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 그것은 곧 그와 서로의 시간을 포개고 쌓으며 나눈다는 것. 
그 시간을 나누는 장소가 광장이나 카페가 아닌 하나의 테이블 위라고 생각해보죠. 테이블 위에서 당신은 어떤 자세로 자신의 이야기를 하고 상대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나요? 지금 가장 하고 싶은 이야기는 또 무엇인가요? 여기서 상대가 팩토리라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요? 
이 함께 하는 시간에서 팩토리는 전시공간으로만 역할 하지 않아요. 당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듣고 걸어온 곳을 같이 돌아봐 주고, 앞으로 걸음 내디딜 곳을 향해 배웅하는 정도일 수도 있지요.

사진. 정해민
팩토리는 그간 수많은 작가와 함께하는 동안 다음의 생각이 늘 맴돌았습니다. 하나의 전시가 주는 탄탄한 메시지와 완결성은 자체로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그 이면에서 하나의 작업 혹은 전시를 완결하기 위해 작가가 헤쳐온 과정과 끊임없는 작가 고유의 프랙티스는 어디로 휘발되는 것일까. 또한 팩토리는 과정과 무관하게 물리적인 장소만 내어주는 공간 이외에 어떤 역할을 통해 작가 혹은 작업과 유기적인 관계를 지속해서 만들 수 있을까.
그 역할이라는 것을 좀 더 생각해볼까요. 팩토리는 작가가 작업이나 전시를 잘 마칠 수 있도록 옆에서 함께 뛰는 페이스메이커가 될 수도 있습니다. 작가와 관객(소셜미디어)과의 연결을 위해 작가 고유의 내러티브와 서사를 쌓아가는 모더레이터도 가능하지요. 하나의 건물이 탄탄히 올라가도록 완공 직전까지 옆에서 받쳐주고 지지해주는 비계(scaffold)의 역할을 할 수도 있습니다. 작품, 작가, 관객, 팩토리 이 모두의 균형 있는 관계를 위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뛰어다니는 저글러일 수도 있겠어요. 
우리는 하나의 단어로 설명할 수 없는 팩토리와 작가[작품]의 역학 관계를 수없이 고민하다가 이 모든 행위의 공통점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었어요. 그렇게 <타임온테이블>(Time on Table)이 만들어졌습니다.

사진. 뫄리아
<타임온테이블>은 아주 미세하고 사소하더라도 이전과 다른 태도나 시도를 고민하는 작가를 초대하는 프로그램입니다. 작업실이 아닌 조금은 낯선 공간인 팩토리2에서 ‘지금 이곳에서 하고 싶은 것,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함께 탐험하며 작가에게 필요한 새로운 혹은 기존의 작업언어와 방식에서 확장한 작가와 작품의 이야기를 쌓아가기도 하고, 때로는 다양한 협업을 제안하기도 합니다.
감사하게도, 미처 다 모습을 갖추지 못했던 이 프로그램의 초대에 윤라희, 이소영, 차승언 세 분의 작가가 흔쾌히 응해주었습니다. 그 첫 번째로 윤라희 작가가 SAA(Screen Art Agency)와 함께 작업한 <Soft is Hard: Silver Edition> (타임온테이블 by FACTORY)이 4월 16일부터 약 열흘 간 펼쳐집니다. 더욱 자세한 소식은 새로운 레터로 다시 전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 윤라희 2022.4.16(토) - 4.26(화) <Soft is Hard: Silver Edition> (with SAA)
+ 이소영 2022.4.29(금) - 5.11(수) <신종 New Species> 
+ 차승언 2022.5.19(목) - 5.29(일) (예정)

<Soft is Hard: Silver Edition> 중에서. 사진. SAA

기획 팩토리2 
에디터 뫄리아
진행 김보경, 이지연
디자인 김유나 (유나킴씨) 
디렉터 홍보라 
팩토리2 드림
팩토리2
factory2.seoul@gmail.com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15 02-733-4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