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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다카시 : 무라카미좀비》 / 부산시립미술관

1. "동일본 대지진 후에는 스토리가 있는 미술로 뭔가를 전해야겠다고 생각했죠. 그러다 팬데믹 이후 제 작품은 또 다른 페이지로 이동한 것 같습니다.”

2. 일본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팝아트 작가 무라카미 다카시(村上隆. 61)의 《무라카미 다카시 : 무라카미좀비》전이 26일 부산시립미술관에서 개막했다.

3. 이번 전시는 부산시립미술관이 진행하는 '이우환과 그 친구들' 시리즈의 네 번째 전시다. 이 전시에서는 미공개 초기작을 포함해 회화와 대형 조각, 설치, 영상 등 170여 점을 볼 수 있다.

4. 무라카미는 이른바 '오타쿠'(한 분야나 인물에 빠진 사람을 의미하는 일본어) 문화를 예술에 접목하는 작업을 통해 고급문화와 하위문화, 과거와 현재, 독창적인 것과 모방적인 것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슈퍼플랫'(Superflat) 개념을 제시했다.

5. 귀여움, 기괴함, 덧없음을 키워드로 한 전시는 무라카미의 시그니처 캐릭터인 미스터 도브(DOB)의 탄생에서 시작해 이를 기괴하게 변형한 '탄탄보' 캐릭터의 등장, 인생사의 덧없음에 대한 깨달음으로 이어지는 작품 세계의 변화 과정을 살필 수 있게 구성됐다.

6. 귀엽거나 기괴함 위주였던 무라카미의 작품 세계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큰 변화를 겪었다.

7. "대지진 때 큰 쓰나미로 가족을 잃은 아이에게 '엄마가 별이 됐다'고 설명하는 방송을 보는 순간 종교가 시작되는 순간을 목격했다고 생각했죠. 종교는 너무 괴로운 사람에게 전혀 다른 스토리를 제공해서 패닉 상태의 정신을 진정시키는 게 핵심이라는 것을 깨달았죠. 그래서 대지진 후에는 스토리가 있는 예술로 뭔가를 전해야겠다고 생각했죠.”

8. "팬데믹이 확산하면서 뭔가 도망갈 곳이 없고 종교도 별다른 기능을 하지 못하게 됐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스토리도 만들 수 없는 상황이었죠. 하지만 사람에겐 위로가 필요합니다. 그러던 중 아이들을 보니 줌으로, 메타버스로 새로운 리얼리티(현실)를 만들고 있더라고요. 스토리를 넘어 가상 현실과 실제 현실이란 두 가지 현실을 만들고 그 속에서 위로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9. 이번 전시는 우여곡절 끝에 성사됐다. 전시는 당초 지난해 9월 개막 예정이었으나 작품이 설치되던 중 태풍으로 노후한 미술관 건물에 누수가 발생하면서 결국 미뤄졌다. 이 때문에 전시 기간도 짧아졌다. 미술관은 관람료 1만 원을 책정했다가 짧은 전시 기간 등을 고려해 무료 전시로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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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간 : 2023. 01. 26 - 0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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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미술시장은 '올드 마스터' 전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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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컬러 오브 아트 / 클로이 애슈비, 김하니 역(아르카디아, 2022)

로코코 시대에 분홍색이 특히 유행했다는 점을 설명해주는 미술사 책은 흔하지 않다. 로코코 시대의 미술 애호 경향, 소비 계층, 베르사유에서 파리로의 왕실 이전, 그리고 화면 속 주요 색의 변화까지 논하는 것은 논문에서나 논할 정도로 꽤 깊이가 있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프랑스 루이 15세 때 퐁파두르 부인과 세브르 자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므로 특히 개설서에서는 간단하게 생략할 때가 많다. 이는 역설적으로 그 책의 깊이를 가늠하는 척도가 되어 줄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미술사 개설서나 대중서를 사서 읽을 기회가 적어지고 있다. 그런데 오랜만에 두고두고 참고할 만한 책을 발견해서 주말에 교보문고에서 사왔다.

『컬러 오브 아트』는 색을 소재로 한 미술사 책으로, 클로이 애슈비라는 미술 저널리스트가 선정한 서양미술사 명품 80점을 대상으로 하였다. 색을 기준으로 했을 때 기념할 만한 작품을 고른 것인데 그 라인업이 자연스럽게 수긍이 갈 정도로 채색 감각이 좋은 작품들을 볼 수 있다.

이 책은 작품마다 옆에 CMYK 색상표를 인용하여 주로 어떤 색을 썼는지 볼 수 있도록 함으로써 작품을 보는 관점을 환기시켜준다. 색상표 덕분에 한 번 더 작품을 보게 해준달까. 역사적 의의, 미술사적 가치, 작가의 위상 등을 프레임으로 작품을 바라보는 습관에 신선함을 더 해주는 책이다.

만약 여기에서 그쳤다면 책을 굳이 사지는 않았을 듯하다. 나중에 재질 관련해서 논문쓸 때 필요하면 빌려보면 되지라고 여겼을 것이다. 예술을 과학적인 분석으로 뜯어보는 일은 중요하지만 내 분야는 아니기 때문이다. 필요하면 그 때 그 때 알아보면 될 일이니 말이다.

그런데 『컬러 오브 아트』는 보존과학 관련 책에 머무르지 않고 이를 바탕으로 인문학적 해석을 더했다. 색이 갖고 있는 미술사적 의미는 물론이고, 작품의 가치와 작가에 대한 설명이 성실하다. 도판으로 작품 보는 맛은 물론이고 서양미술사를 공부할 때 살을 많이 덧대어 주는 기분이 들었다. 그만큼 풍성하다.

만약 시대순으로 서양미술사를 공부하기 지겹다면 이 책은 기초 지식의 뼈대를 세우는 데 도움이 되어줄 것이다. 색을 중심으로 바라 본 서양미술사이기에 주로 르네상스 이후의 작품들이긴 하지만 채색법이 서양미술사 전개에서 주요 기준이 되어줬다는 점을 상기하면 이는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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