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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웨이브 뉴라이브러리 뉴스레터 4호
메이커스페이스 특집


동두천 과학소년이 사서된.ssul 

강철진 (느티나무도서관) 
kangcj@neutinamu.org

뉴스레터 덕분에 세월의 덧없음을 문득 느끼게 됩니다. 본의아니게 나이도 공개되는군요...😅

장래희망: 과학자?

어느 동네에나 '과학소년'이라고 불리는 아이들이 한두명 씩 있을 겁니다. 저 역시 소도시에서 유년기를 보낸 덕에 그런 타이틀을 얻게 되었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남들보다 잘한다는 건 꽤 신나는 일이었습니다. 새 학년이 시작될 때마다 장래희망 칸에 당당히 '과학자' 외길인생을 적어내곤 했습니다(물론 그때는 과학과 기술, 손재주의 차이는 구분하지 못했죠). 과학자가 될 수만 있다면 인생이 즐거울 것 같았어요! 

드론을 만들어 하늘에 자유자재로 띄우고, 컴퓨터 조립은 물론 직접 코딩한 알고리즘을 검증하고, 3D 모델링으로 제품을 뽑아내는 요즘 과학소년들의 눈에는 고무동력기나 과학상자가 뭐가 대단한지 우스울 수 있겠습니다(그게 뭔지 모를 수도 있겠네요). 장래희망도 훨씬 구체적으로 바뀌었다지요? 공대 교수가 되겠다든가, 개발자가 되겠다든가, 유튜버가 되고 싶다는 현실적이고 다양한 꿈들이 여기저기서 싹을 틔우고 있을 겁니다. 오히려 과학자라는 직업은 그저 막연한 상상 속의 존재로 여겨질지도 모르겠습니다. 뜬금없지만 아인슈타인과 에디슨, 둘 중에 누가 더 잘 먹고 잘 살았을지 궁금해지는군요.

드론은 고무동력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정교하고 많은 부품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하늘을 나는 기계라는 본질은 같습니다.

왜 모두가 똑같은 걸 만들고,
똑같은 문제로 시험을 치지?

과학자를 꿈꾸던 소년에게는 의문이 있었습니다. 왜 모두가 똑같은 물건을 제한된 시간 안에 만들어야 하는가였습니다. 저는 무언가를 만들 때 항상 시간이 부족한 편이었는데요. 아마 완성도를 중요하게 여기는 성격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어떤 제품을 만드는 데 시간이 적게 든다는 건 산업사회의 잣대로 보자면 중요한 경쟁력이고, 완성도가 반드시 제작 시간에 비례하거나 반비례하는 것만도 아닙니다. 다만 '잘 만드는 것'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표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습니다. 대회에 나가는 것보다는 방학숙제를 하던 시간이 더 즐거웠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도전하고 싶은 주제를 온전히 나의 박자와 내가 귀하게 여기는 가치에 따라 표현해 볼 수 있었으니까요.

또 하나의 의문은 평가 기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고무동력기는 예쁘게 만들 필요도, 튼튼하게 만들 이유도 없었습니다. 우수함의 기준은 체공시간뿐이었기에 그저 때마침 불어온 상승기류를 잘 타고 오래오래 떠있는 기체가 최고였습니다. 더 비싼 키트와 고무줄까지 투자한다면 어렵잖게 성능을 올릴 수 있었으니 만들기 실력만이 중요하다고 보기도 어려웠죠. 그 시절, 고무동력기 대회에서 '디자인상', '성능상', '효율상', '곡예비행상'처럼 평가 부문을 세분화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무조건 허공에 오래 떠있어야 1등을 하는 그런 대회가 아니라 말입니다.

JTBC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밴드>에서는 서로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협주하며 매번 세상에 없던 퍼포먼스를 빚어냈습니다.


같은 종목으로 경쟁하는 일은 
스포츠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중학생이 되니 고무동력기 대신 물로켓을 만들고, 화학실험을 하고, HTML을 배웠습니다. 과학소년이 해내야 하는 일들의 기술적 난이도는 올라갔지만 평가 방식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고무동력기 대회에서는 체공시간이었던 평가 기준이 물로켓 대회에서는 사거리로 바뀐 정도였죠. 역시나 예쁜 물로켓은 쓸모없는 존재로 취급 받기 일쑤였습니다. 예쁘면서도 멀리 날아가면 칭찬을 받고, 못생겼지만 멀리 날아가도 칭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예쁘긴 해도 멀리 날아가지 못하는 물로켓은 그저 웃음거리가 되었죠. 무언가를 아름답게 만드는 능력은 미술대회에서 평가받으면 되는 것 아니냐고 물을 수 있겠습니다만, 미술대회에서 물로켓은 만들지 않을 테니까요! 학생들이 어떤 과목은 좋아하고 어떤 과목은 싫어하는 이유가 다른 곳에 있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같은 종목, 같은 기준 아래 치러지는 경쟁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힘을 얻는 것은 스포츠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

시간이 흐르며 과학자의 꿈도 차츰 희미해졌고, 어른이 되어 세상에 나왔습니다. 1등과 2등, 이른바 능력에 따른 서열은 여전히 중요했지만 이것만이 세상이 돌아가는 복잡한 이치를 모두 설명해주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가 어떤 일을 해서 어떻게 먹고사는지, 어디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고 그 역할의 의미는 무엇인지,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영감과 영향을 주고 있는지야말로 누군가의 삶뿐 아니라 그와 내가 살아가는 세상 전체를 설명해주는 것 같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구체적으로 들여다볼 때 비로소 전체가 보이는 경험. 도서관은 그런 경험을 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라는 믿음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어쩌면, 되고 싶었던 것은 과학자가 아니라 그저 한 분야의 '장인'이었을지도 모릅니다.


