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께 보내는 마흔두 번째 흄세레터

모두가 싫어해도 님만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 있나요? 불가항력에 끌려가는 것처럼요.

《위대한 앰버슨가》의 등장인물은 대부분 ‘조지’의 파멸을 바랍니다. 어떤 이는 무척 간절해서 “천벌을 받는 날을 볼 때까지 살아 있길 바라마지않는다”라고 말하기도 해요. 심지어 조지가 좋아했기 때문에 최대한 친절하게 대했었던 ‘루시’마저도 불쑥 튀어나온 조지의 난폭한 행동에 질려버리죠. 그런데 앰버슨 가문 사람들 중 몇몇은 조지가 가장 오만했던 시절에도 조지를 사랑합니다. 그들의 사랑은 일면 위대해 보입니다.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을 사랑한다는 점에서요. 하지만 가문이 서서히 몰락하는데도 거리낌 없는 언행을 일삼던 조지가 한때 찬란했던 시절을 상징한다면 어떨까요. 책에는 조지의 행동을 가문의 특징으로 언급하는 부분이 많거든요. 어쩌면 앰버슨 가문 사람들이 사랑했던 대상은 스러져가는 가문의 옛 영광이었을지도 모르겠어요. 님은 앰버슨 가문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볼지 이번에는 유독 감상평이 궁금하네요.


오늘은 흄세 편집자가 뽑은 《위대한 앰버슨가》 미리보기와 추천 콘텐츠를 소개해드릴게요.

《위대한 앰버슨가》 미리보기 1


루시는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도시의 희끄무레한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렇게 멀리까지 나오니 도시가 매연으로 상당히 덮여 있다는 점이 분명히 보이네요." 그녀가 말했다. "그건 아마 도시가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겠죠. 도시는 점점 커질수록 스스로가 부끄러워질 테고, 그래서 저런 연기를 만들어 그 안에 자기를 감추는 거예요. 아빠는 당신이 여기 살 때는 이 도시가 좀 더 괜찮은 곳이었다고 말씀하셨어요. 아빠는 이 도시에 대해 말씀하실 때면 평소와 달랐어요. 표정도 온화하고, 어조도 특별해진다는 걸 알겠더라고요. 분명히 이 도시를 무척 좋아하셨던 거예요. 사랑스러운 장소였음이 분명하죠. 모두 무척 유쾌하게 지냈을 게 확실하고요.


아빠가 말씀하시는 걸 들으면 당시 이 도시에서의 삶은 길게 이어지는 한여름의 세레나데였다고 생각하게 될 거예요. 아빠는 언제나 햇살이 환했고, 다른 어디와도 공기가 달랐다고, 당신의 기억에 따르면 공기에 늘 사금이 떠다닌 것 같았다고 장담하시죠. 글쎄, 과연 그럴까요! 아빠에게 지금 공기가 더 탁하게 느껴지는 건 공기에 검댕이 섞여서가 아니라 당시 아빠가 스무 살은 더 어렸기 때문일 거예요. 당시 여기 공기에 있었다고 생각하는 그 사금이 제게는 그저 아빠가 기억하는 젊은 시절에 불과해 보여요. 사금은 그저 젊음이었던 거죠. 젊다는 건 정말 기쁜 일이잖아요. 안 그래요?” 그녀는 헛웃음을 터뜨리더니 아쉬워하는 기색을 드러냈다.


우리가 지난날을 돌아보면서 충분히 즐겼다고 생각할 만큼 정말로 젊음을 즐기고 있는지 궁금해요. 저는 그러지 않은 것 같거든요. 어쨌거나 저로서는 제가 뭔가 중요한 걸 놓치고 있는 게 분명하다는 느낌이 들어요.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생각해본 적이 없는 것 같거든요. 저는 늘 무언가를 기대하고 있어요. 제가 나이 들었을 때 일어날 일들을 생각하는 거죠.”(112~113쪽)


*웹/모바일 환경에서의 가독성을 위해 문단을 임의로 나누었습니다.

