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5. 12
#13 우리들의 일본 여행기


우리는 여행지에서 흔히 “아, 행복하다!”라고 외친다. 입으로든 마음으로든 말이다. 실은 여행은 행복보다는 쾌락에 가깝다고 영화 평론가 이동진은 말했다. 나 자신을 낯선 곳에 두고 철저하게 이방인이 되어 새로운 경험을 접할 때 우리는 행복이 아닌 순간의 쾌락을 맛보고 있는 게 아닐까. 우리는 지구에 온 이방인에 불과하지만, 일상을 살다 보면 이방인이라는 것을 잊고 매일을 살아간다. 그럴 때 여행은 내가 이방인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수단이다. 그렇게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고 또다시 나의 자리로 돌아와 다음에 만나게 될 낯섦과 쾌락을 위해 일상에서의 행복을 찾아 나선다. 우리는 그렇게 살아간다. 오늘도. -J-

📃 오늘의 grds paper

1. TOKYO

2. FUKUOKA

3. OKINAWA

4. Home Cocktail Recipe : Espresso Martini

5. grds news

TOKYO

Episode
오랜만에 방문한 도쿄. 하라주쿠와 오모테산도를 걸으며 네펜데스를 방문했다. 네펜데스 매니저가 내가 입은 옷을 보더니 지난 시즌의 옷이라며 짧은 영어로 말을 건네셨다. 알아봐준 것이 반가워 짧은 일본어로 대화를 잠깐 나누었다. 디자이너로 활동하시면서 매장에 나오지 않는 시간에는 디자인을 한다고. 독특하고 개성있는 스타일의 디자이너로부터 이번 시즌 옷에 대한 설명을 들으니 정말 내공이 깊은 사람이구나 감명받았고, 이는 곧 존경심으로 이어졌다.

우아한 직원의 매력에 빠져 그가 자주가는 카페가 어디인지 조심스레 물어보았는데 매우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자신은 카페나 최근 유명한 장소를 잘 모른다며 시부야에 새로 리뉴얼한 파르코 백화점이나 블루보틀을 가보는것이 어떠냐고 말씀하셨다. 너무 식상한 장소를 추천받자 갑자기 좋았던 첫인상이 파스스 무너졌다. 큰 기대 없이 방문한 장소에서 우아했던 직원 덕에 네펜데스의 이번시즌 제품들 특징을 설명받으며 구매로 이어졌지만, 결국 이렇게 또 영업을 당했구나하는 생각이. -H-
도쿄 여행 스팟
1. 도심 속 목욕탕과 피로를 풀어주는 우동집 by H

일본에 온 김에 목욕은 하고 싶고, 그렇다고 멀리 온천까지 나가기는 귀찮아 도쿄 시내에 있는 목욕탕을 찾다가 발견한 곳.🫧 오모테산도 역 출구 사거리 꼼데가르송 근처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시원하게 목욕을 마치고 나왔는데, 우동 가게 앞에 사람들이 줄을 서고 있어 자연스레 대열에 합류했다. 10분쯤 기다리고 입장해서 먹은 시원한 우동은 내 평생 먹은 우동에서 아직까지 1등이다.🍜 포르쉐 매장 옆에 있어 자칫 지나칠 수도 있다. 우동과 소바를 판매하며, 면의 맛에서 공산품이 아닌 손수 뽑은 진짜 면의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목욕탕 - 미나미 아오야마 시미즈유 / 3 Chome-12-3 Minamiaoyama, Minato City, Tokyo 107-0062

우동집 - 소바키리 미요타 / 3 Chome-12-12 Minamiaoyama, Minato City, Tokyo 107-0062

2. 멋스러운 미술관 2곳과 인생 딸기케이크 카페 by C
어떤 나라나 지역으로 여행을 가든 그곳의 미술관을 꼭 들른다. 이번에 혼자 떠난 도쿄 여행의 테마는 미술관과 카페. 혼자이니 마음 편히 1일 1미술관도 하고 많이 걸어 다녔다. 미술관에서 작품에 빠져있다 보면 지금 내가 도쿄의 여행자라는 사실을 잊은 채 여느 관람자 중 한 명이 된다.🚶🏻‍♀️ 그러다 지치면 카페에서 음료를 홀짝이며 가만히 앉아 멍을 때린다. 겉으로 보기에는 조용할 테지만 많이 보고 느끼며 생각과 내면을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 채우는 것이 나만의 여행 방식이다.

