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 조각글🧩, 인생정도는 가볍게 바꿔주는✨ 히어로물 아트 토크를 가져왔어요! 얼른 확인해보세요👀🌈
2023년 09월 25일
세번째 파도, 에디터 SEA.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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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수의 세상은 늘 가라앉아 있다. 바쁘게 손을 움직이는 와중에도, 철수가 눈을 감으면 그의 세상은 뒤바뀐다. 철수는 늘 꿈꾼다. 이곳은 어두운 회색빛 심해. 그리고 그 밑으로 더욱더 내려가면, 잿빛이 짙은 파란 빛으로 변한다. 철수의 세상이다. 그에게 가장 평안하고, 평화로운 공간.


 철수가 그곳에서 행복을 음미하며 눈을 감으면, 멀리서 바다뱀이 헤엄쳐온다.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춤을 추듯, 철수를 환영하듯. 바다뱀의 등에는 늘 아름다운 보석조각들이 박혀 있다. 은색의 반짝이는, 철수의 표정이 그대로 비칠 만큼 깨끗한 보석들이 한 아름이다. 그리고 늘 등장하는 그것. 거대한 움직임에 물살이 흔들리면, 철수는 기쁜 표정으로 뒤를 돌아본다. 철수의 시야를 다 가려버릴 만큼 커다랗지만, 너무나도 조용하고 차분한 움직임으로 다가오는 그것은, 고래다. 짙은 파란 빛의 바다와 같은 색을 지닌 고래. 철수가 고래에게 손을 뻗는다. 그에 화답하듯 고래가 철수에게 다가온다. 그리고 둘이 닿으려는 순간, 푹- 하는 소름 끼치는 소리와 함께 고래가 밀려난다.


 철수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 또다시 철수의 세상이 뒤바뀌었다. 이곳은 어두운 회색빛 컨테이너 안이다. 시끄러운 용접소리, 철 부딪치는 소리, 철수는 그 한가운데 서 있다. 철수가 눈을 깜박였다. 그리고 멍하니 손에 든 날카로운 철붙이를 내려다봤다.


  “야! 뭐해!”


 바쁘게 손을 놀리던 동료의 재촉에 철수가 황급히 철붙이를 조립하여 앞에 돌아가고 있는 레일 위로 올려놓았다. 갖가지 조립품들이 레일을 따라 움직인다. 철수의 시선도 레일을 따라 움직였다. 위에서 아래로, 그리고 아래에서 위로. 그 끝에는 공장장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터트리며 서 있었다. 완성된 창살을 흡족하게 살피고는, 날카로운 사냥꾼의 모습으로 창살을 던졌다. 푹- 하는 소리와 함께 고래가 그려진 과녁에 완벽하게 꽂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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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음이 깨지는 것은 정말 두려운 일이지


 아저씨가 철수의 옆자리에 앉았다.


  “나는 그래서 누구에게도 내 이야기를 하지 못했단다


 철수는 단 한 번도 아저씨의 신에 대해 들은 적이 없다. 그건 이 공장에서 평생을 함께 일해온 다른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아저씨는 늘 자신은 자신만의 신을 믿는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사람들에게 권하지도 않는다. 설득하지도 않는다. 그저 혼자 간직할 뿐이었다. 아저씨는 그렇게 살아왔다.


  “하지만 우리는 특별한 사람들이야. 나는 이곳에 있으면서 굳이 사람들에게 나를 맞추고 증명할 필요가 없는 것을 알았어. 우리 모두 다른 외모와, 다른 생각과, 다른 꿈을 가지고 있지. 철수야, 그건 그 누구도 해칠 수없는 너만의 생각인 거야”


 아저씨의 말을 들으며 철수는 다시 구멍을 매만졌다. 언젠가부터 구멍이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네가 계속 꾸고 있다면, 그 꿈은 깨지지 않을 거야”

 

 밤새도록 인어의 노랫소리가 컨테이너를 울렸다. 도저히 잠을 잘 수 없던 철수는 그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기로 했다. 어디서 들려오는지 모를 인어의 노랫소리는 철수를 안정시키기에 충분했다.


 철수는 바다를 동경했다. 그곳은 철수가 겪은 참혹한 땅 위의 세계가 아닌, 아무것도 모르는 미지의 세계였다. 어쩌면 그곳은 철수의 구멍이 흔한 세계일지도 모른다. 아저씨의 신이 다스리고 있는 왕국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아무것도 없을지도 모른다. 바다는 참 고요하니까


 철수는 그곳을 사랑하여 상상했다. 사실 나는 바다의 아이야. 철수의 상상은 그의 세계가 되었고, 그 세계는 깨어졌다. 철수는 생각했다. 다시 만들자. 나의 세계를, 나의 환상을.


