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보 개방에 화난 농가의 10억 배상 요구, 정부 책임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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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합천 농민 46명이 최근 환경부 장관과 한국수자원공사를 상대로 10억5859만여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재정 신청서를 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창녕함안보를 개방해 보 상류에 위치한 광암들 농사에 피해를 끼친 책임을 지라는 것이다. 환경부 소속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그제 농민들의 재정 신청서 제출 사실을 공개하고 일련의 조사 과정을 거쳐 최대한 빨리 처리하겠다고 했다.

광암들 피해 농민들은 농업용 관정(우물)을 설치해 겨울철 비닐하우스 온도를 조절하는 ‘수막 재배’ 방식으로 토마토, 양상추 등을 재배해 왔다. 문제가 생긴 것은 지난해 11월14일 정부가 보(洑)의 수문을 열면서부터다. 인근 낙동강 수위가 4.9m에서 3.3m로 낮아지면서 지하수 부족으로 냉해 피해의 직격탄을 맞았다고 농민들은 주장한다. 광암들 피해대책위 변중근 위원장은 어제 언론 인터뷰에서 “정부가 일방적으로 보를 개방해 피해를 끼쳐놓고 1년 가까이 보상이 안 되고 있는 게 말이 되느냐. 이런 상황에서 대책도 없이 또다시 보를 개방하려고 한다”고 분개했다.

이명박정부 시절 국책사업으로 추진된 4대강 사업과 16개 보를 놓고 현지 농민과 환경단체가 갈등을 빚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16개 보 중 10개를 부분 또는 전면 개방하면서 갈등은 더욱 심화됐다. 창녕함안보만의 문제가 아니다. 낙동강, 영산강, 금강 등 거의 모든 수계에서 유사한 갈등과 충돌이 빚어진다.

정부가 보 개방을 밀어붙이는 명분은 ‘녹조 현상’이다. 그러나 실제론 4대강에 대한 ‘적폐청산’의 일환이란 사실을 모를 사람이 없다. ‘코드 개방’이란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전문가들이 예측했듯이 보 개방이 녹조 퇴치에 효험을 낸 것도 아니다. 과학이 아니라 정치 논리에 기대는 무리수는 뒤탈을 빚게 마련이다. 대한민국이 물 부족 국가이고 수자원 관리가 중요하다는 사실이 정부 눈엔 들어오지 않는 것인가. 거듭 혀를 찰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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