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07. 애플컴퓨터박물관을 만들 결심🚪   

"한 가지 이유는 확실했죠. 내가 좋아서. 오로지 그거 하나로 시작했어요."

스스로 좋아서 시작한 일로 덕업일치 중이신 선배님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안녕하세요. 선배님 소개 부탁드려요!
안녕하세요! 애플컴퓨터박물관을 운영하고 있는 엄대흠입니다. 본업은 애플 관련 기기 판매 및 서비스 지원 일을 하고 있어요. 
어떻게 지금의 직업을 갖게 되셨나요?

전산학을 전공했고, 80년대 처음으로 286 컴퓨터가 도입될 때 컴퓨터를 배우기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프로그래머로 일을 하다가 이후에 애플 부산 지점에서 일을 하게 됐어요. 현재는 독립해서 일을 하고 있지만 꾸준히 컴퓨터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어요. 

현재 운영 중이신 애플컴퓨터박물관은 어떻게 만들게 되셨어요?

제가 직장 생활을 할 당시 처음으로 수집한 매킨토시 컴퓨터가 당시 가격으로 300만 원이었어요. 당시에 제 월급이 30만 원이었으니 엄두도 낼 수 없는 가격이었죠. 하루는 새로운 컴퓨터를 납품하기 위해 갔는데 손님이셨던 교수님께서 예전 컴퓨터는 필요 없다고 가져가라고 하시는 거예요. 저는 그 컴퓨터를 받아와서 한 달 월급 되는 돈만 들여서 수리했죠. 이게 제 첫 번째 수집이었어요. 이후에 조금씩 기회가 될 때마다 다양한 물건들을 모으다 보니 셀 수 없이 많아져서 어느 순간 창고에 쌓아놓게 됐어요. 그러다 문득 제가 모아온 물건들이 고물상에 고물처럼 쌓여만 있는 게 너무 불쌍하게 보였어요. 그래서 때가 되면 나만의 공간을 만들어서 전시장으로 꾸며보자라고 생각했던 게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거 같아요. 이곳은 저의 취미공간이자, 놀이터이자, 미래에 재능기부를 위한 공간이에요.

다른 이유도 있는데, 혹시 전국에 컴퓨터 박물관이 몇 개나 있는지 아세요?
아니요. 잘 모르겠어요.😅

가족들과 여행을 다니다 보면 자녀들을 위해 교육적인 장소를 많이 찾아다니는데, 컴퓨터 박물관은 없더라고요. 제가 알기로는 2013년 제주도에 지어진 넥슨 컴퓨터 박물관이 우리나라 첫 번째 컴퓨터 박물관이에요. 일상 속에서 정말 쉽게 활용되는 기계 중 하나가 컴퓨터인데, 컴퓨터 박물관이 왜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나중에 제가 가진 물건들이 더 많아지고 여건이 된다면  꼭 컴퓨터 박물관을 만들어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수많은 물건들을 수집하고 남들을 위한 공간을 만든다는 게 쉽지 않았을 거 같아요.

사실 넥슨 컴퓨터 박물관이 설립 준비를 할 당시 제가 가진 물건들이 필요하다는 연락이 왔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대로 사람들에게 잘 전시될 수 있다면 모두 기부할 생각도 있었어요. 그렇게 되지는 못했고, 결국 내가 해야 되는 일이구나라고 생각했죠.


그래서 처음 박물관을 만들 때 조금이라도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시청과 구청에도 가봤는데, 처음 했던 질문이 ‘그걸 왜 만들려고 해요?’였어요. 제 나름대로 긍정적인 의견을 듣고 싶어서 갔던 건데 기대했던 답을 듣지 못했어요. 결국 스스로의 힘으로 박물관을 만들고 나서 생각해 보니, 어떤 공간을 만들 때 취지나 목적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죠.

선배님께는 이곳이 많은 의미가 담겨있는 공간이네요!

