하고 책 표지를 읽고 사람들의 뒷모습까지 읽을 수 있는 눈을 길러, 이용자들과 소통에서 상상력의 실마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역량을 키우고 펼칠 수 있는 시스템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박영숙, 《이용자를 왕처럼 모시진 않겠습니다》, 알마, 2014, 22쪽 
'예비사서'는 도서관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이 느티나무도서관 철학과 정보서비스 업무 과정을 경험하는 11개월 연수 과정으로 도서관 스태프들과 협업, 이용자와 상호작용을 통해 사서로 한 걸음 다가갑니다. '예비사서'는 도서관으로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도서관인들이 많아지기를 바라며 '도서문화재단씨앗'이 든든한 파트너로 함께합니다.
예비사서의 느티나무도서관 스태프 인터뷰&프롤로그가 궁금하다면?
"느티나무도서관을 후원하면 티셔츠와 모자를 받는다고?!😶"    
아직 뉴스레터를 구독하지 않았다면   💌뉴스레터 구독하기💌
뉴스레터를 원하지 않으면 수신거부를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