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영화 특집 1

독립영화 큐레이션 레터 by. 인디스페이스
vol.29 단편영화 특집 1
10월 14일 오늘의 큐 💡
Q. 내가 외로울 때면~ 누가 나를 위로해주지?🍂

님, 혹시 요새 괜히 싱숭생숭하고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어쩐지 쓸쓸하지 않으신가요? 부쩍 차가워진 공기에 왠지 한해가 다 가버린 것 같기도 하고요😢 아무래도 저는 가을을 타나봐요.🧥
가을냄새 만연한 길거리를 걸으며 문득 쓸쓸해진 인디즈들... "만약 내가 외로울 때면...누가 나를 위로해주지?"😔 유명한 노래 가사를 흥얼거리기도 했다는데요. 그러나 인디즈들에겐 언제나 소소하지만 확실한 위로가 있다는 사실! 바로 독립영화입니다.

그렇지만 시간도 없고 할일도 많은 요새 영화 한 편 보기도 쉽지 않잖아요. 위로 받으려다가 영화 한 편 다 못보고 오히려 스트레스 받는 사람들을 위해! 인디즈가 10월 한달 동안 립영화의 꽃, 단편영화를 소개하기로 했어요! 
오늘은 님께 짧지만 확실한 위로가 되어줄 단편영화 세 편을 소개합니다. 모두 40분이 넘지 않는 짧은 길이지만 아마 보고 나면 한껏 충만해지실 거예요. 이 영화들과 함께 천고마비, 영화의 계절 가을을 누려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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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겠지만 괜찮을 거야, 〈놀던 날

못된 버릇이 하나 있다. 누군가 내게 제일이 들어가는 질문을 하면, 내 진솔한 마음의 소리보다 내 대답이 상대에게 어떻게 비춰질지를 먼저 고민한다는 것. “제일 좋아하는 영화가 뭐예요?” 물으면 나는 인생관과 역경을 헤친 경험을 500자에 밀어 넣으시오, 라고 들은 것처럼 고민한다.
제일 좋아하는 단편영화. 고민에 빠졌다. 오래 전에 좋아했던 작품들을 떠올렸다가, 지금은 볼 수 있는 곳이 없는 작품들을 떠올렸다가, 뭘 쓰고 싶은지가 아니라 뭘 써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는 스스로를 깨달았다. 좋아하는이라는 단어를 흘려버린 것이다. 남들은 내가 무슨 영화를 꼽아도 신경 안 쓸 텐데. 시상식을 열라는 것도 아닌데 왜 고민을 하는 거지? 모르겠다. 그 끝에서 떠올린 영화는, 잔잔한 미소로 보았던 조경원 감독의 <놀던 날>이다.

이 영화에는 모르겠다는 말을 담배 연기처럼, 비누방울처럼 아스라이 흘려 보내는 등장인물들이 병렬적으로 등장한다. 도전하기엔 모든 게 불확실하다는 걸 알아버렸고, 포기하기엔 아직 젊음이 가시지 않은 인물들이. 반짝이는 대사도 있지만, 내가 그보다도 더 좋아한 건 그냥 찬찬히 나열되던 그들의 순간들이었다. 모르겠다는 말로 희뿌연 와중에도 서로 만나고, 술잔을 맞부딪고, 안부를 묻는, 그 작고 일상적이지만 실은 살뜰한 순간들.

안부 묻기 어려운 날들이 이어진다. 이럴 때일수록 비대한 나의 자의식을 좀 내려놓고 가장 살뜰한 마음만을 모아보고 싶다. 잘 모르겠지만 다 괜찮을 거라고, 그렇게 이 영화로 누군가에게 안부를 묻고 싶다.

-인디즈 15기 정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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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하게 축이 틀어진 날, 〈그러려니

원하라 감독의 <그러려니> 이혼 도장을 찾기 위해 떠나는 지은(이태경) 35분짜리 로드 무비다. 지은은 대부분의 일에그러려니하고 넘어간다. 엄마가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을 연대 나온 영화감독으로 부풀려 말해도, 다니는 회사에 요상한 꼰대가 있어도, 자기만의 공간을 갖지 않고 엄마와 함께 살아도 그러려니 한다. 그런 지은도 그러려니 넘길 없는 일은 도망간 아빠다. 정확히 말하면, 도망간 아빠가 가지고 도장 때문에 엄마가 이혼을 하는 일이다. 지은은 어느 도장을 찾기 위해 부지런히 고시원과 인력 센터, 건설 현장, 병실을 거쳐 첩첩산중까지 들어가게 된다.

