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친배우미, 안녕하신가요?

따스하다 갑자기 몰아친 동장군으로 오들오들 떠는 늦겨울의 요즈음입니다.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 마음을 무겁게 하네요. 부디 상황이 나아지기만 두 손 모아 기원합니다. 2020년 새해 첫 <PaTI 소식>은 오랜만에 마친배우미 이야기로 시작하려 합니다. 두성집에서 실크 스크린 공방을 운영하는 SAA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한 ‘마친 배우미, 안녕하신가요?’의 주인공은 그래픽 디자이너 유명상입니다. 더배곳 1기를 마친 후 다양하게 활동 중인 명상의 이야기가 궁금해 마포구 어딘가에 자리 잡은 그의 작업실에 슬쩍 들러보았습니다. 

작년에 보낸 ‘마친배우미 안녕하신가요’ 뉴스레터를 보셨나요?
네. 봤어요. 좋던데요? 배곳을 마친 배우미가 어떻게 생활하는지 알려주는 의도가 특히 좋았어요. 질문도 흥미로웠는데 배곳에 대해 솔직하고 비판적으로 접근한 부분 등이요. 배곳 시절 배우미와 스승이 어떤 사항에 대해 첨예하게 대화를 나누던 적이 많아서 그 연장선을 뉴스레터에서 느꼈어요. 보통의 대학교에서는 쉽게 접하기 힘든 광경이니까요. SAA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어서 그런지 실제 아는 사람들이 뉴스레터에 나오니까 기분이 묘하더군요. 뉴스레터 기능이 꼭 배곳 바깥사람들에게만 소식을 알리는 건 아니잖아요. 지금 배곳을 다니는 배우미들과 만남의 기회를 갖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마친배우미의 소식을 알릴 수 있다는 점도 좋았어요.
SAA에 이어 두 번째 주인공이 되었어요. 스스로 예측해보는 선정 이유가 궁금하네요?
아마...작년에 열렸던 <타이포잔치2019> 때문 아닐까요? 하하. 이미 지나가버린 행사긴 하지만 디자이너들이 참여한 행사인데 그 공식 포스터를 디자인하면서 계속 크레딧에 제 이름이 실렸으니까요. 처음 인터뷰 제의를 받았을 때 제가 딱히 응하지 않을 이유는 없지 않나 싶었어요. 배곳을 마친 배우미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일 것 같아서요. 그러면서 옛 생각도 나는 거죠. 배곳에서 이런 일이 있었지, 하며. (웃음)

2019 타이포잔치 포스터
메인 포스터(좌), 실크스크린 포스터(우)
명상에 대해 기본 소개를 해야 하는데 막상 어디부터 건드려야 할지 난감하네요. 우리 간단하게 명상의 생애를 훑어볼까요?
저는 홍익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평범한 사람입니다. 05학번이에요. 원래 2학년까지는 영상 쪽에 관심이 있어서 휴학 중에 회사도 다녀봤는데...아우 그때 생각만 하면 아직도 어지럽네요. 야근이 너무 많았어요. 금요일 오후에 팀장님에게 전화가 오면 십중팔구 다음 월요일까지 어떤 작업을 끝내라는 이야기가 나와요. 그러면 이제 퇴근하려다가 잡혀서 토요일 넘어 일요일까지 밤새워서 월요일까지 가는 거죠. 이렇게 힘들게 실무를 겪다가 학교로 다시 돌아와보니 고민이 많았어요. 어떤 것을 더 깊게 팔 것인지, 어떤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디자이너로서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할지 1년 동안 끊임없이 고민했죠. 당시 눈에 계속 들어오고 좋아했던 작업들이 그래픽 디자인과 타이포그라피 계열이었어요. 그래서 이쪽 공부를 해야겠다 생각을 하고 난 뒤에 지금까지 커리어로 이어진 기분이네요.
그래서 더배곳에 들어오게 되었나 봐요. 배곳에서 명상의 작업 방식은 어땠어요?
더배곳에서 공부하기로 마음먹었을 땐 제 작업에 대한 불만이 큰 영향을 주었어요. 잘했다, 못했다를 떠나서 시간이 좀 지나서 다시 보면 제 작업이 재미가 없더라고요. 다른 사람들 작업과 나란히 비교해볼 때 내 작업은 어떤 개성이 있는지, 다른 점은 무엇인지 의문이 들었죠. 단순하게 요약해보면 누군가 내 작업을 보았을 때 그 저변의 맥락과는 별도로 시각적으로 신선한 자극이 되길 원했어요. 감각적인 쇼크처럼 말이죠. 작업 자체가 아름다움의 승화물이 되는 것처럼요. 

