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의 정원 열번째 뉴스레터 2021.06.25 발행

안녕하세요 <호랑이의 정원>에서 발행하는 격주 뉴스레터 <호랑이의 쪽지 10호>입니다. 우와 벌써 10호라니!! 😘 이번주에는 수양버들과 버드나무과 나무에 관한 소소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호랑이의 식물산책
여의도의 버들숲

여의도의 윤중로 벚꽃축제는 봄마다 뉴스에 나오곤 하잖아요. 사실 벚꽃이 필때 윤중로를 가본 적은 없어요.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기가 빨린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서 ㅋㅋㅋ
여의도는 원래 섬보다는 모래밭에 가까운 지형이었습니다. 비가 오면 강물이 넘치는 것을 막기 위해 1968년 밤섬을 폭파한 골재로 모래밭섬 주변을 강둑으로 둘러싸는 대대적인 공사를 진행합니다. 섬을 둘러싼 강둑을 일본어로 ‘와주테이’ 라고 하는데 이 말을 우리 한자음으로 읽은 것이 ‘윤중제(輪中堤)'라고 합니다. 충격! 🤭 윤중제는 왠지 축제 이름일 것같은 느낌이었는데 말이죠! 
TV애니메이션 영심이에서 주제곡이 나오는 인트로에 영심이와 경태가 걷는 장면에서 보이던 한강의 초콜릿 같은 것은 뭘까? 궁금했는데 그것이 바로 윤중제였던거죠.
사람손으로 일일이 찍고 쌓아올린 윤중제 출처: 서울역사박물관
TV애니메이션 영심이의 장면 출처: KBS 아카이브 옛날티비 
윤중제로 조성된 길을 윤중로로 부르는데요, 최근에는 일본식 한자어를 쓰지 말고 방죽이나 강둑으로 부르자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고 해요. 윤중로가 도로명으로 쓰였던 것은 굉장히 짧은 기간입니다. 1972년부터 1984년까지 쓰이다가, 폐지되어 여의서로로 바뀐 지 38년째인데, 여전히 사람들이 강북의 미아동과 수유동을 미아리나 수유리로 부르는것처럼 (이건 1950년에 바뀜 -.-) 윤중로로 통칭되곤 합니다. 
1968년 기사에 따르면 여의도 윤중제 위에는 4차선 규모의 도로가 건설되어, 도로 양쪽에 7m간격으로 15년생 수양버들 1천그루와 30m간격으로 수은등 560개가 설치되었다고 합니다. 당시 대한뉴스를 보면 사람손으로 일일이 윤중제의 40만3천1개의 콘크리트 블록(브로꾸라고 말해야 할 것 같은...)을 찍어내고 쌓아올립니다. 
김현옥 서울시장이 여의도에서 나무를 심는 모습 1968년 4월 29일 출처: 서울사진아카이브
여의도 준공식 준비, 1968년 5월 30일 출처: 서울역사박물관
호랑이의 정원은 여의도의 탄생부터 함께 있던 수양버들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여의도 샛강생태공원 버들숲을 가본것은 이번 식물산책을 위해 처음이었는데 높은 빌딩숲 사이로 바람결에 출렁이는 버들숲 무리를 보니 신비로운 마음까지 들 정도였답니다. 다른 나라, 다른 도시에 온 기분이었어요.
이 버들숲의 수양버들과 각종 버들은 여의도가 만들어질 때 그때 심은 수양버들인걸까요? 여의도 샛강 생태공원 일대는 오랜기간 버려두었던 저습지였다고 합니다. 1972년에 찍힌 이 일대의 항공사진을 보면 아무것도 없는 습지와 모래톱이 가득하고 서울올림픽이 열리던 1988년 사진에는 이 일대를 한번 쫙 밀고 반듯하게 정리를 한 흔적을 볼 수 있습니다.  

