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밭 소식 :: 저녁의 산책

7월, 벗밭의 한 글자
벗밭의 키트 후기
[모집] 2020 벗밭 농가방문
벗의 산책

7월, 벗밭의 한 글자

산책 👭

요즘은 7시 반 즈음 가장 노을이 예쁘게 지는 것 같습니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저녁을 보내다 우연히 창 밖의 노을이 눈에 들어오면 저도 모르게 하던 일을 멈추고 멍하니 바라보게 됩니다. 빠르게 지는 노을을 조금이라도 더 보기 위해 집 앞에 잠깐 산책을 나갈 때도 있고요.

오늘 벗밭의 뉴스레터는 흐렸던 하루의 끝에 잠시 멈춰서 쉬어가게 하는 노을 한 자락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 편지를 끝으로 상반기 뉴스레터를 마무리하는 한편 하반기를 시작합니다. 그 동안 벗밭의 편지를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보내 주시는 답장이나 피드백은 하나하나 소중히 챙겨보고 있습니다. 저희는 항상 열려있으니 언제든 두드려주세요. 주변 친구들에게도 벗밭과 벗밭의 편지 널리 알려주시면 더더욱 좋고요 :)

벗 여러분의 6개월은 어땠나요? 혼란스러운 요즘이지만 따뜻한 한 끼가 있고 식탁너머를 생각하는 시간이 함께하는 하루를 보내시길 소망합니다. 남은 2020년도 벗밭과 함께 해요!

2020.7.20

여러분의 이야기를 기다리며, 벗밭 드림.

풍요식탁 제로웨이스트 키트 사용기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해 소소한 키트를 꾸린 벗밭. 과연 키트는 삶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요? 키트의 특징과 장단점, 그리고 짧은 후기를 여러분과 공유합니다. 제로웨이스트의 실천 방식과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고민하시는 분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제로웨이스트 키트 사용기

[모집합니다 ~7/24] 벗밭 농가방문

'식탁너머'의 이야기를 가장 가까이서 듣기 위해 벗밭은 농가방문을 기획했습니다. 우리가 먹는 한 끼의 식재료가 생산되는 과정을 짧게나마 함께 보고 배우고 참여하는 시간을 가지고자 합니다. 올해는 한살림 공동체 생산자분들과 함께해요. 벗밭 자체 프로그램도 있으니 기대해 주세요! (현재 대기 신청만 받습니다)

농가방문 모집 신청 바로가기

벗의 산책 :: 함께 걷는다는 것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 김현종 <방문객> 中

엄마의 어머니, 아버지와 살 때였다. 그 분들의 일상에 내가 들어간다는 것은 생각 이상으로 꽤나 큰 일이었다. 정현종 시인이 쓴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라는 문장을 이제야 조금 이해하게 되었다고나 할까. 일생을 만나게 되는 시간 중 하나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저녁 산책에 함께하는 것이었다. 두 분은 거의 매일 저녁 8시부터 한시간 정도 아파트 단지를 몇 바퀴씩 빙- 둘러 (파워워킹으로) 걸으셨다.

그 산책코스는 참으로 신기했는데, 처음에는 30분 정도 나란히 걷다가 아파트 정원의 두 갈래길에서 갈라졌다. 가운데에 있던 내가 어느 쪽을 따라가야 하나 머뭇거리면 할머니께선 항상 '할아버지 심심하시니 따라가라'며 말로 미셨다. 가끔은 내 고집대로 할머니를 따라가기도 했다. 할머니 또는 할아버지와 걷다 보면 많은 이야기조각을 받았다. IMF 때 열심히 지키신 사업, 그보다도 오래 전인 두 분의 힘들었던 신혼생활 이야기 등 많은 이야기들은 손녀딸을 위한 인생 조언으로 마무리되었다. 조각들을 모으면 한보따리는 되지 않을까. 그렇게 천천히 그분들의 일생을 조금씩 알아갔다.

또 20분을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세 명이 다시 한 곳에서 만났다. 다른 한 명이 건너편에 보이면 따라가기도 하고, 우연히 약속이라도 한 듯 어느 지점에서 마주치기도 했다. 다시 셋이서 나란히 걷는다. 두 일생 가운데 나는 어떤 조각이 되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본다. 적어도 그 저녁의 선선한 바람처럼 기억되길 바라본다. 초여름이 되면 이 때의 저녁산책이 생각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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