제가 배곳을 다닐 때 지도 스승으로 김건태 선생님을 선택했어요. 공간, 가구 디자인을 하는 분이잖아요. 저는 시각 기반의 정형화된 방식으로 결과물을 풀어내고 싶지 않았기에 함께 작업하면 뭔가 다를 거라는 본능적인 촉이 있었어요. 사실 선생님은 계속 고사하셨는데 제가 계속 설득했어요. 이야기를 경청하시는 분이라 그런지 소통이 잘 되어서 그때 대화를 진짜 엄청나게 많이 했어요. 그때까지 살아온 개인적인 서사, 작업에 대한 생각 등등. 그러면서 제 과거를 뒤돌아보게 되었어요. 그동안 쌓여왔던 편견이 조금씩 깨지면서 다른 사람이 정해준 방향을 따르기 보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면서 언젠가부터 알아서 제 방향을 찾아가는 듯 작업을 할 때마다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죠. 

PaTI 수업에서의 결과물. 차례대로 '종이컵', <Bb: 바젤에서 바우하우스까지>
명상의 고민과 변화는 결국 졸업 작업에서 총체적으로 풀렸을 것 같아요. 
맞아요. 졸업 작업 주제를 선택하면서 발언적인 디자인이나 생각한 바를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디자인보다 저만의 미감과 시각적인 톤에 집중한 결과물을 끌어내고 싶었어요. 배곳 수업에서 수영장을 주제로 풀어본 적이 있었는데 이걸 계속 발전시켜서 ‘수영장’ 시리즈를 만들었어요. ‘수영장 1’부터 ‘수영장 5’까지 5가지 시리즈로 구성되는데 작업의 수를 의미하는 건 아니랍니다. 정말 5번의 실험을 했다는 뜻이에요.

‘수영장 1’은 개인적인 이야기가 담긴 한 장의 이미지 포스터이고, ‘수영장 2’는 졸업 에세이와 연관된 소설 형식의 글입니다. ‘수영장 3’는 그 소설을 바탕으로 해서 소설 속에서 느낄 수 있는 감각적인 부분들을 이미지 4장으로 표현하면서 시각적인 부분을 극대화했어요. ‘수영장 4’는 ‘수영장 3’을 하면서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방향일까?’ 김건태 스승과 대화를 나누던 중에 예전 김영나 스승 수업에서 다뤘던 종이컵 작업에서의 경험을 접목해본 작업이에요. 종이컵의 형태가 계속 바뀌는 연작 형태로 작업을 진행하는 건데 내가 의도하지도 않은 형태가 어떻게 솟아 오른 거지, 신기해하며 수업을 마친 적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수영장 3’가 구상적인 일러스트레이션으로 마무리했다면, ‘수영장 4’는 추상적인, 즉 시각적인 형태를 색다르게 탐구하는 방향으로 선회해봤어요. 그러면서 마지막 작업인 ‘수영장 5’까지 갔죠. 

제게 졸업 작업은 무언가 결론을 내기 위한 목적을 지닌 게 아니었어요. 내가 원하는 시각적인 표현과 결과물을 결정짓기보다 그를 위해 탐구하는 여러 방식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죠. 그래서 전시장도 작업물을 주르륵 나열해 보여주는 방향으로 연출했어요. 졸업 작업은 제가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어요. 일반적인 그래픽 작업보다 스스로가 더 만족하는 데 신경을 많이 썼죠. 작업이 되었고, 시간이 지나서 다시 내 작업을 볼 때 여전히 좋다고 느끼면 어느 정도 성공했구나 생각하는 입장에서 졸업 작업은 완전히 무르익진 않았지만 사회에 나가 디자이너로 활동하는데 필요한 태도를 정립해다는 점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어요. 정말로요. 

졸업 작업 '수영장 ' 시리즈. 왼쪽 위부터 지그재그로 '수영장 1', '수영장 3', '수영장 4', '수영장 5' 
PaTI를 졸업하고는 제일 먼저 어떤 일을 했는지 궁금해지네요.
음. 졸업한 다음 한 일은 ‘놀기’요. 그것도 많이. (웃음). 6개월 정도 놀았는데요.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짧은 기간일 수도 있지만 제 기준으로는 그렇게 놀아본 게 전무해서 그런지 정말 ‘펑펑’ 놀았어요. 