연도별 샛강일대 1972년/ 1988년/ 2019년 출처: 서울시 항공사진 서비스
이곳은 총 2번의 대대적인 변화를 겪었는데요. 수양버들이 있던 역사와 흔적을 계속 이어왔습니다. 1997년 기존에 있던 버드나무, 갈대, 억새 군락을 최대한 활용하여 만든 국내 최초의 생태공원, 여의도 샛강 생태공원이 조성됩니다. 인근 지하철에서 발생하는 지하수를 이용하여 연못과 폭포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후 2011년 오세훈 시장 시절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으로 신길동과 여의도를 잇는 보도교가 생기고 규모가 기존에 비해 4배 이상 늘어난 생태공간이 확장됩니다.
최근에는 인공적으로 조성된 부분을 제거하고 자연 그대로를 살리려는 환경단체의 노력으로 현재의 멋진 버들숲이 만들어졌습니다. 샛강 생태공원은 자연을 해치지 않게 하기 위해 흔히 공원에 많은 벤치나 매점, 동물들의 수면을 방해하는 가로등도 설치하지 않았다고 해요. 좁은 오솔길을 걷다보면 이 곳이 서울의 번화가가 맞나 하는 정도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제까지 식물산책중 가장 많은 새와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식구들, 커다란 토종 잉어 등 동물친구들을 만난 곳이기도 하구요. 
2011년 생태공원 전경 출처: 김용승의 영등포 사랑 
2021년 생태공원 현재 모습
황토로 다져진 보도길
다양한 야생화를 만날 수 있는 생태공원
돌 위에서 쉬는 흰뺨검둥오리와 거북이
데크에서는 새를 찾아보거나 식물을 관찰할 수 있다.
*여의도의 역사에 관한 전시가 9/21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으니 관심있으신 분들은 참고해주세요.
여의도의 버들숲 (샛강생태공원) 접근성
지하철: 9호선 샛강역 4번출구 도보 10분, 5호선 여의도역 6번출구 도보 12분
버스: 여의도자이 정류장에서 도보 10분 이내
휠체어,유모자 일부구역만 이용가능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 없음
수양버들과 버드나무
수양버들(Salix babylonica)버드나무과에 속하는 나무인데요. 식물학으로는 버드나무(Salix koreensis Andersson)와 수양버들은 엄연히 다른 존재지만 흔히 수양버들도 능수버들도 버드나무도 모두 퉁쳐서 버들이나 버드나무로 많이 부른다고 합니다.
수양버들은 중학교 세계사 시간에 배운 수의 양제가 대운하를 건설하고 심은 나무라서 수양버들이 되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학명과 영어명(babylon willow) 둘다 등장하는 바빌론은 구약 시편구절 “우리가 바빌론의 여러 강변 거기 앉아서 시온을 기억하며 울었도다. 그 중의 버드나무에 우리가 우리의 수금을 걸었나니... “에서 따온것으로 바빌론 강가에 버드나무가 많이 자란 것에서 유래되었다고 합니다. 정확한 유래는 알 수 없지만 항저우의 대운하든 바빌론 강가든 물을 좋아하는 수양버들의 특성이 반영된 이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버드나무와 수양버들은 어떻게 구분할까요? 여러 자료를 참고하고 관찰해 본 결과 저만의 구분법을 찾았습니다. 유한양행 마크가 버드나무인것에서 연상해서 뭔가 꼿꼿한 느낌이면서 나뭇잎이 굵고 억센 산발머리같으면 버드나무, 같은 산발머리이지만 뭔가 한쪽 어깨로 살포시 머리를 늘어뜨린것 같은 부드러운 산발이면 수양버들인것으로요. 하하 저만의 분류법은 믿지 마시구요. 나뭇잎 모양으로 구분하면 됩니다. 버드나무와 관련된 이야기중에는 귀신이야기가 많은 편인데 아무래도 머리를 풀어 헤친 모습과 비슷해서가 아닐까요? 또한 썩은 버드나무 줄기는 나무의 인 성분으로 인해 어둠속에서 빛을 내기도 해서 더욱더 그런 이야기가 나온 것이 아닐까 싶어요.