세's pick

"지난날을 돌아보면서 충분히 즐겼다고 생각할 만큼 정말로 젊음을 즐기고 있"으신가요?

《위대한 앰버슨가》 미리보기 2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 안 남아 있다보니 이런 얘기를 하는 게 쑥스럽다만, 지금 말해야 할 것 같구나. 나는 늘 너를 아꼈다, 조지. 하지만 늘 너를 좋아했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네가 알면 알수록 좋아지는 사람은 확실히 아니라는 생각이 가끔 들기도 했어. 최근까지도 널 좋아하는 사람은 그냥 당연히 그런 것처럼 널 아껴야 했지(물론 이런 말이 그렇게 ‘요령 있는’ 얘기는 아니긴 하다만). 왜냐하면 널 그냥 아끼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일부러는 아낄 수가 없거든! 우리 모두 네가 어린 소년일 때부터 널 끔찍하게 망쳐놓았어. 네가 ‘왕자님’으로 자라도록 그냥 내버려뒀지. 네가 전력을 다해 왕자님 노릇을 했다는 얘기도 꼭 해야겠구나! 하지만 너는 참으로 힘들고 갑작스러운 좌절을 맛보았고, 정작 나도 네 나이 때는 자신만만한 젊음이 자기가 끔찍한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내면에서 겪어야 하는 일에 대해서는 거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으로 살았지. 가엾은 녀석! 정신적으로도 물질적으로도 한꺼번에 세상이 뒤집히다니. 그래도 너는 참 그걸 의연하게 받아들였어. 저기 기차가 들어오고 있구나. 내가 널 교수형에 처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는 얘길 해도 용서해주겠지. 하지만 난 너를 늘 아꼈다. 그리고 지금은 네가 좋구나! 한마디만 더 하마. 이 도시 어딘가에 늘 너를 그렇게 생각했던 사람이 있을지 모른단다. 내 말은, 네가 제아무리 목매달려 마땅한 사람처럼 보인다 해도 널 아끼는 그런 사람 말이다. 한번 찾아보렴. 이런, 뛰어가야겠군. 급료를 받는 대로 빨리 돈을 갚으마. 잘 있으렴. 하느님의 은총이 함께하길, 조지!(429~430쪽)

랑's pick

조지의 삼촌이 워싱턴에 있는 부임지로 떠나는 날, “이제 널 다시 못 볼지도 모르겠구나, 조지”라고 말하며 작별 인사를 하는 장면입니다. 진심으로 조카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울컥했어요. "네가 제아무리 목매달려 마땅한 사람처럼 보인다 해도 널 아끼는 그런 사람"이라는 대사는 다시 봐도 인상적이네요.

👀편집자의 추천 콘텐츠👍

존박, 〈3월 같은 너🎵

4월도 벌써 절반이 지났지만, 입에서 모래 맛이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봄이니까요. 조금만 지나도 누릴 수 없게 될 것들을 놓치지 않고 만끽하시기를 바라며, 이 계절에 잘 어울리는 노래 한 곡을 추천드려요. "그리워질 지금을 동경해/ 영원이란 말은 거짓말이야."

〈보이후드Boyhood〉, 2014

언뜻 보면 이 영화와 《위대한 앰버슨가》는 결이 다르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 사람의 성장기를 생략 없이 보여준다는 점에서 아주 비슷해요. 물론, 영화 속 주인공인 '메이슨 주니어'가 조지보다 훨씬 더 사랑스럽지만요. 어린 소년이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겪는 집안의 변화, 부모님과의 관계, 사랑과 이별, 그리고 세상에 대한 이해까지. 두 작품은 서로 뒤집어서 입을 수 있는 스웨터처럼 잘 짜여 있습니다. 포스터에 예고편 링크 걸어두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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