하하. 뭐 하면서 놀았어요?
거의 프로게이머 응시생 수준으로 게임에 몰두했어요. 특별한 이유가 있던 건 아니고요. 그냥 재미있어서 집중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게임에 몰두할 때는 아는 지인들이 소개해주는 일만 알음알음하곤 했죠. 그러다가 조금씩 기억에 남을 만한 일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두 개 정도 꼽을 수 있는 것 같아요. 하나는 현재 ‘whatreallymatters’의 전신인 ‘마포 디자인 출판 진흥지구 협의회(DPPA)’와 계간 <그래픽> 김광철 발행인이 함께 기획해 지도를 발간한 적이 있었는데 제가 거기에 참여했었어요. 그리고 (지금은 사라졌지만) ‘커먼 센터’에서 열린 전시에 출품한 포스터가 있어요. 평론가, 작가, 디자이너가 함께 협업한 작업이었는데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지금 봐도 계속 만족감을 주는 작업이랍니다. 

'홍대앞 디자인출판 지도' (DPPA)
커먼센터에서 전시한 포스터 '404쪽'
요즘은 인쇄가 사양산업이라고 워낙 말들이 많아서 그래픽 디자이너가 스크린으로 뛰어드는 경우가 많은데, 혹 웹, UI · UX, 컴퓨테이션 디자인에는 관심이 없나요? 
저와 크게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커요. 제가 대학교 때 영상에 뜻을 두고 일해봤잖아요. 영상에서는 기술적인 측면이 무척 중요해요. 모션 그래픽 등으로 후반 작업을 할 때 보면 새로운 기술들이 계속 나타나요. 조금 익히고 나면 또 새로운 게 나타나고. 그래서 지금 디자인을 하는 게 아니라 시각 결과물을 구현하기 위해 기술을 빠르게 습득하는 데 모든 집중력을 소진하는 느낌이라 회의감이 들었어요. 제가 끌어가는 창작 주기와 잘 맞지 않는 걸 깨달은 거죠. 게다가 포스터나 책처럼 실제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물성을 지닌 시각 작업에서 좋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에 스크린에 뿌리를 둔 작업을 하고 싶은 마음이 크지 않았어요. 물론 지금 모션 포스터 등 그래픽에 움직임이 적용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지만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기존 인쇄 매체에 비해 시각적인 표현의 깊이가 아직 부족하다고 봐요. 많은 사람들이 시간 투자를 하고, 많은 디자이너가 작업에 몰두하기 때문에 곧 멋진 결과물이 탄생하고 대세가 되겠지만, 지금까지 제가 파악한 스스로의 작업 경향과 실제 나온 결과물을 복기해 보면 제 흥미의 우선순위에서 벗어나 있는 건 사실이죠.
디자이너로 독립한 지 여러 해가 지났어요. 혹시 ‘이건 내가 했다’고 소개하고 싶은 작업이 있다면 귀띔해주세요.
디자이너 유명상의 대표작이라고 말하기엔 이상하고, 제가 지금껏 해온 작업 중 몇 가지 보여준다는 취지에서는 이런 작업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한 해를 기준으로 말해보면, 2016년에는 ‘퀸마마 마켓’ 작업이 있어요. 시즌마다 1층 메인 공간을 주제에 맞게 바꾸면서 공간과 그래픽을 결합해 총체적으로 변신시키는 일이었어요. 2017년에는 <타이포잔치 2017>에 작가로 초대되어 발표한 작업이 있고, 2018년에는 문화역서울284 TMO 공간에서 열린 <variation> 전시의 티저 포스터와 그 전시에 출품했던 ‘오아시스’ 작업이 있어요. 아, 이 티저 포스터는 SAA와 협업해서 함께 구현해낸 결과물이기도 하죠.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렸던 <커피사회> 전시에 작가로 초대되어 발표한 작업도 있네요. 공간에 가벽을 세우고 10여 장 정도의 실크 스크린 이미지를 활용해 공간의 배경을 새롭게 시각화한 작업이었어요.