출처: 박원의 전원 이야기 블로그
물을 좋아하는 수양버들은 물가에서 잘 자랍니다. 물가를 향해 기울여진 수양버들과 유유히 떠가는 나룻배 풍경은 옛 문인화에서 자주 그리는 장면이죠. 물가나 우물가에 심어놓으면 물을 정화한다고 생각해서 많이 심어두었다고 해요. 옛 이야기 속 왕건이 우물가에서 한 처자에게 물을 달라하니 물을 급히 마시면 체할까봐 물 바가지에 띄운 나뭇잎이 버드나무입니다. 진짜로 물을 정화시키는 능력이 있는 것인지는 정확히 모르지만 버드나무 잎이나 나뭇잎은 약재로 많이 쓴다고 합니다. 버드나무 껍질에 함유된 살리신산(salicylic acid)은 아스피린의 주요 성분이라고 합니다. 고대때부터 버드나무 잎을 이용한 약은 꾸준히 있어왔다고 해요. 
버드나무 출처: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수양버들 출처: 국립수목원 국가생물종지식정보시스템 
천안삼거리는 능수버들
“흥~으으응” 뭔가 애교많은 사람이 부르면 어울릴듯한 흥타령으로 유명한 천안삼거리에 나오는 버들은 능수버들입니다. “능수야 버들은 제멋에 겨워서 흥~, 축 늘어졌구나 흥~” 오랜만에 불러보니 능수버들의 생태적 특징을 묘사한 노래네요 ㅋㅋ 능수버들은 수양버들처럼 축축 늘어진 수형이라 더 구분이 힘듭니다. ㅠㅠ 
천안시에 있는 천안삼거리공원에는 대형 능수버들부터 용버들, 갯버들, 왕버들 등 30여종의 다양한 버드나무 테마원이 조성중이니 근처에 계시면 눈으로 직접 보면서 버들의 종류를 구분해보는 것도 재미있을듯 합니다. 
천안 삼거리공원 능수버들 출처: 천안시
1974~1979년 천안 오룡동 우체국에서 사용된 날짜도장 / 1979~1993년 천안우체국에서 사용된 날짜도장 출처: 한국우편진흥원

버드나무가 있는 환상의 세계
17세기~18세기 유럽 왕실과 상류층을 대상으로 중국가구, 중국도자기 같은 중국풍 취향이 유행하는데 이를 시누아즈리(Chinoiserie)라고 합니다. 영국 caughley 도자회사에 일하던 토마스 민튼(Thomas Minton, 1765-1836)은 최초로 중국풍 취향이 돋보이는 버드나무 문양을 만들었다고 전해집니다. 이후 본인의 공장을 만들어 전형적인 버드나무 문양(willow pattern) 을 만들어갑니다. 강 바람에 낭창낭창 흔들리는 잎모양을 보니 수양버들이군요!
신분차를 극복하고 사랑에 빠진 젊은 남녀, 
이를 방해하는 돈 많은 아버지! 질투하는 늙은 약혼자
버드나무만이 그들의 사랑을 알 뿐!
광고 카피를 이렇게 쓰면 어울릴까요? 
버드나무 문양은 지금으로 치면 스토리텔링 마케팅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도자기 속 배경은 중국입니다. 부잣집 딸은 아버지의 하인과 사랑에 빠집니다. 이를 안 아버지는 딸을 가두고 늙은 귀족과 약혼을 시킵니다. 혼인을 앞둔 밤 두 젊은 연인은 버드나무 아래에서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고 도망칩니다. 다리를 다 건널때 아버지가 알아채고 쫒아오지만 무사히 배를 타고 도망을 갑니다. 
세상과 멀리 떨어진 섬에서 낮에는 농사를 밤에는 글을 쓰는데 이 글이 명성을 얻게 되는 바람에 원래 약혼자였던 늙은 귀족이 알게 되어 부하들이 섬에 오게 됩니다. 결국 두 연인은 집에 불을 지르고 불속에 뛰어들어 생을 마감했다는 이야기를 도자기에 담았다고 합니다. 
(엇...혹시 미드 로스트 팬분 계실까요? 이거 완전 선과 곽진수 얘기 아닌가요??🤔)
이런 애잔한 러브스토리를 담은 도자는 20세기초까지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전역에 수출되면서 인기를 끌게 되었다고 합니다. 물론 이 이야기는 순전히 영국에서 만든 허구였다고 하는군요. 아무나 갈 수 없는 미지의 중국을 배경으로 상상한 영국인의 스토리텔링 마케팅입니다.
‘버드나무 문양(willow pattern)’은 그릇이나 찻잔 등 도자에 푸른색 안료로 중국풍의 건물, 다리위에서 도망치고 쫓는 세 인물, 배에서 기다리는 사람, 날으는 새 2마리, 그리고 당연히 수양버들이 있는 정형화된 양식이 구성됩니다. 영국인들이 동양에 대한 환상을 갖고 만든 이 버드나무 패턴이 인기를 끌자 중국에서 유럽 수출용 도자를 만들때 이 버드나무 패턴을 모방하여 만들었다고 하는군요!
이른 시기의 버드나무 패턴 접시 spode사, 1800-1820년 제작 출처: V&A 
소스보트, 제작사 모름, 1820년 제작 출처: V&A 
21세기에도 여전히 생산중인 영국의 버드나무 패턴 도자, CHURCHILL사
버드나무 아래 도망가는 젊은 연인과 쫓아가는 아버지 패턴
출처: 아마존 https://www.amazon.co.uk

