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들에게만 맡겨 두기에, 경제학은 너무 중요하다"

"따라서 나는 이 책을 적절한 방법으로 끝맺을 것이다. 데이터에 따라서, 사람들이 하는 말이 아니라 사람들이 실제로 하는 행동에 따라서 말이다. 나는 친구들과 맥주를 한 잔하고 이 망할 결론을 그만 쓸 것이다. 빅데이터가 말하길 여기까지 읽고 있는 사람은 극히 소수니까." 

360쪽 분량의 〈모두 거짓말을 한다〉(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 지음, 이영래 옮김, 더퀘스트 펴냄)는 위와 같은 문장으로 끝납니다. 책을 덮으면서 소리내어 웃었습니다. 난이도가 있는 책을 끝까지 다 읽고 나면 언제나 저 문장이 생각나서 혼자 낄낄댑니다.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을 기어이 다 읽은 날도 그랬어요. 분명 정말 좋은 책이었습니다만, 혼자서는 마지막까지 읽을 수 없었을 겁니다. 몇 번이고 포기하고 싶었던 책의 마지막 문장에 밑줄을 그을 때, '함께 읽기'의 힘을 생각했습니다. 저는 여러분 덕분에, 여러분을 생각하며 읽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사캐즘(sarcasm)'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하는 사람에게 저는 무척 약한 편입니다. 말 안에 '칼'을 심으면서도 유머와 지성을 잃지 않는 태도가 느껴지면 반드시 반하고 말아요. 불평등을 다룬 책 중에서 근래 가장 뛰어나다고 생각했던20 VS 80의 사회〉(리처드 리브스 지음, 김승진 옮김, 민음사 펴냄)를 읽으면서도 그랬습니다. '계급사회'가 싫어서 미국으로 이민 온 저자가 영국 출신이라는 점에서 일단 웃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또 자신이 20% 안에 드는 중상류층 계급임을 '까고' 시작하는 글은 흡인력 있었습니다. 실제로 많은 저자들이 그들 스스로가 특권층이자 수혜자임에도 불구하고 그안에서 잉태되는 불평등 문제를 자신과 무관한 일인냥 굴잖아요. 하지만 리처드 리브스는 스스로에게도 메스를 들이대는 점이 신선했습니다. 질문에서 답으로 나아가는 과정은 더없이 매끄러웠고, '감사의 말' 마저 웃겼습니다. "책에 오류가 있다면,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누구 책임인지 알아내 볼게요." 

반면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경제학〉은 다정하고 따뜻한, 온기의 힘이 느껴지는 책이었습니다. 전혜원 기자가 쓴 '경제학 책을 읽다가 눈물이 났다'라는 서평을 읽을 때만 해도 다소 심드렁했습니다. 전 기자는 〈시사IN〉 '3대 울보' 중 한 명이거든요(나머지 두 명은 변진경 기자와 저 입니다). 네, 물론 저도 울보의 본분을 다했습니다. 순간순간 눈물이 고이는 건 어쩔 수 없더군요. "우리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려고 이 책을 썼다. 무엇이 왜 잘못되었는지만이 아니라 잘되어 온 것은 무엇인지도 짚어 보고 싶었다"라는 문장 속에서 '기자의 일'을 발견하기도 했고, "경제학자들에게만 맡겨 두기에, 경제학은 너무 중요하다"라는 마지막 문장에는 기꺼이 설득되기도 했어요. 

무엇이든 단언하지 않는 태도는 또 얼마나 빛이 나던지요. 질문은 날카롭고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은 집요합니다. "성장은 측정하기 어렵고, 무엇이 성장을 추동하는지를 알아내기는 그보다도 더 어렵다"라는 한 문장을 쓰기 위해 수없이 많은 연구결과를 살펴보고, 또 직접 연구합니다. 그리고 성장이라는 '신화'가 우리의 '존엄'을 어떻게 좀먹고 있는지 아름답게 논증해나갑니다. 

이를 이해하는데 대단한 경제학 지식이 필요한 일은 아닐거라고, 감히 생각해봅니다. 그러니 아직 끝까지 읽지 못한 분들은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까만 건 글자, 하얀 건 종이'라고 좀 넘어가면 또 뭐 어떤가요. 일단 책을 끝까지 밀고 나가봅시다. 그 끝에 여러분에게 무엇이 남았는지, 6월10일 함께 확인해보았으면 합니다. 
"우리가 목격한 변화의 매우 많은 부분은 우리가 의도적으로 내린 정책적 선택의 결과다. 이를 절대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정책은 강력하다. 정부는 엄청나게 좋은 일을 할 수도, 해악을 끼칠 수도 있는 힘을 갖고 있다."
"'좋은 경제학'은 팩트에서 시작하지 이데올로기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좋은 경제학은 가설을 세울 때 매우 명확하고 투명하다. 가설은 틀렸다는 점이 검증 가능하게 개방돼 있다. 하지만 나쁜 경제학은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기보다 자기 이론에 집착하는 것을 선호한다."
6월10일(목) 오후 7시30분 김승진 선생님이 '힘든 시대를 위한 좋은 정책'을 주제로 네 번째 북토크를 준비합니다. 이번 강의는 책의 난이도를 고려해 강의시간을 길게 잡았습니다. 강의 60분, 질의응답 30분으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질의응답은 사전 질문을 우선합니다. 사전 질문을 보내주신 분들에게는 〈절멸과 갱생 사이-형제복지원의 사회학〉(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펴냄)을 드립니다(선착순 5명). 책은 소준철 선생님께 북클럽 회원 분들을 위해 특별히 준비해주셨습니다. 👏👏  

