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션 장기하의 첫 산문집 <상관없는 것 아닌가>의 출간 전 연재글을 가져왔습니다. 마음이 불안하고 힘들 때면, 내 몸에 새겨진 감각만큼은 배신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늘 하던 것보다 더 잘하기를 바라는 건 욕심이겠지만, 이미 익숙해진 감각이 갑자기 낯설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 같았거든요. 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침착함을 유지하려 애썼기에, 형체가 없는 능력이 갑자기 사라지는 순간에 대해서는 그려본 적이 없었어요. 좋아하는 것들이 낡아가고, 좋아하던 사람들이 떠나가고, '형체 있는 것'이 사라지는 순간들은 수없이 그려봤음에도 불구하고요. 

 그래서 아끼던 능력이 한순간에 사라진 사람의 글은 새롭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잃어버린 물건도 쿨하게 보내주지 못하는데, 오랜 시간 쌓아온 능력을 갑자기 잃었다는 사실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를 넘어 또 새로운 길을 준비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어쩐지 '별일없이 산다'의 가사가 생각났습니다. 별 일이 너무나 많은 세상이지만, 또 별 일 아니라고 순순히 받아들이고 살아가다 보면, 또 좋은 방향으로 별 일이 생기기도 하고. 그렇게 살다 보면 또 사는 게 재밌고, 하루하루 즐거웁다 말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아직 그런 태도로 삶을 살아갈 자신은 없으니, 장기하 씨의 첫 산문집을 읽어보면서 고민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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