코로나가 생기기 전에는 많은 손님들이 이곳을 방문셨는데, 본업보다 이 공간을 소개하는 일이 더 재미있었어요. 박물관에 왔었던 한 학생이 저에게 왜 박물관을 무료로 운영하는지 묻더라고요. 사실 이곳을 방문하시는 분들에게 비용을 받는 건 저한테 큰 의미가 없어요. 오히려 이곳에 와서 이 공간을 즐기는 분들한테 얻는 에너지가 저한테는 어떤 것보다 더 가치 있다고 생각해요.

박물관에 유독 스티브 잡스의 사진과 이야기가 많이 보이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제 인생에 터닝포인트가 두 번이 있었는데, 첫 번째는 컴퓨터를 배운 거예요. 살면서 처음으로 제 스스로 배우고 싶다고 생각해서 배운 게 컴퓨터였어요. 그게 지금까지 이 일을 할 수 있게한 시작 점이었어요. 저는 고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특별한 꿈이 없는 그저 평범한 학생이었고, 10분 거리에 있는 집과 학교만을 반복할 뿐이었어요. 그러다 컴퓨터 학원을 다니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스스로 버스를 타고 30분 넘는 거리를 다니게 됐던 거죠. 이전에는 정말 우물 안 개구리였어요.


두 번째는 애플 컴퓨터를 가지게 된 거예요. 지금은 많이 대중화가 되긴 했지만, 과거에는 매킨토시를 사용하는 분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었어요. 평상시라면 제가 만나기 어려운 분들도 많았죠. 예전에는 요즘처럼 컴퓨터 수리를 위한 부품 수급이 잘되지 않았고, 전문적으로 수리할 수 있는 사람도 부족해서 그분들에게는 제 역할이 아주 중요했죠. 여전히 이 지역에서는 애플 기기를 취급하고 서비스할 수 있는 분들이 많지 않다 보니 그만큼 스스로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결론적으로 제가 지금의 직업을 가질 수 있게 한 시작점에 있는 인물이 스티브 잡스이기 때문에 특별하게 생각하는 거 같아요.

그동안 여러 전시에도 참여하셨던 걸로 아는데, 전시 이야기도 듣고 싶어요.

동안 여러 전시들에 참여했었는데, 나름대로 만족하는 전시들이었어요. 첫 번째 참여한 전시는 2016년이었던 걸로 기억해요. 스티브 잡스 사진전이었는데, 제가 가진 물건들도 함께 전시하고 싶다고 제안을 해주셨어요. 큰 성과는 없었지만 처음으로 참여한 전시여서 기억에 남는 거 같아요. 저희 박물관에 있는 사진들이 당시 사진전에 전시됐던 작품들이에요.


2019년에 참여했었던 '애플 박물관을 훔치다'라는 전시도 기억에 남네요. 당시에 서울에서 전시 기획자분들이 저희 박물관에 오셔서 가로수길 애플스토어 옆에서 함께 전시를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셨어요. 그분들 나름대로 계획했던 것들이 있어 보여서 긍정적인 마음으로 참여했어요. 보름 동안 진행한 전시였는데, 결과는 아쉬웠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수확이 있었어요. 같은 해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어요. 광주 비엔날레에 참여하여 받은 특별한 선물이 있는데 소개해 드릴게요.

이 그림은 우리나라 국가무형문화재 김영조 낙화장님의 작품이에요. 작업하시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 경외감이 느껴질 정도였어요. 전 세계에서 유일한 작품이라 저한테는 어떤 것보다 특별한 보물이에요. 박물관에 오시는 분들도 처음에는 단순히 스티브 잡스 사진이라고 생각하시다가 설명을 들으면 엄청 놀라시죠.

그 후에도 여러 전시에 참여하려고 했으나 코로나가 생기면서 어려워졌죠. 그러던 중 작년에 스티브 잡스의 10주기가 되는 해여서 우리끼리 작게라도 전시를 해야 하지 않나라는 의견을 주고받던 참에 지난번 가로수길 전시를 기획하셨던 분들이 다시 한번 함께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주셔서 가로수길에서 전시를 진행했었어요. 