 커다란 세계에 아저씨가 준 물을 가득 채웠다. 공장 벽에 붙어있는 고래를 떼어내 물속에 풀어줬다. 철수가 들어갔다. 허전하지만, 좋았다. 앞으로 하나둘씩 더 채워 나가면 될 것이다.


 인어의 노랫소리가 흘러들어왔다. 철수가 눈을 감았다. 다시 철수의 세계가 뒤집혔다. 이번엔 허전한, 하지만 투명하고 푸른 바다였다.


 다음날, 철수는 무작정 용접 아저씨에게 달려갔다.


  “아저씨, 저 좀 도와주세요”



<고래의 꿈> 中
안녕하세요, 님!
저는 에디터, SEA.U(씨유) 입니다.

곧 가을이 오려나봐요. 비가 왔다, 해가 떴다 반복하더니 선선해지려는 촉감이 옵니다.
무언가 바빠지는 듯한 시기이기도 해요. 벌써 한해의 마무리를 준비하는건지, 발등에 불떨어진 시간을 느끼는건지, 저를 중심으로 심경 10촌까지의 사람들이 전부 바빠보입니다.
구독자님들도 바쁜 시기를 보내고 계신가요?
이 편지를 읽는 동안은 조금 여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시길 바라요!

그럼 세번째 아트레터, 시작할게요!

#세번째 상상조각 KEY WORD : 바다, 믿음, 꿈

 이번 조각글은 「궤도-고래의꿈」 이라는 단편소설에서 가져와봤어요. 슬슬 감이 오시나요? 네, 맞습니다. 저는 고래에 비정상적인 호감을 가지고 있어요...! 고래라는 동물이 좋은 것도 있겠지만, 정확히는 고래라는 상징을 좋아합니다. 어딘가 고요하고, 지적이고, 현명하고, 여유롭고, 자애로운 느낌이요. 제가 되고 싶은 분위기에요. 차분하고, 크게 변화하지 않는 사람이 되고 싶거든요.
 제가 되고 싶은 이상이다보니 자연스럽게 '꿈'과 연결지어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저먼 바다 끝엔 뭐가 있을까 에 대한 답으로 "고래가 있지!" 하는 글들이었어요. 제 글들에 등장하는 유토피아, 낙원은 늘 바다였고, 바다로 향하고자 하는 목표를 이룬 주인공은 늘 고래였습니다. <고래의 꿈> 역시 마찬가지에요. 이름도 대충 지은듯한 주인공 '철수'는 바다를 동경합니다. 바다는 철수만의 세상이에요. 자신에게 가치있는 것, 좋아하는 것, 옳은 것을 모두 모은 유토피아죠. 그런 천국에서 사는 고래는 철수의 꿈일 수 밖에요. 
 믿음이 깨어지는 것은 무섭지만, 절망적인 일도 아니에요. 조금 성숙한 확신이 될거니까요. 결국에 철수의 허전한 바다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우리 모두의 바다가 그렇게 그곳에 존재하길 바라며. 


<고래의 꿈>은 완결되어 지면공개된 단편소설입니다.
자유로운 2차 창작이 가능하니, 재미있는 제안거리가 있으신 분들은 언제든 연락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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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아트로그 : 히어로물은 판타지이다?