9월 17일, 3층 <물음표와 쉼표>가
 메이커스페이스로 거듭납니다

기술이 고도화되고, 자원은 풍부해졌습니다. 정보와 자료가 빠르게 갱신되고 손쉽게 답을 구할 수도 있습니다. 동네 카센터 사장님보다 유튜버의 경험과 실력이 더 빼어난 경우도 있고, 가전제품 서비스센터도 해법을 찾지 못하는 고장 증상을 동호회원들이 댓글로 토론해 해결하기도 합니다.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경계가 무뎌지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 역시 희미해지고 있지요. 가짜 뉴스와 더불어 가짜 지식도 유통됩니다. 이러한 변화의 쓰나미 속에서 맞는 답을 건져 올리는 일이 예전보다 훨씬 버거워졌습니다. 누군가 자신의 삶을 바꿀 수도 있는 결정을 할 때 하필 잘못된 정보를 참고한다면 돌이키기 어렵겠지요. 그동안의 도서관은 지식과 학문 그리고 사색의 바다에서 이런 파도들을 든든히 막아내는 방파제가 되어왔습니다.

이제 느티나무도서관은 삶, 좀 더 구체적으로는 '먹고 사는 일'로 시선을 옮겨보려 합니다. 이 작업은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만드는 일이 아닙니다. 손바느질하며 책 읽는 낭독회 멤버들, 망가진 책을 되살려내는 책보수 활동가, 알고 봤더니 일러스트레이터, 종이로 장난치기를 유난히 좋아하는 아이들, 도서관 이야기를 책으로 펴낸 열혈 이용자와 사서, 마을축제에 기꺼이 출동하는 AV 전문가 청년들, 딸의 손을 잡고 도서관을 찾는 건축과 교수님, 그날 읽은 책 한 구절을 옮겨 적는 캘리그래퍼, 키가 훌쩍 자라 패션모델이 된 소년, 사서 중에 숨어있는 쇼핑몰 사장님, 직접 구운 빵을 맛보라고 가져오는 청년, 매일 아침 도서관 연필을 깎아놓는 아이까지! 그동안 도서관 구석구석에서 각자의 삶을 살고 있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도록 그저 문을 열어두겠습니다. 무슨 일들이 일어날까요? 아마도, 모두가 똑같은 고무동력기를 조립하고 있는 모습만큼은 펼쳐지지 않을 겁니다.


Making Maker Space 


김지후 (느티나무도서관) 
   jeehooo@neutinamu.org 
메이커(Maker) ​ 

 1.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 
 2. 스스로 필요한 물건을 제작하는 사람으로, 자신의 제작 경험과 기술,지식을 인터넷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창조, 공유, 협업, 융합하여 상품개발과 제조과정을 발전시키는 데 참여하는 모든 사람을 통칭한다.

단순히 무언가 만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만드는 방법을 공유하고 기록하고 소통하면서, 또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것을 만드는 상호작용. 상상만 해도 멋지지 않나요?

느티나무도서관 3층 물음표와 쉼표 평면도  

[동네 전파사 : 카운터] 
3층으로 들어오자마자 동네 전파사(카운터)가 보입니다. 메이커-스피릿으로 무장한 느티나무 직원들이 이용자들의 다양한 질문을 기다리며 각종 자료와 레퍼런스(참고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답니다.

[동네부엌] 
그동안 도서관에서 부엌이 가장 구석지고 안 보이는 공간이었다면, 새로 만든 동네부엌은 가장 잘 보이고 접근하기 쉬운 공간입니다. 텃밭 연습장에서 기른 채소와 과일을 가져와 먹음직스러운 음식과 간식을 함께 만들고, 탁 트인 텃밭을 보며 다 함께 먹고 나누는 장면을 상상하니 벌써부터 설레네요! 

[텃밭 연습장] 
채소와 과일을 심고 함께 나눠먹던 옥상 텃밭 연습장이 메이커 스페이스와 함께합니다. 마을 주방과 연결되는 폴딩도어가 새로 생겨 텃밭 구경하기가 더 편해졌답니다. 메이커 스페이스의 다양한 자료와 장비들과 만나 전보다 더 다양하고 깊은 연습도 해볼 수 있겠지요? (이 멋진 폴딩도어는 C프로그램에서 후원해주셨습니다.😃) 

[수공랩]
손으로 두드리고 만드는(手工) 공간입니다. 언제나 사용할 수 있는 든든한 공구들과, 힘껏 두드려도 부서지지 않을 것 같은 튼튼한 작업대, 그리고 여러분의 작품의 완성도를 높여줄 최첨단 3D 프린터와 레이저커팅기(예정), 재봉틀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이크로 IDC]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웹 사이트와 앱, 그리고 최근 들어 늘고 있는 IoT 서비스같이 인터넷을 이용하는 모든 서비스들은 서버(Server)라는 장비가 있어야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런 서버들에 24시간 안정적인 전기와 통신회선을 공급하는 곳을 IDC(Internet Data Center)라고 부르는데요. 우리가 아무 때나 스마트폰을 열어 원하는 정보를 검색할 수 있는 건 모두 IDC와 서버들 덕분에 가능한 셈이죠. IDC가 도서관에 있다면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요? IoT 기술을 활용해서 텃밭에 매일 오지 않아도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채소에 물을 줄 수도 있고, 메이커 스페이스에서 만든 작품들을 전 세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는 ‘나만의 서버’도 만들 수 있답니다!  

“메이커 스페이스에선 어떤 ‘작당모의’를 할 수 있을까?” 
그 상상을 여러분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메이커 스페이스를 함께 만들어갈 ‘당신’을 기다리고 또 환영합니다!

"느티나무도서관을 후원하면 티셔츠와 모자를 받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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