서울과 크게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 도쿄이지만, 길을 걷다가 마주친 특이하고 아름다운 건축물을 보는 재미가 있었다. ‘쇼토 뮤지엄’은 성스러워 보이는 외관뿐 아니라 안으로 들어섰을 때 느껴지는 축적된 시간과 공간의 위압감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건물 중앙이 원형으로 뚫려있고 작은 분수들이 있는데 그 물결이 반사되는 빛이 아름다워 감탄하며 한참을 바라보았다. 사진 촬영이 아예 금지되어 있는 뮤지엄이라 오히려 작품에 더욱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쇼토 뮤지엄 / 2 Chome-14-14 Shoto, Shibuya City, Tokyo 150-0046

‘아티존 뮤지엄’은 도심 속에 있는 규모가 큰 미술관이다. 현대 미술부터 고전 미술까지 세 개의 전시를 한 번에 볼 수 있었다. 전시를 보러 온 학생, 어른, 노인들로 가득했는데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전시를 보고 난 후 뮤지엄 숍과 카페도 놓칠 수 없다. 소장전에서 봤던 모네와 피카소의 그림이 기억에 남아 엽서를 구매했고, 기억나는 이에게 편지를 썼다.✍🏻 앞으로 열릴 전시도 매우 흥미로워 보이니 긴자에 가게 된다면 꼭 방문해 보기를 추천한다.

아티존 뮤지엄 / 1 Chome-7-2 Kyobashi, Chuo City, Tokyo 104-0031
1981년에 문을 연 오랜 전통의 HARBS는 이미 케이크와 커피가 맛있기로 유명하다. 해 질 무렵에 갔던 ‘하브스 롯폰기힐즈점’은 붉은 별처럼 빛나는 도쿄타워를 볼 수 있었기 때문인지 더 특별했다.🗼 고심해서 고른 딸기 케이크 한 조각과 따뜻한 커피는 커다란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달콤하고 싱싱한 딸기와 깔끔한 우유맛의 생크림으로 만들어진 케이크는 내가 그동안 먹었던 딸기 케이크 중 가장 맛있었고, 커피를 마시다 살짝 우유를 탔더니 더욱 부드럽고 좋았다. 편안한 자리와 분위기 덕에 혼자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하브스 롯폰기힐즈점 / 1F, Hillside 6-10-2, Roppongi, Minato City, Tokyo 106-0032


도쿄 여행 아이템

원래는 여행을 다닐 때 최대한 가벼운 신발을 주로 신는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는 멋지게 입고 다니며 기분을 내고 싶어서 여행 직전에 boots 01을 구매했다. 발이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을 했지만, 도쿄 이곳저곳을 누비며 걸어 다녔음에도 발이 붓거나 피로해 지지 않았다. 덕분에 부츠와 청바지를 입고 멋진 사진들을 남겼다. 나의 발목이 접히는 모양대로 부츠에 주름이 잡히고, 스웨이드에 빈티지한 상처들도 나서 청바지와 더욱 어울리는 녀석이 되었다.👖

FUKUOKA

Episode

후쿠오카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유후인 지역의 한 료칸에서 온천을 즐기며 하루를 묵었다. 온천도 참 좋았는데, 해 질 무렵 료칸에서 대여할 수 있는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돌아다녔던 게 기억에 남는다.🚲 인기 여행지인 유후인은 어디든 사람이 많아 낮에는 편하게 돌아다니기 어렵다. 그러나 가게들이 문을 닫기 시작하는 오후 5시 반부터 이곳저곳 방문하기 좋다. 자전거를 타고 바깥공기를 쐬며 넉넉잡고 1시간 정도면 우휴인의 동네를 전반적으로 돌아볼 수 있는데, 아기자기한 골목들과 아늑한 긴린코 호수와 노을을 바라보며 어느 때보다 일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Y-