자, 내가 네 인생을 바꿔줄게! 얍✨
 저는 히어로물을 좋아합니다.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해피엔딩이니까요! 그리고 그 해결과정에서 우정, 사랑, 믿음 등이 반짝이는 것은 살아가는 것에 희망을 주기까지 해요. 이부분은 '히어로물'이라는 장르의 선호도가 팍 갈리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저처럼 희망을 느끼며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누군가는 유치하고 비현실적이라서 못봐주겠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양쪽이 다 이해가 되시나요? 그것은 여러분들이 '히어로물'을 판타지 장르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보통 히어로물이라 정의하면 : 비상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한 캐릭터가, 어떠한 사건을 계기로 선한 마음을 다짐하고, 다양한 크고 작은 사건들을 해결해, 명확한 빌런과 치열한 대치 끝에 승리하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이야기. 를 생각할거에요. 대표적으로 Marvel Cinematic Universe의 <아이언맨> 시리즈를 떠올리시겠죠? 아니면 <해리포터> 시리즈일까요? 얼마전에 최종화가 나오며 완결난 시리즈 <무빙>일수도 있겠네요! 모두 비현실적인 초능력, 마법, 빌런 등이 등장하죠. 그래서 자연스럽게 히어로물 = 판타지로 인식한 것 같아요. 하지만요, 당연히도(?),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히어로물은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이거든요!
 이 드라마 보셨나요? 저는 태생적으로 무거운 분위기와 거센 감정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지라, 누군가가 울고불고 찢어지게 힘든 이야기를 잘 못보는 편이에요. 전쟁영화, 디스토피아.. 보기 힘들어서 손이 가지 않아요. 사실 <동백 꽃 필무렵>도 마냥 가벼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주인공은 온갖 불운에 휩싸인 인물이에요. 사회적 약자로 칭해지는 모든 위치를 모두 갖고 있는 주인공이죠. 주변에 의지할 가족도 없고, 오히려 먹여살려야하는 어린 아들 뿐. 소심하고 답답한 성격 탓에 온갖 괴롭히는 다 고스란히 받고, 설상가상에 주변에 살인사건까지 나옵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는 참 밝아요. 특유의 톤앤매너가 분위기를 어둡게 만들지 않습니다. 그리고 주인공 동백이에게 인생을 바꿔줄 히어로가 등장하거든요! 팜.. 아니, 촌(노옴)므파탈 황용식씨.. 기억나시나요?
 히어로 별거 있나요. 내 인생을 바꿔줄 정도면 되죠! 편견속에 갇혀 스스로 가둬살았던 동백이에게 황용식은 히어로 그 자체일거에요. 동백이는 용식씨를 만나면서 스스로 편견을 깨부수고, 부당함을 이야기하고, 원하는 것을 소리칠 수 있게 바뀌어요. 이 드라마의 OST 제목이 뭔지 아시나요? '영화 속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이에요. 히어로물에 걸맞지 않나요?!
 디즈니 플러스 드라마 <무빙>도 너무너무 재미있게 봤습니다. 우린 괴물도 영웅도 될 수 있어. 저 멘트 너무 멋있지 않나요? 제가 생각하는 히어로물의 필수 포인트를 딱 짚어내는 문장이에요. 히어로물에 나오는 히어로는 거창하게 세상을 구할 것 까지 할 필요 없어요. 그저, 구하고자 하는 누군가를 구하면 그만이죠.
 <무빙>은 한국형 액션히어로물이라고 홍보되었지만, 주인공들이 초능력을 쓰는 것을 제외하고는 '히어로'에 부합하진 않습니다. 이 작품에서 드러내고 싶었던 것은 초능력물이 아니에요. 자식을 지키려고 하는, 누군가를 구하려고 하는 조금 특별한 이들의 이야기죠. 
 이번 아트토크의 소제목으로 '자, 내가 네 인생을 바꿔줄게!' 라고 붙였는데, 그런것과 반대로 <무빙>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게 지키는 이야기에 가깝긴 합니다. 하지만요, 히어로의 존재만으로 우리는 바뀔 수 밖에 없어요. 봉석이가 날아오르고, 희수가 소중한 기억을 떠올린 것 처럼요. 여러분들에게도 이런 히어로가 있을거에요. 한번 생각해볼까요? 어렸을때 동심을 지켜준 산타할아버지일수도 있고, 꿈을 꾸게 만들어준 선생님일수도 있고, 어려울 때 힘이 되어준 친구일수도 있고, 나만을 사랑해줄 것 같은 연인일수도 있겠죠. 어쩌면 히어로물은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일수도 있겠어요.
 저는 히어로물이 해피엔딩이라서 좋아요. 결국 나를 괴롭히던 거대한 사건이 해결되고, 조금 달라졌을지라도 일상으로 되돌아가잖아요? 작품 속에 화려하게 등장하는 히어로들 역시, 아주아주 평범한 일상에 녹여지게 되죠. 다시한번 말씀드릴게요. 여러분들에게도 이런 히어로가 있을거에요. 여러분들이 히어로일수도요! 사건이 시작되기 전, 혹은 후라서 눈에 띄지 않을 뿐이죠. 자, 아직도 히어로물이 유치하다고 생각되시나요? 판타지로 보이시나요? 
이번 편지는 어떠셨나요?
『SEA.U의 조각바다』는 여러분들과의 소통으로 발전되는 아트매거진이에요.
이번 편지를 읽고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면 주저없이 답장을 보내주세요!
그럼, 다음 편지때 만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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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편지의 감상, 개선할 점, 떠오른 아이디어, 재미있는 제안 등
여러분의 의견과 생각이 담긴 편지를 보내주시면 됩니다.
SEA.U는 창작자와 연결, 협업, 시너지를 지향하며 'S.O.I'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S.O.I - Sea Of the Imagin'은 서로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년 예술가들의 커뮤니티입니다.
관련이 있는, 없는 분야지만 모두 모여 같이 작업을 하기도 하고, 스터디를 가지기도 하고, 여러 소통을 하면서 더 다양하고 도전적인 예술을 창작하고 있어요!
더 자주 SEA.U의 소식을 듣고 싶다면??
see you again, in the sea of the imagin
stib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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