※ 낙화장은 인두를 달구어 종이, 나무, 가죽 등 표면을 지져서 그림을 표현하는 기능을 보유한 장인이다.

그럼 특별히 박물관에서 애착이 가는 물건은 어떤 건가요?

이 컴퓨터는 97년도에 만들어진 20주년 기념 매킨토시라는 제품인데요. 배트맨 영화에도 나온 제품이고, 당시에 국내에 딱 한 대만 들어왔어요. 2011년에 이 컴퓨터를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겼는데, 당시에 어머니께서 건강이 많이 안 좋으셨는데 얼마 뒤 컴퓨터를 양도받으려고 할 때 어머니께서 돌아가셨어요. 그리고 시간이 조금 흐른 후 컴퓨터를 가져왔었는데, 저한텐 개인적으로 의미가 담겨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더 애착도 가고요. 사실 저한테는 박물관에 있는 모든 물건들이 보물 같은 물건이랍니다.

앞으로 애플컴퓨터박물관에서 어떤 일들을 해보고 싶으세요?

기회가 된다면 꾸준히 전시에 참여하고 싶어요. 그리고 제 꿈이긴 하지만 매킨토시 컴퓨터 모양처럼 생긴 제대로 된 애플컴퓨터박물관을 만들고 싶어요. 저는 나이가 들수록 하고 싶은 일들이 더 많아지고 있어요. 직업 특성상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데, 그분들을 통해서 늘 새로운 에너지를 받는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제 직업이 저의 천직이 아닌가 생각해요.

미래에 선배님의 꿈처럼 박물관이 생기고 그 안에 채워질 보물들을 상상하니 엄청 기대돼요!

아직은 꿈이긴 하지만, 제가 상상하는 것들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 봐야죠. 저는 모두가 꼭 꿈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꿈이라는 건 계속 말하고 생각할수록 이루어지는 거 같아요. 저도 지금까지 많은 물건들을 수집하면서 저한테는 꿈같았던 물건들이 있는데 결국 제 손에 들어오더라고요. 저만의 애플컴퓨터박물관 꿈도 결국 이뤄지겠죠?

꼭 선배님의 꿈이 이뤄지길 바라요! 마지막으로 구독자분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스티브 잡스가 스탠포드 대학에서 했던 연설 중에 ‘여러분들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다른 누군가의 삶을 살면서 시간을 낭비하지 마십시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좋아질 것입니다.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계속 찾으세요.’라는 말이 있어요. 길이라는 것이 처음부터 길이었을까요? 누군가가 결국 없던 길을 개척하고 그것이 하나의 역사를 만들고 문화를 만들고 사회가 발전했잖아요. 남들이 가보지 않은 길이라 분명 위험할 수도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새로운 도전을 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오늘 레터는 어땠나요?

직접 방문하기 어려운 분들을 위한 애플컴퓨터박물관 맛보기✌️
헌트
인터뷰 내내 누구보다 행복한 표정으로 자신만의 공간을 소개해주시던 선배님의 모습이 기억에 남아요. 스스로 행복한 일을 할 수 있다는 것. 그 행복을 발판삼아 새로운 꿈을 꿀 수 있다는 것. 누구보다 덕업일치 중이신 선배님의 꿈이 이루어지실 수 있도록 늘 응원합니다!
몽주
'꿈을 계속 말하고 생각하면 이루어진다' 라는 선배님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지금 생각해보면 예전에 내가 되고싶은 모습을 계속 생각했더니, 현재 그 모습에 많이 가까워진 것 같아요. 간절히 원하면 온 우주가 내 꿈을 이루기 위해 움직인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구체적인 꿈을 가지고 끊임없이 생각해야겠어요!
써니
'길이라는 것이 처음부터 길이었을까요? 누군가가 결국 없던 길을 개척하고, 그것이 하나의 역사를 만들어요' 의 '누군가'가 되신 선배님을 보면서, 사회가 닦아 놓은 기존의 길을 벗어나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지금 자신이 걸어가는 길에 회의감이 든다면, 한 번쯤은 길을 잃어보면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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