후쿠오카 여행 스팟
한적한 분위기의 치킨난반 식당 by Y

치킨난반이 유명한 후쿠오카의 일본 가정 식당. 난반은 튀긴 닭고기를 간장, 미림, 식초 등이 가미된 혼합 소스에 적시고 그 위에 타르타르 소스를 올린 음식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난반은 바삭하게 튀기지 않는다. 하지만 ‘봄바키친’은 가라아게처럼 겉이 바삭하지만 속은 촉촉하게 튀겨낸다. 세트를 시키면 제공되는 흰쌀밥과 갓 튀겨낸 치킨난반은 궁합이 좋다.🍚


한국인들이 많이 가는 다이묘 거리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동네에 한적함이 이 식당의 분위기와 더욱 잘 어울렸다. 밥집 바로 맞은편에 있는 후르츠 산도 맛집으로 유명한 ‘무츠카도’의 본점도 있으니, 코스로 들리는 것을 추천한다. 재방문의사 100%!


봄바키친 / 2 Chome-2-18 Yakuin, Chuo Ward, Fukuoka, 810-0022

후쿠오카 여행 아이템

여행하는 동안 매일 매고 다녔던 사코슈백. 일본에서는 동전이 정말 많이 생겨 지갑에 넣으면 가득 차서 못 넣을 때가 있다. 하지만 샤코슈에는 여권과 지폐, 카드까지 정리하지 않고 막 넣고 뺄 수 있어서 따로 지갑 없이 다니기에 편했다. 소재도 스웨이드 가죽이라 모든 착장에 잘 어울리는 것은 물론이다!
OKINAWA
Episode

이틀 동안 비가 오고 나서야 화창한 오키나와를 맞이할 수 있었다. 맛있는 점심을 먹고 거리를 목적 없이 걸었다. 이번 오키나와 출장은 그라더스에서 진행하는 캠페인, Life Walk Project를 위해서 왔다.


걸었던 곳은 나하시에 위치한 토마리 지역의 번화가에서 벗어난 곳으로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거리에 사람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다. 지나가는 차량도 별로 없을 정도로 거리가 조용했다. 햇살은 뜨겁고 바람은 서늘했다. 걷기 좋은 날씨었다. 사람은 없었지만 건축물들이 예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걸었고, 골목마다 시각적인 전율을 느끼며 카메라 셔터를 정신없이 눌렀다.📷 걷다 보니 저장해뒀던 카페를 발견해 직원이 추천해 준 복숭아, 오렌지 그리고 초콜릿 소스를 조합한 음료인 오렌지 모카를 마셨다. -E-

오키나와 여행 스팟
완벽한 커피와 잊을 수 없는 타코 by J

몇 년 전만 해도 오키나와에 괜찮은 카페 찾기가 어렵다고 들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카페는 모두 다 성공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맛도 있고 멋도 있는 카페들이 많았다.☕️ 3박 4일 동안 yamada coffee를 기노완점과 나하점 두 곳 다 가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나하점은 산책하다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고 점심 먹은 후라 반가운 마음에 기분 좋게 커피를 마셨다. 개인적으로 기노완점은 따뜻하고, 나하점은 모던한 느낌의 공간이었다.


커피는 마실 때마다 감탄을 자아내는 맛이었고 디저트로 먹은 치즈 테린은 한 접시 더 주문해서 먹을 만큼 커피와의 궁합이 완벽했다. 지난 여행을 추억할 땐 yamada에서 구매한 원두, fukafuka를 꺼내본다.


YAMADA COFFEE (기노완점) / 3 Chome-17-3 Ginowan, Okinawa, 901-2211

YAMADA COFFEE OKINAWA chapteR (나하점) /  2 Chome-15-6, Tomari, Naha, Okinawa, 900-0012

오키나와에서 타코를 왜 먹느냐고 의아해할 수 있지만 사실 오키나와를 대표하는 음식 중에 타코는 빠질 수 없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군들이 오키나와에 주둔하면서 오키나와식으로 재해석한 타코 라이스가 생겨나기 시작한 것! 지인의 추천으로 맛있는 후지야 타코 집에 갔는데 고객 모두가 현지인이라 으쓱하며 한 그릇 뚝딱 해치웠다. 후식으로는 젠자이를 먹었다. 젠자이는 일본식 단팥죽인데, 디저트로 먹기 좋게 빙수처럼 만들었다.🍧 얼음을 강낭콩 삶은 물로 만들어 얼음이 녹아도 맛이 끝까지 유지되는 것이 장점. 다시 오키나와에 간다면 여길 꼭 다시 오고 싶다. 날씨까지 완벽했던 마지막 날을 추억하며-