[읽는 당신 x 북클럽 후기 공모전]
북클럽과 나
"글쓰기는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습니다. 설득도 좀처럼 하지 않고요. 훨씬 더 대단한 일을 합니다. 글쓰기는 증언합니다. 글쓰기는 목격합니다. 글쓰기는 여러분이 알아차린 것을 공유합니다."  〈짧게 잘 쓰는 법〉(교유서가, 2020)

책과 북클럽, 동네서점과 '엮인' 경험 어떠신가요. '읽는 당신x북클럽' 활동을 하며 생각한 것들을 글로 나눠주세요. 원고는 6월10일까지 상시 접수합니다.  보내주신 글은 읽는 당신x북클럽 웹페이지에 업로드 되며, 일부 공모작은〈시사IN〉지면에 게재됩니다. 지면에 실릴 경우 원고료(10만원) 지급합니다. 친구 책방들이 준비한 다양한 선물도 확인해보세요. 
  • 주제 / 북클럽과 나
  • 분량 / 200자 원고지 기준 7매(A4 용지 1장) 안팎
  • 보내실 곳 / book@sisain.kr
  • 리워드 / 책방시점 북스테이 숙박권(응모작 중 책방시점 책방지기가 한 편 선정, 2인 이용 가능). 그밖에 친구 책방이 준비한 다음과 같은 선물을 추첨을 통해 드립니다. 
  1. 독서친구 꾸러미(명화 책갈피+손글씨 책갈피+독서 공책+연필+책방 음료 이용권) 2명
  2.  노트 3종+가죽 북파우치+친환경 유리빨대+북마크+책방 음료 이용권 1명
  3. 에코백+노트 2종+〈우리의 고통을 이해하는 책들1권 2명
  4. 독서기록장 1명
  5. 나무 연필꽂이 2명
  6. 동네책방 에디션 책 2권(랜덤) 2명
  7. 수상한 그림책 보따리 1명
  8. 에코백 2명
  9. 필사노트 1명
  10. 미니북 핸드폰고리 10명
  11. 타일 냄비 받침대 1명
  12. 북마크 4명

지난 5월6일(목) 진행된 '읽는당신X북클럽' 북토크 하이라이트 영상입니다. 강연 이후 추가 질의응답 내용은 아래 정리했습니다. 

여성 노인들의 가난은 도시에만 국한되는 일인지 궁금합니다. 지방이나 시골의 경우에는 어떨까요?
"상황을 짧게 조사했던 적은 있는데, 추후 해야 할 작업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가설 수준에서 말씀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통계치로는 노인 상대 빈곤율이 전국적 수준이죠. 지방도 시골도 마찬가지입니다. 생계 꾸려나가는 양식이 다른 거죠. 서울에서는 자력갱생하는 방식이면 지방, 특히 시골은 품팔이를 한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기존 지역산업 즉 농업이나 농축산업 관련에서 필요한 일손을 채우는 방식으로요. (‘노인 일자리' 명목으로). 또 지방 도시 같은 경우는 전통적인 돌봄 영역 파출부나 식당, 그런 쪽으로 가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도농간의 방식이 다르지 상황 자체는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어떤 반응을 기대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쓰는 상황에서는 독자를 고려하지 않았는데요(웃음). 책을 내고 나면 감상이나 반응은 읽는 독자들의 몫으로 남겨지기도 하니까요. 다만 한 가지 기대한 게 있다면 보통 우리가 가난을 ‘순간’으로 파악하고 상상하게 되죠. 또 대부분은 편견을 가지고요. 책을 통해서 이 사람, 저 현상은 어떤 사람의 생의 일부이고, 어떤 생활 속의 일부인지 이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많이 했어요. 순간의 단상이 아니라 존재로 이해해주셨으면 하는 생각이 강했고요. 정책적인 부분보다 인식적인 변화를 좀 더 바랐던 거 같아요. 한국사회가 늘 그렇듯 어떤 문제를 지독하게 끌고 나가는 정치인은 만나기 힘든 구조인 거 같아요. 이 문제는 어떤 정치인을 특정하기 보다는 이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정치적 구조를 갖추는 방향을 고민해야 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사회적 압력이 반영되는데 약자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쉽지 않잖아요. 형제복지원의 경우 수많은 압력이 있었지만 정책으로 만들어지기 힘든 상황이었잖아요. 그 구조를 어떻게 바꾸고 만들 수 있을까. 그 질문이 필요하고, 그 질문을 또 이어달리기처럼 연구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사회 혹은 정부는 개인의 삶에 끼치는 영향력의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한정하거나 조정할 수 있을까요. 
"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웃음). 제 능력이 안 되어서요. 우선 몇 가지 전제를 다시 봐야 할 것 같아요. 예컨대 사회복지 제도에서 얘기되는 큰 패러다임 중 하나가 선별복지 일텐데, 사실 선별복지는 중산층 이상의 사람에게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죠. 왜냐면 최소로, 일종의 지원과 도움과 복지가 필요한 사람을 선별하는 작업이니까요. 중산층 입장에서 생각해본다면 '국가가 역할을 다 하고 있네' 하고 국가에 책임을 미룰 수 있는 지점이 있을 수 있겠죠. 그런데 사회는 그렇게 돌아가면 안 되는 거잖아요. 사회라고 한다면 가난한 누구를 나와 분리해서 생각하기보다는 우리 사회 전체 안에서 어떻게 지원 혹은 자원이 배분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국가에게 떠밀면, 역할을 떠맡은 정부를 견제하기 어려워져요. 결과적으로 국가를 견제하지 못하는 사회가 만들어지는 거 같은데. 뭐라고 해야 할까, 먼저는 공동체를 기반으로 한 사회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필요할거고. 개인이 공동체 안에 있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둘째는 공동체와 국가간 서로 견제하고 서로 도울 수 있는 구조를 상상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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