풍경과 투기의 사이
왕버들은 버드나무과 나무중에서 그 크기가 크기 때문에 왕버들이란 이름이 붙었을것으로 추정한다고 합니다. 크기도 크고 쑥쑥 잘 크는 왕버들은 우리곁에서 오랫동안 있어왔어요. 버드나무나 수양버들의 수명은 긴 편이 아니여서 50~80년정도라면 왕버들100~300년이 넘는 나무도 많답니다.
몇년전 친구들과 함께 다녀온 청송 주산지에 있던 멋진 고목도 알고보니 왕버들이었네요!
1721년 조선 경종때 농업용 저수지가 조성되어 기존에 자라고 있던 왕버들이 물속에 잠겨 350년이 넘은 오늘날까지 자라고 있습니다. 물을 좋아하는 왕버들이지만 오랜기간 물속에서 썩지 않은 비결은 가뭄이라는군요! 인위적으로 물을 빼주거나 가뭄이 오면 물이 말라 뿌리가 드러났을동안 뿌리호흡을 하여 일년을 버틴다고 합니다. (힘내!!) 물 위에서 아주 긴 호흡을 한 뒤 바다 속으로 들어가는 해녀같은 걸까요? 청송군은 왕버들의 노령화로 언젠가는 풍경이 사라질 것을 염려하여 2014년에는 새 왕버들 4그루를 이식하였다고 합니다. 
최근 전국민에게 불신과 실망을 준 LH 직원 투기 사건으로 인해 왕버들이란 이름이 친숙할 수도 있습니다.  왕버들은 1년에 1m이상 키가 크는 속성수여서 보상을 노린 수법이었다고 하는군요 😨
경북 청송 주산지 왕버들 출처: 국립공원관리공단
경북 성주 성밖숲 왕버들과 어울리는 맥문동, 8~9월이 절경이라고 합니다. 출처: 성주군청

수양버들을 사랑한 선비

전선, 귀거래사도 중 일부, 14~15세기 출처: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소나무나 대나무에 비할것은 아니지만 수양버들도 선비들이 사랑하는 나무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중국의 시인 도연명 (365 ~427)은 버드나무를 좋아해서 본인 집 정원에 5그루를 심어놓고 스스로를 오류선생(五柳先生)이라고 불렀다고 합니다. 벼슬을 떠나고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쓴 시 귀거래사는 중국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예술적 영감을 주었습니다. 시에는 수양버들이 등장하진 않지만 오류선생이라는 이름에 맞게 귀거래사를 그린 그림에는 물가풍경과 함께 수양버들이 꼭 등장합니다. 
김홍도(1745~?) 마상청앵도한가롭고 따듯한 봄날의 풍경을 담은 그림입니다. 동자와 함께 길을 가고 있는 나그네는 말 위에 앉아 새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봅니다. 그림을 보다보면 따듯한 봄바람사이로 어디선가 지저귀는 새 소리와 수양버들 잎의 연두빛이 떠오르게 됩니다. 화면 왼쪽에 문인화가 이인문이 쓴 시도 버드나무 강가에서 맞는 봄의 여유로움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시입니다.

어여쁜 여인이 꽃그늘서 부는 구성진 생황 소리요
시인의 술동이 앞에 놓인 감귤 두 개로구나
버드나무 강 언덕에 금북이 분분히 오가며
안개와 봄비로 봄강의 물결을 짜는구나
수양버들이 등장하는 시는 얼마나 또 많은지요! 봄날 강가의 정취를 읊은 시에는 빠짐없이 수양버들이 등장합니다. 강가에서 봄을 맞기도 하지만 이별을 맞이하기도 하죠. 천안삼거리 설화에서 볼 수 있듯이 수양버들(능수버들)은 언젠가는 다시 만날 것을 암시하며 이별 전에 꺾어주는 일이 많았다고 해요. 버들의 한자음인 유(柳)는 머물 유(留)와 발음이 같아서라고 하네요. 그리고 배를 타고 떠나는 일이 많아서이기도 하겠죠?  대동강노래 [浿江曲] 시를 보면 대동강에서 떠나기전 버들을 꺾어주며 아쉬워하는 정서를 볼 수 있습니다. 
이별하는 사람들 날마다 버들 꺾어
천 가지 다 꺾어도 가시는 님 못 잡았네.
어여쁜 아가씨들 눈물 탓이런가
부연 물결 지는 해도 수심에 겨워 있네.
-임제 패강곡 중