젠자이노 후지야 / 2 Chome-10-9 , Tomari, Naha, Okinawa 900-0012

오키나와 여행 아이템

일본은 동전을 많이 쓰는 나라인지라 큰 가방보다는 작은 동전 파우치가 정말 요긴하게 쓰인다.👛 지폐도 반으로 접어 넣으면 딱 알맞다. 평소에는 자주 들고 다니는 카드들만 넣고 다니기 좋은 컴팩트한 사이즈라 큰 지갑이 필요 없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Home Cocktail Recipe
: Espresso Martini

몇 달 동안 에스프레소 마티니를 만들고 싶었지만 마음에 드는 원두가 없어 시도하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달 오키나와 출장을 다녀오면서 야마다 커피(YAMADA COFFEE)의 점원에게 에스프레소 마티니를 만들고 싶다고 했더니 추천해 준 FUKAFUKA 오리지널 블렌디드 원두로 에스프레소 마티니를 제조해 봤다. 원두의 밸런스가 좋았고 산미가 있어서 레몬 껍질로 가니쉬 할 필요가 없었다.


주말에 책을 읽으면서 마시는데 정말 소량 마시기 때문에 혹여나 마시다 식어버리면 과감하게 버린다. 그리고 물을 두 컵 정도 마신다. 칵테일은 끝까지 다 마실 필요가 없다. 혼자 향유하는 칵테일은 취하는 게 목적이 아니고 만드는 데 재미를 느끼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다음으로 맛있다고 느껴야 한다. 커피와 술의 적절한 조화를 찾고 싶을 때 올여름 에스프레스 마티니가 좋은 메이트가 될 것 같다. -E-

🍸 준비물

보드카(Vodka) 45ml

에스프레소(Espresso) 30ml

커피 리큐어(Coffee Liqueur) 20ml

커피콩(Coffee beans) 3 pieces

투명얼음(Clear ice)


다음과 같은 순서로 진행한다.

1. 보스턴 쉐이커를 준비하고 보드카 45ml, 에스프레소 30ml, 커피 리큐어 20ml를 순서대로 넣는다.
2. 투명한 각 얼음을 넣고 10-12초 쉐이킹한다.
3. 칠링 된 쿠페 잔에 따르고 커피콩 3개로 가니쉬한다.

grds news

RELEASE

BALMORAL 09 LEATHER BLACK


그라더스의 두 번째 더비슈즈, balmoral 09가 출시됐다. 기존 blucher 08과는 완전히 다른 쉐입으로 미니멀한 웰트와 비대칭적인 절개 패턴으로 디자인의 디테일을 높혀 제작했다. 6개의 아일렛홀로 이뤄져 클래식한 느낌과 적당한 빈티지함이 느껴지는 멋스러운 제품이다. 포멀함과 캐주얼함이 동시에 묻어나 어떤 착장에도 매치하기 좋은 제품을 찾고 있다면 이번 balmoral 09 leather black을 추천한다.

NEW PRODUCT


깜짝 스포!

그라더스의 첫 여성 전용 제품, loafer 02 leather black이 5월 말에 출시될 예정이다.

그라더스의 제품은 대부분 남녀 공용 제품으로 남녀노소 누구나 신을 수 있도록 제작한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여성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로퍼를 출시하니 눈여겨보시길 바란다.

듣는다는 것은 귓속의 미로에서 소리가 사방으로 돌아다니게 허락하는 것이며,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거꾸로 그 길을 되돌아서 그 소리를 만나는 것이다. 이것은 수동적이기보다는 능동적이다.


레베카 솔닛 『멀고도 가까운』

grds paper는 3주에 한 번씩 발행되며 좋은 라이프스타일에 대해 탐구하고 일상 속에서 받는 작은 영감들을 공유합니다. 이번 뉴스레터가 재미있으셨다면 주위에 공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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