영화를 작년 어느 단편 영화제에서 처음 보고, 최근 온라인 플랫폼에서 다시 봤을 조금 당황했다. ? 영화 좋은 영화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매끄럽지 않았었나? 그렇지만 35분이 지나고 역시나, 또다시 좋아하게 됐다. 거친 표면 덕분에 영화에 마음을 붙였던 깜빡했다
현실은 짜여진 드라마와 달라서, 언제나 알맞고 멋진 문장으로 대답하는 캐릭터 대신, 나중에서야이렇게 말했다면 좋았을걸하는 내가 있다. 말과 사이에 어색하게 마가 뜨는순간이 있다. 그런 순간이 불필요하다고 잘려 나가지 않은 35짜리 여정 안에 살아있다. 울퉁불퉁한 여정을 수행하는 지은은 헷갈리기도 한다. 지금 내가 아빠의 도장을 찾는 건가, 아빠를 찾는 건가. 확실한 싹둑 잘라내 버릴 없던 어떤 부분을 단계씩 들여다보고 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지은의 삶의 축은 아주 미세하게 틀어진다. 그러려니 하던 여느 날과는 다른 어느 날이 때문이다.
-인디즈 15기 이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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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위로, 〈잘돼가? 무엇이든

2004년 단편영화 <잘돼가? 무엇이든>으로 이름을 알린 이경미 감독은 2018년 동명의 산문집을 발표한다. 산문집엔 이런 문장이 있다.
 
쓰레기를 쓰겠어! 라고 결심하니 써지긴 써진다. 매일 다짐해야겠다. 쓰레기를 쓰겠어! (2010. 07. 29., p. 141)
 
나는 글쓰기가 두려울 때 저 문장을 떠올린다. ‘나는 쓰레기야!’가 아닌 쓰레기를 쓰겠어!’ 이러나저러나 쓰레기란 사실은 매한가지지만 효과는 확실하다. 다짐만으로도 백지를 향해 뛰어들 수 있는 마음이 생기기 때문이다. 그건 꼭 이경미 영화 속 여자들의 무모함을 닮았다.
 
<잘돼가? 무엇이든>은 일하는 여자들에 관한 영화다. 억지로 유니폼을 입고, 사장의 탈세 조작을 위해 매일 야근하는 지영은 글을 쓸 거라고 말한다. 지친 지영이 품고 있는 작은 불씨가 엿보이는 한 마디다. 그러나 불씨에 기름 붓는 건 동료 희진의 눈치 없음과 박 사장의 이간질, 잔돈 백 원을 안 주는 택시기사의 뻔뻔함 따위의 것들이고 지영은 점점 위태로워진다. 이를 감지한 사이렌은 시끄럽게 울린다.
 
꾹 참아왔던 감정을 터뜨리는 지영은 눈물 대신 사투리와 쌍욕을 쏟아낸다. ‘세상에 안 드러븐 인간들이 없다. 믿을 씹새끼가 하나도 없어.’ 이에 희진은 한마디 한다. ‘언니도 요가를 한 번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이 실없는 화답에 나는 쓰레기를 쓰겠어!’와 비슷한 종류의 용기를 얻는다. 일하는 두 여자는 끝내 적이 되지 않는다.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졸 뿐이다. 그 모습 위로 흐르는 라디오 디제이의 무엇이든 다 잘 될 거란 말은 농담 같다. 그러나 농담이야 말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최대한의 용기이자 위로가 아닐까. 그리고 그것이, 이젠 단단한 세계관이 되어버린, ‘이경미 월드속 여자들이 가진 강인함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그녀들이 전하는 황당하고 사랑스러운 위로가 계속 보고 싶다
-인디즈 15기 김지윤
오늘의 장편영화
<밥정>(감독 박혜령)

자연을 재료 삼아 요리를 만드는 방랑식객 임지호 셰프. 친어머니와 양어머니에 대한 아픈 사연을 간직한 그는 길에서 인연을 맺은 사람들에게 기꺼이 음식을 대접하고, 지리산에서 만난 김순규 할머니를 길 위의 어머니로 10년간 모신다. 그러나 끝끝내 찾아온 3번째 이별 앞에 임지호 셰프는 낳아주신, 길러주신, 그리고 마음을 나눠주신 3명의 어머니를 위해 3일 동안 108접시의 음식을 장만한다. 
‘밥’으로 ‘정’을 나누는 인생의 참맛, 더 늦기 전에 당신과 나누고 싶습니다…
안전한 관람을 위해, 함께 해주세요!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에 따라 강화된 방역지침을 지켜주세요. 모두 안전한 영화관람을 위해 협조 바랍니다. 극장도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극장에서 만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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