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농심 가격 인상 2.라스트마일의 중요성
 2022.08.31 22-035호   |   웹에서 보기   |   지난호 보기    

  01 농심이 라면 가격을 올린 건, 잘한 일일까요?
  02 라스트마일은 왜 수렁이라도 들어가야 하나요?
  03 뉴스 TOP5 - '당근마켓은 로컬 커머스로 발전 중'

   

농심이 라면 가격을 올린 건, 잘한 일일까요?
 
     
design by 슝슝 
      
농심은 이제 버틸 수가 없다!

농심이 결국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습니다. 라면과 주요 스낵의 출고 가격을 각각 평균 11.3%, 5.7% 인상키로 한 건데요. 지난해 오뚜기가 무려 13년 만에 가격을 올릴 정도로, 라면은 가격 인상에 매우 민감한 품목입니다. 서민을 위한 상품이란 이미지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심이 고작 1년여 만에, 그것도 상당히 높은 인상폭으로 가격을 올린 이유는 그만큼 대외 환경이 좋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원자재 납품가와 환율이 동반 상승하면서, 비용 구조가 악화되었고요. 이로 인해 농심은 무려 24년 만에 분기 기준 적자를 기록하였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실적 악화를 이례적으로 강조하며, 사전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비판도 일부 있긴 했지만, 농심이 더 이상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몰렸던 것도 사실이긴 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은 가격 인상은 앞으로 도미노처럼 확산될 가능성이 큽니다. 여론의 반발을 감수하고 농심이 총대를 멘 이상, 다른 식품 업체들도 망설일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인플레이션과 환율 상승으로 인한 비용 증가라는 고통은 모두가 공유하고 있기도 하고요.

한편 가장 먼저 가격 인상을 단행한 덕분에, 농심의 향후 실적 전망은 긍정적일 거라는 평가가 압도적입니다. 올해 4분기 정도부터는 이익 개선 효과가 나타날 거라 하고요. 이에 따라 주가도 상승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단기적으로는 가격을 올리는 것이, 잘한 선택이라 보이긴 하는데요. 길게 봐도 과연 똑같은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요?

가격 인상만으론 한계가 있어요

우선 농심의 이번 가격 인상은 출고 가격에 해당되며, 인상폭도 평균 기준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즉 농심이 올린 가격은 그대로 소비자가에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유통업체를 거쳐 적용되게 됩니다. 물론 공급가가 오르면 당연히 최종 소비자가 또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결국 판매가를 결정하는 건 유통업체이고, 농심이 이를 온전히 통제할 수는 없다는 게 문제인데요. 과거에는 그래도 어느 정도 농심이 이를 관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마트가 손해를 보더라도 신라면을 업계 최저가로 판매하자, 아예 판매망에서 제외하며 이마트를 길들인 겁니다. 하지만 이는 과거의 영광에 불과합니다. 최근에는 유통업계, 특히 이커머스 플랫폼들에게 가격 경쟁권을 서서히 내주고 있기 때문인데요. 이와 같은 구조적인 한계와 가격 결정권 상실은, 가격 인상으로 인한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습니다.

출처: 한국경제

더욱이 현재 라면 시장 내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무엇보다 1등 상품 신라면의 아성이 무너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섣부른 가격 인상은 독이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특히 오뚜기가 라면 시장 점유율 마의 30% 선 돌파를 앞둔 것은 물론, 진라면이 신라면의 턱 밑까지 쫓아왔다고 하는데요. 심지어 구매 경험도 기준이긴 하지만, 진라면이 신라면을 앞섰다는 통계자료가 나올 정도입니다. 단기적인 수익 회복이 중요하다지만, 장기적으로 시장 지배력을 상실한다면, 이보다 뼈아픈 일은 없을 겁니다.

또한 이번 가격 인상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유통 PB상품과의 경쟁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아직 라면 시장에서 PB의 영향력은 미미하지만요. 냉동 HMR 분야에서는 PB제품의 시장 점유율이 CJ제일제당(22.1%)에 이은 2위인 18.4%를 차지할 정도로, 이미 주도권이 넘어가고 있는 시장도 꽤 됩니다. 한국경제가 주관한 구매 경험도 기준으로도 우유, 즉석밥 등에선 PB브랜드가 수위권에 들기도 했고요. 이와 같은 PB상품의 핵심 경쟁력은 역시 가격 우위인데요. 원가 상승을 이번처럼 가격 인상 만으로 해결한다면, 라면 시장에서도 PB의 영향력이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오래도록 살아남으려면

그러면 가격 인상을 하지 않고도 수익성을 관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사실 농심과 라면 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오뚜기와 삼양식품은 이번 2분기 실적에서 모두 오히려 영업이익이 증가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한 건 포트폴리오 때문인데요. 오뚜기는 다양한 식품을 고루 취급하였기에, 밀가루 상승으로 인한 타격을 덜 입었고요. 삼양식품은 라면 비중이 높은 건 농심과 동일했지만, 해외 매출 비중이 높았기에, 오히려 좋은 성적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최대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잘 구성한다면, 원가 리스크는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본질적인 해결책이라 볼 순 없고요. 문제의 근원을 완전히 뿌리 뽑으려면, 식품 제조기업들도 D2C 비중을 늘리는 것이 결국 필요합니다. 직접 유통망을 일정 규모 이상 갖추면요. 우선 최종 소비자 판매가를 어느 정도는 직접 통제가 가능합니다. 또한 유통업체와의 공급가 협상 과정에서도 주도권을 다시 가져올 수도 있고요. 그래서일까요? 농심은 지난 8월 30일 농심몰을 오픈하며 이커머스 시장에 진출하였습니다. 농심뿐 아니라, 풀무원이나 동원 등도 자사몰 키우기에 열중인데요. 과연 이들 중 가장 먼저 성공 사례를 만들 곳이 어디일지 매우 궁금합니다.
 