☺호랑이의 친구들☺
아래부터는 호랑이의 친구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생각을 담은 에세이 형식의 짧은 글입니다. 세 명의 친구가 각자 다른 주제를 대상으로 가볍게 이야기합니다.
먹는 얘기
이번 호 먹는 얘기 뭐 쓰지 생각하다가 지지난주에 친구가 작업실에 놀러왔을때 일이 생각났습니다. 
나: 뭐 먹고싶어?
친구: 비빔만두! 
나: 그걸 서울에서 어떻게 구해! 
친구: 장우동같은데 파는거 아냐?
나: 장우동이 없어진지가 언젠데...
생각해보면 중학교 시절부터 친구였던 친구는 오랜 세월동안 온갖 것을 먹어보고 싶어하는 저를 위해 이것저것 해주었는데 말이죠. 다음에는 그 은혜를 잊지말고 친구를 위해 비빔만두를 꼭 만들어줘야겠어요.

우리가 처음 만들어 본 요리는 아마 초코 브라우니였던 것 같습니다. 인터넷에서 본 레시피를 프린트해와서 친구집에서 만들었는데 일단 저희가 가진 계량도구는 컵이었고 레시피는 무게로 써있어서 관건이었죠. 화학(당시에는 화학교육이었지만)을 전공하던 친구는 각 재료의 밀도를 찾아내서 대략의 무게를 가늠해서 계량을 해서 쌉싸름한 브라우니를 만들어 먹었답니다.
그 뒤로도 제이미 올리버 요리쇼를 보고 비어캔 치킨을 만들거나, 야외에서 그릴에 야채랑 고기랑 끼운 바비큐 같은 것들을 시도해봤던 것 같습니다. 
돌이켜보면 친구는 깔끔한 성격이라 요리재료가 나와서 이리저리 어지럽히는 것도 싫어하고 딱히 먹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데 제가 뭘 하고 싶다하면 그 모든 과정을 함께 해주고 즐거워해줬던 것 같아요! 늘 고생만 하고 맛이 있는건지 아닌건지 애매했던 우리의 다음 요리는 뭐가 될까요?

TV보는 이야기
다시 넷플릭스로 돌아왔다. 그동안 돈만 내고 너무 안본다 싶었지만, 더워지고 움직이기 싫어지니까 무알콜맥주를 홀짝이며 넷플릭스 보는 재미만한 것도 없을 것 같았다. 6개월만에 만이천원을 결제하고 가장 최신으로 뜬 오리지널 드라마를 클릭했다. 
'스윗 투스, 사슴뿔을 단 소년'은 Great Crumble과 함께 등장한 신인류다. 여러 가지 동물들과 혼종인 이 신인류는 H5G9라는 최악의 바이러스가 파괴적인 전염력으로 전세계를 뒤덮은 시점에 일어나며 세상을 혼란에 빠트렸다. 문제는 이 하이브리드의 신체조직이 전염병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어떤 사람은 숨어서 하이브리드 자식을 키우고, 어떤 사람은 하이브리드를 이용해 파괴적인 전염병을 고치려고 하고, 어떤 사람은 하이브리드를 잡아다 그들에게 팔려고 하고, 어떤 사람은 하이브리드 그 자체인데 바로 주인공이다. 
이 주인공 소년이 바로 스윗투스, 달콤한 걸 좋아하는 아이다. 사슴과의 변종인 이 아이는 아기때부터 너무 귀여웠다. 장화신은 고양이가 맘먹고 보여줬던 귀여운 표정 이상으로 시종일관 귀엽다. 아기때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크는데, 아기에서 유아, 소년으로 크는 동안 혹시나 덜 귀여워질까봐 걱정했지만 시종일관 귀여워서 다행이었다. 
사슴뿔을 단 아이가 털로 덮인 귀를 쫑긋거리며 그 고사리같은 손으로 뭐든 해내는게 애틋하면서도 엄청 몰입된다. 아이를 혼자 키우기로 결심하고 옐로스톤 국립공원에 숨어든 아버지가 톰소여의 모험을 읊었던 것처럼 아이는 씩씩하고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이로 자랐고, 때로는 무모하다. 무모한 아이의 캐릭터 덕분에 결국 자신을 잡으려다 마음을 바꾼 사냥꾼과 함께 여행을 하고, 진실을 마주치고, 친구들도 만나게 된다. 
스토리는 단순하다. 위기와 기회가 계속해서 맞물려서 아이를 세상으로 이끌어간다. 절망해서 불을 지르면 사냥꾼들이 찾아오고, 모르고 추락한 비행기의 전파를 연결하면 군인들이 찾아온다. 하지만 위기는 늘 위기로 끝나지 않고 기회를 만들어낸다. 아이가 만들어낸 최악의 위기마다 새로운 조력자가 등장한다. 
작은 실수의 누적으로 큰 위기를 맞고나면 보통 회복은 커녕 악화만 되는 실제 인생을 살아가다보니, 노화도 없고 퇴락도 없는 이야기 속 세계가 부럽다. 취향이 아닌 주인공이 나오는 스토리였다면 말도 안된다며 짜증을 내버릴 수도 있는데, 그러기엔 아이가 너무 귀엽고 귀여운 아이에 맞지 않은 잔인한 설정에 긴장하고 보게 된다.특히 내일이라도 잔여백신을 맞을 수 있을까 싶어서 무알콜맥주를 마시며 보다보니, 바이러스가 무너뜨린 디스토피아의 음울함이 전염되는 기분이지만, 다행히 스토리 속 세상이라서 위기는 곧 기회가 될테니 침착하게 시즌 2를 기다려야겠다.