2019년에는 온양민속박물관에서 열린 <민화: 일상의 공간> 전시에서 선보인 작업이 참 기억에 남죠. 저는 아크릴을 작업에 활용하는 윤라희 작가와 함께 팀을 이루어 참여했는데요. 전시 주제가 팀마다 특정 민화를 골라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것이었어요. 저희는 책가도를 현대적인 오브제로 교체했어요. 아크릴 판에 실크 스크린 기법으로 이미지를 직접 찍어서 새로운 느낌의 책가도 이미지를 만들었죠. 그리고 <타이포잔치 2019>의 공식 포스터도 빼놓을 수 없고...근데 요즘 제 작업이 조금씩 다시 흐려지는 거 아닌가 할 때가 있어요. 예전에는 분명 또렷하게 빛나면서 그 느낌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걸 스스로 감지했거든요. 마치 더배곳에 입학할 때 고민했던 내 작업의 불확실성이 기시감처럼 다가온다는 생각에 개인적으로 고민이 많아요.

'다녀왔습니다' 전시 그래픽, (퀸마마마켓)
문화역서울284 TMO에 전시한 'Oases' 작업 뒤로 <variations> 티저 포스터가 보인다. (사진: 임효진)

<커피사회>에 출품한 작업 '티룸'의 일부
온양민속박물관 <민화: 일상의 공간>에 윤라희 작가와 협업한 작업 '책가도' (사진: 김잔디)
앞서 말한 <타이포 잔치 2019> 공식 포스터는 SNS에서 화제가 됐었죠. 저도 무척 좋았어요. 특히 독특한 서체!
아,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타이포잔치 2019>의 주제는 ‘타이포그래피와 사물’이었어요. 전시를 구성하는 6개의 섹션이 각각 ‘만화경’, ‘다면체’, ‘시계’, ‘모서리’, ‘잡동사니’, ‘식물들’이었는데요. 이런 다양한 대상을 상징적인 그래픽 오브제로 치환하고 도판 형식을 빌려 포스터로 구현하는 게 기본 콘셉트였죠. 말씀하신 서체의 경우 한글은 ‘직지 고딕’을 활용했는데 그 형태적 특징에 주목하면서 이와 자연스럽게 조응할 영문 서체를 찾았어요. ‘bb-groteskremix’란 영문 서체인데 독특한 형태감이 매력적이었죠. 

명상이 PaTI에 들어갔을 때가 더배곳 1기였어요. 배곳의 가장 초기부터 참여한 건데 당시 상황은 어땠나요?
입학했을 때 기대가 컸어요. 당시 PaTI가 지향하던 ‘일하는 학교’라는 말도 마음에 들었고요. 제가 홍익대를 나왔으니, 동 대학원에 진학해 석사 과정을 밟는 게 더 안정적이었을지 몰라요. 하지만 PaTI에 가면 가용 가능한 시간을 최대한 내 작업에 집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개인 작업에 시간을 많이 낼 수 있었죠. 다만 힘든 점 하나를 말해보자면, ‘다 같이 만드는 학교’의 모토 아래 움직였기 때문에 회의가 계속 생기더라고요. 수업과 작업에만 집중하고 싶은데 학교라는 구조를 만드는 데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하니까 물리적인 시간이 계속 부족하다고 느낄 정도였어요.
배곳 과정에서 기억에 남는 수업이 궁금해요.
PaTI는 좋은 스승들을 골고루 만날 수 있는 곳이죠. 필요하다면 저희가 원하는 스승을 찾아서 실제 수업에 모실 수 있는 자율성이 있으니까요. 이런 방식으로 수업을 끌어가는 게 다른 학교라면 쉽지 않겠구나 생각이 들어요. 기억에 남는 특정 수업을 고르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대신 수업의 일부이면 일부이고 아니면 아닐 수도 있는데 졸전을 준비하면서 김건태 스승과 함께 토론하며 보낸 시간이 계속 기억에 남아요. 경험의 측면에서 무척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봐요.
사회에 나온 명상에게 PaTI는 어떤 곳인가요?
일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배곳 입학 전부터 회사에 들어가지 않고 스튜디오를 운영하겠다는 마음이 컸었기에 실제 졸업 후 프리랜서로 일하는 건 예정된 수순이었어요. 일을 하면서 작업에만 집중한다고 모든 걸 충족시킬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면서 디자이너로 홀로 일하려면 무언가 더 필요한 것들이 있지 않을까, 스스로가 프리랜서의 방식으로 디자인에 참여하는 게 적합한 사람인가 고민을 한 적은 있죠. 하지만 저는 확신이 있어요. PaTI 전후로 제 작업이 완전히 다르다고 말할 수 있어요. 배곳 입학 전까지만 해도 스스로의 마음에 드는 작업은 거의 없었어요. 더배곳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것, 내가 좋다고 느끼는 것들을 실제 작업에 반영하니까 작업물이 포트폴리오로 착착 쌓이더군요. 