   

라스트마일은 왜 수렁이라도 들어가야 하나요?
 
        
design by 슝슝 
      
[이커머스를 이해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핵심 질문 10가지] 시리즈 중 6번째 아티클입니다

적자가 늘어나도 다시 뛰어듭니다

이번 11번가의 2분기 실적 발표는 기대 이하였습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영업손실이 무려 3배 가까이 늘어난 450억 원을 기록하였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영업손실의 급증 원인을 11번가는 일시적인 영업외 비용의 증가로 설명하였지만요. 최근 들어 11번가의 손익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왜 한때 연간 흑자 달성에도 성공했던 11번가의 손익이 다시 뒷걸음치고 있는 걸까요? 원인은 명확합니다. 11번가가 다시 직매입 중심의 리테일 사업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직매입, 혹은 풀필먼트 사업에 발을 담그는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최근 들어 다시 늘어나고 있습니다. 카카오, 오늘의집, 지그재그 등이 대표적인데요. 이들은 하나 같이 동시에 적자 규모 또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적자라는 수렁에 빠질 것을 알고도, 이와 같은 길을 택한 건 이커머스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물류를 더 이상 빼놓을 수 없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배송 혁신을 앞세워 시장의 패권을 장악하고, 최근에는 흑자 전환마저 눈앞에 둔 쿠팡을 상대하기 위해선 물류를 건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풀필먼트가 생각만큼 잘 안 되는 건

하지만 막상 풀필먼트나 직매입 사업으로 성공한 사례를 찾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오히려 대부분은 성과를 내기보단 적자만 쌓고 포기하곤 하는데요. 새벽배송 서비스들이 근래 들어 많이 사라지고 있는 현상이 대표적입니다. 그렇다면 쿠팡은 성공했는데, 많은 후발업체들은 실패하게 만드는 차이는 어디서 발생하는 걸까요? 쿠팡이 유독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라스트마일 딜리버리까지 포괄하는 진정한 풀필먼트 서비스를 구현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출처: China Fulfillmenet Center

풀필먼트란, 물건의 주문부터 배송까지의 전체 과정을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서비스나 운영 형태를 뜻하는데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단계는 온라인 채널 구매 여정에서 유일하게 고객과 직접 대면하는 순간이자, 최종 단계인 라스트마일 딜리버리라 할 수 있습니다. 이는 고객이 체감하는 경험의 혁신을 주기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로켓배송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익일 배송이라는 하루 빠른 배송 경험이 뒷받침되어서입니다.

하지만 이와 같은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영역까지 확장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막대한 초기 투자와 오랜 기간의 적자를 감수해야 가능하고요. 그렇기에 라스트마일 딜리버리는 외부에 대행을 주는 반쪽 짜리 풀필먼트 서비스를 론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는 네이버처럼 아예 물류 네트워크를 통해 이를 구현하려는 시도가 나오기도 했고요. 하지만 결과적으론 이러한 일종의 편법들은 정공법을 이길 수 없었습니다. 결국 시장에서 성과를 보인 건 제대로 된 라스트마일 혁신을 시도한 쿠팡과 마켓컬리 정도였으니까요.

체급을 빠르게 키우는 것이 중요

하지만 아무리 중장기적으로 옳은 방향이라 할지라도, 돈을 벌지 못하면 현실적인 전략이라 부를 수 없습니다. 비용 부담이 큰 라스트마일 혁신의 경우 그래서 무엇보다 체급을 빠르게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택배 비용은 물량이 늘어날수록 저렴해지거든요. 그래서 역으로 시장을 선점하면 경제의 해자를 깊게 팔 수 있습니다. 이는 쿠팡의 위치가 날이 갈수록 공고해지는 반면, 비교적 후발주자인 마켓컬리가 더 어려움을 겪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물론 거래액 규모를 키우는 방법 만이 유일한 탈출구는 아닙니다. 그러면 쿠팡 말고는 아무도 살아남지 못할 테니 말입니다. 라스트마일 딜리버리까지 포괄하면서도, 비교적 작은 체급으로도 살아남으려면 결국 프로세스의 다른 영역에서 효율성을 더 끌어올려야 합니다. 그래서 다시 주목받는 개념이 수직적 통합인데요. 주로 버티컬 커머스들이 많이 택한 전략인 수직적 통합은 다음 주에 더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비즈프로필 상품 판매 기능 도입이 가져올 변화는?

매끄러운 사용자 경험, 높은 완성도 등 철학의 영향일 겁니다

국내 1위 창고형 할인점이 되기까지의 역사를 살펴봐볼까요?

백화점부터 호텔까지 미술품 전시에 푹 빠졌습니다

수익성 개선부터 IPO 도전까지 아주 흥미진진합니다

📣 알려드립니다!

  • 오늘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어떤 점이 좋았고, 아쉬웠는지 아래 설문 버튼을 누르고 의견을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의 <TREND LITE> 어떠셨나요?

산뜻하게 즐기는 트렌드 - TREND LITE
엄선한 트렌드에 인사이트를 얹어 보내 드립니다!

오늘의 인사이트가 도움이 되셨다면
주변에도 널리 소개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