<모래섬, 비행장, 빌딩숲 여의도>
10호 뉴스레터를 준비하기 전에 가장 먼저한 일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진행중인 전시 <모래섬, 비행장, 빌딩숲 여의도>의 방문이었습니다. 조선시대부터 시작하여 비행장과 광장을 거쳐 현재 금융중심지가 된 모습까지 여의도의 변천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는데요 철저히 계획하에 만들어진 탓인지 지도나 사진 등이 체계적으로 잘 남아있어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었답니다. 한편...여의도와 관련된 별 중요하지 않은 개인사도 덩달아 생각났는데요 그러다가 서울은 동네별로 역사도 기록하고, '여의도 면적'이라는 서울식 축적도 있고, 모든 서울의 역사는 당연하게 나라의 역사로 기록되는 맥락없는 부러움으로 흘러갔습니다. 하지만 그렇게치면 호랑이의 쪽지도....😨
<모래섬, 비행장, 빌딩숲 여의도> 전시전경 서울역사박물관

후기🍀
어흥: 7월부턴 건강한 삶을!
유정: 호랑이의 쪽지 10호라니! 뭔가 맛있는걸 먹어야...
호랑이의 쪽지 10호는 재밌게 읽어보셨나요? 독자 분들의 후기와 관심이 큰 힘이 됩니다. 💪
여의도 샛강생태공원은 노을이 지는 바람부는 저녁에 방문하면 좋을 것 같아요. 푸른 나뭇잎이 파도처럼 일렁이며 도시의 색으로 천천히 물들어 가는 모습을 꼭 한번 보고싶어요.
이번 피드백은 다음 시즌 준비를 위해 한 달간 독자여러분의 좋아하는 공원이나 공공장소 속 나무에 관한 설문을 받습니다. 뉴스레터에 소개하고 싶은 나무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호랑이의 정원이 찾아갑니다.🏄
호랑이의 쪽지 소개
동네의 식물탐험을 중심으로 호랑이의 친구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소소한 생각을 담은 쪽지형식이며 웹으로는 뉴스레터로 오프라인에서는 조그만 손바닥 책으로 발행됩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 몰래 받아보던 쪽지처럼 별 내용이 없더라도 받아보는 순간에 살며시 지어지는 웃음처럼 삶에 재미를 함께 느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호랑이의 정원
식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다양한 방법의 식물경험 서비스를 제공하고 많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정원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고 제안하는 일을 합니다. 식물을 중심으로 환경과 마을을 연결하고 아카이브와 역사를 활용한 다양한 워크숍과 실험을 연구하고 진행합니다.
인스타그램: @tygertyger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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