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에 관한 어라운드 사람들의 취향 이야기 저녁 시간 지하철을 타고 가다 차창 밖으로 지나가는 한강을 바라볼 때. 특출나게 맛있는 음식을 한 입 베어 물고선 혀끝에 퍼져오는 맛을 감각할 때. 예기치 못하게 우리를 멈칫하게 만드는 장면들을 마주치고 나면 무심코 이 한마디를 내뱉게 되죠. “와, 예술이다.” 아마 님의 일상 곳곳에도 ‘예술’이라며 엄지를 치켜들 수 있을 만한 순간들이 도사리고 있을 거예요. 그들은 늘 우리가 방심한 틈을 타 고개를 내밀고선, 놀라게 만들곤 하니까요.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어라운드 식구들을 숨 멎게 만들었던 예술적인 취향을 전해볼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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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02. What We Like―취향을 나누는 마음
예술에 관한 어라운드 사람들의 취향 이야기
03.16. Another Story Here―책 너머 이야기
책에 실리지 못한, 숨겨진 어라운드만의 이야기를 전해요.
03.30. A Piece Of AROUND―그때, 우리 주변 이야기
오늘 다시 보아도 좋을, 그때의 이야기를 소개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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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기 전 보았던 방의 풍경, 창가에서 들었던 새의 지저귐, 이웃집에서 키우던 식물이 잎을 틔워내는 모습. 예술가들은 일상 속에서 우연히 마주친 장면들을 기억 한 편에 저장해두었다 화폭에 풀어내곤 합니다. 어쩌면 모든 예술들은 가장 사적인 지점에서 탄생하는 지도 모르겠어요. 오늘 ‘취향을 나누는 마음’에서는 ‘예술’이라고 부르고 싶은 장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어요. 어라운드 식구들이 포착한 예술적인 순간들에 귀 기울여 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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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 폰 트리에 〈어둠 속의 댄서〉(2001)
송원준—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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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박한 현실과 화려한 뮤지컬 장면을 오가는 동안 관객은 두 세계를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인식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목에 밧줄을 맨 주인공은 자신의 끝을 직감하면서도 행복하게 노래를 부르지요. 사형이 집행됨과 동시에 노래는 갑자기 끊겨버리고, 그제서야 관객들은 모든 것이 현실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엔딩 장면을 볼 때마다 가슴이 먹먹해지곤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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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에 대롱대롱 매달려 빤히 쳐다보던 남자아이. “이모 보러 왔어?” 하고 묻자 조심조심 내려와 엄마 뒤에 숨더니 “줄 거 있어요!” 그러면서 자그마한 손을 내밀더군요. 손 크기만 한 작은 책, 그 안엔 연필로 꾹꾹 눌러쓴 예술이 숨어 있었어요. 이보다 더 사랑스러운 예술을 저는 아직 알지 못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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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유명한 곡을 굳이 소개할 필요는 없겠지만, 새삼스럽게 마음에 콱 박혀버린 날이 떠올라서 골랐어요. 어떤 기회로 노랫말을 한 글자씩 곱씹어 봐야 했는데, 어절을 하나씩 지날 때마다 노래 속의 두 사람이 선명히 떠오르는 게 느껴졌어요. 시작이 ‘해 질 무렵 바람도 몹시 불던 날, 집에 돌아오는 길 버스 창가에 앉아...’인 거 아시죠? 노래를 듣는 내내 저는 버스 창가에 앉은 사람이 되었다가, 정류장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되었다가, 다시 관객이 되어 둘이 빨리 만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나는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댈 안고서’ 대목까지 가서는 왈칵 눈물을 쏟았고요. 멜로디와 노랫말, 부르는 이의 목소리가 5분이 채 안 되는 시간을 한 편의 영화로 만들어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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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싸이보그지만 괜찮아〉(2006)
손혜빈—디자이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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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마음을 들여다보기 위해 노력해본 적 있나요? 모든 상상력을 동원한다면 조금은 이해할 수도 있겠죠. 같이 웃고, 같이 울고 싶어하는 그 예쁜 마음을 예술이라 부르고 싶어요. 남다른 상상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영군과 일순처럼 마음이 통한다면, 언젠가 서로에게 이렇게 이야기해주자고요. ㅇㅇㅇ지만 괜찮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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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드 잔나비 공연
정현지—브랜드 프로젝트 매니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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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나비의 공연은 볼 때마다 생경해요. 사람이 어떻게 저리 날아다닐 수 있는지. 그의 호흡을 따라서 함께 뛰놀다 보면 어느새 꿈나라 별나라에 이르기도 하죠. 자연스레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게 만드는 음악. 이게 예술이 아니면 무엇이겠어요! 잔나비의 공연을 보고 난 후면 항상 외쳐요. Rock will never di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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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도록 시간을 들여 해석해야만 하는 현대 미술이 아닌 고전 명화가 선사하는 직관적인 아름다움을 감상하고 싶어질 때가 있지요. 누가 봐도 알 법한, 수 세기 동안 전해져 온 걸작들을 보고 나면 ‘역시, 클래식은 영원하구나’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물론 이 ‘영원’이라는 말에 숨겨져 있던 여지를 찾아낸 이들도 있지요. 그들은 작품에 경외심을 표하면서도 화면 너머의 이야기를 응시하고, 이를 과감하게 비틀어 자신만의 시선으로 바라보았습니다. 고전 명화로부터 영감을 받아 재해석한 작품들로 방구석 미술관을 꾸려보았으니 함께 감상해 볼까요?