작업 과정에서 벌어지는 움직임을 다룬 작업복 '팩토리 에디션 2019 - Working Space 2' 중 에디션 '루시 Leucy'
(디자인: 레귤라, 아트워크: 유명상, 사진: 박현성)
자기 작업에 몰두하는 명상은 하루를 어떻게 쪼개 쓰나요?
저는 정해진 시간에 집중해서 일한 후 쉬는 시간은 칼같이 지키려고 노력해요. 아침에 일어나서 오전 중에 작업실로 이동하고, 저녁 7시 정도에는 일을 마치고 집으로 복귀해요. 일은 웬만하면 작업실에서 다 끝내죠. 근데 이렇게 스케줄이 잡힌 건 사실 얼마 안 됐어요. 하하. 이건 조금 다른 말이지만, 얼마 전 갑자기 여러 일이 동시다발적으로 몰린 적이 있었는데요. 겪어보니 제가 뭔가 준비를 해야겠다는 필요성을 느꼈어요. 무슨 뜻인가 하면, 저는 이미지 형태를 만드는 걸 좋아하니까 뭐든 작업할 때 손이 많이 가고 시간이 많이 걸려요. 즉 작업을 위한 절대적인 시간이 최소한이라도 배분이 되어야 한다는 건데 일이 몰리니까 곤란하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는 완성물 형태까지는 아니더라도 소스로 활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시간 날 때마다 확보해두면서 적재적소에 쓸 수 있도록 신경 써야겠다는 교훈을 얻었죠.
명상은 꿈이 뭔가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요?
PaTI 스승이었던 김영나 디자이너에게 물어본 적이 있어요. 40대가 되면 디자이너가 현역에서 활약하는 경우가 드문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말이죠. 그가 말하길 네덜란드 디자이너인 카를 마르텐스는 고령이라도 디자인을 끊임없이 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늘 노력한다 하더라고요. 그 후 생각이 많아졌어요. 개인적으로 한국에서 현역 디자이너로 오래 일하는 건 능력뿐 아니라 환경에도 많이 좌우되는 것 같아요. 더 오래 좋은 디자인을 하려면 그에 합당한 환경을 구축해야죠. 요즘 같은 120살 장수 시대에는 60살, 70살이 넘어도 현역으로 일하고 싶지 않을까요? 저는 디자인을 정말 오래 하고 싶은 사람인데 아직 미래에 대해서는 상상이 안되네요. 그래서 일단 기운이 있을 때까지 계속 일하자는 마음입니다.

명상 자랑 좀 해주세요. 디자이너 유명상은 어떻게 특별할까요? 
늘 다르게 하고 싶은 욕구가 끊임없이 솟구치는 디자이너. 요즘 작업에서 느끼는 아쉬운 점도 이런 맥락과 연관돼 있어요. 인스타그램을 하면서 디자인 이미지를 접할 기회가 몇 배는 더 늘어난 것 같아요. 그만큼 트렌드를 더 빨리 읽을 수 있다는 뜻과 일맥상통한데 이런 관점으로는 제 작업이 일견 답답하게 보이기도 해요. 근데 달리 말하면 이런 고민을 하는 게 제 장점이 될 수도 있겠죠? 하하
명상의 소식을 알고 작업을 보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제 인스타그램 계정으로 놀러 오세요!! @madtat.yu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Paju Typography Institute, PaTI)은 2013년 봄, 파주에서 움튼 독립 디자인 학교입니다. 새로운 디자인 교육의 필요성에 동감한 시각 디자이너 안상수와 여러 스승이 꾸린 교육협동조합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동아시아의 지혜와 정체성에 바탕을 두고 무권위와 무경쟁을 지향합니다. 배우미는 스승과 함께 학교를 디자인하며 점수에 구애받지 않고 스스로 뜻한 바를 자발적으로 성취합니다. PaTI는 일반 대학교에 준하는 4년제 바탕 과정 ‘한배곳’과 대학원에 준하는 2년제 심화연구 과정 ‘더배곳’, 1년 동안 원하는 수업을 듣는 ‘더배곳 진수 과정’으로 이뤄져 있습니다.
2020.2.14.쇠날
글: 전종현(해리)  |  멋지음·빛박이: 박하얀(하얀)
Paju Typography Institute Co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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