글 오은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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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 구스타프 도이치 〈셜리에 관한 모든 것〉(2013)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과 어두운 방 안을 밝히는 조명은 프레임 속 존재하는 것들에 무심히 시선을 겨눕니다. 빛에 의해 분절된 풍경 속에는 고뇌하는 한 사람이 서 있지요. 구스타프 도이치는 사실주의의 대가인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열세 점에 상상력을 더해 영화로 제작했습니다. 그림 속 등장인물에 셜리라는 이름을 부여한 후 내면을 지독하게 따라가지요. 그의 캔버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서사는 한 편의 부조리극처럼 읽힙니다. 온갖 색들이 공존하는 화면과는 달리 인물이 처한 현실은 음울하기만 합니다. 그의 얼굴 위로 빛이 내려앉은 순간, 도시가 만들어 낸 그림자에 가리어졌던 고독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됩니다. 현대인의 정서를 절제된 구성으로 담아낸 작품은 담백해서 더욱 씁쓸하고, 아름다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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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페르난도 보테로 ‘Monalisa’
어릴 적 미술학원에서 명화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모사하는 숙제를 받을 때면, 매번 가지런히 앉아 은은한 미소를 지은 채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사람들을 그려갔던 기억이 납니다. 매번 같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 지겨워질 즈음, 페르난도 보테로의 작품을 처음으로 보게 되었죠. 황금 비율로 유명하다던 얼굴은 볼록 거울을 비춰본 마냥 터질 듯 부풀어 있었고, 그 풍만한 그림을 보며 어쩐지 통쾌한 기분이 들었던 기억이 나요. 페르난도 보테로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그림을 자신만의 화법으로 재해석하며 우리가 곧이곧대로 받아들였던 아름다움의 정형에 의문을 던집니다. 화면 속 위풍당당한 자태를 자랑하고 있는 이들은 어깨를 으쓱이며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습니다. “봐! 누구든지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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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 | RedVelvet ‘Feel My Rhythm’
날이 따스해지는 기미가 보이자마자 재빨리 이 노래를 플레이리스트에 넣어두었어요.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샘플링한 레드벨벳의 ‘Feel My Rhythm’. 곡의 전반을 장악하는 아련하고도 벅차오르는 선율은 봄을 형상화한 것만 같습니다. 경쾌한 바이올린 연주에 얹힌 맑은 숨이 섞여 든 목소리. 두 갈래의 멜로디를 따라 과거와 현재를 자유로이 오가게 됩니다. 뮤직비디오 곳곳에 배치된 명화를 오마주한 장면들이 이들의 시간 여행에 생기를 더하는데요. 곡이 지닌 산뜻한 분위기와 달리 1504년경 완성된 히에로니무스 보스의 ‘세속적인 쾌락의 동산’과 유사한 배경은 어딘가 모르게 음산한 기운을 풍깁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고 죽음을 맞이하는 비련의 주인공과 풍성한 옷자락을 휘날리며 그네를 타고 따사로운 자연을 즐기던 명화 속 고상한 여자들은 ‘무도회를 뒤집고’선 쾌락의 동산으로 거침없이 발을 들이게 되지요. 헤어나올 수 없는 유혹에 걸려들었지만, 아무렴 어때요? 자신만의 리듬을 따라 춤을 추고 노래하는 이들은 프레임 안에 갇혀있을 때보다 훨씬 즐거워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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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월호에 실린 인터뷰를 읽다보면 시간이 흐른 지금은 다들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근황이 궁금해지곤 해요. 앞으로 인스타그램을 통해 AROUND News라는 이름으로 우리와 인연을 다졌던 이들의 안부를 전해보려 합니다. 그 첫 타자로, 87호에 함께한 문규화 작가의 전시 소식을 전해보았어요. 그와 더불어 피드 곳곳에 흩어져 있던 어라운드만의 인터뷰 콘텐츠를 한 번에 살펴볼 수 있도록 가이드로 모아두었어요. 지난 85호 케이크가 놓인 자리(With Dessert)부터 이번 87호 예술이 남긴 이야기(Function Of Art)까지. 복습하다 보면, ‘이런 이야기가 있었지!’ 하며 책장 한 편에 고이 모셔둔 과월호들을 다시 펼쳐보고 싶어질 거예요. 그 외에도 앞으로도 AROUND 인스타그램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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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예보를 살펴보니 다음주부터 완연한 봄 기운이 찾아올 예정인 듯해요. 몸을 일으켜 미뤄 두었던 산책을 나서보아도 좋겠지요. 길 위에서 나도 모르게 탄성을 자아내는 순간들을 마주할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다음 뉴스레터에서는 ‘Another Story Here’과 함께 흥미로운 뒷이야기를 전하러 올게요. 87호를 찬찬히 살피며 다음 뉴스레터를 기다려주시길 바라요. 그럼, 다다음주 목요일 아침 8시에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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